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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면서 서로 얼마나 달콤했는지 기억할 필요가 있다
게시물ID : wedlock_60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도비서
추천 : 5
조회수 : 1201회
댓글수 : 3개
등록시간 : 2016/12/20 14:45: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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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참 과거에 일이 많았다
내가 만든 일도 남이 만든 일도 둘다 좋진 않았던 것 같다
결과적으론 모두가 아팠다

신이 준 선물 중에 망각이란 것이 있다고 하던데
어째서 나한텐 잘 먹히지 않는 것인지
종종 과거의 아픈 기억을 회상하며 괴로워 할 때가 있다

그래도 나는 긍정적인 편인지
기억 저편의 상자안에 묻고 들썩이는 것들을
리본으로 꽁꽁 싸매어 감춰두는 것을 임시 방편으로 삼아
잘도 시간을 지내었다

최근의 일이었다

꿈을 꾸었다
내가 그렇게 무서워하고 잊고자했던 사람이 겨누는
총에 심장이 뚫리고 칼에 베여 쓰러지는 순간과
의식이 흐려지며 죽는 걸까 하는 장면에서
그 사람의 벌겋게 달아오른 눈동자를 기억하며 꿈에서 깨었다

하루종일 기분이 좋지 않았다
계단을 내려가는데 갑자기 핑하니 어지러웠다
먼저 일어난 남편이 1층에서 개인적인 일을 보고있었다
내 표정이 좋지 않았는지 염려스러워한다

"커피 한잔 줄까? 요즘 자기 얼마 못자는 것 같아"

어디에도 말하지 않았지만 남편은 아는 것 같다

나는 사실 불안증이 있다
결혼했으나 남자를 믿는다는 것은 내게 어렵다
이 사실은 앞으로도 내 트라우마가 잊혀지지 않는 이상
나를 영원히 괴롭힐 것이다

그런 상처가 있음에도 헤어나오기 전에
왜 결혼 했느냐고 묻는다면

처음부터 지금까지 
아무것도 나한테 바라는게 없는
선하고 착한 그리고 거울처럼 나와 같은
상처받은 사람이기 때문이라고 할수 있겠다

"진짜 미안한데 나 자기 요즘 뭐하는지 궁금해,
나 불안해서 그런데 핸드폰 좀 봐도 돼?"

"얼마든지 뭐가 또 궁금해? 다 봐봐요~"

나는 다시한번 말하지만 불안증세가 있으며 남자를 믿지 못한다
그럼에도 사랑한다

그러나 이런 사랑과 믿음의 기운은 탑처럼 쌓고 쌓아도
불신과 불안에 조금씩 무너져내린다

"자기 있잖아, 내가 하나 확실히 말할게... 나는 퇴근하고 바로 집에 들어오고 당신 곁에 항상 붙어있고 그럼에도 불안하다면 이건 서로 지칠수가 있어"

"그럼 내가 어떻게 고쳐야할까? 나도 너무 힘들어요... 내가 자기만 목빼고 처다보는 것도 자기가 얼마나 힘든지 알고 나도 두려워... 자립하고싶어..."

"시간이 해결해줄거야, 나는 시간이 지나니 다 잊혀지더라구요"

그냥 우리는 마주보고 쓸쓸히 웃으며 담배를 피웠다

외출을 다녀옴에도 
그날 저녁 나는 잠들기 전에 불안했다
기악에서 제발 사라져줬으면 좋겠다고 생각하며
온갖 몸부림을 쳤다

나의 트라우마때문에 고통받는 남편이 안타까웠다
어떻게 해야할지 모르겠는 자괴감에 
모두 다 지워져 버리라며 (아마도 리셋증후군도 있지않나 싶다)
핸드폰을 정리하려 사진첩을 열었다

망각이란게 얼마나 웃긴 놈인지 
잔인한 것들은 데워놓고 
따듯한 기억은 종종 냉랭히 식혀버리는 모양이다

얼만큼 네가 나를 사랑하는지
얼만큼 네가 나를 염려하는지
얼만큼 네가 나를 위해 노력하는지
알면서도 더 사랑을 달라고 보채는 반복에 얼마나 괴로웠을지

나보다 바라보는 사람이 더 아프다는 걸
이런 나임에도 불구하고 너는 나를 보석으로 바라본다는 걸

네 마음 되새길 시간도 없이 혼자 이기적으로 
진짜로 기억할 것을 잊고 잊을 것을 애써 기억해내며
아프다고만 하고 있었구나 싶어 속으로 울고 말았다

서로 얼마나 달콤했는지 내가 매일 기억하고 산다면
네가 쌓아온 익숙한 사랑을 항상 고귀하게 여긴다면

오늘은 그것만으로도 충분한 것 같다
기억해야지 잊지말아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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