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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딩크를 선택했냐는 질문이 아니라 왜 아이를 낳았냐는 질문을 해야죠.
게시물ID : wedlock_380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엄근진
추천 : 16/16
조회수 : 1401회
댓글수 : 6개
등록시간 : 2016/08/09 04:14:33
비교적 늦은 나이에 아이를 하나 낳아 백일의 기절을 겪는 중인 유부입니다. 남편과 결혼 자체도 그리 이른 나이는 아니었만, 연애가 짧아 결혼 후 적어도 2년 동안은 연애하자, 했고 그 후로도 이것저것 할일이 많아 차일피일 임신을 미루다가 4년만에 생겨서 낳은 케이스죠. 

할일이 많았다는데서 눈치를 채셨을지 모르겠지만, 저는 딩크도 좋다, 였어요. 정확하게는 결혼전에 논의를 못하고 결혼을 해버린 터라 강하게 주장은 못하지만 아이는 되도록 낳고 싶지 않다 쪽이었죠. 그 이유는 크게, 

1. 헬민국에서 아이를 낳고싶지 않다.
경제범이나 성범죄에 솜방망이 처벌을 하고 그것이 나라의 도덕적 기준 자체를 무너트리고 있는 현실 속에서 아이를어떻게 키워야 할지 모르겠더군요. 

2. 육아가 내인생을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버리는 현실.
아이는 예쁘지만 육아는 끔찍합니다. 남편은 저녁이 없는 삶이지만 아내의 낮동안의 육아전쟁에서 잠시 숨돌릴 틈(혹은 밀린 가사를 처리할 틈)을 주기위해 8시부터 10시까지 아이를 돌보죠. 그렇게 아이는 사랑으로 태어나서 부부의 개인시간을 한톨도 없이 잡아먹는 괴물이 되어갑니다...하지만 아이에게 그 화살을 돌릴 순 없죠? 나라는 그 원망을 들어주긴 커녕 있는 복지도 걷어가고 있죠. 그럼 그 사이에서 찌부가 되되는 건 개개인의 멘탈과 부부관계, 인생의 소중한 시간들입니다.

3. 모성애는 막연하지만 존재는 분명하다.
한국에서 육아는 모성애에 전적으로 의존합니다.육아에 대한 지원이 거의 없으니 엄마가 아이에 대한 사랑으로 좀비같은 시간들을 버텨내는 수밖에 없죠. 근데 그 모성애가 생길지 아닐지 사실 모르는 겁니다. 아이가 태어났는데 나라에서도 안키워주고 남편은 키워줄 시간 자체가 없고 그 상황에서 모성애마저 안생긴다? 근데 아이라는 한 인간은 이미 인생이라는 돗자리를 펼쳤단 말입니다. 그걸 다시 거둬들일 수는 없는 노릇입니다. 그럼? 막연한 모성애에 대한 기대를 거둬들여야죠. 

이렇게 세가지로 정리할 수 있을 거 같아요. 그런데 남편은 아이가 있어야 진정한 가족이 된다고 생각하는 원론주의자였고요... 실제로도 책임감이 어마무시하게 강하고 그 책임감과 사랑으로 어쩌면 아내인 저를 키웠?습니다. 하하. 그래서 그 사랑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 남편의 그 밑도끝도 없는 원론을 믿어보려고 했죠. 저도 그 책임감을 같이 나눠지고 싶기도 했고요. 

그렇게 아이를 낳았습니다. 아이를 낳아보니 어떤가? 그건 사실 중요치 않아요. 이 이야기의 주제는 앞서얘기했습니다. 제 얘기의 요점은 이거에요. 왜 우리는 

'왜 딩크를 선택했어?' 라고 묻느냐는 겁니다. 

'왜 아이를 낳았어?'라고 묻지 않고요.

아이를 낳는 것이 이벤트고 그렇다면 이벤트가 왜 발생했는지 혹은 왜 혹은 어떻게(...발그레) 발생시켰고 또 그 결과를 어떻게 책임질 것인지, 에 대해 이야기 해야 하잖아요. 아이를 다들 낳아왔기 때문에 아이를 낳는 것의 무게를 외면하고 그래서 또 아이를 낳고 키운다는 결정에 의문을 부여하지 않는 거에요. 

사실은 왜 아이를 낳는가, 를 우리는 먼저 이야기를 해야 한다고 봐요. 아이가 태어나서 마주할 현실과 아이가 태어나면서 부부가 마주할 현실을 구체적으로 이야기하고, 어려운 점들을 어떻게 타개할 것인지를 그려놓은 후 아이를 낳아야 해요. 그래도 어려운 게 육아입니다 여러분...(작자의 하소연을 위해 청중이 급조되었다)

 '다들 그런다' - 남들이 똥싼다고 오줌마려운데 똥싸시겠습니까?
'모성애는 생긴다' - 아이가 도로 정자와 난자가 될 수 있는 확률은 0인데 모성애가 안 생길 확률은 0가 아닙니다.
'애가 생겨야 가족이다' - 애 생기기 전에는 우리 방구 트지 말아요. 우리사이, 아직은 잘 모르잖아요~♬
'노후가 외롭다' - 지금도 외로워요. 같이 있는데 외로운 게 더 외롭네요. 

가 아니라, 

- 아이가 태어나면 당장 드는 돈이 얼마인지 그 돈과 지금 붓는 대출이자 및 각종 보험료를 때려붓고 나면 개인용돈은 남는지, 그게 남지 않는다면 오는 스트레스는 어떻게 해소할 것인지.

- 아이가 생기는 건 순간이지만 육아는 평생. 남은 평생동안 개인시간이 없어진다고 해도 괜찮은지(극단적으로 말하면요.)

- 아이를 키우겠다면서 왜 지금 눈앞에 산적한 집안일은 하지 않는지.

- 아이를 어떤 세상에서 (교육환경을 해석하는 방식도 부부간에 큰 차이가 있습니다. 그게 육아로 인한 부부싸움의 가장 큰 원인이기도 하고요) 어떤 사람으로 키울 것인지.

등등에 대한 이야기를 나누고 아이를 낳는데 부정적인 제약을 넘어설 정도로 아이로 인한 소득(가족애 등) 이 클것이라고 부부간에 합의가 될때 아이를 낳는 거죠. 부부마다 저 부정적인 제약이 다 다르고 아이에 대한 청사진이 다 다르며, 심지어 아이로 인한 소득도 다른데, 무조건 소득은 생긴다며 다른 부부에게 간섭할 일은 더더욱 아니고요. 

한줄요약 
의문의 방향이 잘못됨(feat. 경제학도)
출처 애가 밥달라고 해서 깼으면 애가 잘때 나에게 잠도 돌려줘야지, 다음 수유텀까지 내 수면시간을 시한폭탄의 초시계처럼 갉아먹으며 이 새벽에 이런 생각이나 주구장창 늘어놓는 프레데터의 명석한 눈망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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