게시판 즐겨찾기
편집
드래그 앤 드롭으로
즐겨찾기 아이콘 위치 수정이 가능합니다.
기타치는 남편
게시물ID : wedlock_6837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바우사루두구
추천 : 1
조회수 : 1569회
댓글수 : 5개
등록시간 : 2017/02/04 11:08:20
옵션
  • 창작글
  • 외부펌금지
기타치는 남편은 접니다.

결혼식에서 혼자 통기타 하나 메고 축가도 불렀고
연애할 때는 가끔 비오는 차 안에서 불편한 자세로 연주도 해주곤 했어요
나중에 와이파이 친구한테 들었지만 남친이 기타 칠 줄 안다고 무지 좋아했대요 
그래서 결혼하면 평생 기타연주 들려주마하고 호기롭게 외쳤으나..........

아이가 생기기전에부터 슬슬 불만이 생깁니다.

노래 하나를 매끄럽게 완성시키기 위해서, 그 3,4분 남짓의 노래를 위해서 연습을 주구장창 해야합니다.
연습이라는게 별거 없어요. 그냥 될 때 까지, 손가락과 몸이 기억 할 때 까지 무작정 반복해서 연습하고, 또 구간구간 붙이고 하려면 무한 반복이에요. 처음에는 매끄럽지도 않고.
옆에서 들으면 점점 소음으로 변해가지요. 첨부터 완성된 음악을 들으면 오~~~ 라고 하지만 그 과정들을 쭉 지켜본 사람들은 그게 이거였구나 제법 늘었네. 이정도 반응이더군요ㅋ
뭐 누구한테 인정받으려고 하는건 아니지만 옆에서 듣는 입장에서는 좀 괴로운 과정일 수 있습니다.

또 아무래도 신혼이다보니 퇴근하고 같이 보내는 소중한 시간에 기타만 붙잡고 있는 신랑이 미울 수도 있지만
기타는 생물이라 한동안 안치고 관리 안해주면 변형이 일어나므로 방치할 수도 없는 노릇이라 부부간에 마찰이 올 수도 있어요.

게다가 총각때는 중저가의 100만원 대 정도의 기타는 마음 먹으면 살 수 있었는데 이제 중고가인 300만원대로 갈아탈까 싶지만 와이파이의 허락을 도저히 받아 낼 수가 없습니다.ㅜㅜ

그렇게 서서히 방치되던 기타는 아이가 태어나면서 베란다로 직행하게 되더라구요
기타 칠 시간이 없어요. 영아때는 조용히 생활하니까 악기는 언감생심 꿈도 못꾸죠. 티비도 제대로 못보는데.
조금 더 크면 기타로 호작질 합니다. 막 올라가려 그러고, 옹달샘이라도 불러줄까 싶으면 피크 빼앗아서 사운드홀에다 집어넣어버리고, 앞에 와서 넥에 줄 건드리고....
바로 창고로 직행~~고고~~~

그렇게 아이가 어린이집에가고 밤에 푹 자고 생활패턴이 안정이 되면 다시 기타생각이 솔솔 납니다.
다시 기타를 꺼내면 기타는 상태가 많이 안좋아져 있어요.
줄은 다 녹슬어 있고, 배는 불러있고, 넥은 휘어있고..
수리를 맡기고 싶지만 슬슬 귀찮습니다. 
이때까지 없이도 몇 년 살았는데, 더 참지 뭐.

결국 시간내서 수리 받고 다시 시작하려니 기억이 안나요
지난한 반복연습을 통해 몸으로 익힌 것들이 기억이 안나요
왼손은 갈피를 못잡고 오른손은 줄 위치도 까먹었나봐요
재미가 슬슬 떨어져요 다시 베란다로 고고~~~!!!

그러다 둘째가 태어납니다. 다시 반복~~~!!

티비에서 김광석노래틀 들으니 다시 피가 끓습니다.
기타를 다시 꺼냅니다. 상태가 안좋아요.
수리를 합니다. 
다시 조용히 연습을 시작하지만 이미 소음이 된 기타소리에
와이파이는 버럭합니다. 시끄럽다고 ㅡㅡ;;
연습을 해야지 노래가 된다고 누차 항변해보지만
그냥 오디오 듣는게 낫다고 합니다.
다시 베란다로 고고~~~!!!

유튜브에서 마틴이나 콜링스, 굿얼같은 기타소리 들으면
다시 피가 끓어요ㅋㅋ
좋은 기타로 연주하면 진짜 재미나거든요
손가락은 시그마라도 기타가 마틴이면 재미는 나는법이지요
300만원짜리 다시 지를까 생각을 하루에 몇 번 씩은 하고
10번 정도 참으면 3,000만원 벌었다고 자위하는 지경에까지 이르렀네요

'여보, 마틴기타 하나 주문해줘'라는 말에
'죽고싶냐'로 응수하는 아내가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전체 추천리스트 보기
새로운 댓글이 없습니다.
새로운 댓글 확인하기
글쓰기
◀뒤로가기
PC버전
맨위로▲
공지 운영 자료창고 청소년보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