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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알쓸신잡] 나의 첫 소설책 국어,문학 교과서.
게시물ID : tvent_245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ㅁㅈ이
추천 : 7
조회수 : 869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10 19:47:37


학교를 들어가면 학년이 바뀌면서 새 교과서를 받지요. 선생님께서 책을 담아올 큰 가방을 들고 오라하셨고, 낑낑대며 무거운 교과서를 집으로 들고 왔던 기억이 있어요. 저한테 교과서는 새로운 이야기 책 느낌이었는데, 다른 교과서는 알 수 없는 글자들이 많았지만 국어 교과서는 제가 읽을 만한 내용들이 제법 있었던 것 같아요. 그 때부터 앉아서 국어 교과서를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했어요.
교과서 사이사이에 있던 이야기들은 뭔가 내가 읽어왔던 책들과 달랐고 재미있기도 했어요. 지금 기억이 가물가물하지만, 국어교과서에 이런 이야기들이 왜 이렇게 적게 실려 있나, 더 있었으면 좋겠다, 란 생각을 했어요.
문학교과서를 언제부터 받았는지는 기억이 없지만, '문학' 이라는 글자가 참 저를 두근두근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펼치면, 모든 이야기들이 여기 있을 것만 같은 기분이 들었지요. 또 앉아서 정독을 했어요. 그때, 소설들이 앞과 뒤가 잘려 있거나, 앞은 있는데 결말은 없거나, 앞은 없고 결말만 있었어요. 진짜 미칠 노릇이죠. 그 왜, 재미난 드라마를 어쩌다 중간부터 시작하게 되면, 앞 내용이 궁금하고, 결국 처음부터 정주행을 하게 되잖아요. 이건 뭐, 앞 부분이 없으니 정주행을 할 수가 없죠. 결말은 너무나 궁금한데, 교과서엔 없었어요. 그 땐 으레 그렇겠지, 하고 넘겼던 것 같아요.
알쓸신잡에서 김영하 작가가 말하는 걸 보고, 내가 읽었던 교과서에 소설들이 왜 그 모양이었는지 알 수가 있었어요. 잔인한 짓이라 생각해요. 쓰는 작가에게도 읽는 독자에게도.
결국, 교과서에 나오는 단편소설집을 모아놓은 책을 한 권 샀어요. 그 책엔 갈래, 주제, 시대상황 등등 이런 것들이 정리되어 있고 그걸 봐야 했지만, 저는 소설을 읽고 또 읽었던 것 같아요.
그걸로도 충족되지 않아 집에 있던 책을 뒤적거렸는데, 신경숙의 「외딴방」이 있었어요. 그걸 읽었던 게 고등학교 1학년이었어요. 주제? 시대상황? 그런 걸 알리가 없어 그저 그 외딴방이 어딘가에 있고, 외딴방에 그 언니가 살고 있을 것 같은 기분으로 그 소설을 읽었지요.
이 모든 것들이 뭉쳐져 저는 대학 전공을 소설로 선택했어요. 제가 기억하기론, 제가 졸업한 이후 저희 과에서 소설창작실습이란 과목으로 김영하 작가가 강의를 맡은 적이 있다고 들었네요. 그래서 문학은 감정의 테마파크라는 말이 조금 익숙합니다. 천 명의 사람이 소설을 읽으면, 천 개의 감상이 나와야 한다는 것도 너무나 동의하지요.

알쓸신잡을 보면 아는 것보단 모르는 내용 투성이라 그냥 보다가, '문학 교과서'. 이 이야기가 나오자마자 눈을 엄청 반짝이며 고개를 세차게 끄덕이며 방송을 시청했네요. 아마 저 뿐만 아니라 문학을 사랑하는 모든 시청자들이 그러셨으리라 생각해요.

저는 사람들과 같이 오프라인에서 소설책을 읽으며 그 때 느꼈던 감정, 그 캐릭터에 대한 생각, 이런 이야기를 이런 방법으로 쓸 수 있구나, 이런 것들을 이야기하고 그걸 창작으로까지 이어지게 하는 것이 제 꿈이에요. 그저 한낱 꿈 일 뿐이긴 하지만, 언젠가 어디에선가 이 글을 읽은 여러분들을 그런 곳에서 만나, 알쓸신잡에서 이야기했던 김영하 작가가 말한 너와 내가 다르며, 너의 생각과 나의 생각을 나누고 싶습니다.

너무 오랜만에 이렇게 긴 글을 써서 사실 두서가 많이 없고 정리도 안 되어 있습니다. 소설 전공이라 말하기도 부끄러운데, 개떡같이 말해도 찰떡같이 알아듣는 분들은 우리나라의 문학 교육을 잘 받으신 분이라 생각됩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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