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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feat.WoW>
게시물ID : wow_2831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불량먹보
추천 : 1
조회수 : 2364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4/12/12 16:30:20
어려서부터 세살 터울 위의 누나에게 휘둘리며 강제로 미미와 바비와 그리고 그 외 기억나지 않는 두글자 플라스틱 인형들로 놀며 컸던 저는
20대에도 공주에 대한 환상이 있었죠. 

그리고 어느날 친구에게 낚여 와우를 하게 되었어요. 렙업을 하다가 던젼에 들어가니 공주가 있대요. 오!

누가누가 알아줄까 
오~혼자라는 외로움을
이쁜 나는 공주라 외로워

고 김자옥씨의 노래를 흥얼거리며 막넴까지 갔어요

WoWScrnShot_022410_161333.jpg

어 잠깐

그래서 외로운게 아닌거 같은데!

게다가 공주 기술이 파티원 다 뿡뿡 띄우는 광역 돌방구야!

외모 비하가 아니라 템을 안줘서 마음에 안 든다~ 그렇다는 말입니다. (자체 쉴드쉴드)

그리고 만렙찍고 엘윈숲을 놀러갔지요. 거기서 다른 공주를 알현했습니다. 오!

http://3.bp.blogspot.com/_MWNUCddpwxM/S1QvDtTmd-I/AAAAAAAAAME/M7ncluLW_C8/s320/180px-Porcine_Princess.jpg

...작아보이죠? 확대

http://img3.wikia.nocookie.net/__cb20100401103733/wowwiki/images/a/a9/Porcine_Princess.jpg

...이건 그냥 공주(princess). 공주 뭐시깽이도 아니고 그냥 공주. 위엄돋네. 이건 쉴드가 불가능해... orz 

그때부터였어요. 공주라는 것에 믿음이 가지 않았던 것이...

그리고 와우에서 공주 라는 이름을 단 애들을 만날 때마다 그 확신은 견고해져갔습니다. 공주란 공주는 다 봤지만 모조리 ㅠㅠ

http://rigvedawiki.net/r1/pds/_ea_b3_b5_ec_a3_bc/pricess.jpg
<feat. 엔하위키>


아니 와우 프로그래머들은 어릴 적 디즈니 만화를 보고 악몽이라도 꿨던 것인가.

블리자드에서 디즈니 만화를 만들면 백설하녀와 일곱엄지공주가 되고 신데렐라는 요정 할머니가 호박마차 자급자족하고 막 그런건가

인어공주는 아리엘이 아니라 문어마녀가 왕자를 촉수로 휘감고 알라딘에선 쟈스민 대신 호랑이 공주가 알라딘과 사랑에 빠지고 막 그런건가

동심이 인정사정없이 박살나는 와우를 접종하고 음악을 즐기려고 음악 폴더를 연 순간 눈길을 끈 파일 제목 <Pavane for a Dead Princess>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 라...? 

클래식에 거의 문외한이던 저는 '어느 와우저가 막넴 잡고 신나서 노래를 불렀나보다'

어두컴컴한 자취방에 무식함을 찬란하게 빛내며 음악을 틀었습니다.

http://www.youtube.com/watch?v=X6A96yQO82I 

그리고 이 음악이 흐르네요. 곡제도 좋지만 음악 자체도 좋더라구요. 그래서 이것저것 정보를 막 캐봤습니다. 

'왕녀 마가레타의 초상' 이라는 작품에서 영감을 받아 라벨이 작곡하였으며 피아노곡을 다시 관현악곡으로 편곡하였다 라든가 
왕녀의 그림에 반해 라벨은 62세에 죽기까지 일생을 독신으로 지냈다 등등... 그렇구나 하고 넘어갔죠.

그리고 어느날 서점을 갔는데 저 제목의 책이 나왔더라구요. 오호! 사서 읽어봤어요. 추한 여자와 상처받은 남자의 오랜 사랑이 담겨 있었어요. 

괜찮다 하고 지나갔었죠.(물론 이렇게 간단히 언급하긴 아까워요. 하지만 시간상 모종의 이유가...! 페르마 아닙니다)

그리고 리분이 끝나고 대격변 패치가 되었어요. 공주들이 변했네요. 원래 추하던 공주들이지만 사라지거나 더 추해지기도 했어요.

판다를 거치고 드군을 오며 이제 공주들 얼굴도 기억이 잘 나지...않다고는 차마 못하겠고 여튼 볼 일이 거의 없어졌지만
워낙 인물만으로 오그리마 성벽 무너트릴 것 같은 캐릭들이라 안면어글 공주님들 탱잘하시겠다 노블리스 오블리제

그런데도 애정은 남네요. <죽은 공주를 위한 파반느> 제목의 소설처럼, 혹은 음악처럼.

마가레타의 초상처럼 와우의 공주들이 순진한 공주의 이미지로 절대 어허 절대 남지는 않지만
그 과거- 지나간 초보시절의 와우 첫 경험 그 자체는 솜사탕처럼 남아있네요. 

옛날을 추억하며 소설 일부를 옮겨 봅니다.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은, 누군가를 상상하는 일이야. 시시한 그 인간을, 곧 시시해질 한 인간을... 시간이 지나고 시시해지지 않게 미리, 상상해 주는거야. 그리고 서로의 상상이 새로운 현식이 될 수 있도록 서로가 서로를 희생해 가는거야. 사랑받지 못하는 인간은 그래서 스스로를 견디지 못해. 시시해질 자신의 삶을 버틸 수 없기 때문이지. 신은 완전한 인간을 창조하지 않았어, 대신 완전해질 수 있는 상상력을 인간에게 주었지.
-박민규, <죽은 왕녀를 위한 파반느> 中


네, 와우는 사랑입니다. 군대에서 이미지 레이드 공략 뛴 분들은 롱디 사랑을 하신 겁니다.

그런 의미에서 주둔지 추종자들 돌리러... 글 쓸 동안 끝났겠다 후후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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