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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크는 없으므로 음슴체...
나이 35. 문득 바이크가 타고 싶어졌음.
주변 지인들중 오토바이와 관련된 사람이나 타고있는 사람이 전무하기에 일단 학원 등록. 룰루랄라 학원감
첫날. 강사가 와서 미라쥬250 주면서 시동거는것만 가르쳐주고 사라짐. 스쿠터도 안타본 저는 바로 멘붕..
동네 아저씨들 타는거 봤을때는 별거 없어 보였는데 막상 내가 타려니 엄청나게 거대하고 무거움(거의 180kg) ㄷㄷㄷ 완전 쫄았음.
이건 거대하고 엄청 무거운 자전거다... 라고 스스로 최면을 걸면서 반클러치로 살살 출발해봄. 중심을 못잡으니 이리저리 기웃기웃~~
크~게 원을 돌아봄. 1시간동안 왼쪽으로만 돌다가 2시간째 오른쪽으로 돌아봄 바로 자빠짐. 2차 멘붕... 혼자 미라쥬 세우지도 못하고 낑낑거림.
같이 연습하던 처음 본 친구가 같이 세워줌. 다시 오른쪽 턴 연습. 바로 또 자빠짐. 창피함.. ㅠ.ㅠ 첨 만난 친구가 또 도와줌. 나보다 10살 동생이라함..
그렇게 첫날 하고 다음날 또 자빠짐.. 완전 자신감 하락. 후회의 물결이 밀려옴. 내가 뭔 영광을 보겠다고 35만원이나 들여서 여기서 자빠지고 있는지
자괴감이 들고 트라우마 생길것 같음.. ㅜ.ㅜ 결국 4시간 동안 왼쪽 오른쪽 빙글빙글 도는것만 연습. 8자는 죽어도 못함. 무서움.. ㄷㄷㄷ
근데 사람이라는게 적응력이 무서운게 한시간 한시간 지날 때마다 달라짐. 결국 10시간 채웠을때는 나름 4개 코스 불안하지만 통과하긴함.
대망의 시험날.
3명 시험보는데 하필 1등임. ㅠ.ㅠ 일단 심호흡하며 준비 되었다고 호기롭게 오른손 번쩍듬. 근데... 하필 그때 전투기 지나감.. 엄청 소리큼.
출발하라는 소리 전혀 안들림. 저는 그냥 신호 기다림. 갑자기 강사가 소리지름 [빨리 출발해!!!] 당황.. 해서 시동 꺼짐. 다시켜서 겨우겨우 출발.
가장 어려운 굴절 통과함. 아싸~ 무조건 합격이다~ 좋아함. 근데 직선코스에서 강사가 내리라고 함.
?????????????
출발 시간 늦어서 떨어졌다고 함.
!!!!!!!!!!!!!!!!!!!!
제대로 정신줄 나감. 시험 대기자들 나를 불쌍하게 바라봄. 전투기 때문에 소리가 안들렸다고 항의 했으나 강사는 쌩깜. 허무함. 창피함이 분노로 바뀜.
보호장비 벗고 사무실로 달려감. 사무보는 누님한테 하소연 + 항의 함.
[아니! 내가 못탄것도 아니고! 전투기! 때문에! 소리가! 안들려서! 그런건데! 그리고! 학원도! 너무하잖아요! 강사는! 나한테! 시동거는거 말고 가르쳐 준거 없잖아요! 몇 초안에 출발해야한다고 말도 안해주고! 뭐? 3일후에 3만5천원 내고 다시하라고? 으아아아아아~ ]
강사는 나 멘붕와서 날뛰고 있으니 바쁜척하며 사라져버림. 사무실 누님이 불쌍하게 봄. ㅠ.ㅠ
미쳐 날뛰니 나 진정 시키면서 본인이 대표한테 이야기 해보겠다고 함. (3만5천원 면제..) 그 말 듣고 정신이 좀 돌아옴. 힘빠져서 주차장으로 가다가
갑자기 또 빡침. 다시 사무실로 쫒아감
[ 만약에 나한테 돈 더 받고 싶으면 선생님이 전화하지 마시고 대표한테 직접 전화하라고 하세욧! ] 하고 나옴.
그때는 보이는게 없어서 누구든 씹어먹고 싶은 기분이었음. 너무 화가나서 출근도 안하고 집에가서 샤워하고 드러누움.
