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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언 좀 부탁드립니다ㅠ 이 결혼, 제가 너무 걱정이 많은건가요?
게시물ID : wedlock_1242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보푸레기(가입:2018-01-22 방문:69)
추천 : 22
조회수 : 10496회
댓글수 : 60개
등록시간 : 2018/08/04 15:52:51

가장 친한 친구에게 고민을 털어놓았더니,

가까이만 살면 자기가 도시락 싸들고 쫓아다니며 뜯어말리고픈 결혼이라 하더군요.

그 정도냐 물으니 여기 비슷한 고민을 가진 사람들이 많다며,

많은 사람들 의견을 들어보고 결정하라 해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글 써봅니다.

 

남자친구는 30대 중반 저는 20대 후반 6살 차이로,

2년 연애 끝에 결혼을 결심하고 상견례까지 마친 상황입니다.

둘 다 대기업에 종사하고 남자친구는 세후 400, 저는 300 정도를 벌고 있는 상황이고요.

양가 부모님 모두 너무나 상식적인 분들이시고,

특히나 예비시부모님께서 저를 굉장히 예뻐해 주셔서 감사할 따름입니다.

 

문제는 돈 얘기가 오가면서부터인데요..

서로 모은 돈을 터놓고 보니, 남자친구가 본인의 대출을 갚아온 탓에 모은 돈이 생각보다 얼마 되지 않더라고요.

저는 나이 차이가 적잖아 모은 돈이 너무 차이나면 괜스레 미안해지는 상황이 올까 걱정했었는데,

결론적으론 남자친구가 5~6천, 제가 6~7천정도 있는 상황입니다.

 

얘기를 들어보니 아버지가 사업을 해 오시긴 했지만

10대 중반부터 가세가 기울기 시작해 본인의 경우 대학부터 빚을 내 다녔고,

입사 이후에도 버는 족족 학자금대출과 입사 후 추가로 받게 된 전세자금대출을 상환하기 바빴다 하더라고요.

부모님 상황은 이제 많이 괜찮아지긴 했지만

20여 년 전 두 분 모두 파산신청을 해 아직까지 신용카드 등도 남자친구 명의를 사용 중이며,

두 분 먹고 사실 정돈 되지만 우리 결혼에 도움을 주시진 못하실 거라고..

 

하도 풀이 죽은 목소리로 얘기하기에

그랬냐, 왜 진작 말하지 않았냐, 얼마나 힘들었냐,

괜찮다, 우리 둘 다 못 버는 편 아니고 앞으로 열심히 모아나가면 되는 거 아니냐,

마음 아프니 내게 너무 기죽은 모습 보이지 말아 달라 했습니다.

남자친구도 그렇게 말해주는 제게 고마워했고요.

 

돈이 없으니 서울에 전세를 살려면 대출을 2억은 받아야할 것 같아,

신혼 2~4년은 제 직장에서 1시간 반~2시간가량 떨어진 남자친구 직장 앞에 전세를 살기로 협의했고요. (지방이라 전세가 쌉니다.)

저는 광역버스로 출퇴근하게 될 것 같지만

뭐 사랑하는 사람과 함께 할 수 있고 젊어 고생은 사서도 한다는데,

몇 년 바짝 모아 서울로 들어오면 그것도 의미 있는 경험이 되겠다 생각했습니다.

남자친구 나이 탓에 아이도 빨리 가져야할 것 같은데,

육아휴직기(2년)에 들어서면 계속 직장을 다녀야 하는 남자친구라도 편한 게 낫겠다 판단했고요.

 

그런데 웬걸, 어느 날 갑자기 남자친구가 아버지께서 1억 정돈 도움을 주실 수 있을 거라고 하셨다더라고요.

원래 여자보다 남자가 조금 더 해가는 거라고,

너 학교 다닐 적 변변한 도움 한 번 못줘봤는데 이제라도 도와주고 싶다 하셨답니다.

남자친구도 그런 아버지 의사를 존중해드리고 싶다며, 이번엔 도움을 받자했고요.

저도 뭐 ‘그래 차라리 잘됐다, 요즘 전세가격이 얼만데’라 생각 돼,

엄마에게 그에 맞게 예단과 혼수를 해야 할 것 같다 말씀 드렸습니다.

(저희 집은 그럭저럭 사는 편인데, 저 역시 구태여 부모님 노후자금에 손대고 싶지 않아 알아서 가겠다 해놓은 상황이었거든요.)

엄마도 되레 잘됐다며, 사실 나는 네가 조금이라도 편하게 결혼생활을 시작했으면 싶었다 하셨고요.

 

그런데 구체적으로 돈이 오가야할 시기가 되자,

갑자기 도움을 주시겠단 금액이 절반인 5천으로 줄어들더라고요.

그러면서 하시는 말씀이,

사업을 유지하는데 소요되는 돈이 월 1.5~2천정도 되고

연에 크게 한두 번씩의 거래를 통해 1~3억 수익이 남는 장사인데,

이번 건이 체결되지 못해 당초 계획이 틀어진 상황이라는 겁니다.

