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곧 인턴이 될 예비 신부님 때문에 고민하시는 분께
게시물ID : wedlock_1075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마음을들어요
추천 : 90
조회수 : 549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7/10/12 00:10: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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음...
저희 커플과 아주 비슷한 경우라 뭔가 말씀을 드리고 싶어서 고민 끝에 글을 씁니다.
 
저는 현재 전문의이고 회사원인 남편과 행복하게 살고 있고 귀여운 아이도 있어요.
결혼 생활은 행복하고 저는 아주 만족합니다. 물론 사람이니만큼 아쉬운 부분도 있지만요.
 
우선... 인턴, 레지던트와 결혼하시는 의사가 아닌 직장인 분들이 오해하실 수 있는데... 사실 두 분은 맞벌이 직장인 부부가 아닙니다.
인턴, 레지던트는 사실 노동 시간에 비하면 적은 돈을 받는 학생이에요. 그것도 고시생 수준이죠.
길게 썼다가 지웠는데요... 인턴이랑 레지던트 1,2년차 때는 그냥 병원에서 일하고 공부하고 잠도 자고...가끔 옷 갈아 입으러 집에 오는 정도라고 생각하시면 되고요... 3,4년차 때는 당직이 적어서 일은 여유 있지만 대신 대학원도 다녀야 하고 전문의 자격 따려면 필수 논문도 하나 써야하고 교수님 연구 뒷바라지도 해야하고, 전문의 시험 공부해서 합격도 해야 하고... 여튼 그냥 고시생이에요
 
돈을 벌어서 맞벌이 부부처럼 느끼겠지만 지금 결혼하시면 사실 남편 분은 보통 드라마에 나오는 사법 고시생 뒷바라지 하는 여자친구/어머니 느낌으로 사셔야 하는 거에요. 인턴, 레지던트는 일반 직장인이랑 스케줄이 많이 다르거든요.
 
그러니까 여자친구 분이 지금 님과 결혼해서 안정을 찾고 싶은 건... 고시생이나 운동하는 선수들이 나 공부/운동 말고 다른 데 신경 안쓰게 내조해 줄 부인을 구하는 느낌으로 하시는 거에요. 그게 안되면 여자친구 분은 엄청 힘들어요. 병원에서 제대로 잠도 못자고 36시간 연속 일하면서 교수님/윗년차 레지던트/환자/보호자/간호사에게 쪼이고 와서 (병원은 아픈 사람들이 모여 있고 실수하면 사람 죽어나가서 그냥 다들 예민함) 그냥 남편 품에 폭 안겨서 나 힘들었어~ 하고 쿨쿨 자고 일어나서 맛난 거 먹고 좀 회복되서 다시 견뎌보자! 하는 기분으로 병원 가는 거거든요.
남편과 가정은 그냥 나의 침대, 나의 안식처, 나의 오아시스임. 근데 남편과 가정에서도 며느리 도리를 하라던가, 살림 좀 나눠서 하자던가, 돈 아껴서 집을 사자던가 하면 그냥 너무 힘듦. 이기적일 수도 있는데 너무 힘들어서 그냥 귀 막고 도망가고 싶어요.
 
어느 분이 여자친구 분이 엄마에서 남자친구 분으로 갈아타고 싶다고 하셨는데 맞는 말씀일 수도 있어요. 결혼하시면 인턴+레지던트+ 어쩌면 펠로우까지... 여자친구 잘 돌봐주셔야 할 수도 있어요...
사랑하는 배우자에게 엄마처럼 날 돌봐줘!라고 하는 거 참 이기적인 요구일 수 있어요. 그런데 여자친구 분이 6년 간 님과 잘 사귀신 걸 보면 님이 그런 안정감을 주신 것 같아요. 그래서 님과 결혼하고 싶으신 거고.
 
