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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중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2)
게시물ID : travel_2774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슐라르(가입:2020-04-25 방문:17)
추천 : 6
조회수 : 1436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0/05/07 21:31: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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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www.todayhumor.co.kr/board/view.php?table=travel&no=27743&s_no=27743&page=1

여행 중 교통사고를 당했습니다(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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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언가 일이 걷잡을 수 없는 방향으로 흘러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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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짧은 순간에 여러 가지 것들이 날아다니고 여러 가지 것들이 박살이 나는 소리가 들렸다. 돌멩이인지, 유리조각인지 미세하게 조각이 난 것들이 얼굴에 튀었고 차의 옆구리와 천장이 골판지처럼 우두둑 구겨지는 게 느껴졌다. 동행들이 지르는 비명소리가 귀에 고스란히 박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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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을 감았지만 느낄 수 있었다. 한번... 두 번... 차는 총 세 바퀴 반을 굴렀다. 그리고는 조용해졌다. 아무 소리도 들리지 않았다. 나는 마침내 눈을 감았던 눈을 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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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앞의 투명하던 유리가 박살이 나서 반투명해져 있었다. 햇살이 유리창에 누렇게 늘어붙어 있었다. 깨진 유리로 들어온 햇살이 광각렌즈처럼 차 안을 비추니 곱디고운 모래먼지가 차 안을 가득 메우고 있는 것이 보였다. 그 사이사이 유리조각들과 우리의 소지품들, 조수석 앞에 달린 서랍 속에서 나온 건지. 우리가 인지하지도 못한 갖가지 물건들이 어지러이 있었다. 움직이는 것이 하나도 없었지만 혼돈스러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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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몸은 옆으로 매달려있는 채로, 팔과 어깨, 목에 피가 범벅되어 있었다. 귀에서는 이명이 들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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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내 몸에 난 상처를 찾으려고 했다.

  하지만 몸 어느 곳도 크게 아프지가 않았다.

  처음에는 쇼크를 받은 줄 알고 구겨진 차 틈에서 팔을 꺼내 나의 몸과 뺨을 때렸다.

  하지만 감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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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피의 원인을 찾으려고 주변을 보니 나의 위쪽에 대롱대롱 매달린 운전자가 피를 흘리고 있었고, 그게 고스란히 내 몸으로 떨어지는 게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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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운전자는 쇼크상태로 비명을 꽥꽥 질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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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괜찮아. 괜찮아. A야 아무 문제없어.”

