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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 글 주의) 유부징어가 된 나의 이야기 3 끝
게시물ID : wedlock_924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허리를곧츄세워
추천 : 7
조회수 : 944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7/07/14 09:0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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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어찌 살아왔는지 잘 알기에 누구보다도 행복하게 살길 바란 많은 사람들...

사고쳐서 갑자기 시집가는 모습이 안타까웠을게다

결혼식 때 내가 눈물을 흘리자 울컥했다는 얘기도 많이 들었고...


기왕 잘 살기로 결심했으니 지난 일은 묻어두고

며느리로서 아내로서 예비엄마로서

남편과 함께라면 행복한 가정을 이룰 것이라는 믿음으로

아는 사람 하나 없는 그 곳에서 정말 열심히 몫을 해내려고 정말 애썼다

출산이라도 쉽게 했으면 좋으련만

16시간 진통 끝에 억울했지만 수술해야했다...

산후조리원은 형편도 안되었고, 마침 사고도 터져서 친정엄마의 도움을 받아 집에서 할 수 밖에 없었다

한번쯤 신랑에게 물어보긴 했지만 역시나 비싸다는 말에 그래~ 그냥 집이 더 좋지~라며 넘겨버렸다

물론 그 때는 집에서 하는게 더 좋은 점이 많다고 생각했다.

단지 친정엄마를 고생시켜 미안했지만 엄마도 손수 하는 것이 마음이 편하다며 신경쓰지 말라고 하셨다

병원비도 아빠가 치러주셨고, 시댁에서는 백만원을 주셔서 경제적으로 큰 부담 없이 잘 지나갔다

이래저래 아이를 위해서 정말정말 최선의 것을 해주려다보니

그동안 쌓아두었던 피로와 스트레스로 결국 갑상선 항진증을 얻게되어버렸지만...


살면서 경제적인 부분을 잘 맞췄어야 했는데

살림하랴 육아하랴 미처 손 쓰지도 못한채 시간이 많이 흘러가버렸고

막연하게 잘 하겠지... 라며 믿고 신랑에게 맡겨놨던 경제권은

우리 결혼생활의 위기를 불러왔다


결혼 전에는 돈을 벌었으니 신랑의 돈을 받아 쓰지 않았지만

결혼 후에 내가 일을 그만두게 되었을 때도 상황은 크게 달라지지 않았다

신랑은 나에게 생활비하라며 준 신용카드가 전부.

내가 모아둔 돈도 있고, 양육수당도 받고, 결혼하고 아이가 생기니 주변에서 챙겨주는 돈도 많아서

스스로 해결하는데 문제는 없었다. 그저 내가 대신 쓴 만큼 신랑이 조금이라도 저축해주길 바랐다.

돈을 아끼려다보니 첫째 아이 성장사진은 셀프로 했고,

맘에드는 아이 한복이나 돌 드레스는 비싸서 그냥 내가 만들어 입혔다


그래도 혹시나 싶어 돈이 얼마나 있는지 물으면 기분나빠할까봐 

내가 가진 돈이 얼마라고 숨김없이 다 깐 후에 돈 모아둔거 있냐고 물으니 하나도 없다고 했다...

기대는 안했는데 정말 하나도 없을 줄이야...;;

하다못해 만원, 이만원이라도 모으라는 말에 남편은 코웃음치며 그거 모아서 뭐하냐고 한다

(근데 수중에 그 돈도 없는게 문제 아닌가...?하하)

신랑은 그저 적은 월급 탓을 하며 미안해 할 뿐;; 중요한건 그게 아닌데 이 사람아ㅡㅡ

하.....나름 계획을 짜려는데 신랑의 돈 쓰는 패턴이 좀 마음에 걸렸다

7월 10일이 월급날이라면... 6월에 쓴 카드값을 7월에 받은 월급으로 갚는단다.

난 7월에 받은 월급은 7월에 쓴다고 생각했는데... 그래야 모을돈 빼놓고 나머지로 살지않나? 

나는 신랑의 씀씀이 방식에 혼란스러웠다;;

신랑은 이게 당연한거라며 설명하는데 거기에 넘어 가버렸다ㅠ 숫자에 약한 나란여자...ㅠ

이러다보니 경제권은 신랑이 갖고있었고 여전히 나는 신랑명의로 된 신용카드 한 장 뿐.

나름 금전적으로 어찌 쓸지 계획은 했지만 불안했다...


