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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가끔 쌍욕을 한다.
게시물ID : wedlock_925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Hamstern
추천 : 22
조회수 : 2187회
댓글수 : 35개
등록시간 : 2017/07/14 17:01:08
 
 
1.
 
결혼하고 나서 내가 제일 충격을 먹은 것은,
 
머리만 닿으면 바로 잠이 드는 남편의 우렁찬 코고는 소리도 아니요,
남편의 말도 안되는 집안일 센스도 아니었다.
 
냉장고의 각종 야채류가 자연의 부름을 받아 無로 돌아가는 속도였다.
이런 $@^^#$$$ 할 곰팡이..
...
 
어째서!
저번 주말에 본 장인데, 야근 5일하고 주말 맞아 각잡고 요리좀 해보려했는데 이미 다 먹을 수가 없는 것이니 ㅠㅠ
 
 
 
덧)
..
결혼을 준비하시는 많은 예비 신혼부부님들. 냉동실의 크기가 생각 외로 중요합니다.
 
 
 
 
2.
 
..
신혼.
 
집에 돌아와 문을 열면 고소한 냄새가 코를 자극하고
보글보글 끓는 된장찌게와 각종 정갈한 나물류와 막 해논 고소한 밥에서 김이 모락모락 나는 그런장면.
 
분명 내가 그렸던 장면은 이러한 것이었다.
 
 
내가 힘겹게 퇴근 하고 돌아와 서투른 칼질로 몇시간씩 불앞에서 고생하고 투쟁해서 끓인 된장찌게에서 뻘맛이 날때,
어떻게든 내놓으려 했지만, 도저히 나조차도 먹을 수 없는 음식이었을때..
나는 입에 쌍욕을 담는다.
 
어째서 분명 먹을 수 있는 것들을 조합해서 시간과 노력을 투자했는데 먹을 수 없는 것이 생성되는 것인가.
 
호박아 미안해. 양파야 미안해. 두부야 미안해. 된장아 미안해. 지구야 미안해.
무엇보다 오늘 하루종일 고생한 나야, 힘들게 일하고 집에와서 고생시켰는데 이런 #$!%#!한것을 만들게 해서 미안해 ㅠㅠ
 
 
그날 저녁 내내의 사투 후, 먹을 수 있는 것들로 음식물 쓰레기만 생성한 나는 치킨 시켜 먹었다.
 
 
덧)
..
요리에 서투르신 분들, 네이X가 시키는 대로 하세요.
내가 좀 서툴다, 한다면 절대로 창의력을 펼쳐서는 안됩니다. 
그리고 msg으로 커버되지 않는 맛도 있습니다.
 
 
 
3.
 
나는 결혼하고 최소 2년간은 남편이 입맛이 짧은 줄 알았다.
입맛이 짧아서 밥도 조금 먹고, 반찬도 조금 먹고 그러는 줄 알았다.
친정에만 가면 밥을 두그릇씩 먹는게 장인장모에게 사랑받으려 무리하고 그런줄 알았다.
친정아빠가 "남편 굶겼냐" 라고 할때 농담만 하는 줄 알았다.
 
요리가 늘은 이후, 밥을 두공기씩 먹는 남편을 보면서 과거의 남편에게 진심으로 사과했다.
 
 
덧)
내가 요리를 못한다 할때 포기하지 마세요.
많이 하면 요리도 늡니다..
 
그 과정에는 많은 쌍욕과, 좀더 많은 지구와 개인의 희생이 따를뿐.
 
 
 
 
4.
 
생명이란 정말 위대한 것이다.
절벽의 돌틈에서도 나무가 자라고 아스팔트의 틈의 작은 흙에서도 꽃은 핀다.
 
그래서 생명의 위대함을 간과해선 안된다.
절대로 방심하면 안된다.
 
절대로 여행 전 남편에게 밥솥안의 밥을 버려라 라고 했을때 알아서 잘 버리겠지, 라고 생각하면 안된다.
쓰레기통에서 생명이, 그것도 무더기가 탄생해서,
날고 기어서 쓰레기통에서 기어나와 사방으로 퍼져나가는 그런 생명의 위대함을 체험하고 싶지 않다면.
 
결코 다시 결코, 방심하지 말지어다.
 
여행에서 돌아와서 집에와서 쌍욕을 뱉으며 그걸 다 치울 생각이 아니라면 말이다.
 
 
 
덧)
음식물 쓰레기는 그때그때 버립시다.
요즘같이 생명이 번생하는 시기에는 특히요.
 
 
 
 
 
5.
 
다시 말하지만, 생명이란 정말 위대한 것이다.
 
많은 밤을 선물로 받았다면.
그것도 산에서 직접 딴 유기농 밤을 선물로 받았다면.
 
그 강한 생명력따위는 당장 죽여버리지 않는다면 살아나 복수할 것이다.
 
 
덧)
받은 음식/재료를 먹을 자신이 없다면, 처리하기도 힘들다면 그저 냉장고에 두지 마세요.
냉장고는 받은파일 폴더가 아니더라고요.
 
힘들게 추석을 보내고 차마 손질할 힘도 없어서 잠시 둬야지 하고 냉장고에 둘수도 있어요.
그리고 추석 연휴 내내 쌓인 일에 야근 하느라 잊을 수는 있어요.
그리고 야근 시즌이 끝나고 난 이후엔 생각날수도 있어요.
...
 
 
쌍욕하며 냉장고 치운 이야기는 굳이 하지 않도록 하겠습니다.
 
 
 
 
 
6.
시간이 지나고,
집안일도 늘면서 쌍욕의 빈도수도 점점 줄었다.
 
먹을 수 있는 음식들로 먹을 수 없는 것을 만드는 빈도수도 줄었고
완벽한 부침개나 계란 지단을 만들려는 욕심도 버렸으며,
칼질하다 손을 베는 일도 적어졌다. (라고 하기엔 저번주에도 부상을...)
 
그래도 여전히 하수구가 막혔을때나,
각종 기구들이 어이없이 부셔지거나 튀거나 떨어지거나 해서 날 때리거나
인간과 내가 허락한 애완 생물 이외의 생명이 집에서 서식하거나 등장할때에는 아직도 가끔 쌍욕을 하긴 한다.
 
그래도,
 
이 많은 순간들이 자립해서 어른이 되고, 내 가정을 운영하는 과정일 뿐이고
내가 좀더 나은 어른, 그리고 아내가 되는 순간이 아닌가, 라고 생각한다.
 
 
...
나중에..
애가 생기면.. 분명 더 많은 쌍욕 할 순간들이 생길것 같지만...
 
음..
 
....으흠..
 
뭐, 어쨋든 지금까지 잘 해왔듯, 잘 할수 있겠지요?  
 
하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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