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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편에게 또한번 콩깍지가 씌였어요ㅎㅎ
게시물ID : wedlock_1182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그린몬스터
추천 : 10
조회수 : 3948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8/02/14 11:39: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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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베오베금지

제겐 마치 절대 잊지못할 영화의 한장면처럼
뇌리에 콕 박혀버려서
기억저장용으로 남겨놓고 싶어 글을 써봐요 ㅎㅎ

어제 있었던 일입니다.
저희빌라는 옛날 빌라라 엘레베이터가 없어요.
빌라 현관을 지나 집으로 올라가는데
저희집층에서 노란색 센서 불빛이 보이더라고요.
사람이 오가는 기척은 전~~~혀 없는데도요.
꺼졌다가 다시 켜졌다가..
누가 있는듯도 하고.. 정말 조심스럽게 올라가다가
위를 한참을 쳐다봤어요.
그러다가 센서등이 또 꺼졌고 한참이 지나도 안켜지길래
아무도 없나보다 하고 올라갔어요.
그런데 두둥..
반층만 더 올라가면 우리집인데 우리집앞에 강아지가 있더라고요.
말티즈(?) 같았는데 하얗고 체구작은 강아지가 ...
저희집 쪽에서 왔다리 갔다리 하면서 절 발견하고는
계단에서 왈! 하고 작게 짖더라고요.

문제는 제가 강아지를 정말 무서워한다는거에요.....

전 강아지를 딱 한번 키워봤어요. 그것도 3일...
어릴적 아빠가 어디선가 시츄를 데려오셨고
전 그 3일동안 집에 혼자있으면 식탁에서 내려오지를 못했어요...
강아지가 절 보면 너무 격렬하게 짖어대고 쫓아오고 물려고해서.. ㅠㅠㅠㅠㅠ
그러면서 엄마하고 아빠만보면 꼬리를 격렬하게 흔들고
언제 그랬냐는듯 순진한 얼굴 ㅠㅠㅠ

그래서 그런지 강아지를 많이 무서워해요..
게다가, 엄마는 알러지가 있으셔서 그런지
유독 강아지에 대해서 만큼은 엄격하셨어요.
강아지있는 친구집에 놀러갔다오면 꼭
손씼었냐, 병균옮는거 아니냐, 친구집 가도 너무 강아지 만지지 말아라고 말씀을 하셨다보니
저 또한 강아지에대한 약간의 편견이 있어요.
그래서 길거리 강아지들은 절대 만지지 않구요.
(견주분들 죄송합니다 ㅠㅠ 그래도 저혼자 그러고 말아요 강아지한테 피해입히지 않아여..)

그러다보니 반층 위에있는 그 쪼그마한 강아지가
호랑이처럼 보이는거에요.

왈! 하고 작게 짖었을때도 혼자 놀라서 소리지르고
거의 울뻔했어요.. 
가까이가면 더 짖을것도 같아서 가까이 가지 못하기도 했고..

제가 위험을 무릅쓰고(?) 우리집으로 올라갔다가는
그강아지가 영영 빌라밖으로 도망갈거 같은거에요.

빌라사람들하고 친하진 않지만 대충 어느층 강아지인지 알것 같았거든요.

부랴부랴 방안에서 작업 마감을 코앞에둔 남편에게 전화를 했어요.
우리집 문 바로 앞인데 강아지가 있다, 못들어가겠다.
이 강아지 윗집네 강아지인거 같은데 데려다 줘야할거 같다.
(윗집에서 마티즈같이 작은개 짖는소리가 종종 들리거든요.)
고 말했더니 남편이 나오더라고요.

참 신기한게, 남편이 현관문을 열면 강아지가 놀라서 도망갈줄 알았는데
스르륵 마치 자기집인거처럼 우리집으로 가더라구요 ㅋㅋㅋㅋㅋ

근데 남편이 너무 자연스럽게 강아지를 부르더니 너무 다정하게 강아지를 쓰다듬고
품에 안아올리는거에요.

남편이 평소에 강아지를 좋아하긴 해요.
삼시세끼에서 강아지나오면 강아지 궁둥이봐라고 너무 귀엽다고
사진찍어서 제게 보여주곤 했거든요.
전 직접보는 강아지는 싫어하지만
사진이나 영상으로 보는 강아지는 좋아하긴 하구요. (실제로 세나개 애청자에욬ㅋㅋㅋ)

아무튼 그 순간 아주 찰나의 순간이였는데
그때의 남편의 표정과 행동이 그냥 뇌리에 콱 박혀버렸어요.

어.. 뭐랄까.. 전 남편이 강아지를 좋아한다는걸 알고있으면서도
문앞의 강아지를 쓰다듬거나 안아올릴거란 생각은 못했거든요..

그냥 강아지를 빌라밖으로 못나가게(?) 지켜보고 있거나
한쪽으로 조심스럽게 몰아주면 
제가 윗층으로 샤샥 하고 올라가서 주인을 찾아준다는 시나리오 정도로만 생각하고 있었는데..
모르는 강아지를 저렇게 다정한 표정으로 품에 안아올리는게..

싫은게 아니라 음.. 
뭔가 좋은쪽으로 부드럽고 따뜻한 기억으로 머릿속에 박혀버렸어요.

이런 감정을 뭐라 표현해야할지 사실 잘 모르겠네요 ㅎㅎ
처음 느껴보는 감정이라서.

아무튼 어찌저찌 강아지 주인을 찾아줬어요.
강아지 주인인 어머니는 빌라근처에서 수다중이였었고,
아들이 마트간다고 나오는사이 강아지가 따라나온거 같더라구요.

처음에 갔을때 빈집이였어서 옆집 문 두드렸는데,
다행히 옆집 할머니께서 견주에게 전화를 드렸고
아들은 마트갔다가 수다떠는 어머니(견주) 하고
같이 올라가려고 기다리고 있었던 모양이더라고요.

굉장히 별게 아니긴 하고
누군가는 그게뭐? 강아지 좋아하면 그럴수도 있지 라고 생각할수 있는
남편의 행동이였을 테지만
아마 어제의 남편의 행동은 평생 잊지 못할거같아요.
그냥 그때의 그 모습이 머릿속에서 계속 둥둥 떠다녀요 ㅎㅎ

그리고, 6월이면 제가 출산인데
우리아이가 태어나면 마냥 나 혼자두지 않겠구나,
우리아이에게도 저렇게 다정하겠구나
하는 믿음이 또한번 생긴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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