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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혼2주년 기념으로 축가 불렀던 썰~
게시물ID : wedlock_1081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겸둥이♡
추천 : 10
조회수 : 1142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7/10/17 16:00:02
오늘로 벌써 결혼 2주년이네요

글 재주는 없지만 결혼식 때 축가 불렀던 썰 풀어봅니당 

결혼 하기 몇개월 전부터 축가는 누가 불러 주냐고 지인들이 물어봤어요

전 그냥 예전부터 제가 결혼 한다면 고딩친구가 불러준다고해서

친구가 불러 줄거라 했습니다

그래서 주위에서는 신랑이 불러줘야지~ 블라블라 어쩌구저쩌구 하더라고요

"오빠가 잘못 불러도 오빠가 불러줬음 좋겠당" 라며 

예비신부였던 와이프도 은근 기대하더라거요

근데 전 노래를 잘 부르지 못하기 때문에 난 절대 안불러라고 통보했습니다

그리고 축가이야기 나올때마다 대못을 쾅쾅 박고 본드칠까지 했습니다

하지만 예비신부가 제가 축가 불러주길 원하니까 

예비신부를 위해 내가 한번 해봐?라고 생각이 들더군요

어차피 저도 다른 지인 결혼식가서 그냥 간단한 발라드 축가는 듣는둥 마는둥 했으니

다른 사람들도 별로 신경 안 쓸거야 설마 축가 부르다가 너무 떨려 죽지는 않을거야

축가 못부르다고 하객들이 혼내지는 않겠지? 등등 오만 잡생각이 들더군요

그래서 결국에는 일단 준비는 하고 안되면 고딩친구한테 부탁해야겠다고 결론내렸습니다

사람들이 많이 부르는 축가는 싫어서 검색을 하고 노래를 듣고 가사를 보고

결정했던 노래가 에스코드의 그저사랑해였습니다

아 근데 가사를 보니까 감정이 너무 겪해져서 연습하는 동안 쫌 울었습니다ㅠㅠㅠㅠㅠ

이거 결혼식 당일 날 부르면 내 성격에 132%운다고 확신했습니다

어릴때 아버지 돌아가셔서 엄마랑 저 동생 셋이서 고생하며 그 많던 빚 서른 초중반에

다 갚고 결혼 할 시기에 돈도 없는 내가 무슨 결혼이냐며 결혼은 나에게 사치다라고

생각하던 시기에 저 하나만 보고 결혼 해주는 예비신부.....

가사가 딱 저의 상황과 맞아 떨어져서 그런지 연습할때마다 눈물이 났었습니다

그냥 친구한테 부탁할까 싶기도 했는데

연습하면서 많이 울면 당일날은 눈물이 안 날꺼야라고 생각해서

연습할때 나오던 눈물을 굳이 참지도 않았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까지 제가 마이크 잡을때까지 비밀에 부쳤습니다

신부, 하객, 친구, 친지, 우리집 강아지 콩이 ...

아~~~무도 제가 축가 하는지 몰랐습니다 ㅎㅎㅎ

주위에는 그냥 친구가 불러준다고만 했습니다

그리고 결혼식 당일이 다가왔습니다

솔직히 저는 결혼식 당일 날 축가를 불러야 한다는 압박감에

너무 떨려서 심장이 터져나가는 줄 알았습니다

후회했습니다 그냥 친구한테 맡길걸 ㅠㅠ

하지만 이미 벌어졌고 진행되어 가고 있는 일..

사람들은 제가 결혼한다고 떨려하는 줄 알았겠지만

축가를 불러야 하는 부담감과 긴장감에 떨었습니다

전 제 정신이 아니였습니다 혼이 이미 수백번 유체이탈을 반복하며

꿈을 꾸듯이 결혼식이 진행되고 있었습니다

무대체질인 사람은 이런 자리가 익숙할지 모르겠지만

남들 앞에 나서기 별로 좋아하지 않은 저로써는 

이자리가 참 곤욕스러웠습니다

이제 식이 흘러 축가를 부를 시간이 되어 마이크를 잡는 순간

신부를 비롯한 하객들은 의외 모습에 다들 깜짝 놀랬습니다

축가 섭외가 아니고 신랑이?

특히 신부는 친구가 부를 줄 알았던 축가를 신랑이 불러 준다는 사실에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습니다

울지말자 연습하던대로 하자 수없이 나 자신에게 주문과 최면을 걸고

반주에 맞춰 한소절 한소절 불렀습니다

       긴 시간속에~♪ 깊은 고통속에~♪

첨에는 잘 불러 흘러갔습니다

그래 성공이닷!! ㅎㅎㅎ

신부도 완전 감동하여 눈물을 흘리고 있습니다만....




       아무것도~♪ 가진게 없.....

이 소절에서 나도 그만

결국에 울컥하여 눈물을 흘리면서 노래를 못부르고 반주만 흘러갔습니다

다행히? 사회자가 노래를 중지 시켰습니다

하아 그래 됐다 완창은 못했지만 내가 불렀다는 것만으로 됐다 

난 최선을 다했다며 자기 위로를 하였습니다


하지만 사회자왈 "신랑이 감정이 격해져서 노래 진행이 안되어 다시 부르도록 하겠습니다"

ㅇ_ㅇ;;; 아 이게 아닌게 여기서 그만두게 해줘라고 속으로 외쳤지만 반주가 다시 시작되고 있었습니다

당장에 사회자에게 날아차기하고 싶었습니다

내가 왜 쟤한테 사회를 맡겼을깡?

진심 사회자가 원망스러웠습니다

근데 놀라운 일이 벌어졌습니다

하객들 첨에는 축가에 관심도 없이 웅성웅성했는데 축가가 끊기고 신랑이 우니까

뭔일인가 싶어서 음소거와 동시에 모든 시선이 저에게 쏠리면서 제 축가를 감상?하였습니다

하객들에게 무관심였던 축가가 순간적으로 초미관심사가 되어버렸습니다

제길 이러면 나가리인데...

다시 불렀을때도 울컥 했지만

결국엔 완창했고 전 이제 모든것이 끝났다고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습니다

결혼식이 무사히 끝나고 결혼식 참석하신 하객분들께 인사하러 갔는데

이모 고모 사촌형수 회사여직원 신부친구 신부일부가족 기타등등

생각지도 못했던 많은분들이 울었다고 이야기 해주셨습니다

정말 멋졌다고 가사가 흑 ㅠㅠ 너무 ㅠㅠ..

왜 이런 가사의 노래를 선택했냐고 감동적이였다고 칭찬해주셨습니다 ㅎㅎ

당연히 신부는 완전 좋아가지고 ㅋㅋㅋㅋㅋㅋㅋㅋ최고였다고 해주고 ㅋㅋㅋ

그리고 역시  오래된 고딩 친구들은 저보고 미친거 아니냐곸ㅋㅋㅋㅋㅋ

이새끼들한테는 흑역사를 안겨줬습니다 ㅋㅋ

어차피 결혼식 영상촬영은 신청 안했으니까 시간이 지나면 잊혀지겠지 라고 생각했는데....




몇개월뒤 고딩 친구가 폰으로 축가 동영상을 찍었던걸 보여주네요 ㅡㅡ


나의 창피함은 잠시지만 와이프의 감동은 영원한거 같습니다

회사에서 몰래 글 쓰느라 내용이 뒤죽박죽호박죽이지만

읽어 주셔서 감사합니다

다들 좋은 일만 있길바라면서~




요새 육아 땜에 서로가 좀 섭섭했는데 처음 마음가짐대로 행복하게 살자~














출처 나의 결혼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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