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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주말마다 단골식당(초밥전문점)으로 향한다.
게시물ID : cook_159786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북치는청년
추천 : 6
조회수 : 1269회
댓글수 : 2개
등록시간 : 2015/08/01 21:50:50
본사에서 근무를 하다가 모 지사에 손이 모자라 갑작스레 장기파견을 나가게 되었다.

갑작스레 시작한 현장생활은 정말, 매우, 레알, X나, 몹시, 겁나게 힘들었다. 

상사들 말마따나 별보고 출근하고 별보고 퇴근하는건 기본이요, 

원청은 허구헌날 태클걸지, 직접 관리하는 하청업체는 반백개나 되는데 경제가 안좋으니 달마다 한두곳씩 부도나지......



그러다가 어느날 차가 고장나 걸어걸어 지친몸을 이끌고 퇴근하다 

어느 한 구석의 작고 살짝 허름한 초밥집을 발견하고 아무 기대도 없이 들어갔다.

메뉴판을 봤는데 가격대가 전체적으로 저렴해서 별 기대 안하고 주문을 했다.

그저 주린배나 달래자는 심정으로.



......맛있었다.

신선한 재료에 한 소큼만 더하면 넘치고 한 소큼만 덜하면 모자랄 완벽한 초대리 & 와사비의 양,

밥알 알갱이 하나하나가 살아있고 다시마와 청주를 넣어 지은 완벽한 밥, 

거기에 곁들인 요리사님의 친절함과 완벽에 가까운 도공 & 초밥 쥐는 솜씨. (초밥 종류에 따라서는 일수법으로 쥐더이다) 



내륙지방에도 불구하고 매일 새벽마다 직접 수산시장에서 골라온다는 재료들은 정말 예술이었다.

무엇보다 가장 싸구려인 17,000원짜리 메뉴를 시켰음에도 불구하고 요리사가 하나 하나 쥐는대로 

설명을 곁들여 내주는 초밥에는 그야말로 정성이 깃들여 있었다.



입맛을 돋구면서도 위에 별 부담이 가지않는 샐러드를 시작으로 

흰살생선의 담백한 맛을 잘살린 초밥이 나오고 점점 기름져가는 메뉴들을 선보이며 

마무리는 직접 만든 계란초밥으로 완성했다.



장국은 특이하게도 가쓰오부시만을 넣어 만든 다소 싱거운 간의 장국이었는데 

정말이지 그동안 누적된 피로가 풀리는 맛이었다.

Simple is Best라는 말이 절로 떠오를 정도로 끝내줬다.



무엇보다 군함말이 초밥에 들어가는 그 얼마 안되는 양의 김조차도 사르르 녹는,

미스터 초밥왕에서나 보던 최고급 김을 사용하더라.



본인은 까탈스런 미식가도 아니고 그냥 초밥을 좀 좋아하는 일반인일 뿐인데

주문한 정종을 마시는걸 까먹을 정도로 훌륭한 맛이었다. 



그런 충격적이다 싶은 좋은 경험을 한뒤 평일에는 시간이 없으니 

매주말마다 일주일에 2, 3번씩 그 초밥집을 향하는게 나의 정기적인 일과가 되었고,

나는 오늘도 단골이 된지 2년이 다 되어가는 그 초밥집으로 발걸음을 향한다.

이 파견 생활이 끝나지 않기를 바라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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