저희 남편은 저에게 안식처 같은 사람이었거든요. 늘 잘해야 하고, 실수할까봐 불안하고 쫓기는 것 같은 저를 마음 편안하게 해줬어요. 저의 부족한 부분을 이해해줬구요. 남편은 딸 하나를 키우는 것 같다고 해요.;; 저는 제가 일 욕심 많고 남편의 희생을 요구하고 있는 것을 알고요. 아는데 고치지는 못하고요...그치만 남편한테 늘 고맙게 생각하고 세상에 나를 이렇게 감싸주고 지켜줄 수 있는 남자는 남편밖에 없다고 생각해요. 그리고 나이가 들면서 철이 드니까 조금은 변하는 것 같기는 해요^^;
 
님이 여자친구 분을 사랑하셔서 향후 최소 5년간 고시생 뒷바라지 할 각오가 되어 있으시면 결혼을 하시고요, 만약에 아니라면 여자친구 분이 이 과정을 다 통과하시고 진짜 맞벌이 부부가 될 수 있을 때 결혼하셔야 해요.
 
그런데 여자친구 분은 세간에서 말하는 외적인 조건이 특출나지는 않아도 내적인 조건이 훌륭한 - 즉, 나를 이해하고 받아줄 수 있는 남자의 가치를 중요시하는 것 같아서... (대개 둘 다 자기 잘났다고 생각하고 일 욕심 많고 포기하기 싫어하면 가정 유지가 힘들죠--;) 그래서 자기가 일에만 열중해 있고 바쁠 때도 정서적 안정감을 줄 수 있는 님을 선택한 것 같거든요. 그런데 님이 그게 자신이 없다고 하시면 여자친구가 결혼 상대자로 가장 중요시 하는 조건이 충족되지 않는셈이니까... 어차피 그럴 바에야 돈이라도 잘 버는 남자랑 결혼해서 둘 다 자기 할 일 하고 가사 도우미랑 베이비시터 쓰면서 살자, 고 생각할 수도 있으니까. 결혼을 그냥 안할 수도 있을 것 같아요
 
님이 결혼 후에 외조를 하는 것이 영 싫으시다면 힘드실거구요... 그건 아닌데 부인이 돈을 많이 버니까 내가 기 죽어 살아야 하나, 무조건 맞춰줘야 하나 하는 생각 때문에 속상하신 거라면... 전 다르게 생각하실 수도 있다고 생각해요.
 
아직도 우리 나라는 여자가 남자에게 맞춰줘야 하는 부분이 있고, 결혼/출산/육아로 포기하는 부분이 많거든요.
그런데 사실 의사까지 한 여자 분들 중에는 자기 커리어에 욕심 많고, 결혼/출산/육아로 인생의 큰 틀이 흔들리기 바라지 않는 분도 꽤 있단 말이에요
그럼 결혼을 안 하시거나... 아니면 그냥 같은 의사랑 결혼 하거나 (최소한 같은 상황이면 뭐가 힘든지, 뭐가 욕심 나는지는 알고...이해해주니까) 아니면 진짜 나를 사랑해서 포용해주고 뒷바라지해주고 가정을 지켜주는; 현모양처 같은 분과 결혼하거나...
그러니까 사실 이 여자를 이해해주고, 당신은 일도 열심히 하면서 사랑스런 부인이자 엄마라고 칭찬해 주고, 일에 지쳐서 들어오면 꼭 안아서 위로해 줄 거라는 확신이 드는 남자는 세상에 바로 그 사람밖에 없거든요. 그래서 결혼하고 싶은 거거든요.
나 다른데 가면 일 욕심만 많고, 애기는 다른 사람 손에 키우면서 자기 커리어만 쌓으려고 하고, 너무 똑똑해서 좀 그런(?) 여자인데, 이 사람 옆에서는 행복하니까... 잘 설명이 되었나 모르겠네요.
 
예비 신부님 성향이 저와 비슷한 것 같아서 글이 길었구요... 그 분은 그냥 님이 포근한 가정이자 안식처가 되주기를 바라고 있는데 현실적인 문제들로 머리가 아파지면 환상이 깨질 수도 있을 것 같네요... 선택은 님의 몫인 것 같아요.
 

