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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6월. 끝나지 않을 것만 같았던 프랑스에서의 시간이 마무리 단계에 접어들었다.
겨우 6개월. 여행한 것도 아니고 살아본 것도 아닌 이 애매한 시간 속에서
그래도 이것저것 느끼고 생각했던게 몇가지 있는지라 글로 남기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뭐 하지만 딱히 정보글도 아니고, 사실은 나 혼자 보는 일기장에 써야하는 내용이지만, 나 혼자 보고 만다고 생각하니 별 의욕이 안생겨서.
큰 영양가 없이 스크롤 압박만 시키는 글이겠지만, 그냥 소소히 교환학생은 어떻게 가고 어떻게 지내나 궁금하신 분이 있어서
한분이라도 스윽 훑어봐주신다면 하는 마음으로 글을 쓴다.
1.
(아무도 관심없는)계기
계기는 뭐랄까. 여러가지 복합적인 이유가 나를 이곳으로 이끌었다.
첫번째로는, 프랑스 유학을 떠나기 위해 프랑스어를 공부하는 오빠를 따라 중학교 시절 아무 생각없이 다녔던 프랑스문화원,
어쩌다 보니 자격증 A2까지 얻었는데 사실 삶속에 아무런 필요가 없다... 그닥 프랑스어를 한다고 하기는 너무 민망한 수준이고...
어디서 인정해주는 것도 아니고... 그래서 그냥 그렇게 묵혀놨는데
대학을 오고 나니 교환학생을 가고 싶으면 바로 그 다음 단계인 B1을 따라고 하더라.
1,2학년때는 학교생활이 너~무 재밌어서 외국을 나갈 생각이 없었다.
그래서 그냥 안가려고 했는데 2학년 딱 끝나고 나를 보니 나는 뭐했나 싶더라.
자취를 하면서 모든 생활비를 혼자 해결하려다 보니 알바는 빈틈없이 채워져 있지, 내가 알바가 있든 없든 교수님은 열심히 달려가시지
그러다 조금이라도 틈 나면 남자친구 만나서 밥 먹거나 친구들 만나서 술 먹지
아…이렇게 내 대학생활이 지나가는건가.
시간은 너무나 빠른데, 대학생때 뭐했지 ? 하고 생각하면
알바,과제,술 밖에 남지 않는건가..
회의감에 휴학신청을 했다.
휴학은 했으니 뭐든 해야겠다 싶어서 잡은게 교환학생 준비.ㅋ.ㅋ.ㅋ..
어째 어째 B1을 턱걸이로 통과하고
이런저런 가산점 챙겨가며 교환학생 신청을 했는데
오빠가 있는 파리로 가고 싶어서 파리에 있는 곳으로 신청했다가 광탈
휴학해서 남은건 결국 탈락 뿐인가…절망하는 사이
2차에 합격한다! 하지만 파리가 아닌 리옹. 부산과 서울 같은 느낌 ㅠ
비록 오빠가 없는 파리지만 그래도 어쨋든 휴학한 시간을 날려버리지 않았다는 사실에 위안을 삼으며 기쁨을 만끽했다.
2.
준비
진짜 준비는 헬이었다. 한학기 더 휴학하면서 알바하고 출국준비를 할까 생각도 했지만
예대생인 나에겐 3학년2학기 ‘실습’이라는 거대한 산이 있었다.
우리과는 졸작 혹은 논문이 선택인데, 졸작을 하지 않는 이상 3-2 실습이 가장 큰 이벤트이자 나의 최후의 작품, 매우 중요.
교환학생 돌아오고나서 하자니, 후배들 사이에 껴서 외로이 작품을 하고 있는 내 모습이 너무 안쓰러웠다.
그래서 결국 학기와 준비를 병행하기로 결심! 이 진짜 내 크나큰 실수다.
왜냐하면..
첫째, 생각외로 돈이 정말 정말 많이 든다. 진짜 생각 이상으로!!
여권 갱신하랴(이건 개인사정 ㅋ). 프랑스는 비자 만드는데만 몇십만원을 쓴건지.
특히 학생비자를 받기 위해 캠퍼스 프랑스라는 곳에 수수료만 삼십?만원 갖다 바치고 나중에 비자 만드는데 다시 5,6만원 갖다 받치고.
지방사람인 나는 비자 발급을 위해 서울만 두번 왔다갔다 그거 차비
그 외에 기숙사 예약비를 갑자기 400유로로 후려쳤을땐 진짜 하늘이 노래졌다.
진짜 엄빠 도움 안받고 싶었는데 그때는 아빠 SOS! 를 외칠 수 밖에 없었다.
(근데 진짜 양아치다. 보증금도 아니고 그냥 예약하는데 400유로 우리 나라 돈으로 50만원이 넘는다. 그거 빨리 예약 안하면 자리 없어서 기숙사 못 들어갈수도 있다. 나쁜 넘들… 근데 나중에 돌려주긴 한다. 250유로.. 하지만 나중에 돌려주는건 거의 6개월 후의 이야기고, 겨우 22살 학생이 50만원이 어디서 똑 떨어지나. 그때는 아빠에게 전화를 할 수 밖에 없었다.)
여튼 이런저런 행정비만 해도 백넘어가게 썼는데.
출국 준비하기 위해 사야하는건 또 한두개일까.
