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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자친구랑 헤어지고 난 뒤, 갈등하는 마음에 갈팡질팡 합니다
게시물ID : wedlock_1230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별과바람과
추천 : 4
조회수 : 3988회
댓글수 : 14개
등록시간 : 2018/06/24 01:31:39
결혼하자고, 인사드리러 내려갔다가 깨져서 결게에 씁니다. 결게분들 얘기를 듣고 싶은 것도 있구요.

저는 서른 중반, 여자친구는 이십대 후반으로 나이 차는 좀 납니다.

저에게는 첫 여자친구였고, 삼년동안 만났습니다. 

사귀면서 싸우기도 많이 싸웠지만 끝까지 서로 얘기해서 풀었고, 같이 자고, 같이 일어나고 싶어서 결혼하자고 졸랐어요.

여자친구는 가장이 되어 집을 부양해야하는 입장이고-아버지가 돌아가심, 어머니는 일 안하심-, 저는 대기업을 다녀서 수입 여유는 있고 부모님은 연금이 나와서 우리집은 걱정하지 않아도 되는 상황.

여자친구는 현실적인 걱정을 하며 주저하다가 - 결혼비용이나 모은 돈, 결혼 후 부양 문제 등 - 오케이를 해서 제 부모님을 뵙기로 했습니다.

부모님은 사귀는 얘기를 했을 때 부터 탐탁찮아 하셨어요. 흔한 조건 차이 집안차 뭐 그런 것들 있잖아요. 뒤에 만나는 것도 반대하시고 했는데 싸우고 하면서 제가 밀고 갔었죠. 어머니랑은 많이 싸웠고 아버지랑은 별로 말을 하지는 않았었는데

결국 내려갔을 때 일이 터졌죠. 부모님께서 상대 부모님이 어떤지 유전은 있니 없니 아프니 그런 얘기를 물어보셔서 여자친구가 상처를 많이 받아서 끝나버렸습니다. 당일날은 얘기를 잘하고 지나갔다고 생각했었는데..
그런 얘기를 하는 자리에서 사실 저도 언젠간 알게 되겠지 하고 별 생각 없이 앉아 있었어요.

사람들에게 얘기하고 들어보면, 또 돌이켜보면 정말 무심하고 몰랐구나, 그래서 상처를 많이 줬구나 싶어요.

부모님이 무심하고 무례(?)한걸 떠나서 나도 그렇구나.. 진짜 그런것도 모르는구나.

그렇게 헤어진지 두달가량 됐네요.


여자친구랑은 삼년동안 만나면서 미숙해서 많이 싸웠지만 - 처음 만나서 모르는게 정말 많더라구요 - 서로 되게 좋아했어요. 지금도 보고싶어요.

헤어지고나서 아버지랑 많이 싸우고 얘기하고 그러고 있습니다. 이 무심함을 고칠 순 없더라도 인식을 해야 되풀이 되지 않겠구나. 누굴 만나더라도 무심함에서 나오는 상처줌은 반복될테니까요. 또 내가 그런게 있으니까.. 얘기를 하고 더 싸워야 되지 싶어서.
헤어지고 나서 너무 울어서 부모님들도 놀라시고 자책도 하고 뭐 싸우기도 하고 걱정도 하고 그런 상황이 됐어요.

헤어지자는 얘기를 들었을 때 더 잡지 않았던 건, 사실 저도 현실적인 고민에서 갈팡질팡하는 마음을 가진 채로 결혼을 밀어붙인게 있어서였어요. 그게 제일 컸고, 두번째로는 만나고 있는 채로 부모님이랑 싸우게 되면 남는 여파들이 다 여자친구한테로 갈테니까 그건 싫어서 였는데. 쩝.

헤어진뒤 잡으려고 만났었는데, 나 부모님이랑 싸우고 대화하려고 한다고 다르게 하려고 한다고.

