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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재] 리얼 생생 출산후기 #3. 무통천국! 무통의 위력을 실감한 후기
게시물ID : wedlock_1409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세라87
추천 : 6
조회수 : 173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21/07/15 07:47:09

분만실에 들어가자 '드디어 시작이구낫!' 싶어서 두근두근했다.

분만실에는 나와 남편 뿐이었다. 여러 산모들과 북적대면서 한 병실에 있지 않고 처음부터 끝까지 가족분만실에서 오붓하게 남편하고 둘이만 있어서 훨씬 편안하고 안정감 있게 분만할 수 있었다.

간호사가 들어와서 손등 쪽에 수액을 꽂고 항생제에 대한 알레르기를 테스트한다고 채혈을 했다. 수액 주사 바늘은 꽤나 커서 맞을 때 아팠다. 바늘들이 피부를 찌를 때 아프긴 했지만 별 생각 없이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나를 보면서, 원래 주사 바늘을 극도로 무서워하고 아파하던 옛날의 나와 달라진 나를 보았다. 임신을 한 순간부터 병원에서 수많은 검사로 인해 자주 채혈을 하고 주사바늘을 맞다 보니 익숙해진 것 같았다.  

간호사가 나의 인적사항을 체크하다가 내가 겨우 5일 전에 병원을 변경했다는 것을 알고 이전에 다니던 병원이 어딘지 물어봤다.

OO병원이라고 하자 간호사가 "요즘 OO 병원에서 바꾼 분들이 갑자기 엄청 늘었어요. 요새 OO병원, 분만 그만둔 거 아니죠?"라고 물어봤다.

아무래도 내가 맘카페에 썼던 'OO병원은 마취과 상주의가 없다고 해서 바꾸려고 하는데, 무통주사 분만 때 필수인가요?'라는 글 때문인 것 같았다..(지역 맘카페인데 조회수가 2천 가까이 되고 댓글도 80여 개가 달렸었으니, OO 병원에 다니는 많은 임산부들이 본듯했다..)  새삼 맘카페의 위력을 실감했다.. 사실 마취과 상주의가 없던 게 어제 오늘 일도 아닌데 갑자기 이것 때문에 손님이 줄다니 ㅜ

"아니에요, 분만 계속 잘 하고 있어요~"

"근데 산모님은 왜 병원 이전하시게 되었는지 혹시 물어봐도 될까요?"

"아.. 저는 무통주사 때문에... 거기는 마취과 상주의가 없어서요."

"아, 그럴 수 있죠! 지금 무통 주사 놔드릴까요?"

(지금?? 자궁문 2.5cm밖에 안 열렸다며..! 유튜브에선 자궁문 4cm 넘어야 맞을 수 있다던데???) "어, 근데 저 아직 자궁문이 별로 안 열렸는데 맞아도 되나요?"

"네, 상관 없어요. 맞으셔도.. 내키지 않으시면 나중에 맞으셔도 되고요."

"어.. 쫌만 이따가 맞을게요."

너무 빨리 맞으면 힘을 잘 못주고 자궁수축을 방해해서 분만 과정을 더디게 만들 수 있다고 들어서 조금 더 참아 보기로 했다.

진통주기를 체크하는 어플로 남편과 진통이 올 때마다 시간 간격을 체크했고, 유튜브에서 배운(참고로 내가 얻은 거의 모든 출산정보는 분만실 간호사가 운영하는 '맘똑티비' 채널에서 얻은 것) 진통을 줄여주고 순산을 유도하는 흔들흔들 자세를 취해 보았다. 흔들흔들 자세란 벽에 손을 대거나 엎드려서 고양이 자세를 취한 상태에서 골반을 흔들흔들 흔들어 주는 것을 말한다. 분만실 안을 살살 걸어다니기도 했다. 이렇게 하면 아이가 빨리 밑으로 내려간다고 한다.

하지만 나중에 간호사 선생님이 이 흔들흔들 자세를 취하는 것을 보고 얘기해줘서 알게 된 것이었지만, 양수가 먼저 터진 경우에는 되도록 움직이지 않는 것이 좋다고 한다. 양수가 더 빨리 새어 나가서 아기가 위험해지면 자연분만을 못할 수도 있기 때문에..

간호사 선생님의 말을 듣고부터는 되도록 움직이지 않고 호흡법으로만 통증을 줄여나가고자 했다.

