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득
살기 싫어질 때가 있다.
지금같은 때가 그렇다.
내가 무엇인지도
어디쯤에 있는지도
제대로 살아왔는지,
그리고 내가 살아있는지조차
확신이 서지 않을 때
이 세상 그 어디에도 내 편은 없고
나조차 내 편이 아닌 느낌이 들 때가 있다.
아버지가 계셨더라면 달라졌을까 싶은 마음에
기억조차 잘 나지 않는 아버지의 모습을 더듬으며
그리워하게 될 때가 있다.
그 그리움이 사무쳐서
가마솥에 푹 고아지고 있는 사골처럼
숨조차 쉬기 힘들 때가 있다.
아니,
숨을 쉬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시야에 들어오는 모든 것이
잘못된 것인것만 같은 때가 있다
그게 다 내 탓인 것만 같을 때
살아 있고 싶지 않을 때가 있다.
그런 감정들은 어쩌다 문득 한 번씩 떠올랐다가 가라앉았었는데
지금은,
얼마 전부터는
숨을 한 번 들이쉬고 내쉬는 그 모든 순간마다
밀어 닥친다
담배에 의지하기 시작했던 멍청한 내가 떠오른다
이제는 담배조차 역하다.
아니, 내가 역하다.
모든 게 텅 빈 느낌
나는 한 번이라도 살아있었던 적이 있었을까
나는 단 한 순간이라도 나였던 적이 있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