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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분의 행복
게시물ID : wedlock_217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낮게차분하게
추천 : 7
조회수 : 378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6/01 12:52:59
" 자기는 왜 안 먹어? 
" 싫다. 내가 언제 과일 묵는 거 봤나 
1년에 기껏 두어 번, 직진을 할 때는 조용하다가도 좌나 우로 핸들을 돌리기만 하면 
여지없는 악~소리를 질러대는 낡은 자동차, 조수석에 아내를 태우고 뒷자리엔 
아들을 태운 다정한 모습으로 지척의 나들이를 가는 횟수는 고작 1년에 두어 번이다. 
결혼 초에 떠벌렸던 허풍은 물을 머금은 소금 포대처럼 자꾸만 야위어갔다. 
정말 큰맘을 먹지 않으면 나서기 힘든 나들이... 

누구 네처럼 외식을 즐겨할만한 형편이 전혀 되지 않다보니 우리의 나들이는 
윗동네의 재래시장에서 흔히 이루어진다. 내 지갑의 무게보다 가벼운 아내의 발걸음을 보게 된다. 
20센티 이상의 키 차이지만 그런 날 아내의 눈은 내 높이와 같다는 느낌이 든다. 
시장을 가는 내내 주머니 속에서 언제나 나를 찾아줄까 하며 주름살만 잔뜩 늘어난 
만 원 권 지폐를 손끝으로 조금씩 펼친다. 
아버지의 제사 때 라이벌이 없어 흥이 안 난다 떠들 정도로 아내는 과일을 좋아한다. 
특별히 무엇이 더 좋다는 말도 없이 오직 저것이 과일이라는 이유만으로 과일을 좋아할 지경이다. 
여기 저기 두리번거리면 갓 따온 오디며 버찌 피자 천도복숭아 블루베리, 건네준 만 원권 지폐는 
자그마한 손 안에서 펼친 주름을 다시 쭈그리고 만다. 
" 아... 저 자두... 너무 시큼할 것 같어... 
" 흠... 버찌가 덜 익었네... 새까만 게 맛있는데... 
" 수박 너무 크지? 냉장고에도 안 들어가겠다. 
아내는 눈에 담은 과일의 맛을 표정으로 일일이 나타내 준다. 시장 골목을 다 돌때 까지 아내는 
하나의 과일도 사지 못하고, 아이 입힐 티 한 장만 까만 비닐봉지에서 그네를 탄다. 
그러다가 길가에 쭈그려 앉아있는 10개에 1천 원 하는 자두를 산다. 
아이는 쉐이크에 정신이 팔려 걸음이라도 멈추면 엄마 궁둥이에 쿵하고 얼굴을 부딪히고... 
비닐봉지에서 자두를 하나 꺼내어 소매에 쓱쓱 닦고는 아내에게 건넨다. 
" 흐.... 아이 셔...... 
아내의 눈은 초승달처럼 작아지고, 가뜩이나 작은 입술은 쭉 내밀며 도톰해진다. 
그러면서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난 아내 몰래 두개의 자두를 따로 챙겨둔다. 
" 어? 8개 밖에 안 되잖아. 그 아줌마 2개 덜 줬어. 우씨... 
" 그래? 그 아줌마 착해 보이더니 무지 나쁜 사람이네... 왜? 아쉬워...? 
" 뭐... 아니... 그냥.... 
아내는 아랫입술을 삐죽 내밀고는 아이의 손을 끌며 터벅터벅 걸어간다. 그러면 나는 몰래 숨겨두었던 자두 하나를 건넨다. 
" 히히히.... 딱 하나만 더 먹고 싶었는데... 언제 빼 놓은 거야? 미울라 그런다... ^^ 
또, 하나를 더 먹고 싶다는 아내의 말을 못들은 척하며 집으로 돌아간다. 
다음 날 아침, 아내는 마른 목을 축이려 냉장고 문을 열겠지. 그러다가 자그마한 종지에 놓인 자두 하나를 발견하겠지...
 그러면서 내가 챙겨주는 아주 작은 여분의 행복을 미소로 집어 들겠지... 
누군가를 마음에 두고 산다는 건, 그런 것이 아닌가 싶다. 
출처 2005년의 기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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