누워서 분노를 삭히고 있는데 아는 동생 전화옴. [ 형~ 합격했으면 한턱 쏴야지~ ]
하길레 전후사정 이야기함. [ 형... 미안해 난 그것도 모르고 눈치없이 전화했네... 미안해... 그래. 쉬어... ]
다시 누워있는데 아는 형 전화옴 [어이~ 전원장~ 시험봤으면 한잔 해야지~ ]
또 전후 사정 이야기 해줌. [어이구... 그런일이... 어이구야... 미안허다. 그래 쉬어라.. ]
다시 누워있는데 친구 전화옴 [ 야! 잘 봤냐? 학원이니까 100% 합격이지? 낄낄낄~ ]
.... 또 전 후 사 정 이야기 해줌. [ 헐... 완전 어이없이 떨어졌네.. 뭐 그런 경우가 다있냐.. 어... 쉬어라.. ]
다시 누워있는데 어머니 전화옴.. [아들! 왜 안와? ]
아차.... 엄머랑 약속있었는데... 정신이 나가서 잊어버렸네... 전후사정이야기 하고 쉼. 모든것이 다 귀찮고 싫어짐. ㅠ.ㅠ
금.. 토.. 일.. 이렇게 3일간 짜증 + 불안 + 허무 기타 등등 감정때문에 스트레스 받고 소화도 안되서 속쓰림..
월요일이 됨. 바로 오늘임. 8월 21일... 근데 아침부터 비가 많이옴. ㅠ.ㅠ 나는 이런 불쾌한 기분을 빨리 벗어나고 싶음. 학원에서 좀 기다리라함.
비가 많이 와서 미끄러우니까 날씨 괜찮아지면 전화준다고 함. 기다림. 10시에 전화옴. 지금 빨리오라함. 바로 달려감.
도착해서 잠깐 연습하라하기에 연습하는데 굴절이 90% 안됨. ㅠ.ㅠ 또 멘붕... 이번에 떨어지면 핑계거리도 없음.. 창피함.
한 10분 연습하니 강사가 와서 시험 보라함. 심호흡하고 도전함.
처음 굴절에 한번 삐끗함. 그래도 통과해서 직선코스 까지감. [괜찮아... 괜찮아... 이정도면 합격이야... ] 정신 나갈려고 하는거 겨우 붙잡음.
[삐빅- 탈선입니다. 불합격 입니다.] .............???? 뭐시라고??????
아무리 봐도 그냥 직선 진입했을 뿐인데 탈선이래. 정신 또 나감. 바로 미라쥬 세워놓고 강사 쫒아감. 근데 강사가 나보다 더 빨리 사라짐 ???????
사무실로 달려가니 강사는 사라졌고 사무실 누님이 진정시킴. 비때문에 센서 에러났다고 이야기함. 나는 또 3일 후에 다시 와야하냐고 하소연함
누님이 일단 진정시키고 장비 문제라 오늘 다시 해보자함. 연습시간 1시간 줌. 아씨... 에러안났으면 합격인데... 1시간 열심히 연습함.
굴절 한번 탈선이 50% 완전 구간이탈 30% 무실점 20% 나옴. 너무 불안하고 자신없음.. ㄷㄷㄷ
한시간뒤 강사가 다시옴. 센서 정검함. 준비없이 바로 하자고 함. 어차피 연습해도 자신없음. 그냥 포기함.
준비하고 출발함. 근데 아뿔싸... 균형잃고 다리 짚음. ㅠ.ㅠ C 발... 망했다 하면서 그냥 계속 진행함. 근데 굴절에서 탈선안함.
약간 희망이 보임. S 자 무사 통과. 직선 무사 통과 . 꼬깔콘 무사 통과함. 90점으로 합격 나옴. 감격... 근데 2번이나 잘못되서 긴가민가함.
강사가 사무실로 가라고 함. 바이크 언능 세우고 하이바 벗어놓고 냉큼 뛰어감. 누님이 축하한다고 말해줌.
수요일에 면허증 나온다고 오라함. ㅠ.ㅠ 너무좋음. 처음 불합격이 센서오작동이라 사유서(?)에 싸인하라 해서 싸인하고 나옴.
아직도 마음이 불안함. 전화 와서 다시 해야한다고 할까봐 불안.... ㅠ.ㅠ
여기까지 입니다. 주변 지인. 가족들이 모두 바이크는 위험하다고 말렸지만. 먼 훗날 나이가 70정도 되었을때 돌이켜보면 타보고 싶은 바이크 포기한게 가장 후회되는 일중 하나일거라 생각해서 과감하게 도전했습니다. 하루하루 지루하고 똑같은 삶을 살던 저는 이번에 바이크에 도전한게 정말 잘 했다는 생각이 듭니다. 뭔가 내 세상의 틀이 깨어져서 더 넒은 곳으로 갈수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이번 도전으로 인해서 생각의 틀이 바뀌었습니다. 바이크 이후에 다음에는 어떤것에 도전해볼까.. 하는 설레임이 생깁니다.
작은 변화지만 왠지 인생이 약간은 재밋어 질듯합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출처 | 나님의 이야기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