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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 고야'회장은 눈 밑이 시커멓고 얼굴이 푸르죽죽해 가지고 아침식탁에 털퍼덕 주저 앉았다. 잠자리는 벌써 따로 한지 오래지만 사정을 뻔히 아는 그의 아내 ' '안 사랑'여사가 측은하게 남편을 바라보며 위로의 말을 건넸다. '여보, 병원이라도 한 번 들려 보셔요." '최 고야'회장은 형식적으로나마 고개를 끄뜩이는 것으로 힘든 몸을 가누었다. 록펠러가 그랬었지. 햄버거 반쪼가리만 맛나게 삼키게 해준다면 전재산의 반을 주겠다고. '내가 하룻밤만 푹 자게 해준다면 전 재산을 내주겠다. 정말로!"
그가 그런 생각을 하며 '정말로'라는 말에 느낌표를 찍는 바로 그때에 갑자기 "정말로?"라는 말이 옆자리에서 들려왔다. 대통령전용차와 같은 기종인 그의 차는 국내최고 차종인 '킹세종 100번 시리즈'로 방탄은 기본이요, 기본사양으로 운전석 분리창이 설치되어 있어 그 말고는 아무도 없는 차량 실내인데 말소리가 바로 옆에서 들려 온 것이다. 옆을 돌아보니 딱 악마 같이 생긴 꼬리 달리고 뿔 달린 악마가 털 숭숭난 뺨과 침 뚝뚝 떨어지는 흉측한 이빨을 들이대고 있었다. 그가 깜짝 놀라는 것을 확인한 악마가 말을 이었다. "이봐, 정말 하룻밤만 잠자리에 뻗게 해주면 되는거야?" '최 고야'회장은 어쩌면 이게 큰 기회라는 것을 큰 사업가답게 직감적으로 느꼈다.
"뭐라고요? 인증번호를 잠자리에서 외우면 벼게를 머리에 대자말자 1초내로 숙면을, 그것도 8시간 취할 수 있단 말이라고요?" "그래, 임마." "그럼, 대가는 무엇인가요?' "지금처럼 무노조원칙을 뻗대고 계열 건설회사에서는 안전사고 국내 1위 사망률을 쭉 기록하고 그룹별 탄소배출에 따른 탄소구입1위업체 타이틀을 유지하면 내 일년 동안은 숙면 인증번호를 자네에게 프리로 주겠네." "이때까지 하는대로 하면 된다라. 제가 어지간히도 악마스럽게 경영하는 모양입니다." "그런말로 네가 자책하는 모습을 보려고 내가 지금 앉아 있는 것은 아니잖는가!" "좋소이다. 그럼 내가 손해보는 것은 아무것도 없네요. 당장 인증번호를 알려 주세요" 악마는 약속대로 바로 인증번호 8자리를 알려줬다.
하지만 그로부터 한 달이 지나서야 정작 최회장은 생애 처음으로 꿀잠을 잘수 있었다. HS(Honey Sleep)인증번호 8자리는 그의 아내와 며느리, 두 사람의 일련된 비번숫자 각 4자리였다. 무슨 사단이라도 냈는지 아내와 며누리는 카톡에다가, 은행 몇십 군데에다가, 비밀금고에다가, 강남 아파트와 오피스텔 몇 군데와 증권 몇십 군데에다가, 메일 몇 개 마다 거래내역과 통화내역 그리고 비번을 바꾼다고 장장 한 달이나 걸린 것이다. 최회장은 거의 시체와 같은 모습으로 그 한달 동안 매일 아침, 저녁으로 아내와 며느라에게 소리를 지르다 지르다 목이 다 쉬었다. "번호, 번호, 번호를 알려 달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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