진통은 집에서보다 점점 더 심해졌지만 아직은 버틸만 하다고 생각했다. 유튜브에서 배운 호흡법과 남편의 마사지가 많은 도움이 되었다. 유튜브에서 알려준 통증을 줄여주는 호흡법은 3초간 숨을 들이마시고 6초간 천천히 숨을 내뱉는 것인데, 내가 출산을 한 병원의 분만실 간호사는 숨을 마신 후 숨을 딱 참고 3초 정도 있은 후에 숨을 내쉬라고 해서 숨을 참는 것도 추가해서 호흡을 했다.

신기하게도 천천히 숨을 내쉴 때에는 강하던 통증이 상당히 많이 사라지는 느낌을 받았다. (하지만 이것은 진통 초반에만 적용되는 얘기였고 극악무도한 통증이 찾아오는 후기로 갈수록 호흡법으로 통증이 감소하는 것은 잘 느낄 수 없었다...ㅜㅜ)

남편 마사지는 출산 1주일 전부터 내가 밤에 자기 전마다 강제로 시청하게 해서 유튜브를 보면서 함께 공부했는데, 막상 실전에 와서는 유튜브에서 배운 대로 하기보다는 내가 아픈 부분이 어디라고 얘기해 주면 그 부분을 남편이 손가락으로 꾹꾹 눌러주는 정도가 되었다.  그래도 남편의 마사지는 효과가 꽤 있었고 남편이 마사지를 해주면 아픈 부분이 시원했다.  

그렇게 호흡법 + 남편 마사지+간간히 순산을 위한 자세를 취하면서 있는데, 골반을 흔들흔들 하던 도중 갑자기 어마어마한 통증이 확!! 밀려오는 느낌을 받으면서 나도 모르게 눈물이 찔끔 나왔다.

무통주사를 맞자..!! 맞아야 할 때다..! 싶어서 마취과 선생님을 불러 무통주사를 맞게 됐다. 이 때가 자궁문 3.5cm 정도 열렸을 때였다. (자궁문은 10cm까지 열려야지 아기가 나올 수 있다)

마취과 선생님이 들어와서 무통주사를 맞기 위해 등을 새우처럼 구부리라고 했다. 허리와 가까운 등쪽 척추에 관을 꽂는다고 했다.

관이 허리에 꽂히는 순간 어마어마한 통증이 밀려왔다. 아주 뻐근하고 깊숙하게 꽂히는 통증이었다. 나도 모르게 비명 소리가 악! 하고 튀어나왔다. 예전에 유산방지 주사를 엉덩이에 맞고 며칠 동안 엉덩이의 뻐근함이 가시질 않았던 적이 있었는데 그 주사를 맞을 때와 비슷하면서도 더 아팠다.

사실 무통주사 때문에 병원까지 옮겼지만 무통주사의 부작용이 있을까봐 두렵기도 했다. 가장 흔한 부작용으로는(그래봤자 2% 정도라고는 하지만) 척추에 뚫린 구멍이 메꿔지지 않아서 뇌척수액이 새서 뇌가 하강해 하강한 뇌가 조직들을 눌러 두통을 유발하는 것.

만약 이런 증상이 사라지지 않고 10일 이상 계속 이어질 경우 환자의 피를 뽑아 구멍난 부위를 피를 응고시켜 막는 시술을 받아야 한다고 한다. 맘카페를 보니 이외에도 주사 맞은 등 부분이 시간이 오래 지나도 계속 쑤시고 아프다는 의견들이 있었다.

다행히 출산 후 시간이 몇 주 지난 지금까지도 나는 이런 부작용은 없었다.

무통주사를 맞을 당시에 혹시 이런 부작용이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은 들었지만 일단 지금 눈앞의 고통부터 어떻게든 조금이라도 피해야 한다는 절박감에 나는 무통주사를 맞을 수밖에 없었다.

무통주사를 맞자 20분 정도 뒤부터 효과가 나타나기 시작해 30분 뒤에는 배의 통증이 싹 가셨다.

이것이 바로 그 유명한 무.통.천.국..!!!

