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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내의 층간소음 대처법.
게시물ID : wedlock_9885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요레요레요
추천 : 58
조회수 : 3886회
댓글수 : 66개
등록시간 : 2017/08/20 20:00: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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초 봄에, 윗 집에 예쁜 부부가 이사를 왔다.

오지랖넓은 아내가 냉커피를 담아서 올라간 다음에 4월에 출산 예정이라는 새댁과 손을 잡고 내려왔다.

입덧을 거의 막달까지했다는 핼쓱한 새댁얘기를 몇 번 듣자마자 윗 집은 아기를 만나러 갔는지 조용해졌다가
최근에는 하루종일 아이의 울음소리에 새벽 내내 잠을 설쳤다.

아내는 별 내색이 없더니 며칠 전 도저히 안되겠다며, 어떻게든 해야겠다고 내게 얘기를 했다.

그 뒤로 신기할 정도로 조용해졌고, 나는 새벽녘에 뒤척이지 않고 잠을 잤다.

뭐라고 얘기를했기에 이리 조용해졌을까 걱정도되고 궁금도했지만
오랜만의 연차에 집에 있으며 이유를 알게되었다.

아침이 되면 아내는 밥과 반찬을 조금씩 담아 윗 집 문고리에 걸어놓았고
점심시간이 되면 밥과 커피, 과일과 과자를 조금씩 챙겨 윗 집에 가서 먹고
두 시간 정도 아기엄마를 재우고 아기재롱을 본다고 한다.

우리 아이도 이때쯤 돌아와 샤워를 하고 윗 집 아가를 엄마와 함께 보고
아기엄마가 일어나면 내려온다는것이다.

친정부모님은 안계시고, 시댁과는 사이가 소원해져 외로웠던지라
아이보는법도 모르고 타지에 내려와 막막했던 아기엄마는 아이 울음에 쩔쩔맸는 모양이다.

아내는 유치원 때 첫사랑에 실패만 안했다면 딱 저만한 딸이 있었을거라며
애 키우는 데는 한 마을이 필요한 법이라고,
주말에 윗 집 아빠랑 술 한 잔하고 오라고 넌즈시 얘기한다.

아내도, 여지껏 일하시는 장모님, 일찍 돌아가신 시어머님을 둔 관계로
타지에서 조리원도 못 가고 혼자 아이를 낳아 키웠는데, 그때 난 한창 바쁜 시기라 
집에 한 달에 한 번 옷 챙기러 들어가는 정도였고...

지금에야 알지만, 나도 그때는 뭘 몰랐던지라
그렇게 가끔 집에 가면서도 항상 속옷까지 다리미로 다려 깨끗하게 옷과 간식, 밑반찬과 동료들 선물까지 챙기는
아내에게 고마워할 줄만 알았지 아이키우는 고통을 몰랐다가

후에 아버지께서 아시고 쌀 씻는 바가지로 머리를 대차게 여러대 쳐 맞은 후에야 죄책감에 치를 떨었더랬다.

가부장적인 경상도 남자였던 아버지께서도, 엄마가 날 낳으신 후에는 6개월동안 밥과 청소, 온갖 집안일을 도맡아하셨고
할아버지,할머니께서 그게 당연한거라며 아비된도리를 배우라하셨다고한다.

어제 윗 집 신참아빠와 맥주 한 잔을 하는데 행복하면서도 무겁고 무서워 잠이 잘 안온다고하더라.
나 역시 그랬다며 어깨를 토닥이고, 그래서 아이낳으면 나이가 어려도 어른 대접해주는가보더라- 종종 맥주 한 잔 하자. 웃으며 보냈다.

어제는 아내가 자기 전 귀마개를 주었다.
아이들이 클 때가 되면 밤에 잘 깨고 우니 그냥 미리 끼고 자라고...
우리 아이는 그런적이 없다고했더니

아내가 구렛나룻을 살짝 뜯어주었다.

당신이 잠귀가 예민해서 6개월까지 밤에는 늘 해가 뜰 때까지 안아재웠다고.

윗 집 아이가 건강하게 잘 커주기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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