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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 혼자산다. 일주일만(2)
게시물ID : wedlock_120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하늘지기1
추천 : 9
조회수 : 125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8/04/10 12:4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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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이틀째.
     
첫날밤, 생각보다 잘 잤다. 뒤척이며 긴 밤 지새울 줄 알았는데.
이불을 걷어붙이고 컨베이어 벨트에 따라 움직이는 제품처럼 씻고 먹은 다음, 곧바로 문을 나섰다. 달라진 게 있다면 자고 있는 딸아이 볼에 뽀뽀를 해야 하지만 킵(keep) 해두고 한꺼번에 해주기로 다짐했다.
     
오늘은 일주일의 하이라이트, 불타는 주말의 서막인 금요일이다.
어제 회사 국경일로 오늘 월차를 내면 4일간 쉴 수 있어서 몇 일전 과감히 우리 집 내무부장관에게 결재를 올렸지만, 곧바로 퇴짜 맞았다.
이유인즉, 작년에 이어 이번 달 말, 혼자 제주도 여행이 계획 돼 있어 월차를 쓸 텐데 굳이 또 쓰느냐 였다.
바늘 하나 들어갈 곳 없는 완벽한 논리 앞에 바로 꼬리를 내릴 수밖에 없었고 지금 이 상황만으로도 행복에 겨워 미소를 지어야 당연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염치도 없고 어림 반 푼도 없는 나의 생각이었다.
     
그렇게 시간은 흘러 드디어 퇴근5분전. 평소보다 1분1초까지 자를 수 있도록 칼을 갈아 칼퇴근을 시도했다. 마지막 1초까지 아슬아슬하게 회사 문을 열었다. 때마침 나를 기다리고 있던 미세먼지와 황사가 나를 덮쳤지만 집으로 향하는 기분만큼은 그렇게 싱그러울 수 없었다. 
     
보통 이런 기회가 생기면 절친을 만나 밤늦게까지 술에 쩔거나 단란하게 보낼 수도 있겠지만 아쉽게도 난 소문난 집돌이다. 특히 아이가 생긴 이후 더 심해진 것도 있지만 태생이 그랬다. 아무런 거부감도 아쉬움도 없다. 퇴근 후엔 그저 집에서 가족들과 보내거나 혼자 있는게 나에겐 저녁이 있는 삶이었다.
     
집에 도착하자마자 곧바로 야식을 주문했다. ‘치킨, 어디까지 먹어봤니?’ 라고 물어보고 싶을 정도로 최근 먹어본 치킨 중 가히 혁명적인 그 맛에 매료되어 이순간만 오기를 기다렸다.
그러나 역시 불금은 불금이었다. 나처럼 행동에 옮긴 사람이 한둘이 아니었던 것이다. 한 시간 정도 기다려야 겨우 먹을 수 있었다.
     
거실 소파에 앉아 영화를 보며 마시는 맥주 한 잔, 그 목 넘김에 이번 한 주의 고단함도 함께 쓸려 들어갔다. 아내와 함께 불금을 보내던 그 기분은 아니지만, 스스로에게 융숭한 대접을 한 기분이다.  
이제 시작된 나의 주말 그리고 나의 시간들. 아까운 마음에 꼭 무언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보단 그저 마음 끌리는 데로 이 순간을 즐기는 것이 결국 나에 대한 작은 배려임을 이제 안다. 
그렇게 나 혼자의 주말은 시작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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