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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유부징어가 된 나의 이야기 2
게시물ID : wedlock_923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허리를곧츄세워
추천 : 4
조회수 : 724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7/07/13 18:02: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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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도 알게 되었으니 신랑이 인사를 와야지...
아빠가 음식점으로 불러내서 저녁을 먹고 술을 몇잔 걸치며 호구조사를 했다
이미 벌어진 일에 대해서 더 이상 책임을 묻지 않았고
그냥 행복하게 잘 살라고 마무리하셨다
아마 이게 처음이자 마지막으로 아빠와 신랑이 같이 술먹은 것으로 기억한다

이제 본격적으로 결혼 준비를 해야할 시점....
회사에 들어간 지 얼마 되지 않았기 때문에 업무적응, 교육 받을 것들, 이것 저것 할 일도 많은데
임신 초기라 입덧과 함께 엄청난 졸림에 시달렸고 병원도 자주 가야해서 쉴 틈이 없었....ㅠ
급하게 신랑이랑 마트가서 엽산사러 갔는데 판매원이 오메가3도 먹어야한대서 같이 샀음
처음엔 괜찮았으나 점점 입덧이 심해지니 오메가3의 냄새가 역해졌지만
급하게 생긴 탓에 혹시라도 기형아로 자랄까 걱정되어 아가를 위해 꾸역꾸역 먹었음
 
주변에 결혼한 사람이 없어 도움 요청할 곳은 전무하여 틈나는 대로 인터넷 검색해서 정보를 얻었고,
웨딩박람회를 가면 좀 도움이 될까 싶어 서울로 신랑이랑 대중교통을 이용하여 갔음
몇 군데 상담을 받으면 상품을 준다기에 그정도 쯤이야 쉽겠거니 했는데
처음 예물 상담 한번 받자마자 둘 다 나가리 됨...ㅠ
아무것도 모르고 상담받으니 비교하지도 못 하고 그냥 다 좋아보여서 어벙한 상태로
반지와 한복들의 가격이 생각보다 비싸다는 것만 체감하고 돌아왔음
예식장......
예식장 투어는 알지도 못했고, 어머님이 추천한 식장에 갔음
배 부르기 전 예식해야해서 여름에 날짜를 잡아야 했는데 비수기라 패키지 할인이 괜찮았음.
식대도 생각했던 것 보다 저렴해서 그냥 바로 계약함ㅋㅋㅋ
스드메도 거기서 알게 된....
웨딩플래너를 많이 껴서 한다지만 왜케 돈아깝다는 생각이 들었는지 모르겠음;;ㅋㅋ
별 생각없이 그냥 시댁 근처로 식장 잡게 되어뜸하하
 
