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3,4년 즈음에 DSLR의 보급이 물살을 타던 시절...그와 관련된 정보를 얻을 수 있는 국내 인터넷 사이트는 매우 적었습니다.
정보와 뻘글이 구분되지 않는 디씨, 그냥 주구장창 사진만 올라오는 레이소다,
과거의 향수에만 깊이 젖어있는 포클,
거의 망해가는 캐논사랑등을 빼면
사실상 slrclub이라는 신흥 사이트만이 [정보][사진][친목]이 모두 가능한 유일한 커뮤니티로 기능하다시피 하고 있었고
DSLR을 사거나 사기를 원하는 사람들은 자연스럽게 slr클럽에 가입할 수 밖에 없었죠.
영세하게 시작했던 이 사이트는 이처럼 DSLR의 보급화 물살을 타고 단숨에 쑥쑥 성장합니다.
사람들이 불어나는게 눈에 보였고 사진의 수준이나 정보의 퀄리티도 매우 높아져 유저가 유저를 부르는 선순환구조가 완성된거죠.
애초에 DSLR카메라와 렌즈라는게 중고딩도 쉽게 살수있는 물품이 아니며,
DSLR로 좋은 사진을 찍어내는 내공도 하루아침에 생기는 것이 아닌 만큼
각 포럼에 상주하는 사람들의 나이대 또한 상당히 높았습니다.
아무리 낮아도 20대에 높으면 7,80대 어르신들도 계셨고 주축이 되는 멤버들은 보통 3~50대였으니
자연스레 디씨같은 막가파식 말투같은것은 용인되지 않는 분위기가 형성됩니다.
농담삼아 하는 말중에 같은 사람이 양복입고 출근하는곳이 slr클럽이고
예비군복입고 삐딱하게 놀다오는 곳이 디씨라고 할정도로
국내 인터넷 커뮤니티중에서도 특출나게 예의바른 공간이 형성된것은 이러한 연유에서 였습니다.
인터넷 커뮤니티를 표방하는 기업에 있어, 가장 중요한 것은 활성화정도입니다.
slr클럽은 어마어마한 유저의 수와 더불어 가공스러운 활성화의 길을 걷는데
그중에는 DSLR관련 물품 거래에 있어서는 타의 추종을 불허하는 특유의 장터와,
아예 카메라 및 사진 관련 악세사리 제조사들이 유저들에게 맡겨 작성하기까지 하는 체험기, 사용기등의 존재도 매우 컸다고 할 수 있습니다.
아직 출시도 안된 카메라의 사용기가 여기 오면 올라와있는데
눈여겨보는 사람이라면 이 사이트에 안올수가 없는법이니까요.
그렇게 유저의 수는 점점점점 늘어만 가는데....문제가 생기기 시작합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slr클럽은 사진과 사진에 관련된 장비라는 하나의 선으로 연결되는 커뮤니티예요.
아무리 국민의 1/4가 자기 취미는 사진입니다 하고 대답한다 한들
누구나 사진을 치열하게 찍고 사진에만 관심이 있는게 아닙니다.
어떤 사람에게는 허구헌날 사진이야기 장비이야기만 하는 각 포럼게시판이 너무 좋을수도 있지만
또 어떤 사람들에게는 그냥 좀 놀고 싶을 뿐인데 포럼은 너무 답답하고 친목질 쩔고 진입장벽 높아 짜증나는 곳일수도 있는거니까요.
운영진 또한 여러 규칙과 신고제도를 운영하면서
포럼과 강좌, 갤러리, 사용기에 올라오는 게시물들에 대하여 욕설이나 광고의 금지,
존대말이라 하더라도 회원간 분란을 초래하는 글 작성자에 대한 기간한정 이용금지 조치등을 폭넓게....조금 심할정도로 적용하기도 했고요.
얼마나 심했냐면 '기업 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는 내부 규정'에 따라
영구제명 탈퇴처리 된 회원들의 수도 적지 않을 정도였습니다. 한마디로 막강한 권력을 휘둘렀죠.
그 출구가 되어준 것이 바로 자유게시판, 통칭 자게입니다.
카메라 기종....아니, 사진따위 아무래도 좋고
그냥 대충 이소리 저소리 뻘소리 늘어놓고 즐기면 되는...어디에나 있는 자유게시판 말입니다.
그러나 slr클럽의 자유게시판은 그 가공스러울정도의 활성화로 인하여
다른 커뮤니티의 자유게시판과는 차원이 다른 위력을 점차 발휘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유저의 수가 바로 수익과 직결되는 인터넷 커뮤니티의 특성상 운영진도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하기 시작합니다.
오유 흉내내어 자게베스트 같은걸 만들어 메인화면에 노출시켜주기도 하면서요.
이 자게베스트라는게 또 상당히 히트를 치게 됩니다.
너도 나도 자게베스트 되어보겠다고 자극적이고 재미난거 앞다투어 올리기 시작한거죠.
당연히 성적 콘텐츠, 예를 들면 아슬아슬한 여성 노출사진부터 시작해서
야설 뺨치는 원나잇체험담등등이 이런데 올라오고 또 히트를 칩니다. 안에서뿐만 아니라 밖에서까지요.