시간은 빠르게 흘러 결혼한 지 1년이 지났다

결혼하면서 세운 자녀 계획대로 뱃 속에 둘째도 생겼는데 역시나 술 먹고.......

임신은 너무나 쉽게 되었다;

첫째 때 누려보지 못했으니 둘째 때 나도 뭔가 누려보고 싶었지만

입덧으로 힘들 때 신랑은 역시나 별 도움이 되지 않았다.

가끔 너무 힘들어 저녁도 못 챙겨준 적이 있는데 어느 날은 짜증이 났는지 툴툴거렸다

너무 힘들어 죽을 사다달라고 했더니 어디서 사오냐는 말에 할말을 잃기도 했었지...

(그래도 억울한 마음에 언젠가 억지로 곱창전골 사오라고 시켜서 겨우겨우 먹은 기억은 있지만 역시나 기분은 썩...)

근데 회사에서 밥이고 나발이고 얻어먹지도 못하는게 정상이라는 소릴 들었는지

나보고 밥 챙겨줘서 고맙단다

소소하게 집안일도 도와주고 가끔 큰 애도 봐주었지만 딱히 기억에 남는 건 없다


워낙 집이 구려서 집 주인이 별로 신경안쓰기 때문에 2년이고 3년이고 살아도 되었지만

아이를 위해서도 계속 살기엔 너무 춥고 녹물이 심해서 기회가 되면 이사가고 싶었다

혹시나 싶어 청약통장을 물으니 없댄다.... 응?

여전히 그동안 모아둔 돈도 하나도 없단다.... 응?

뒤늦게 알았지만 결혼하면서 500만원 대출도 받았다는데 백만원도 못 갚아논 상태.... 응???????????

정말 힘이 쭉 빠져버려서 아무말도 안나오더라...

내가 그동안 절약하고 포기하고 희생했던 모든 것들과 묻어두려 했던 기억의 상자가 열렸다

출산 후 딸이 몸이 아프고 힘드니 무슨 일이 생기면 항상 멀리서 찾아와 도와주고, 도망치듯 떠나는 우리엄마...

생활비 부족할까봐 올 때마다 항상 돈 쥐어주던 우리아빠...

친정은 이혼의 아픔을 알기에 잘 살라고... 혹시라도 신랑이 눈치보이거나 기분나쁠까봐 조심조심하는데!!

그에비해 신랑과 시댁은.....? 상대적으로 비교가 되었지만 덮어두었던 것들

정말 많은 것들이 한순간에 몰려와서 처음엔 그냥 어안이 벙벙했다


암 환자들이 겪는 심리적 단계 5단계가 있다

1. Denial(부정) > 2. Anger(분노) > 3. Bargaining(타협) > 4. Depression(우울) > 5. Acceptance(수용)

어릴 적 부모님이 이혼했을 때 심리적으로 많이 힘들었는데, 저 내용을 보고 유레카!!! 했었다

다시는 찾아오지 않을 것 같던 저 5단계가 다시 찾아왔다.

뱃 속의 둘째는 첫째 돌보고 살림하느라 태교도 많이 못 해줘서 미안했는데

아빠라는 사람은 맨날 친구들 불러다 술먹고 놀고있으니...


많은 것들이 누적되니 심적으로 너무 힘들어 막달이 되었을 땐 혼자서 우는 날이 더 많았다

당연히 아이도 내 감정이 전달되었겠지... 그렇다고 뱃 속에 있을 때 많이 신경써주지도 못했으니...

이대로 살다가는 경제적으로도 아이의 교육을 생각해서라도 이혼이 답이라는 생각만 들었다

내가 왜 저러는지 알지도 못한 채 달래주려했지만 나는 대화 할 생각이 전혀 없었기 때문에

신랑은 묵묵부담인 내가 답답하다며 화가 나버려 냉전 상태가 되었다


나는 너무 많은 이야기들이 쌓여있는 상태고, 말로 전달하자니 눈물이 먼저 나와서 제대로 전달하지 못 할 것 같아

줄이고 줄여 쓴 4장의 편지를 봉투에 넣어 신랑 지갑에 꽂아두었다

남편은 그대로 빼서 책상에 올려둔 채 출근했고, 이틀 후 나는 편지를 찢어버렸다


출산을 한달 쯤 앞두고 엄마에게 이혼할 생각이라고 말했다

깜짝 놀라 그대로 달려오셨다. 온전히 다 얘기할 순 없었지만 엄마도 대충 알았을 것이다

그렇지만 여전히 사위는 좋은사람이니 대화로 잘 해결해보라며 나를 타일렀고

엄마는 신랑을 급하게 불러내 술 한잔 하며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눴고

남편의 긴 설득에 나도 힘들게 이야기를 풀었다.