상견례.......
결혼 날짜 먼저 잡았으니 상견례도 미룰 수 없어 어쩌지 하다가 신랑이 우리쪽으로 오겠단다
괜히 우리쪽으로 모셔서 내가 다 찾아보느라고 너무 힘들었음
그 전에 전화 상으로 양가 아버님들이 신혼집에 대한 이야기가 오가다 싸울 뻔 하였으나
돈이 없는 집이라는 것을 깨달은 우리아빠가 다 내려놓고 일단 알겠다는 말에 마무리
내가 엄청 심혈을 기울여 찾아낸 한정식집은 배경은 아주 좋았으나 맛은 고약하여
시댁식구들에게도... 우리 부모님한테 너무 죄송했는데.....
신랑은 긴장해서 밥이 입으로 들어가는지 코로 들어가는지 몰랐지만...ㅎㅎ
급하게 결혼하게 되어 준비된 것이 없으니 나중에 집 얻을 때 도움주겠다는 내용과 함께
서로서로 생략하고 아껴서 결혼 준비하자는 걸로 정리
우리 역시 어른들에게 의지해서 하는 결혼인 만큼 최대한 절약하자는 입장이었으니 문제는 없었다
그렇지만
겉으로 보기엔 우리집은 이혼가정이고, 엄마는 재혼을 했으니 시댁식구가 좋지않게 볼 수도 있는데
거기다가 사고쳐서 시집보내는 우리 집이 뭔가 쩔쩔매는 느낌이 싫었고
분위기를 좋게 하려고 엄마가 애쓰는 모습에 너무 마음이 아팠다
예물.......
뽐뿌를 즐겨하는 남편이 찾아간 곳에서 맞추었음
우리는 커플링도 없었고 서로 악세사리를 하고다니지 않아서
다이아 없이 그냥 일반적인 커플링과 귀걸이+목걸이 셋트를 맞추었음
확실히 비싼 메이커 반지들은 낄 때 부드러운데 저렴한 반지는 좀 억센 감이 있고, 디자인도 뭔가 부족해.....
불가리가 예뻤는데 가격이..... 신랑도 별로라고하고.... 췟...
한복......
시댁 식구분 중에 한복하시는 분이 계셔서 거기로 감
종로 한복 골목에 계셔서 좋겠다 싶었는데...
그냥 많이 보던 새댁 한복으로 적당하게 맞췄음. 
원단은 좋았을 지 모르지만 신혼 때 아니면 입지 못할 색....ㅠ
두 어머님의 한복은 어머님의 취향대로~
치마가 연한 비둘기색이었는데.... 나는 좀 별로였음.
기왕 맞추는거 화사하고 예뻤으면 했지만
시부모님과 친지분도 계신데 내가 이렇게 저렇게 해달라기도 좀 뭐하고...하하...
폐백.....
아버님이 여호와의 증인이라 폐백 안한다 하셨지만 어머님은 아님ㅎㅎ
마침 괜찮은 폐백집이 종로에 있다길래 한복 맞추러 가면서 엄마랑 같이가기로 함
한복 맞추고 나서 엄마가 뒤늦게 한복 치수재러 갔음
엄마도 한복 색을 보더니 좀 아쉬워했음...... 그래도 시댁식구분이라 막 티도 못내고...ㅠ
걸려있는 한복들 중에 정말 예쁜 저고리를 보고 우리가 물어보니
우리처럼 결혼 앞둔 어머님들이 맞춘 거라고 하셨음
속으로 엄마 환갑 때 더 예쁜 걸로 맞춰드려야겠다는 결심을 했었지...하하
스튜디오 촬영.....
예쁘게 스튜디오 촬영도 해야할텐데 다이어트는 언감생심
이래저래 잘 먹지도 않고 빡센 스케줄을 뛰었더니 덕분에 살이 안쪘네;;
4개월 정도라 배도 안나오고 그냥 평소의 내 모습이었.....
그래서 난 결혼사진 별로... 포토샵으로도 내 아쉬움을 채울 수 없음
다행히도 친구 두명이 사진촬영날 함께 해주어서 너무 고마웠음ㅠㅜ
3시간 만에 후다닥 찍었다고는 하나 정말 힘들었음..... 직업모델 존경합니다.... 
사진은 신랑표정에 맞춰 고를 수 밖에 없는 상황이라........ㅋㅋㅋ
급하게 잡은 예식이라서 날짜에 맞춰 겨우 액자를 받을 수 있었다
 
신혼여행......
임신했기 때문에 짧은 거리의 괌으로 결정
나름 허니문인데 숙소는 좋은 곳에서 자고 싶어 폭풍 검색했는데 마침 거긴 세일 상품이 없음ㅠ
왠지 포기하고 싶지 않아서 비싼 돈 주고 차+호텔+비행기 예약!!!!!
임신 한 나는 수상레저를 할 수 없기에 자유여행으로....ㅠ
요즘엔 먹방여행이 많아지면서 괌에 대한 정보가 많아졌는데
그 땐 정보가 별로 없었음ㅜ 그냥 태교여행지라는 정도? ㅎㅎ
 