'slr클럽은 몰라도 자게이는 안다'
결과적으로 카메라와 사진으로 시작된 커뮤니티는 이렇게 다른색으로 물들어가기 시작합니다.
한편으로는 여전히 카메라 사진 관련 좋은 콘텐츠들도 올라오고 있지만
이미 그런거 보러 오는 사람들보다도 자게하러, 자게베스트 보러 오는 사람들의 숫자가 더 늘어나 역전되기 시작하는데...
마침내 2012 T24 소셜 페스티벌에서 절정에 달합니다.
그리고 그 여파에 힘입어 slr클럽은 사진 관련 커뮤니티임에도 불구하고
당당하게 국내 10대 사이트에 손꼽힐 정도로 성장합니다. 이미 사진같은건 아무래도 좋게 되다시피 한거죠.
자게이-자유 게시판 이용자-는 기존 slr클럽 각 포럼에 환멸을 느끼거나, 사진에 지치거나,
그런거 아예 모르는 사람들의 집합입니다.
그리고 너무나 무시무시한 숫자로 뭉쳐다니면서
그것이 마치 자신의 힘인양 눈꼴시는 게시물같은거 보면 그 링크를 퍼나르고는
'야 우리 몰려가서 본때를 보여주자 ㅋㅋ' 하는 문화또한 자연스럽게 생성됩니다. 그 대상은 안과 밖을 가리지 않았어요.
slr클럽 내부의 여러 포럼, 특히 라이카포럼과 캐논 포럼등이 주 공격대상이 되곤 했고
(물론 이 포럼들도 스스로 자초한 면이 있습니다) 가끔은 다른 사이트에 몰려가 분탕질 치는 경우또한 적지 않았습니다.
slr클럽 운영진측에서는 모르긴해도 이용자수 늘어나고 트래픽 늘고 하는게 사진관련이건 아니건 일단 좋았을겁니다.
이때부터 진짜로 길을 잘못들기 시작한거죠.
일부러 메인화면 일면갤러리에 벗다시피한 여성 모델 살색 사진이 도배되도록 정책을 스리슬쩍 바꾸기까지 했습니다.
이전에도 언급한 바 있지만 일면의 50%가 될까말까 했던 늘씬쭉빵 헐벗은 모델 사진의 비율은
이시기부터 평균 88.95%라는 경이적인 %를 자랑하게 됩니다. (세월호 사건 후 일시적으로 막아둔 상태이긴 하지만요)
각 카메라 포럼이나 갤러리, 사용기나 강좌등의 게시판은 방치한 상태에서
slr클럽 운영진이 한 일은 자게를 하나 더 만드는 거였습니다. 바로 성게-성인자유게시판-입니다.
나이제한에 레벨제한 걸어놓고, 자게에 올릴수 없는 수위 높은 노출사진이나 야설 마음껏 적고 놀면서
트래픽 더 늘려달라는걸 노골적으로 표방한거예요.
한술 더떠 각종 소모임들을 만들어주고 지원하기 시작합니다.
사진이야기 말고 다른거 이야기도 밖에 나가지말고 여기서 하면서 트래픽 늘리고 광고좀 더 봐주세효...라는 의미죠.
이쯤되면 이건 이미 더이상 카메라와 사진에 대한 사이트가 아니다시피 하게 된겁니다.
모든 일의 발단이 된 여시 또한 바로 이 소모임에 주목하고 들어와
소모임용 베타에 당첨되면서 탑시같은 게시판 만들어 운영했다 발각나게 된거고요.
마침내 일단 일이 벌어지고 나자, 운영진이 그동안 두어왔던 모든 악수들이 역으로 운영진에게 돌아가기 시작했습니다.
자게이들의 화력이 다른곳도 아닌 운영진을 향해 쏟아지기 시작했으니까요.
자게 내에서만 그러는게 아니라 아예 각 카메라 별 포럼까지 다 돌아다니면서
의미없는 글들을 도배하고 욕하고 도발하고 ...
거의 뭐 의도적으로 정상적인 서비스 운영이 불가능하도록 만들고 있는겁니다.
예전같으면 바로 운영진들에 의해 제재당하고 이용정지 처분먹고 했겠지만
운영진 스스로의 정책으로 말미암아 회원들의 숫자가 워낙 많아져있고
해당 행위에 동참하는 회원의 수가 많고 게시물의 수가 너무 많다보니 이미 사태는 운영진들의 손을 떠나있는 상태입니다.
막말로 100명의 자게이가 반나절에 10개씩의 게시물만 올려도 그거 가려내는게 쉽지 않잖아요?
그런데 실제 숫자는 이를 훨씬 초월하고 있습니다.
갤러리, 장터에 이르기까지 클럽 전체가 이미 이렇게 된 상태에 애초에 모든 빌미를 제공한건 다름아닌 운영진이고,
일을 이렇게 키워놓은것 또한 운영진이니까요.
게다가 이제는 전과 달리 slr클럽 아니어도 놀수있는 대안사이트가 상당수 생겨있습니다.