1. 여자친구가 님의 어머님이 결혼식에 대한 의견을 제시하는 것 이해 못하는 부분
: 이건 너무 어리고 주변에 결혼한 사람도 없는 것 때문에 더 그러신 것 같아요. 결혼해보고 더 나이가 들어서 주변 사람 결혼하는 거 보면 가볍게 나무라기만 하고 알아서 하라고 하신 우리 어머님이 좋으신 분이구나~하고 깨달을 거에요.
         
3. 집안일 문제
인턴 때 집에서 하는 건 병원에서 묵혀놓은 빨래 가져와서 하고 새 옷 가져가고 뭐 하나 시켜 먹고 자고 자는 정도에요.
거의 님 혼자 사는 집안일을 님이 하시는 것... 이건 그냥 포기하시고 힘들면 사람 쓰세요.
  

4. 돈 관리 
인턴, 레지던트 때는 그냥 병원에서 먹고 자는 경우가 많아서 꼼꼼한 돈 관리가 힘들어요. 그냥 맨날 외식하는 수준이에요
그리고 시험 칠 때도 돈 내야 하고, 의국에서 회비에서 뭐 먹자고 하면 돈 내는 거고 학회비, 대학원 학비, 교재비... 그냥 돈이 줄줄 나가요...
근데 잠 잘 시간도 없는데 언제 돈 관리 하겠어요... 고시생한테 돈 관리 하라고 안하잖아요. 그냥 1-2년차 까지는 두세요. 의사가 제대로 돈 버는 건 전문의 따고 나서 부터에요.

5. 예비장모님
부모님 입장에서는 의사 사위 원하실 수도 있는데...뭐, 이왕이면 내 딸보다 돈 잘 버는 사람 만나서 편하게 살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이실 수도 있고요... 아니면 오히려 의사라면 힘든 거 아니까 위에서 님이 고민하신 돈 관리, 집안 살림 이런 거 고민하지 않고 당연히 사람 쓰자! 애기는 나중에 낳자, 아니면 애가 낳으면 부모님이 키워주시거나...뭐 이런 게 결정이 쉽게 쉽게 되는데 그게 안되니까 걱정하실 수도 있고. 근데 결혼해서 맨날 뾰족하던 딸이 행복해하면 좋아하세요.
 
 
두 분이 서로 마음이 불편해서 결혼 이야기 할 때 '조건'에 대한 것을 이야기를 안하셨을 수도 있는데요.
두 분의 사이를 잘 모르는 사람들이 흔히 이야기 하기에 '여자가 아깝다.'고 할 거에요. 보통은 그렇게 많이 생각하잖요.
 
그냥 '아~ 대개는 그렇게 생각하지.' 하고 쿨하게 생각하시면 좋겠어요. 정말 그냥 사람들이 흔히 하는 말일 뿐이고 님은 여자친구 분이 의사가 될 거라서 결혼하는 것이 아니잖아요. 그리고 여자 친구 분도 내가 손해보는 결혼을 했다고 생각하지 않고, 정서적으로 안정감을 주는 진짜 내 짝을 찾아서 결혼 했다고 느끼실 것 같고. 그럼 다른 사람 말이 뭐 그리 중요한가요.
 
 
만약 님이 여자친구 분의 고시생활 같은 팍팍한 삶을 뒷바라지 해주실 수 있고 삶의 안정감을 주실 수 있는 유일한 남자 분이라고 스스로 확신하시고 그렇게 해주실 수 있다면, 여자 분이 사실은 자신이 일에 치여서 남친 분에게 의존하고 있고, 사랑 받고 있고, 그 애정으로 힘을 내서 버티고 있는 걸 분명히 알고 고마워 하고... 나중에 여유 생기면 (전문의 따서 사람 답게 살게 되면;;) 보답해야지, 하고 생각할 수 있는 분이라면 두 분 행복하실 것 같아요.
 
그러고 보니 맨날 바쁘고 까칠한 저 같은 여자를 구제해준 남편이 진짜 행복한지는^^;; 모르겠는데. 행복해 보이니 그러할 거라고 믿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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