진짜 아무런 통증도 느낄 수 없었다. 자궁이 심하게 수축한다는 것은 느낄 수 있었지만 그 수축으로 인한 통증은 느낄 수 없었다. 의사선생님이 오셔서 내진을 했는데, 그 아팠던 내진도 그냥 질 속에 뭔가가 들어온다는 느낌만 있지 통증은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신기하면서도 '어, 이대로라면 출산 완전 할 만한 거 아닌가? ㅎㅎ 개꿀!!'이라는 생각, 아니 착각을 하면서 쾌재를 불렀다. 남편과 웃으면서 농담도 했고, 육체가 편안하니 잠도 스르르 오는 것 같았다. 졸면서 편안한 상태로 그렇게 세 시간 정도를 웃으면서 보냈다...

새벽 네 시 반쯤.. 슬슬 마취가 풀리면서 통증이 다시 시작되었다. 자궁이 수축하는 배의 통증뿐만 아니라 무통주사를 맞았던 허리의 뻐근함까지 다시 느껴졌다.

간호사 선생님이 들어왔을 때 무통주사 좀 다시 놔줄 수 없냐고 물었더니, 내진을 해보고 안 된다고 하셨다. (이때의 내진은 마취가 풀려 아픔이 살짝 느껴졌다.)

"자궁문은 4.5cm 정도 열렸는데 아기가 많이 안 내려와 있네요. 무통주사 너무 자주 맞으면 아기가 잘 안 내려올 수도 있어서요. 좀 참아보세요~  진통주기는 체크하셨나요? 몇 분 정도예요?"

"5분 정도요."

"적어도 진통 주기가 3분 이하로 좁혀질 때까지는 참아 보세요."

아직 진통이 심하지 않았기 때문에 버틸 수 있는 데까지 최대한 버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실 양수가 터질 때부터 가장 걱정이 되던 부분이 이것이었다. 양수가 먼저 터질 경우 아직 몸이 출산할 준비가 안 되었는데 양수가 먼저 터져 버려서 진통이나 자궁문 열리는 정도가 빨리 따라오지 못하고 아기가 밑으로 내려오지 않아서 결국 유도분만을 할 수 있다는 애기를 블로그에서 읽었다.

그리고 유도분만을 할 경우, 인위적으로 자궁을 수축시키기 때문에 자연적인 진통보다 통증이 훨씬 심하고 통증에 비해 자궁이 열리는 것도 잘 따라오지 못해서 결국 자연분만을 하지 못하고 제왕절개하게 되는 경우도 많다고 한다. (간호사 선생님께 물어보니, 그분 말로는 유도분만 하는 사람들 중 30% 정도는 결국 제왕절개를 한다고 하셨다.)

출산의 여러 케이스 중 정말 최악의 케이스라고 생각한다. 자연분만의 고통은 고통대로 실컷 다 겪어놓고 결국엔 제왕절개를 해서 자연분만으로 인한 여러 이득은 보지도 못하고 수술 후 마취가 풀렸을 때의 아픔까지 겪어야 하는 것 ㅜㅜ 생각만 해도 끔찍했다.

(참고로 자연분만이 제왕절개에 비해 좋은 점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복강과 자궁이 모두 공기 중에 노출되고 의사의 손에 의해 여러 번 만져지는 제왕절개에 비해 감염의 위험이 현저히 줄어들고, 과다출혈과 장 협착, 마취에 따른 합병증, 배변 기능 약화, 요로 감염의 가능성도 줄어든다고 한다. 회복도 더 빠르고 아기가 산도를 빠져나오면서 피부 조직에 자극을 받기 때문에 아토피성 피부염 등의 발병률이 낮게 나타나고 아기의 뇌 기능을 활발하게 하여 아기의 지능을 높여준다고 한다. - 출처 : 출산 육아 대백과)

그래서 최대한 무통주사를 나중에 맞기 위해 참고 또 참았다...  아기야, 내려와라.. 제발 내려와라.. 이런 생각을 하며 자궁수축이 올 때마다 아래쪽으로 힘도 주어 보았다.

고통은 점점 더 심해져갔다. 처음에는 통증이 느껴지는 정도에서 살살 시작하더니 점차 무통주사를 맞기 직전의 통증 상태까지 갔고 금세 그 이상의 고통으로 치닫고 있었다.

열심히 라마즈 호흡을 했지만 호흡법으로 통증이 감소하는 것도 이제는 효과가 없었다.

남편이 나를 안쓰럽게 보면서 맘똑티비에서 배운 대로 열심히 마사지를 해주었다. 남편의 마사지는 확실히 도움이 되었지만 통증이 약했던 분만 초반처럼 큰 효과는 없었다. 그래도 정서적으로 지지해 주는 역할은 확실히 해주었고, 꼬리뼈 쪽 통증이 심했는데 남편이 아픈 부분을 마사지 해주면 그래도 통증이 좀 덜한 느낌이 있었다.  