결과적으로 사진과 카메라에 관심있는 사람들은 오유, 팝코넷, 뽐뿌등의 대안을 찾아 떠나고 있으며
자게이들은 자게이들 대로 딴지, 오유등의 대안을 찾아 떠나기 시작하고 있습니다.
이 모든 일이 여시사태로부터 일주일도 채 안되는 기간동안 발생한 일이예요.
slr클럽 운영진에게는 사실 2009년에 한번 이러한 일을 막을 기회가 주어졌었습니다.
통칭 외제차 리스 사건인데...운영진중 리뷰 담당 직원의 내부고발로 인하여
고급 외제차나 타고다니고 여성회원들에게 수작이나 부리는 추태가 고스란히 드러났던 사건이었습니다......만,
slr클럽은 스스로를 바로잡을 기회를 스스로 버려버립니다.
'우리 운영진은 연봉 1억 이상을 받아야 할만큼 능력있는 사람들이다.'
slr클럽 모기업인 인비전 커뮤니티의 대표이사 반모씨는 이렇게 말하며 외제차 리스해서 타고다니게 한 것을 정당화 하려 애썼고
팔은 안으로 굽는다는 우리 속담을 몸으로 실천하는 한편,
며칠후에는 술마시고 강좌게시판에 대표ID로 유저들을 탓하는 뻘글을 싸질렀다가 황급히 지우기도 했으며
얼마지나 개편된 slr클럽 홈페이지에서는 그전까지 존재하던 FAQ 게시판을 삭제하기에 이르릅니다.
FAQ게시판은 여러 유저가 건의사항, 신고사항, 불편사항등을 기명/무기명으로 적고 답변을 받는 게시판이었는데
여러 유저들이 한꺼번에 몰려와 욕하는게 두렵기도 하고
지금 유저들은 무슨 불만을 토로하는지 다른 유저들은 모르게 하기 위해서라 추정되는데...
문제는 이 게시판에는 그간 slr클럽의 여러 치부와 문제점들의 역사가 담겨있었다는 점입니다.
그걸 그냥 날려버린거예요. 회원들에게는 아무 이야기도 없이.
심지어 유저 본인이 예전에 거기 자기가 작성한 글조차 볼 수 없게 바꿔버립니다.
저작권과 회원권리는 엿바꿔 먹고 자기들의 치부를 감추는 가장 편리한 방법을 택한겁니다.
그와 함께 대표이사 공식 사과문이 올라간 게시판도 같이 삭제됩니다. 사과 자체를 없었던 일로 해버리고 입닦아버린거죠.
그리고 이제 쌓이고 쌓인게 터지자 감당이 안되고 있는겁니다.
다만 이 모든게 자업자득이라고 말할 수 밖에 없는것 또한 사실입니다.
최소한의 양식은 지키며 행동하는 기존 유저들보다도 흥미와 재미본위로 행동하는 자게이 중심의 트래픽위주 사이트를
운영진 스스로가 만들어냈고 그들에게 기업비밀이라 공개할 수 없는 규칙을 강요했다가
그 규칙이 여시에게는 적용되지 않는 역차별을 당했다 생각하는 자게이들로 인하여 그 역풍을 고스란히 맞고 있는거니까요.
여시 내부 음란게시판의 존재여부나 파일용량제한차별은 소소한 기폭제에 불과합니다.
그러나 그 기폭제 옆에 핵폭탄을 옮겨다 둔건 다름아닌 운영진 본인들이예요.
그런데도 정신못차리고 삭제프로그램 돌리면 강퇴시키겠다,
니 글 삭제는 자유지만 연속삭제는 안되게 막아놓겠다 따위 소리나 하고 있으니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있는거라 봐야할겁니다.
예전부터 삭제해도 첨부파일은 안지워지는거 수차례 지적했지만 끝까지 고치지 않은 것 또한 하나의 증거고요.
저도 또한 이제 slr클럽에는 큰 미련을 가지지 않을겁니다.
저도 여러 사용기 강좌 작성했었습니다만 거의 다 지웠습니다.
slr클럽은 그러한 사용기나 강좌를 작성하는 유저들에 대해서는 무엇 하나 배려해준바가 없었습니다.
유저들이 작성한 콘텐츠에 광고 붙여 수익을 얻으면서 웹편집기 하나 첨부파일 용량확장 하나 해준게 없었어요.
국내 인터넷 역사의 한 장을 장식했던 거대 커뮤니티의 일대격변을 리얼타임으로 보고 있자니
이게 인터넷 사회학자 분들에게는 또 좋은 연구거리가 되지 싶기도 하네요.
민족대이동 현상 이렇게 자발적으로 나타난 것도 오래간만이고....
씁쓸하지만, 그렇다 해서 망해도 이젠 그닥 미련은 없다. 그게 십여년 넘게 저 사이트를 지켜봐온 지금의 제 솔직한 심정입니다.
ps) 본래대로라면 이렇게 외부에 slr클럽에 대해 조금이라도 안좋은 소리를 적으면
영구제명의 대상이 되어야 합니다. ㅋㅋ 웃기죠? 저도 웃겨요. 제명 시킬라면 시키라지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