저야 뭐 애당초 도움을 안 받을 각오로 시작한 결혼이었기에,

그래도 5천이나 보태주시니 그게 어디냐는 생각이 들어 감사하다 했습니다.

 

그런데 이 얘기를 들은 저희 엄마께서 돌연 심각해지시더라고요.

그렇게 레버리지가 큰 사업이면 계획이 틀어질 때마다 월 몇 천씩 빚이 쌓인다는 말 아니냐,

(실제로 재작년쯤 남자친구가 아버지께 2천 정도를 빌려드렸다 최근 들어 돌려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부모님은 어떻게 20년 전 파산을 했는데 아직까지 아들명의 카드를 쓰고 계시냐,

연세가 있으신데 언제까지 일을 하실 수 있으시겠냐,

보험이랑 연금 같은 것도 하나도 준비가 안 되어 있으신 것 아니냐 등의 걱정이었습니다.

 

엄마의 핵심은

 

“너희 둘 다 못 버는 편은 아니기 때문에 도움을 못받는건 오히려 괜찮다고 생각하지만,

그 분들이 너희 앞날에 짐이 될 수 있는 경우의 수가 있다면 솔직히 엄마는 반대하고 싶다.”

 

라는 것이었습니다.

서울아파트 중위 값이 7억인데 도움 없이 자가를 매매하려면 10년은 꼬박 걸릴 테고,

그때쯤이면 태어난 애들한테 한참 돈 들어가, 네 남편(남자친구)은 정년 가까워져와,

일흔 넘으신 시부모님 보험 없는데 아프기 시작해,

아프시지 않다 손치더라도 연금 같은 게 하나도 없으시면 하나있는 아들이 생활비를 책임져드려야 하는 게 당연한 거라고....

듣고 보니 일리는 있는 것 같아 그럼 어찌해야 좋겠냐 물으니,

예의에 어긋나는 일처럼 여겨질 수도 있지만 이 결혼을 하게 되더라도 정확한 상황을 알고 하느냐 모르고 하느냐는 또 다른 문제이니,

일단 남자친구에게 예비시댁의 재정상황을 대략적으로라도 물어보고 결정은 네가 해라, 하시더군요.

 

그래서 조심스레 남자친구에게 얘기를 했고,

남자친구가 부모님께 여쭤봐 내용을 전달해주었습니다.

 

현재 살고 있는 집은 전세,

모아둔 목돈 없음,

연금은 없지만 80까지 일할 생각,

보험은 있지만 실손인지는 모르겠음

 

정도가 결론이라고,

자기 부모님께서 너무 속상해하셔서 이 정도만 물어왔다고 하더군요.

 

그때부터 남자친구와의 사이도 조금씩 틀어지기 시작했습니다.

남자친구는 저와 저희 엄마가 일어나지 않을 수도 있는 일을 지나치게 걱정해 자기 부모님의 자존심을 상하게 했다며 혼자 술 마시는 날이 잦아졌고,

제 딴엔 그래도 오빠명의 카드를 계속 쓰실 예정이시고 돈을 2천씩 빌려 가시기도 하는 등 조금 특수한 상황이 보이는 만큼 우리 엄마도 궁금한 것들이 생길 수 있고 나 역시 가족이 될 사람인데 알 권리는 있다는 입장이었죠.

 

이전에는 없던 몇 차례의 다툼과 대화 끝에 서로의 입장 차이를 이해하기로 했고,

그래도 우리가 서로 사랑하게 된 것,

비슷한 시기에 결혼을 하고 싶게 된 것,

이만큼 결혼을 진척할 수 있었던 것 모두 기적과 같은 인연이라 생각해

서로 모자란 부분은 채워가며 함께하자 결론지었습니다.

 

 

 

하지만 그 이후로도 자잘한 갈등은 계속되었습니다.

저는 저희가 다른 커플 대비 조금 힘들게 시작하는 편 같고

향후 시부모님에 대한 부양부담도 어느 정돈 따를 것이라 예상되어

일찍이 아껴아껴 저축해 3~4년 안에 대출을 끼더라도 자가를 구입해두자는 주의인데,

남자친구는 그런 것엔 전혀 관심이 없고 오히려 현재를 중시하는 편이어서요.

 

예컨대 저는 있던 차를 팔고 신혼집이 있는 동네부터 직장까지 매일 왕복 3~4시간을 버스를 타고 다닐 예정인데,

남자친구는 도보 10분 거리일 회사도 구태여 차를 타고 다니겠다하며(가까우니 기름 값 해봐야 얼마나 하겠냐는 입장입니다.) 너도 힘들면 그냥 차를 사라고 말하는 것,

본인의 회사 사람들처럼 외제차 욕심도 어느 정도 내는 것,

저는 예단 예물 모두 없이 결혼식을 간소화하고(양가부모님 모두 동의하신 사항) 대관료도 빼주는 시기에 결혼을 하고 싶은데,

남자친구는 그래도 회사 사람들이 오는데 너무 구질구질한 건 싫으며 생에 한 번뿐인 신혼여행도 돈 좀 써서 2~3주간 유럽배낭여행을 다녀오고 싶다는 것과 같은 식입니다.