“A야 나갈 수 있어 우리 모두 다행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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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차에선 기름 냄새가 진동했다. 나는 혹여 큰일이 날까, 정신이 없는 운전자에게 화를 내면서 바깥으로 빨리 나가라고 했다. 유일하게 창문이 뚫려있는 쪽이 그쪽이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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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 명씩 한 명씩 차 밖으로 빠져나오자마자 서로를 체크했다. 정말 다행인 것은 운전자의 팔 빼고는 우리 세명 모두 생채기만 조금 났을 뿐 심각하게 다친 사람이 없었다는 것이다. 선교사님의 당부 덕에 전 좌석 모두 안전벨트를 한 게 천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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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옆으로 누워있는 차는 더 이상 차라는 단어로 불릴 수 없는 모양새였다.  옆구리 천장, 앞 범퍼까지 모든 곳이 구겨져있었다. 마치 고통을 느끼는 사람의 미간이 구겨지는 것처럼. 그래서 차는 온몸으로 고통을 표현하고 있는 것처럼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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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나는 그곳에서 가장 연장자인 처지라 아이들을 앉혀놓고 다독이며 안정을 시켰다. 일부로 사진도 찍었다. 마치 이것도 좋은 추억이 되리란 것처럼, 이 사고가 우리 여행의 일부라는 것처럼. 가까스로 여유를 부리며 웃었으나 눈과 입이 마비된것 같은 어색한 웃음이 나왔다. 나를 보는 동행들의 얼굴 역시 어색한 미소로 뒤틀려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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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문제는 그곳이 인터넷도, 통화 시그널도 잡히지 않은 외딴곳이라는 점이었다. 우리는 뾰족한 수 없이 하릴없이 차가 지나가길 기다리는 수밖에 없었다. 다행히 관광지로 가는 여러 갈래의 길 중 하나였기에 20여분 정도가 지나자 여행을 가던 프랑인 가족이 지나가던 우리를 발견했다. 나는 그에게 사고가 났으니 전화나 인터넷이 터지는 곳으로 가서 신고를 해달라고 했다. 그들은 알았다면서 흙먼지를 흩날리면서 빠르게 사라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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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렇게 훌쩍이는 소리와 끙끙대는 소리로 시간이 채워진 후, 갑자기 사막 한가운데 견인차와 경찰들이 도착했다. 우리는 근처 농장으로 향해 치료를 받았고 사고 경위서를 작성했다. 그리고 전화로 우리에게 차를 빌려준 선교사님에게 연락을 취해 죄송하다는 말을 전했다. 다행히도 차가 사고 보험에 들어있으니 걱정말라는 대답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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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고가 어느 정도 수습되면서 오싹한 사실을 알게 되었다. 경찰과 견인차가 너무나도 빠르게 사고를 수습하는 것을 보고 대단하다는 생각을 했는데 알고 보니 우리가 사고가 난 곳에서 일주일 전과 4일 전에 교통사고가 크게 났다는 것이었다. 일주일 전에는 중국인 6명이 탄 렌터카가 사고가 났는데 그중 2명만 살았으며 4일 전에 프랑스 일가족이 사고를 당해 딸과 엄마만 살아남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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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사람은 언젠가는 나쁜 패를 쥐게 되고 누군가에게 도움을 받으며 살아간다. 나는 내가 운이 좋은 것인지 나쁜 것인지 한참을 고민하다가, 어느 쪽이든 결국 운에 의해 나라는 존재가 속절없이 휘둘릴 수밖에 없구나라고 생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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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치료가 끝나고, 보험차량이 오기 전까지 딱히 머물 곳이 없는 우리에게 오랫동안 방치된 캠프 사이트로 데려다주었다. 오두막이라기보다는 헛간이라는 용어가 어울리는 곳이었지만 우리는 이것저것 가릴 처지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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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넷은 아무 말도 없이 지평선을 바라보았다. 지평선으로 사라지는 태양이 각자의 마음속에 무엇인가를 흔들어 놓았는지 아무 말도 하지 않은 채, 그저 멍한 상태로 있었다. 아마도 동행들들은 저마다 마음 어딘가에서 삶의 소재를 파악하고 있었는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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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마침내 태양은 지평선 끝자락에서 정수리를 드러내었다. 지는 저녁 해가 공허한 사막을 잠시나마 붉은빛으로 물들였다. 이윽고 어둠이 밀려왔다. 긴 밤을 알리는 시작이다. 우리는 말없이 불을 피웠다. 그리곤 하나, 둘 씩 오늘의 감상을 말하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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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친구가 되는 방법은 여러 가지가 있다. 오랜 시간 같이 지내거나 취미와 시야를 공유하거나. 사고를 겪으며 새롭게 알게 된 사실은,  서로 알게 된 지 이틀밖에 되지 않았어도 함께 죽음을 경험한 경우라면, 반드시 좋은 친구가 된다는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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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우리 넷은 그날 밤, 원래 목적지가 아닌 이름도, 위치도 불분명한 곳에서 별을 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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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어쩌면 보지 못했을 수도 있는 별이라서 그랬던 것일까. 모두는 태어나서 처음 별을 본다는 듯, 빛나는 그것에게서 시선을 떼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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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로 다음날 올리려고 했는데 갑자기 일이 많아서 지금 업로드 하게 되었습니다.

그 뒤로도 지옥 동기(?)가 될뻔한 멤버들과 잘 지내고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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