"이번엔 진통주기 몇 분이었어??"

진통주기를 체크하는 남편한테 계속 다급하게 물어봤다.

"5분.."

이놈의 5분에서 도대체가 잘 줄지를 않았다. 빨리 3분까지 줄어야 하는데ㅜㅜㅜ

배는 계속 아파와서 마치 커다란 거인이 내 자궁을 있는 힘껏! 걸레의 물기 짜듯이 쥐어짜는 느낌이었다.

"아파 죽겠어 ㅠㅠㅠ"

어느새 아픔으로 눈물을 뚝뚝 흘리는 나였다.

"무통주사 해달라고 부를까?"

"아냐, 이번 한 텀만 더 참아보자...ㅜㅜ"

진통주기가 3분에 가까워질수록 통증은 점점 더 심해져갔고, 마침내 3분에 도달했을 때에는 진통이 극악에 달했다.

진통은 마치 쓰나미처럼 몰려왔다가 썰물처럼 빠져나갔다. 한 1분 정도 격렬하게 자궁을 쥐어짜놓고 언제 그랬냐는 듯이 스르륵 사라진다. 그러다 3~5분 정도 지나면 다시 또 1분 정도 통증이 심해진다.

으악! 벌써 또 통증이 왔다고? 이렇게 금세?? (체감상 30초만에 온 것 같은 느낌)

정말 빨리 진통이 돌아왔다고 생각해서 진통주기 어플로 시간을 체크해 보면 체감보다 훨씬 긴 3분~5분 정도의 시간이 지나 있어서,  이때마다 체감 시간과 현실 시간의 괴리를 느끼고는 했다.  

한 텀만 더 참자, 한 텀만 더 참자... 하면서 참고 참아 마침내 한계에 다다랐을 때 나는 너무 아파서 눈물을 줄줄 흘리면서 "의사쌤 부르자.."라고 말했다.

간호사가 와서 내진을 하더니 "자궁문 6cm 열렸네요. 무통주사 맞아도 되겠어요."라고 했고 나는 드디어 살았구나 싶었다.

이번의 무통주사는 아까 꽂았던 관에 약을 주입시키기만 하면 되어서, 다행스럽게도 바늘을 척추에 꽂는 고통을 다시 느끼지는 않아도 됐다.

무통주사가 들어오고 몇 분이 흐르자 엄청났던 고통이 순식간에 사그라 들었다. 무통주사 만세다!

단, 이번에는 아까처럼 통증이 1도 안 느껴지는 수준은 아니었고 통증이 원래 100이었다면 30 정도로 줄어든 느낌이었다. 진통 초기에 비해 후기로 갈수록 점점 자궁 수축의 정도도 세지고 진통의 강도도 세졌기 때문에 무통주사로 완전히 통증이 없어지기는 힘들었다.

그래도 완전 살만해졌다. 그렇게 또 3시간을 고통 없이 보낼 수 있었다.

무통주사의 위력을 느꼈다. 만약에 무통주사를 안 맞고 아까 전의  거인이 내 자궁을 걸레짜듯 쥐어 짜는 고통을 쌩으로 몇 시간을 계속 느껴야 했다면, 나는 극도의 아픔과 원망의 감정으로 인해 안 그래도 얼마 없어 소중한 남편의 머리카락을 다 쥐어뜯었을지도 모른다.

무통주사의 약발이 다시 지속된 새벽 5시 반쯤부터 8시 넘어서까지, 자궁은 미친듯이 수축하는데 그 수축하는 정도에 비해 통증은 미미하게 느껴지는 신기한 경험을 하며 수축이 올 때마다 아기가 내려올 수 있도록 힘을 팍팍 주었다. 자궁문이 6cm 열린 것에 비해 아기는 많이 내려오지 못했다고 해서 열심히 최선을 다해 힘을 팍팍 주었다.

그리고 야속하게도 무통주사의 약발은 조금씩 떨어져갔고 그 약발이 완전히 다 끝나갈 무렵,

마침내..

출산의 클라이맥스이자 하이라이트!

내 인생의 잊지 못할 고통의 시간이었던, 일명 '대환장 파티기'에 속하는 막판 힘주기 단계에 돌입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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