여자친구는 앞으로 이런 일들이 더 많을텐데 걱정이 되는데 오빠가 든든하지 않다
그리고 내가 잘 모르겠다고 하는 것들에 대해 알려주거나 가르쳐야 하는데 그걸 평생할 자신도 없고 그러기도 싫다네요.
얘기하면서 오롯 제 느낌이긴 하지만 여자친구가 날 아직 좋아하는 마음은 남아있지만 자기 집에 대한 게 더 걱정이 되고, 그걸 깰만큼 내가 미덥지가 않구나 하는 걸 느꼈어요.


갈등이 되는 마음은
여자친구가 좋아요. 사귈때나 지금이나 항상 자기 전에 보고 싶고 깼을 때도 보고 싶어요.
웃기죠, 마음이 변할까봐 누굴 만날 때도 걱정하고 그래서 만나기가 어려웠는데
정작 늦은 나이에 삼년이나 만났는데도 좋은게. 권태기가 1~2년 뒤에 온다는게 어떤 느낌인지 모르겠어요
싸우긴 하지만 싸우는 과정은 서로 생각을 맞추는 거라 생각하고 말해야 아는거니까
계속 대화하려는 의지가 참 중요하다고 생각하는데 이건 둘 다 있거든요. 여자친구가 현실적인 걱정을 이기고 결혼하자고 얘기한 것도 이부분였고.
여자친구랑 만나면서 제가 많이 배우고 성장하는 것도 좋았어요. 연애를 통해서 사람이 크는구나 싶더라구요. 조그마한 거에도 감사해하는 모습도 좋고. 알아주는 것도 좋았고.

현실적인건 걱정이 돼요. 계산적인 사람이라 리스크를 계산하고 회피하고 싶어요.
그럼에도 결혼하자고 월 백씩 드리자고, 부양하기로 했는데 나중에 병원비나 그런게 걱정이 되고..
여자친구가 일은 할거지만 애를 낳게되면 수입이 끊기니까요. 나중에도 계속 하고는 싶어하지만 안정적이거나 수입이 많은건 아니라서..
둘사이 문제로 다투는건 전혀 걱정이 안되는데, 외부 문제로 트러블 생기는건 대화로 해결가능하거나 뭐 그런 종류가 아닐거 같고..
나중에 싸울 때 [내가 이만큼 해주는데, 노력하는데] 라고 생색낼까봐 엄청 걱정이 돼요. '내가 노력/손해보는데' 하는 마음이 들거나 혹시나 말해버리게 되면 파국이니까.. 그런 어설픈 마음으로 만나자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나도 얘도 안 좋으니까.

딱 사람들이 해주는
그 리스크를 왜 짊어지려고 하냐, 다른 사람 찾아라
감당할 수 있을 정도로 사랑하면 그냥 딱 해라.

제 그릇이 담을만큼 크지가 않네요. 좋아하는 마음으로는 키워서 감당하고 싶은데.. 그럼에도 좋은데 갈팡질팡..
또 살면 사는대로 살아질 거 같은데..

지금은 시간을 가지고 제 마음을 잘 살펴서 결정해야 하는걸 알아요. 생각으로 감당할 수 있을까 아닐까로 결정한다는게 말이 안되는 얘기일 수 있지만
잡으러가려면 여자친구 어머니를 여자친구처럼 여기는 마음이 있어야 되겠죠..
그런데 다른 비슷한 사람을 찾는건, 시간도 걱정이지만 이만한 사람이 있을까 싶어요.

진지한 연애를 몇 번씩 하는 사람들은 참 대단한거 같아요.. 행복할 때는 너무 좋은데 고통스러울 때는 너무 힘든데, 이런걸 하고 사는구나.


인터넷에 쓰는건 여자친구네 쪽이 알아볼까 걱정이 되고, 주절주절 말은 긴데 제대로 전달하고 싶은걸 못 쓴거 같은데
넋두리하고 싶고, 또 보시는 분들 솔직한 얘기들을 듣고 싶어요.

결게에 마음이 많이 느껴지는 분들이 많더라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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