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귤을 던져 사람을 낚았으니 이것이 바로 내 남편이라(긴글주의)
게시물ID : wedlock_75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프로실망러
추천 : 12
조회수 : 1423회
댓글수 : 21개
등록시간 : 2017/03/24 11: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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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늘 눈팅만 하던 결게, 저의 결혼이야기를 첫 글로 씁니다! (긴글주의)


우선 저는 결혼 상대감으로 맞선 시장에 내 놓을경우 E등급으로 책정됨이 확실한, 말 그대로 배경이 없는 사람입니다.

그런고로 20대~30대초반까지는 아예 결혼이란 내 인생에 없다! 고 생각하고 살았습니다.

뭐, 어찌보면 흔하고 어찌보면 흔치 않은 그런 평범하고 싶은 여성이죠.

부모님은 제가 뱃 속에 있을 때부터 사이가 극히 좋지 않았고, 사춘기 때 별거를 시작, 성인이 된 후 이혼으로 종지부를 찍으시고

하나 있는 친오빠는 본인의 대학입학과 함께 바람처럼 사라졌으며,

제가 고등학교 졸업 후 바로 취업하여 모았던 돈은 어머님의 병환으로 병원 직원들의 월급 일부와 기자재값에 사용되었고

이 후 변변찮은 경력으로 한 달 벌어 먹고살며 간간이 어머님 용돈도 드리고 조금이나마 저금도 하고 배움도 하다보니

모아둔 돈은 보잘 것 없는 그런 30대 여자. - 이상 배경요약 끝입니다.


이 와중에 저는 긴 연애를 끝으로 솔로가 되어 홀로 추운 겨울을 나고 있다가

귤을 던져 쓰리쿠션으로 한 남자를 낚게 되었으니 이 사람이 바로 현재 제 남편입니다.

(구구절절 꾸질꾸질한 저의 연애는 연애게시판에 남겨두었습니다)

저는 당시 꾸질 그 자체의 30대 초반, 곧 중반을 목전에 둔 상태로, 어느 겨울 갑자기 귤이 먹고 싶어 뛰쳐나가 사오던 길에,

저희 집 바로 옆! 바로 옆 건물 단골 카페에 들렀습니다. 카페 안은 따숩고 은은한 노래도 나오고 좋더군요.

바 형식으로 앉을 수 있게 되어 있는 카운터가 제가 좋아하는 자리인데, 한 5명 정도 앉을 수 있습니다.

마침 저 말고 부부로 보이는 (후에 두 분은 부부임이 밝혀진) 남녀 한 쌍이 저보다 먼저 와서 사장님과 담소를 나누고 계셨습니다.

저도 앉아서 커피를 주문하고 귤을 까먹기 시작했죠. 먹어보니 참 달더라구요. 이 맛있는 귤을 혼자 먹긴 아까우니 다른 분들께 나눠줬습니다.

사장님도 드리고 앉아계시는 남녀일행께도 드렸죠. 아마 그 날 사장님과 저의 대화는 거의 '소개팅 시켜주세요! 남자 소개시켜주세요!' 였을겁니다.


그 다음 날이었던가? 카페 사장님께 전화가 왔습니다.

'소개팅 할래요?'

오오오오오오오오 마다할 이유가 없는 저는 당연히 하겠다고 말씀 드렸고, 몇 살인지랑 날짜와 장소만 여쭤보고 끝이었습니다.

날짜는 '내일'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내일 저녁'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장소는 사장님네 카페 ㅋㅋㅋㅋ

갑니다. 그 때가 주말이어서 저녁 때까지 자다가 벌떡 일어나서 대충 치마 하나 걸쳐입고 화장은 개뿔 ㅋㅋㅋㅋ

자다 일어난 피부가 제일 좋으므로 화장은 생략하고 립스틱을 바르고 향수만 뿌리고 갔습니다.

왠 남자가 하나 앉아있는데 그 사람이 손님인지 제 소개팅상대인지는 알 수 없으므로 사장님께 바로 갔습니다.

아직 안 왔냐는 물음에 사장님이 저 남자라고 알려주어서 뻘쭘하게 하지만 당당하게 가서 인사합니다.

이 남자는 제가 귤을 나눠드렸던 남녀 일행 중 여자분의 지인이었는데, 본인도 소개팅할 생각 있느냐는 물음에 알겠다고만 하고 ㅋㅋㅋ

뭐 아무것도 안 물어보고 날짜랑 장소만 통보받고 왔다고 하더군요 ㅋㅋㅋ


저희는 그 날 3시간을 이야기했습니다. 이야기거리가 참 많더군요. 저와 대화하는 코드도 비슷하고 잘 맞는다고 생각했습니다.

이 후 그 분은 저에게 적극적인 애정공세를 펼치시더군요! 회사에서 집까지 태워주겠다는 둥,

제가 보고싶었던 배우가 나오는 뮤지컬 티켓을 미리 예매하시는 둥.. 추운 겨울이었고 집까지 태워주신다는 게 참 부담스러웠습니다만,

차 안에서 나눈 대화 중 아직까지 기억나는 게 있습니다. 참 마음에 드는 말이었습니다.