결국 대화를 한다는 것은 풀고 앞으로 잘 해보자는 의미라는 것을 알기에

누구나 자기 단점이나 잘못을 지적하면 누구라도 기분 상하기 마련이므로

최대한 배려해서 좋게 전달했다.

(화가 나도 남편 배려까지해줘야 하는 이 상황이 참 우습고 내가 병신같았지만...)

편지는 자기도 몰랐다면서 많은 이야기를 들었으니 자기도 생각할 시간을 달라고 했다

불만이 있으면 바로 얘기하라며 참으면 너만 손해라고 말하는데

'투정부릴만한 여유를 니가 만들어주지 않았잖아...' 라고 속으로 삯일 뿐이었다


다행(?)히도 남편이 자기도 노력해보겠다며 금전적 문제는 월급이 적어 자기가 어떻게 할 수 없는 것이니

조금만 참아달라고 했다. 월급의 액수 문제가 아니라 경제관념이 문제인건데....

본인은 모르는 것이 많으니 불만은 그때그때 말해달라고 해서 알겠다고 했다

내가 제대로 얘기하지 않은 것들이 수도없이 많아서 여전히 잘 모르고 있는 상태였지만

천천히 해결해 나가기로 마음먹고 둘째를 출산하기 전 겨우 사태를 마무리 했다


참... 쉴 틈도 없다... 둘째는 태어나자마자 경련증상을 보여 대학병원에 바로 입원

수술대에 누워 울음소리를 듣고는 아이를 곧 만나겠구나 싶었는데, 젖 한번 못 물려보고 그대로 병원으로 보냈다

참.... 말로 표현하기도 힘들 정도로 아이에게 미안했다. 지금도 여전히...

신생아라 원인은 불분명했지만 심리적인 것이라는 것을 남편도 나도 잘 알고있었다

그래도 한달만에 무사히 퇴원해서 지금도 잘 자라주고 있지만

유독 심하게 보채고 울어서 우리에게 복수하고 있다ㅜ

출산을 하고나니 다시 갑상선 항진증이 찾아왔고 애를 낳은지 8개월이 지난 지금도 힘들다

이제 신혼집 계약이 3년이 되어가서 이젠 떠날 때가 되었다고 판단!

애가 둘이 되니 집 알아볼 여유는 도저히 되지 않아서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 했는데

엄마는 친정집 근처로 이사오라며 집도 알아봐주고 이사도 도와주었다

그 와중에 신랑은 운이 없게도(?) 이사가는 날 외국에 출장을 가 있었...

내가 운전해서 이동할 수 없으니 우리아빠의 도움을 받았고, 이사갈 때 비용과 모자란 보증금도 보태주었다

제대로 된 이사를 해본 적이 없어서 보증금 돌려받는 것부터 잔금치르고 이사하기까지 너무 힘들었다

큰 금액의 전세보증금이었다면 더 아찔한 순간이 많았으리라 생각이 드니 집 없는 서러움이 뭔지 체감했다


남편은 인천을 떠나 친구도 없는 곳에 와서 살아야하고, 출퇴근 거리도 멀어져서 부담스러웠을 것이다

거의 두배가 넘는 월세집으로 이사해 더더더 그랬을 것이다

막상 이사가려고 하니 돈이 없어 아들 뺏겼다며 가벼운 농담으로 서운함을 내비치셨지만

어쩌겠는가.. 지금 당장 내가 죽겠는데... 어쨌든 눈치주진 않았지만 친정 근처로 이사가서 불편한 마음이 남았다


항상 근처에 친구들이 있고 바가지 긁지 않는 마누라가 있어 편하게 술먹고 놀았지만

이사오고 나니 생활이 달라질 수 밖에... 

거기다 셋째가 무서워 정관수술도 했으니 이래저래 심적으로 힘들었을 것이다

(결혼 전엔 잘 하지도 않던 피임인데 셋째가 생길까 무서워 꼬박꼬박 챙기는 남편의 모습이란....하하하)


많은 일들이 있었지만 그래도 운명론을 믿으며

신랑이 해주는 작은 것에도 감사해하고 이런 남편이 없지~라고 여겼다

안 좋은 부분 보다 좋은 것을 찾아서 북돋아주고 칭찬해줬었다

이 사람 옆에 있으면 참 편하고 안정적이라는 느낌에 역시 천생연분!!