 

자기가 생각보다 회사를 오래 다닐 수도 있을 거고,

자기 아버지 사업이 대박이 날수도 있을 거며,

자기 부모님이 아프지 않으실 수도 있을 건데

제가 너무 앞날에 대한 걱정이 많아 저축과 내 집 마련에 집착을 하는 것 같다는 겁니다.

전 그 사람이 좋게 말해 너무 순수하고, 나쁘게 말해 현실감각이 없다 생각하고요.

 

그 와중에 이런저런 예산을 논하는 과정에서

“그래서 장모님은 얼마를 도와주신대?”라고 묻기에,

그게 무슨 말이냐, 그건 아버님께서 1억 정도 해주신다 하셨을 때 그에 맞춰 예단과 혼수를 하겠다는 말이었고

지난번에 어머님께서도 5천도 못 도와줄 수 있으니 그 돈 없이 계획을 세우고

그거라도 도와줄 수 있게 되면 보너스라 생각하라 말씀하셨는데,

내가 모아가는 돈 7천으론 부족하단 거냐 했더니,

 

자기네 집에서 5천을 해주겠다 말을 했으면 장모님도 5천을 도와주셔야 하는 거 아니냐 하는 겁니다.

솔직히 순간 좀 빈정이 상해

‘아니 그럼 내가 모은 돈 7천, 오빠 6천, 아버님이 5천, 우리 엄마가 5천을 해야 한단 소리에요?’ 했더니

‘응’이라고 대답하더군요.

자기가 나이 대비 모은 돈이 없는 건 미안하지만,

미안한건 미안한 거고 외부로부터 받는 돈은 ‘M빵’해야 하는 게 아니냐고요.

자신의 부족한 점을 자기 아버지가 채워줄 필욘 없다고 생각한다네요.

 

순간 머릿속에서 뭔가 뚜둑하고 끊어지는 느낌이 들면서,

 

나는 6살이나 어리고 왕복 3~4시간씩 차도 없이 출퇴근을 해야 하는 와중에

남자친구와 아버님 희망대로 애는 둘 정도 낳고(저는 아직 자녀는 조금 생각을 해보자는 입장) 낳은 후에도 ‘자기 일’을 계속하며

주기적으로 시부모님을 찾아뵙고 우리 부모님은 못보고

(자기 부모님과 식사하는 등의 일은 굉장히 고마워하면서, 지방인 저희 집에 내려가는 일은 대놓고 귀찮아하며 자기에게 부담을 지우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자긴 원래 성격이 살갑지 못하다고요.)

돈 쓰고 싶어 하는 남편 어르고 달래가며 같이 대출 갚고 다 갚아갈 무렵엔 시부모 봉양을 해야 하는데

지금 나한테 ‘반반결혼’을 하자 하는 건가?

 

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원체 정리정돈도 안하고 귀찮음이 많은 성격이라 집안일도 제 몫이 더 클게 명백하고

(이런 얘기 나오면 ‘그냥 자기도 안치우고 살면 되잖아’라고 얘기합니다.)

애, 낳고 몸 망가지고 커리어 끊기는 것 역시 전데,

5천 받고 시작해도 그 두세 배는 시가에 들어갈 거라 생각하는 와중에

나이도 많은 남자친구가 저희 엄마를 상대로 ‘M빵’ 얘기를 하니

내가 오죽 못났으면 이런 대접을 받나 싶은 마음도 들고,

사랑하니까, 라는 이유로 당연히 생각했던 모든 것들이 갑작스레 모두 제 손해처럼 느껴졌습니다.

 

돈이 없는 건 없는 거고,

그게 제게 미안한 일일 것까진 없겠지만

그래도 함께 라는 것에 의미를 두고 같이 해나가기로 한 제게 고마운 마음이라도 가지면서

함께 아껴 살기위해 노력하는 태도라도 보여주길 바라는 제가

남자친구에게 바라는 것이 너무 많은 건가요?

 

제가 너무 걱정도, 욕심도 많은 건가요?

 

돈이 없고 집이 어려운 게 그 사람 잘못이 아닌데,

나를 참 아껴주고 예뻐해 주고

자기 옷은 안사입어도 내가 갖고 싶은 건 어떻게든 사주려는 고마운 사람인데,

라는 생각이 들면서 새삼 안쓰럽게 느껴지다가도,

 

결혼이라는 중대사를 앞두고 막연한 낙관주의로 철없이 굴고

위와 같은 일들을 핑계로 하루가 멀다 하고 술을 마시는 남자친구와,

성품은 훌륭하시지만 노후에 대해 아무 준비도 안 되어 계신 예비시부모님을 보면

(결국 지원은 그 5천도 힘들 것 같습니다.)

제가 아직 너무 어려 사서 고생길로 들어서나 하는 기분도 듭니다.

 

주위에 결혼한 사람도 별로 없어 어디 물을 때도 없고,

이런걸 따지는 제가 너무 속물 같은 앤가 싶기도 하고..

정말 이 결혼 해도 괜찮을까, 하는 생각이 계속 드네요.

따끔한 말이라도 좋으니 인생선배분들의 조언을 듣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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