"저는 운동을 하는 건 싫어하고 보는 것만 좋아해요" 저랑 정말 똑같더군요♡

아마 그 말에 크게 마음이 동했던 것 같습니다. 호감이 점점 올라가고 점점 이 사람이 좋아보이고 결혼을 하려면 이 사람이랑 해야겠구나 싶었습니다.

그러다가 쐐기를 박은 일이 있었는데 남자분의 사촌 결혼식날 이모님들이 모두 모여 결혼식장에서 트로트를 부르시는 영상을 보았습니다.

그럼 나도 이 사람이랑 결혼하면 이모님들이 내 결혼식장에서 트로트를 불러주시는건가!!! 라는 생각에 이제 결혼이 궤도에 오릅니다.


이 후 저희 어머님께 소개시켜드리고 세상에 이런 사람이 있구나 칭찬도 듣고 남자분의 어머님(지금의 제 시어머님)도 뵙고

결혼이 쑥쑥 진행되더군요!! 아! 저는 결혼에 대한 로망이 1도 없는 사람이었기 때문에 남편이 하자는대로 했습니다.

딱 한 가지 제가 고집했던 것이 바로 이모님들의 트로트 떼창이었습니다. 나머지는 뭐 다 하자는 대로 했습니다.

결혼날짜가 11월이어서 추울테니까 드레스는 긴팔로... 뭐 이것저것 준비하려니 좀 힘들긴 하더군요.

남편이 천주교 신자라서 다니는 본당에서 결혼식을 하기로 하고 웨딩플래너도 만나고 둘 다 결혼식 사진이나 앨범에 욕심이 없어 젤 기본으로 하고..

그래도 뭐 하나 빠지는 거 없도록 둘 다 열심히 준비했습니다. 남편도 일하면서 알아보고 저도 알아보고 ㅎㅎㅎ

지금 다시 생각하니 참 좋네요.


드디어 결혼식 당일, 아침부터 일어나서 신부화장을 하고.. 세상에 신부화장이 왜 신부화장인 줄 알겠더군요. 사람 얼굴을 바꿔놓음.

신랑화장도 하고 드레스 입고 결혼식장으로 출발합니다. 성당에 도착하니 춥더군요. 춥다고 하니 제 바로 앞에 거대한 히터가 있었는데 ㅋㅋㅋㅋ

그걸 틀어주십니다. 따듯했습니다. 얼굴도 따듯해져서 기뻤는지 막 들뜨더라구요? ㅋㅋㅋㅋ 그래도 알 게 뭐야 ㅋㅋㅋ 따듯한게 우선임 ㅋㅋㅋ

그 날 웨딩플래너님이 알선해주신 사진기사분이 정말정말 열정적이시더라구요. 숨막힐 정도로 사진을 찍어주시는데 대단하시다는 말 밖에는..

생각보다 제 지인들도 많이 와주고.. 이건 진짜 눈물나네요. ㅠㅠㅠㅠ 다들 너무 감사할 뿐.. 인생 헛살진 않았구나 했어요.

정말 결혼 준비하면서 내가 얼마나 주변 사람들에게 도움을 받고 사는지, 내가 얼마나 좋은 사람들에게 둘러싸여 사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이래저래 신랑신부 입장도 하고!! 혼배미사도 하고!! 신부님 말씀이랑 축가도 하고!! 나는 춥고!! 노래랑 말씀은 길고!!

남편의 손을 꼭 쥐며 "언제 끝나"만 하고 앉았다 일어섰다를 몇 번 반복하니 추워서 덜덜 떨리기 직전에 혼배미사가 끝났습니다.

모두들 함께모여 사진도 찍고 부케도 강속구로 던지고 ㅋㅋㅋㅋㅋㅋ 나름 폐백도 했어요 ㅎㅎㅎ (-_-)v


참고로 다들 혼배미사 너무 힘들어서 짜증났는데 출장부페가 맛있어서 다 풀렸다고들 하더군요 ㅎㅎㅎ

잔칫날엔 음식이 중요하다며 둘이 먹으러 다닌 보람이 있었습니다. (사실 한 번만에 맘에 들어서 결정했습니다)

아 그런데 이모님들의 트로트떼창은.......... 없었습니다. ㅠㅠ 이걸로 한 두어달 남편을 볶았습니다.. ㅠㅠ

뭐 이래저래 사정이 꼬여서 떼창이 캔슬됐다고 하던데......... 쳇 ㅠㅠㅠㅠㅠㅠ


어쨌든 둘이 결혼해서 알콩달콩 살고 있습니다. ㅎㅎㅎ 아직까진 눈만 마주쳐도 좋다고 웃어주네요. 그래 이제 겨우 5달째니 그래야지...

아 근데 이거 어떻게 마무리하죠? ㅋㅋㅋ 그냥 앞으로 쭉 잘 살게요 ㅋㅋㅋㅋ 나중에 부부싸움하고 결게에 조언 구하러 올 날이 오겠죠? ㅎㅎㅎ

그럼 오유여러분 모두 행복한 부부생활 이어가시길 바라면서 이만 끝내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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