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심심해서 쓰는 부부갈등이란 뭔가
게시물ID : wedlock_193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똘똘이군
추천 : 4
조회수 : 511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5/21 18:29:33
막히는 도로위 우리 부부는 결혼을 왜 했을까라는 주제로 시덥잖은 자기주장을 씨부렁거렸다.
결론은 결혼생활이 각자에게 주는 이익이 그 기회비용을 따졌을때 진짜 가성비가 낮다라는 결론을 내리고 
저녁메뉴로 탕수육을 튀길건지 짜장면을 볶을건지에 대한 심도깊은 토론으로 열을 올렸었다.

남편의 인생목표는 오대양육대주의 모든 인종의 여성과 잠자리를 가져보는 것이고
나의 인생목표는 무위도식이니 확실히 현 한국의 결혼제도는 우리 두사람에게 맛난 떡밥을 던져주는 것은 아니다.

그런데 왜 결혼을 해서 이러고 미친듯이 살고 있는가.

사랑하니까.
(라고 한다면 그 감정 또한 인간이라는 종의 존속을 위해 세포단위로 만들어낸 전기적자극에 의한 허상일 뿐이야라고 말하는 여자와 살고 있는 우리 남편. 하지만 미안하진 않아. 당신이 골랐잖아 ㅋㅋㅋㅋ)




여하튼.
일단 정신이 나가서 결혼을 하고 보니 생각했던 것보다 내가 내 자신에 대해 몰랐던 부분도 너무 많고
과대평가했던 부분들이 쑥쑥 불거져 나온다.

대부분 이해도와 관용도에 관한 문제들인데
결혼이 아닌 연애상태에서는 가능했던 것들이 불가능해진 것이다.

나의 지랄맞음을 스스로 온전히 깨달으며 도달한 결론은
경험부족도, 인성의 문제도 아닌 
한국사람 고질병인 '스스로 원하는 것이 무엇인가에 대한 인식 부재'라는 것이었다.
(암만 이론으로 알고있었으면 뭐하나. 인간은 겪어보지 않으면 깨닫지 못하는 우매한 다세포동물인 것을)

이 것은 무의식의 영역으로
내가 이전의 경험이 현재의 경험에 영향을 끼치는 상황을 초래하게 된다.

쉽게 말하면 구남친이 짠돌이였다면 현남친은 짠돌이가 아닌경우이다.
그것은 상대방에게도 적용되며 나에게도 역시 적용된다.
내가 전남친에게 빗치였다면, 현남친에게는 천사인 경우.

(예외인 경우가 있지만 그것까지 이야기하면 오늘 너무 길어지므로 다음기회에!)

이런 현상이 일어나는 이유는 '실패'에 있다.
즉, 내가 짠돌이여서 연애에 실패했다. 내가 빗치여서 연애에 실패했다는 인식을 하게 되고
실패의 원인이 되는 행동을 스스로 교정하게 되는 것이다.

첫남친에게 잘해주었더니 헤어지더라 잘해줄 필요가 없더라 두번째 남친에게는 나 하고 싶은거 다 할거다
그랬더니 남친이 못견디고 헤어지더라 세번째 남친에게는 잘해줘야겠다 그랬더니 고마운줄 모르고 하고싶은거 다 하고 다니더라 
네번째 남친에게는 잘해줄 필요...
나는 이것을 지그재그현상이라고 이름붙이고 그에 해당하는 케이스들을 지켜보며 혼자 즐거워한다.

쉽게 말하면 이런건데.
이건 연애니까 반복되는거고 결혼을 하게 되면 실상 이 반복의 끝에 들어가게 되는 것이다.
그래서 실패의 교정기회가 사라진다.
결국 이전 상황에서의 실패했던 이유들만이 고정되며 그것을 되풀이하지 않으려 한다.

자, 여기에서의 중요한점은 결혼은 연애의 연장이 아니라 가족생활의 되풀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이다.

신혼부부들이 혼동하는 점이 여기에 있다.
부부는 두사람일인데 왜 이렇게 둘이 해결할 수 있는 일이 없지.
왜냐하면 부부는 가장 작은 단위의 가족이지 연인이 아니니까.

위에 언급했던 지그재그현상이 연애의 반복이 아닌 가족의 반복에 적용이 된다.
즉, 내 이전의 가족, 친부모와의 가족관계에서 실패했던 사항들이 무의식을 지배하고 나를 조종하게 된다.
게다가 연애처럼 상대적으로 쉽게 끊어낼수 없는 관계이며, 사실상 마지막의 기회(내가 이래서 결혼제도가 좃같은거야)나 마찬가지이기 때문에
이전 가족에서 실패했던 요소들은 '절대로' 반복해서는 안되는 강제성마저 가지게 된다.

또한, 심리적으로 여성-어머니, 남성-아버지로 인식되어 
아내-어머니, 남편-아버지라는 심리적 투사가 진행되게 된다.
사실 개인적으로 거의 세뇌에 가깝게 만들어진 이 고리를 끊는 것은 불가능에 가깝다고 보지만
스스로의 무의식을 좀 돌아볼수 있다면 상자에 넣어두고 원할때 꺼내고 넣어두는 훈련은 된다고 본다.
 
일례로 이렇게 생각해보자.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늘 큰소리를 치는 것이 너무나 싫었다. 
그럴때마다 나는 무서움에 방으로 도망쳐 혼자 울기도 했다.

