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익 리스트에 깽이 하나당 20불에 분양한다고 올라왔는데 사진이 없길래 문의 넣었더니 직접 오라고 하더라구요. 오늘 마침 쉬는 날이라 가봤더니 이게 왠걸...... 말로만 듣던 애니멀 호더 더라구요. 개만 네마리에 큰냥이 서너마리, 아깽이 다섯에 꼬물이가 여섯....
문제는 오너분이 연세가 지긋하신 할머님이라 경제활동이 전무해 보이셨고, 뭣보다 위생상태가.... 음.... 동물들은 둘째치고 사람들 살기에도 무리로 보이더라구요. 진짜 딱 일본 만화같은거에서 보면 히키코모리 심각한 사람들 나오잖아요? 집이 딱 그런꼴.... 킬빌2에서 나오는 그.. 빌의 동생 집보다 딱 두배 더럽습니다. 주인은 돈이 없어서 애들이 굶은지 좀 됬다고 하소연하고, 보아하니 개들은 바닥에 널부러진 빈캔 핥고 있고 고양이는 그 주변에서 뭐 있나 싶어서 서성대고 참... 같이 갔던 여친은 애들 보고 마음 아파서 울더라구요.. 동물을 너무 사랑하는 아이라.
원랜 벼르고 벼르다가 고양이 딱 한마리만 입양하려 했는데, 이건 보고 안되겠다 싶어서 일단 제 연약한 지갑사정 고려해서 두마리 데려가기로 했습니다. 여친은 고맙다고 자기도 키우는거 돕겠다고 하더라구요. 그리고 사료도 개사료 두포대에 고양이 사료 한포대, 그리고 고양이 캔 세개 사서 따줬더니 애들이 얼마나 굶었는지 기다리질 못하고 서로 밀치고 떨어트리고 떨어진 애는 칼같이 다시 올라오고 그 와중에 밥주는 여친 팔엔 유혈사태나고... 보는데 저도 너무 안쓰럽더라구요. 개들도 다르진 않은지 사료 포대 열자마자 포대 속에 들어갈 기세로 주둥이를 박는데 참... 먹다가 아깽이 하나가 밥그릇에 다가가니 물어뜯을 기세로 으르릉거리는거보고 식겁해서 아깽이 떼어놨네요; 압니다. 근본적인 문제 해결은 아니란걸요. 위선이죠, 그냥 몇일 먹을꺼라 주는걸로 퉁치자는.. 그래도 여친이 행동하는 위선이 말뿐인 입바른말보단 낫다고 주장했기에 군말없이 도왔습니다. 전 사실 처음에 반대했거든요. 그냥 집에가서 내일 애니멀 호더로 신고하자고 했지만 그러면 저 개들은 늙어서 인기가 없을테니 역으로 생명의 위협을 받을수도 있지 않을까? 라고 되묻는데 정론이라 반론의 여지가 없었습니다.
밥 먹이고 아깽이중 두마리를 골라서 데리고 왔습니다. 오는데 여친이 벼-_-룩을 목격했습니다. 세상에... 속으로 ㅅㅂ 새찬데 수십번을 외치며 집으로 가던 도중에 펫코 닫기 십분전인걸 깨닫고 바로 들려서 천연 벼룩박멸 샴푸, 아깽이용 캔 몇개랑 배변용 리터, 장난감 몇개 사왔지요.
결과부터 말하자면 진짜 뭐빠지는줄 알았습니다. 벼룩이 두마리 합쳐서 거짓말 안보태고 대략 백마리는 쏟아지더라구요. 샴푸질을 두어번 하다 이건 안되겠다 싶어서 여친네 래브래더용 옛날 벼룩 샘푸를 꺼냈습니다. 조금 더 독한건데, 보아하니 10주 지난 아깽이도 사용가능 하다고 적혔더군요. 2주남긴 했지만 방법이 없기에 강행했습니다. 소량을 몸부분애 살살 묻혀서 반응을 봐가며 했지요. 독한 샴푸로 서너번 더 하니까 더 안나오더군요. 그래도 하나하나 손으로 뒤지며 찾아내고... 화장실 들어가서 장장 세시간 후에야 털말리기까지 끝냈습니다. 그래도 하고나니 뿌듯하더군요. 끝내고나니 저녁 열두시라 문제였지만.
그래서 여친집을 뒤로하고 집에 왔는데, 애들 밥주는걸 까먹었단걸 깨달았죠. 그래도 어미가 저희 떠나기전애 젖을 물렸으니 뭐, 라고 생각하고 큰 걱정은 없었습니다만... 경기도 오산이였습니다. 캔 하나 따서 4등분하고, 거기에서 또 반 나눠서 각자 밥그릇에 줬지요. 애들이 냄새맡더니 급 살아나서 코박고 허겁지겁 먹더라구요;; 딱 보면서 생각드는게 아.. 판단미스였구나. 어미들이 몇일을 굶었는데 당연히 젖이 제대로 나올리가 없을테죠. 그래서 부랴부랴 남은 캔 반띵해서 먹였습니다. 애들이 고개를 들 생각을 안해서 또 그거보명서 글썽 ㅠㅠ 안쓰러운 녀석들...
배부르고 따시하니까 애들이 무진장 활발해지더군요. 한놈은 활발한 성격. 다른 녀석은 얌전한 성격이라 생각했지만 아니였습니다... 그냥 단지 배고파서 기운이 없었을뿐. 뭔 고삐풀린 망아지마냥 뛰다니는데 뭐라고 해야할지. 하하.. 대강 놀게 뒀다가 잠들길래 박스에 다시 넣고 전 히어스 한판 때리고 자러 올라왔습니다. 근데 올라오니 깨있더군요 -_-... 깬김에 배변훈련이나 시키자 해서 한녀석씩 리터박스에 넣었습니다. 카오스는 넣고 2분만에 뚝딱 해치우더군요. 똘똘한 녀석... 문제는 삼색이였습니다. 아무리 넣어도 모래만 파고 일을 안보길래 어디서 줏어들었던게 생각나서 페이퍼타올에 따듯한물 묻혀서 왔습니다...만 오니까 실종상태ㅋㅋㅋㅋㅋㅋ 찾느라 쎄빠지는줄...ㅋㅋ
어쨌든 찾아내고 물휴지로 배변유도 했지요, 리터박스 안에서. 유도 네닷번 끝에 결국 소변보더군요. 기특한놈. 그후론 지금 현재 5시 하고도 20분까지 잠들 생각없이 절 과롭히고 있습니다. 초보집사로써 오늘이 첫날인데 앞이 깜깜하네요........ 그래도 삼색이가 처음 올때랑 달리 정말 무진장 활발해진데다 벌써 식빵(!)도 굽고! 골골송(!)도 불러주고! 해서 기분은 째집니다! 카오스는 걍 대놓고 개냥이 어필하더라구요 ㅠㅠ 고양이는 다 저 싫어하는줄 알았습니다...
이제 슬슬 박스에 다시 넣어놓고 자장가나 불러줘야겠습니다. 일가야하니까요. 내일 일가기전에 여친이랑 동물병원 대려갈 생각이였는데 아무래도 전 남성기된 각인거 같습니다. 내일 죽겠네요. 사진은 최대한 첨부하겠습니다. 초보집사에게 해주실 조언은 뭐든지 기꺼이 받겠습니다.
참고로 여친과는 약혼했습니다... 자비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