이효리가 말했던 나에게 맡는 사람이 요기잉네였지...하하


정말 남편을 사랑했기 때문에 그냥 옆에만 있어도 좋아서 애정표현이었지만 귀찮게 장난도 많이 쳤다

남편 덕에 오유도 많이 보고 점점 서로 닮아간다는 느낌이랄까?

이러니 저러니해도 결국 내가 선택한 것들이니 다 이해하고 넘어가며 살았는데..


최근 남편은 핸드폰 게임 시간이 늘었다

그 전에도 그랬지만 요즘 폰만 잡고 살길래 게임이 그렇게 재밌나? 싶어 궁금했지만

서로 사생활에 대해 존중하는 편이라 간섭은 하지 않았다


얼마 전 남편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했다가 저녁에는 결혼한 내 친구가 술 마시러 놀러온다고 해서

집으로 돌아가는 중이었다

신랑 친구에게 전화가 왔는데 어디냐며 자기는 지금 술 먹고 있다고 했다

(신랑은 항상 운전할 때 전화를 스피커폰으로 받아서 다 들림)

시끌시끌 분위기가 좋아보이는데 옆에서 여자가 뭐라뭐라 떠들어대더니

자기가 전화바꿔서 왜 안나왔냐며 언넝 오란다...ㅡㅡ

오늘 약속이 있어서 못가니 다음에 간다고 하는데 들으면서 기분이 쎄했다

다시 친구랑 통화하면서 맛집같아 보이는데 맛나냐고 묻는데 쌩판 남처럼 느껴졌다

저런 약속이 있었는지 몰라도 되는 일이긴 한데 그냥 왜 이리도 기분이 상하는지....

찜찜한 마음이었지만 그냥 넘겼다

약속에 나가지 못해 아쉬움을 털려고 그런건지 간만에 즐겁게 놀아서인지 신랑은 미친듯이 달렸다

그 다음날엔 신랑 친구의 돌잔치에 가야해서 걱정은 되서 적당히 먹으라고 잔소리는 했지만 

약속도 못 가고 집에서 놀아주는 신랑에게 미안한 마음에 그냥 두었다


신랑은 술 마시면서 자꾸 돌잔치에 애기 둘을 데려가는 건 힘드니 혼자 가거나 첫째를 데려가겠단다

그래? 라고 했다가 생각해보니 내가 더 힘들어서 싫다고 했다

다음 날 남편은 숙취에 힘들어하긴 했지만 돌 잔치에 못 갈 정도는 아니었음

애기 음식까지 가져오라며 먼저 보낸 신랑은 속이 안좋은지 자기 먹을거만 몇개 떠옴;

내가 다시 가지러갔다오니 행사시작ㅠ

이제 좀 먹어보나 싶었더니 언넝 먹고 가자는 남편

신랑 친구들 모두 각자의 숙취로 대충 먹고 끝내버려서 나만 남아버린....

좀 민망해서 밥 다 먹고 커피 가져다 줬더니 친구랑 담배피러 나감

어제 전화했던 친구도 있었는데 담배를 안펴서 우리 첫째를 대신 봐주고 있었음

어제 뭐했나 물어보니 게임에서 만난 사람들끼리 서울에서 술먹었다고 함

여자도 있고 남자도 있는데 28살인 여자애랑 단 둘이 마지막까지 남아서 먹었단다

그런가보다... 언젠간 이 사람도 모임에 나가겠군... 하고 마음의 준비를 미리 했었다

집에 돌아와 비가 와서 하지 못한 빨래때문에 코인 세탁방에 가야했는데

첫째도 자고 있어서 오는 내내 졸려하는 남편보고 쉬라고 한 뒤 둘째를 데리고 나왔다

남편은 오는 길에 아이스크림 사오라고.....하하....

날씨는 후텁지근해서 애는 울고... 세탁방이 시원할 줄 알았더니 더 덥네;

빨래방 문턱이 높아서 유모차를 들었다 놨다하기 힘들었음

애는 계속 울어서 후다닥 빨래넣고 탈출ㅠ 애가 울어서 계속 돌아다님

건조기 돌리러 다시 들어간 세탁방에서 애는 미친듯이 우는데 미칠 노릇...

거의 다 끝나가는데 날씨도 흐리고 힘들어서 도저히 다 들고갈 수 없어서

이제 일어났겠지? 하며 남편에게 전화했음

자고 있을 줄 알았더니 게임했다고함.......ㅡ.,ㅡ

애가 우니까 어서 데리러 오라고 하니 알겠다고 했음

좀 있다가 카톡으로 첫째가 나가기 싫어한다고 못 가겠단다...