이전 가정생활에서의 실패는 아버지가 어머니에게 늘 큰소리를 치는 것이다.
이것은 새로운 가정에서는 있어서는 안되는 일이며,
만약 무방비한 상태에서 일어난다면 여자인 나는 주눅들어있는 어머니이자 방에서 우는 어린아이이고, 남편은 큰소리를 치는 아버지가 된다.
이것이 무의식이다.

사실 살면서 큰소리를 낼 수도 있는 상황이라는게 있고 상대방고 큰소리가 나올정도로 화나갈 상황이 분명 있다.
이성적으로 생각하면 그렇지만,
이전의 실패라는 녀석은 사람을 이성적으로 만들지 않고 과거로 끌고 들어간다.
사람도 달라졌고 장소도 달라졌고 지금의 나는 어린내가 아닌 성인인 나지만
무의식은 그때 방구석에서 울고 있던 어린나의 상황으로 현재를 대체한다.

나는 억울해진다.
그때의 내가 아닌 내가 왜 이런 같은 상황을 겪어야 하는지 화가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문제의 원인은 아버지=남편으로 돌아가기 시작한다.
왜냐하면 그때의 나는 너무나 무력했고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이 없었으므로 피해자로 인식이 되기 시작한다.

더 복잡하게 짚어보자면 불의에 맞서지 못한 나, 그런 힘이 없었던 나에대한 자괴감, 어머니=여성=나라는 구도에서의 피해의식 등등이 있다.

하지만 문제는 지금의 나는 그때의 어린 내가 아니므로 이 상황을 제어할 수 있는 힘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다.
그렇지만 내 무의식은 그 힘이 없던 나로 나를 돌려놓는다.
여기에서 떠오르는 한마디.

어떻게 네가 나한테 이럴 수 있어.

이 말은 어떻게 아버지가 어머니한테 이럴수 있어가 되는 것이다.
그렇지만 현재의 나는 어머니가 아니다. 남편은 아버지가 아니며, 나는 이 상황을 제어할 충분한 힘을 가지고 있다라는 것을 스스로 깨달아야한다.





이런 상황들은 결혼생활에서만 불거지는 것이 아니라
사회생활을 하면서 겪은 모든 인간관계에서 동일하게 나타난다.
다만 결혼생활을 하면서 앞서 언급한 실패의 반복을 피하고자하는 의식과 마지막 기회라는 인식이 그것을 폭발적으로 만들 뿐.

또한 거의 모든 부부생활에 있어 갈등이라는 것은 여기에서 파생된다고 보면된다.

외부의 공격이라고 느끼는 것들이 모두 사실은 외부의 공격이 아닌 내 안의 무의식이 공격이라고 느끼게 만드는 것이라는 말이다.
일단을 내 자신이 왜 이러는 걸까?라는 고찰을 끝내놓으면 다른 사람이 보이기 시작한다.
남편이 보이기 시작하고 어머니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하고 상대의 어머니 아버지가 보이기 시작한다.
또 그게 보이기 시작하면 열받을 일도 없고, 부당한 일을 상대가 나한테 한다고 생각이 들면 그 상황을 제어할 수 있게 된다.

예를 들어보자면
시어머니가 나에게 남편 아침밥을 꼭 챙기라고 하는 것은
나를 하녀처럼 생각해서가 아닌 본인과 나의 역할을 혼동하고 있는 것이라고 크게 볼 수 있다.
여자 = 엄마 = 아내 = 딸 이런구도를 뭉뚱그려 생각하고 있는 거라고나 할까.
더 쉽게 말하면 본인이 못하는 것을 같은 여자인 나를 통해 욕구를 해소하려고 하는 경우인 것이다.
이 비틀어진 욕망은 여자 = 엄마 = 아내 = 딸 의 고리를 확 끊어버리는 방법으로 해소시킬 수 있다.
시어머니 본인은 스스로 그 고리를 자각하지 못하기 때문에 충격도 받을 것이고 
그 반향으로 울며 불며 하소연하고 약자의 면모를 보이려고 노력할 것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알은 깨고 나와야 세상이 보이는 거지.



아 그러니까 결론적으로 이야기 하자면
부부간의 싸움의 원인은 상대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내 안에 있는 거니까
나 자신이 어떤 사람인가를 확실히 인지를 먼저 해야한다는 것입니다.

인간이하의 짓거리도 나를 알고 상대를 알고 상대가 자신을 알게 하면 충분히 제어할 수 있는 상황이라 이거죠.
상대를 제어하진 못하더라도 내 자신이 자괴감에 빠지는 상황만은 막을수 있다는 뭐 그런 말인데
쉬운건 아니니까 일단 내 자신의 무의식을 잘 살펴봐보자라는 뭐 그런.

그 정도만 해도 결혼해서 살면서 싸울일은 현저히 줄어들테니까.






쓰다보니까 복잡한 일들을 단편적인 부분만 가지고 풀어내려니 좀 빈약하긴 한데
가끔 생각날때마다 보충해서 쓰...게 되려나.

만약 더 쓰게 된다면 그때는 '관성'이라는 것에 대해 써볼까나.





출처 그냥 막 써갈긴거라 두서는 없겠지.
배고파서 일단 밥먹어야함.
언제쯤 더 쉽게 글을 쓸 수 있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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