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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자가 되어라~
게시물ID : wedlock_1017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꽁알꽁순아빠
추천 : 4/7
조회수 : 5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9/07 20:12: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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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아래에 쓴 글로 인해 많은 분들이 답답해 하셔서.. 가볍게 하나 더 쓰고 자렵니다. ㅜ.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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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째 꽁알이는 예정일보다 한달여 일찍 태어났다. 

의학에 대해서는 모르지만, 인간의 장기중에서 폐가 가장 나중에 완성 된다는 것을 어디선가 본 것 같다.

어쩌면 태어나자마자 인큐베이터에 들어 간 것은 일찍 태어나 완성되지 못한 폐로 인해 호흡이 남들보다는 곤란했기 때문이라 생각해본다.

첫 아이의 탄생에 기쁨을 느낄 수도 없이, 

"미숙아니 인큐베이터에서 치료해야 합니다."

라는 말을 듣고 놀라지 않을 수 없었다.

나중에 알게된 것이지만, 280일에서 3주인가 4주인가를 못 채우면 모두 미숙아로 처리된다고 한다.

그래도 부모된 입장에서 미숙아라는 말에 괜히 마음이 쓰이는 것은 사실이고...

그렇게 꽁알이는 10시간 정도를 인큐베이터에 있다가 밖으로 나왔다.

태어날때 얼굴이 시퍼런 감이 있었는데, 산소가 부족한 현상이었고 무도 해결되었다고 한다.

다행이다.

..


조금 작게 2.6kg으로 태어난 꽁알이는 이후에도 호흡에서 조금 문제가 있었다.

젖을 먹다가, 분유를 먹다가... 얼굴이 시퍼래지는 현상이 있었다.

숨을 쉬지 않는다.

모두들 깜짝 놀라 엉덩이를 두드리고 나면, 급한 숨을 몰아쉬며 다시 숨을 쌕쌕하고 내쉰다.

우리 부부나 처가집이나 난리가 난 것은 사실..

병원에 상담해보니, 조금만 자라면 없어질 거라고... 산소포화도 측정기인가 그것을 빌려준다.

그렇게 발바닥에 산소측정기 센서를 달고 있는 꽁알이를 우리는 밤낮으로 감시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시간이 지나 작게 태어났으나 또래보다 훨 우량아로 자라고 있는 꽁알이를 보고 흐뭇해하는 마음과는 달리, 언제 호흡곤란 증상이 올지몰라 모두들 불안해 했다.

여기에 와이프에게 불을 지른 일이 생겼다.

..

애를 낳으면 부모 모두 의사가 된다 했던가..

평소 전혀 몰랐던 육아에 대해 알아보고, 찾아보고 하다보니 꽁알이의 증상이 청색증과 유사하다는 것을 알아냈다.

청색증은 산소 부족으로 생기는 얼굴이 퍼렇게 변하는 증상...

그리고 그 원인은 다양하지만, 지하수에 섞인 어떤 성분이 혈액의 철 성분과의 산소 결합도를 방해하여 산소 부족이 일어날 수 있다는 것을 보았다.

그 것이 의학적으로 사실인지 아닌지를 살펴볼 겨를도, 능력도 없었기에 그 얘기를 와이프에게 말했다.

"처가집.. 지하수지?"

"응.. 왜?"

"아... 내가 인터넷에 좀 찾다보니, 지하수가 꽁알이 같은 경우 더 안좋다네.. 오히려 숫돗물이 낫데~"

"그래? 알았어.. 그럼 집에서 수돗물 퍼다니지 뭐."

.. 

그렇게 꽁알이의 분유용 물을 위해 의정부에서 1.5L PT병에 수돗물을 받아서 포천으로 날랐다.

그런데... 그 일이 여간 성가신게 아니다. 휴직하고 처가집에서 아기를 보고 있는 와이프에게 일주일에 두어번 물을 갔다 줬다.

시간이 지나고, 이제는 더이상 호흡에 대해 문제가 없는 상태가 되었음에도 불구하고 와이프는 여전히 수돗물을 고집했다.

차를 가지고 왕복 2시간 정도를 다녀오는 것, 자식을 위해 못 할일이 뭐가 있겠냐마는...

차를 수리에 맡기고 차를 사용하지 못하는 날에 버스를 타고 가는 길은 정말 고역이 말이 아니었다. 

특히 의정부에서 포천으로 들어가는 외국 노동자들과 함께 섞여 갈때는 서로 다른 문화때문에 생기는 불편함이 상상을 초월했다.

..

당시 사촌형이 하는 학원에서 잠시 시험 문제를 봐달라고 갔다가 잡혀서 몇달동안 수학강의를 하고 있었다. 

거기에는 영어담당인 선생님과 워드 담당인 선생님이 계셨는데, 나이는 나보다는 훌쩍 많았으나, 형님동생하며 매우 친하게 지내고 있었다.

하루는 일과가 끝나고 소주를 하다가, 이 얘기를 하게 되었다.

"형님, 제가 생각하기에는 이제 그냥 분유 먹여도 될 거 같은데, 굳이 의정부에서 물 떠오라네요. 그 PT 한병 들고 거기까지 가는게 말이 되나요?"

그러자, 그 형님이 나에게 나즈막히 말했다. 

"동생아~"

"네. 형님."

"내가 너 좋아하고, 너 행동 다 좋아하는데, 오늘 한마디만 하자."

"네.. 말씀하세요."

"우리는 말이야, 남자가 되어야 돼~. 수컷이 되면 안된다고~. 여자를 보듬어 안고 사랑해주는 건 남자고, 그렇지 못한 것들은 수컷이다. 우리는 수컷이 되지 말고 남자가 되어야 돼!"

그러고서는 손바닥을 확 치켜들어 당수로 내 목을 치는 시늉을 하며, 한마디 내지르신다.

"콱마!! 제수씨가 해달라면 해줘! 이 짜샤~"

"아이고~~ 크크크 알았어요.. 알았어요.."

짐짓 막는 시늉을 하며, 형님 말에 동의를 하고 소주 몇잔을 더 마시고 집으로 왔다.

이후, 얼마 지나지 않아 수돗물 분유는 해제되고 편안히 포천의 지하수로도 분유를 먹이게 되었지만...

그때 형님의 "수컷이 아닌 남자가 되어라"는 말은 뇌리에 박히는 말이 되었다.

뭐.. 실천하는 것은 차치하더라도~~~~~


다행히 꽁알이는 여전히 잘 크고 있다. 너무 커서 문제다 ㅜ.ㅜ .. ㅋㅋㅋㅋ
출처 경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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