신혼집.....
이것도 나름 알아본다고 여기저기 신랑이랑 돌아댕겼음
애 낳으면 나는 그만둘 입장이니 신랑 직장 근처인 인천으로 알아보았는데
보통일이 아니었음. 입덧은 항상 함께였으니까.
나는 어느정도의 가격대로 알아봐야하는지도 모른채
지리도 모르겠고 돈도 없는 마당에 뭘 따질 입장이 아니라 그런지
주택, 빌라 가릴 것 없이 그냥 다 좋아보였음ㅋㅋㅋㅋㅋㅋㅋ
그러나 신랑은 애도 걱정되서 내심 아파트에 살 생각이었나봄
어느 날 어머님이 우리를 데려가서 보여준 낡은 아파트
나야 받는 입장에 가릴 수 없기도 하지만
이집 저집 살아본 나는 딱히 집에 대해 욕심없음
신랑도 괜찮았는지 그 집으로 결정!!
월세 30만원에 20평정도 되는 아파트를 얻게 됨
30년도 넘어 녹물도 심하고
나무로 된 창문에 겨울이면 엄청 추운 집이었지만
사는 내내 그래도 좋았음
도련님이 폐가같은 아파트라고....흠흠....
혼수.......
이리저리 돌다가 가뜩이나 몸도 힘들고 시간도 부족해서
마지막 행선지인 전자랜드에서 가격도 괜찮다 싶어 그냥 다 사버림
어차피 비싼거 살 형편이 아닌지라...행사상품도 좋아보이고...
남자의 자존심 TV
내가 TV기능 있는 모니터가 있어서 안 샀으면 했지만....
어차피 나도 TV 좋아하고
결혼준비하는데 남자가 무언가를 원하고 고를 일이 별로 없어서
그냥 사고싶은 걸로 고르게 했음. 그렇다고 막 사치부린 건 아님.
신랑은 직구로 사야 싼데 어쩌구저쩌구 했지만...ㅋㅋㅋㅋ
예단......
겉으로는 생략해서 결혼 진행하자고 했으나 시집보내는 엄마의 마음은 그게 아니었다
엄마가 결혼하면서 아무것도 안해왔다고 나름 타박을 받았었던 것 같은데...(아무것도 안한 것 = 예단)
이것 만큼은 하면 그만일 수 있지만 안하면 평생 속 썩을 거라며
이불+식기+은수저 셋트를 고르고 골라 강제로 보냈다
내 생각엔 전셋집 얻은 것도 아니고 월세 사는 마당에 이렇게 따지면 우리집에서 다 해가는 꼴인지라
억울했지만..... 엄마가 외동 딸 하나 시집 잘 보내려고 애쓰는데 초칠 수 없어서 그냥 있었다
예단과 함께 내 취향은 아니지만 우리집 식기들도 엄마가 나름 좋은 걸로 샀다
 
솔직히 임신하지 않았다면 내가 다 준비했겠지만
몸도 힘들고 시간도 없어 집안 살림들은 엄마가 거의 다 준비해주었다
내 취향은 아니라 맘에는 들지 않지만....킄ㅠ
이래서 친정이 없으면 서러운가보다...
함.....
절차는 생략하기로 했기 때문에 한복상자에 예물 넣어서 신랑이 들고온게 끝
아빠에게 인사왔을 때 엄마 대신 고모가 와주셨다
아빠가 결혼 절차를 어떻게 해야할지 몰라서 도와 주셨는데
고모는 왜 사고를 쳐서 결혼했냐며 철딱서니 없다고 살짝 나무랐다
그 땐 잘 몰랐다. 이게 얼마나 불효인지를...
자식을 낳고서야 알게 되었지만...
정식으로 인사도 드리고 허락을 받았어야 했는데, 키워주신 은혜를 저버린 것이었으니..
아빠가 딸 시집보낼 정도 능력은 되셨으나 내 돈으로 떳떳하게 가고싶었는데
그러지 못해 죄송스럽긴했다
함을 보고는 딸이 대접도 못 받고 간다는 느낌에 아빠도 슬펐을 것이다
기왕 있는 집에 시집 보내서 덜 고생하는 걸 보고 싶었을텐데
부모님들은 없이 산다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 아니까
고모도 그래서 더 타박했는지도 모른다
함을 받고서 아빠가 맛난 고기를 먹으러 친정식구들 함께 데려갔고
본인이 데려가시기도 했고 금전적으로 부담주지 않으려 아빠가 계산도 하셨다
신랑은 고맙기도 하고 불편하기도 했을테지
 
이제 결혼 막바지가 되어 틈틈히 사람들 만나 청첩장 돌리고
신혼집 정리하다 보니 결혼이 코앞으로 다가와 있었다
 
유산 안 된 것이 정말 기적!!
임신 초반엔 매일 잠이 부족했고 몸은 미열에 항상 시달렸다가
여름이 되니 더운 것도 모를 정도로 체온이 낮았다
이 때부터 몸이 망가졌나보다
몸이 힘들어서 그런지 나도 모르게 가끔 왈캌 눈물이 쏟아졌다
다행히도 우리 아기가 천사처럼 착해서
얌전히 잘 따라와 주었고
주변 사람들이 오히려 더 걱정했지만 (뭣이 중헌지도 모름서)
힘들고 슬플 수 있는 모든 것들이 괜찮았고 행복했다
 
그 때는 내가 해야할 것들이 산더미라
(아빠랑 살기 때문에 집안일해야함, 직장, 결혼준비, 병원가기 등등....) 
신랑이 따로 떨어져 있으니 그럴 상황도 아니었지만 많이 의지할 수 없었고
내가 누릴 수 있었던 것들을 놓친 지도 모른 채 지나가버렸다
 
 
끝난 것 같지만 아직 더 남았습니다...하하
 
뼛 속까지 오유맨인 우리 신랑에게 긴고 긴 이 글을 읽었길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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