휴.......너무너무 약올라서 미칠 것 같았음....

아이스크림 사러간다고 달래서 나오라니까 알겠다고 함

겨우겨우 집에오니 집안일이 눈에 들어오고.... 나는 저녁밥을 차려야하네...?

정말 서글픔이 밀려왔음

내가 잘해줘봤자 소용이 없구나... 나도 이제 이기적이 되어야겠다... 이런 생각이 들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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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날 내가 화내고 짜증내니까 밥하는 내 뒤에 와서 안아주고 가긴 했는데

최근 나는 너무 힘들었어...

요즘에 나는 돈벌려고 교육받으러 사무실 나가는데...(아직 돈은 못 받지만)

나는 애도 봐야하고 돈도 벌고 살림도 해야하고 모두 다 내 일이라 생각하니 걱정이 태산인데

너는 바람을 핀 건 아니지만 이성들과 거리낌 없이 만날 수도 있을 것이고

게임을 하던 사람을 만나던 술을 마시건 육아나 집안일 부담이 없으니

나보다 자유로운 몸이라는게 참 씁쓸하더라


프로포즈도 받고 예쁘게 결혼해서 신혼살림 꾸리는 친구들을 볼 때면

처음엔 그렇지 않았지만 점점 부러웠어

남들은 갖고 싶어도 갖지 못하는 예쁜 아기 둘을... 게다가 예쁘기까지 하니...

주변의 부러움을 사고는 있지만 정작 나는 행복하지가 않아

이것을 위해 나만 희생했다는 느낌이 점점점 강해져...

남들에게 이런 이야기 할 수도 없고.... 상황이 너무 다르니까....

그것도 혼자 슬퍼할 뿐이지


지금 나에게 남은 건 출산 후 변한 내 몸과

내 젊은 날 아껴 모았던 돈들이 줄어드는 것을 볼 때마다 드는 아쉬움

육체적/정신적 피곤함

슬프고 아쉬웠던 기억들이 넘치는데

내가 뭘 좋아하는지 모를 때, 그러면서도 알려고 하지도 않거나

정말 모르는 사람들이 나를 더 걱정해주기도 하니

당신이 조금만 섭섭하고 슬프게 하면

누적된 슬픔과 서러움이 한번에 터져나와 나도 모르게 눈물이 나와...

더 이상 참는 것도 힘들고 지쳐...


내가 또 말 안하고 뚱해있으니까 당신도 화가난 건지 모르겠지만

몇일 전 출장때문에 짐 챙기면서 집에있던 콘돔과 우머나이저를 버렸더라

오유에서 봤다며 나를 위해 샀던 물건이 쓰레기통에 있는 걸 보니까

마치 내가 버려진 느낌이었어

무슨 생각으로 버렸을까 심란하기도 한데

당신이 '니가 자초한 일이야. 니 손해지...' 라고 생각하는 것 같아서 그게 더 마음이 아프다

어쨌든 필요가 없으니 버렸을거라 생각해서 나도 가져다 버렸지만...


당신이 변변한 프로포즈도 임신했다고 떠받들어주지 않았어도

둘째 들쳐매고 힘들어서 맨날 가방 들어달라고 소리쳐도

너의 방식에선 이게 최선을 다해서 나를 사랑해주고 가정을 이끌었다고 생각해


오유맨인 너를 위해 이 글을 쓸지 말지 정말 고민했는데, 한번 시작하니 마음이 후련해지네

비난하기 위한 것도 아니고 상처주기 위한 것도 아니야

하지만 내가 너무 배려해서였는지 나를 너무 모르는 당신에게

철저하게 내 입장에서 이야기를 전하고 싶었어. 나름 필터링은 했지만...

내가 스스로 참아왔고 넘기려 했던 것인데 나를 너무 과대평가했어


중간중간 말할 수도 있었겠지만 그 때마다 다 표현하지 못 한건

입장을 바꿔서 내가 너라면 이 많은 내용들을 감당하기 쉽지 않을 것 같았으니까..

떠날까봐 무섭기도 하고...하하


이 글을 다 읽어줄지도 걱정되지만 읽고 나서의 일들도 걱정이 되네

어쨌든 해외출장이니 몸 조심해서 다녀오길 빌어

이제 나도 웃는 일이 많았으면 싶다 하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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