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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어머님...
게시물ID : wedlock_128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노트북실45
추천 : 17
조회수 : 1682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9/02/06 14:20:12
우리 어머님.. 좋은 분이십니다.

자식들에게 하나라도 더 챙겨주려 하시고.. 싫은 소리는 못하시는 분이죠.

결혼해서는.. 무뚝뚝한 저와는 너무도 달라.. 당황스러웠어요. 방임형인 친정 부모님과는 다르게 하나부터 열까지 세심히 챙기시는 스타일이라.. 

회사 관두고 집에서 프리랜서 한답시고 빈둥대는 며느리에게 도시락 싸다 주신 분입니다. 혼자 챙겨먹지 못할 거라고..

근데.. 그땐.. 어머님의 이런 면이.. 괜한 일.. 이라고 생각했었어요. 싹퉁머리 없게.. 

뭐 이런 것까지 챙기시나.. 그랬죠.. 

뭐.. 무뚝뚝해서 표현은 못했어도.. 저도 어머님 좋아했어요. 쇼핑 너무 좋아하시고.. 이것저것 참견하시고.. 그런 게 잘 안 맞긴 했지만.. 그래도 인간적으로 좋은 분이었고 그랬거든요. 

결혼하고 10년이 넘었는데.. 지금까지 어머님께 싫은 소리 한 번 들어본 적이 없네요.

근데.. 지금 어머님이 아프세요. 좀 슬픈 병에 걸리셨어요. 

말도 없어지시고.. 쇼핑도 안 하시고.. 많이 변하셨죠.

이번 명절은.. 결혼해서 제일 힘든 명절이었어요. 음식 준비를 제가 했거든요. 
그동안.. 제가 너무 날로 먹긴 했었죠. 어머님이 다 준비해놓으시면.. 옆에서 수다 떨다 설거지나 쬐끔 하고 그랬었거든요. 이번엔 어머님이 못하시니.. 제가 준비했어요. 그치만.. 몸 힘든 건.. 뭐.. 그냥 그랬는데.. 

어머님이.. 이젠 일을 하실 수가 없는데.. 제가 일하는 부엌에서 벗어나질 못하시더라고요. 전에 명절에 부엌에서 나오시지 못하고 일했던 것처럼.. 부엌에서 계속 뭔가를 정리하시고.. 치우시고.. 가스 불을 켜고.. 그릇을 꺼내고.... 오래된 습관이라 몸에 밴 듯.. 그러시더군요.
일하는 제게 방해가 된다며 아버님이 어머님을 방으로 데려가도 곧 다시 나오셔서 반복..
어머님 덕분에.. 일이 더뎌지긴 했는데.. 전.. 계속 슬프고 짠했어요.
남편은 더 마음이 아팠겠죠. 

더 좋아지시긴 힘들 거예요. 전의 모습으로 돌아갈 순 없다는 것도 알아요. 
근데.. 우리 어머님 아직 젊고 고우신데.. 그냥.. 이 정도로만.. 유지하며 오래 곁에 계시면 좋겠어요. 

명절 후라.. 여기저기 시댁에서 힘들었던 글들이 많이 보이네요.
전.. 어머님이 건강하셨을 때 좀 더 살갑게 대할걸.. 더 잘해드릴걸.. 후회해요.
어머님이 참견하신다고 투덜댔던 것도 깊이 반성하고요. 
다시 기회가 오면 좋겠어요. 그럼 쇼핑도 군소리 없이 따라다니고.. 밤 새고 수다도 떨어드리고 할 수 있을 것 같은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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