이민용 가방이 가정에 흔한건 아니잖아요? 그것도 사고.
필요한 물건 하나 하나 사다보면 진짜 돈이 줄줄샌다.
근데 문제는 내 실습작도 돈구멍이라는 것!
보통 실습작에 50썼다고 하면 너 정말 적게 썼다 비결이 뭐야! 라고 묻는게 보통
나는 결국 돈이 허덕여 아끼고 아껴 50안팎으로 해결했지만
아직도 제작비만 조금더 넘쳤더라면.. 하는 진한 아쉬움이 남는다(작품 안 좋은거 제작비 탓 하는거 아님 ㅎㅎ)
그렇게 나의 15년 2학기, 3학년 2학기는 내 인생 최고의 지출을 한 학기가 되었다.
두번째로는, 행정적 복잡함!
프랑스에 4개월 이하인가 있으면 여행비자로 갔다올 수 있다. 그러면 엄청난 행정절차가 단번에 스킵된다.
하지만 나는6개월이라는 것..
이렇게 되면 학생비자를 받기 위한 기나긴 여정이 시작된다.
너무 복잡하고 짜증나서 여긴 안쓴다.
필요한 사람은 네이버 블로그에 다 나와있다. 블로그 만만세!
여튼 이 절차도 조금 복잡해도 절대 못할 일은 아니다. 다만
학교와 병행하면 여간 신경써야 할 일이 한두가지가 아니게 된다는 점.
시간 맞춰 수업가는 것도 힘든 게으르고 불량한 나란 학생에게
수업+과제+실습+행정절차
는 정말 헬이었다.
3.
도착
절대 안 올 것 같던 출국날이 다가왔다.
엄청난 겁쟁이라 여권만 열장을 복사해서 ㅋㅋㅋ 모든 가방 구석구석에 꼭꼭 숨겨놓고
비자도 마찬가지. 수학허가증도 마찬가지 ㅋㅋ 여튼 진짜 겁 많이 먹었다.
파리로 들어가 오빠랑 파리 여행을 한 후 리옹으로 들어가는 일정이었고
유학 떠난 이후 4년동안 보지 못했던 오빠를 다시 만난다는 생각에 한껏 들떠 있기도 했다.
참고로 비행기는 중국동방항공 왕복 80만원.
상해에서 한번 경유. 총 비행시간이 둘다 20시간이 안됐다.
나름 괜찮았던게, 경유시간도 적당했고, 동방항공 자체도 나쁘지 않았고, 상해에서 파리 갈땐 에어프랑스였고
무엇보다 가격이 깡패고. 저 가격에 캐리어 23키로 두개, 총 46키로까지 허용되는
깡패 중국! 여튼 나름 만족이었다. 나는 나쁘지 않았음.
그렇게 파리 도착!
+(여행)
파리 도착한 김에 여행 이야기를 조금 하자면
난 여행을 많이 다니진 못했다.
여기저기 다니는걸 좋아하지 않...게으르.ㅁ...돈...여러가지 문제로
프랑스, 스페인, 영국이 전부 ㅜ^ㅜ 하지만 곧 모나코도 갈 예정!
여튼 여행을 많이 다닌편은 아닌데 조금 후회는 한다. 이탈리아랑 동유럽 가고 싶다. 다음에 또 와야지
파리여행은 오빠랑 한번하고 그 다음에 엄마가 오셔서 한번 더 한 덕분에
철저히 여행자 입장으로 이야기해줄 수 있다.
위험하니깐 하지말라는건 절대 하지 마세요!
ㅎㅎㅎ
엄마랑 둘이 다녔을때 위험한 상황이 한둘이 아니었다.
특히 몽마르뜨 양아치들이 진짜 악독.
그때 생각하면 아직 무서웡. 엄마는 그냥 몽마르뜨를 올라갔을 뿐인데
그 입구에 흑인들이 우글우글한다. 실팔찌 채우고 돈 받아가려는 것들
진짜 웃긴다. 지들 맘대로 채우고 돈 돌라고 함.
근데 그것들이 만만한 사람같으면 우르르 몰려들고 길을 차단하고 돈을 뺏어간다.
우리 엄마한테 그럴려고했다. 다리로 길 막고 흑이들이 몰려왔고 나는 깜짝 놀라서 엄마를 땡겼지만 놓쳤고
엄마는 화가나서 "노!"라고 외쳤다. ㅠㅠㅠ....ㅠ...여러분 절대 그러면 안되요 대꾸하면 안되요 아무리 화나도 걔들한테 화내도 안되고 말하면 안되요.
이 사실을 미리 엄마한테 다 이야기했지만 엄마는 화가나서 그걸 잊었다.
걔들은 대답하는 엄마를 보며 얼씨구나하고 몰려들었는데 다행히 지나가던 프랑스 아저씨가 우리 엄마를 밖으로 팍 밀쳐줘서 벗어났다.
진짜 고마운 아저씨ㅠㅠㅠ
여튼 프랑스는 위험하다. 하지말라는건 절대 하지말아야한다. 진심으로.
저번에 인터넷 보니깐 핸드폰을 소매치기 당했다길래 글을 읽어보니 사진찍느라 잔디에 내려놓은 사이 누가 가져갔다고..
진짜 절대 그러면 안된다. 한국이랑 180도 다르다.
나는 그래도 프랑스에서 한번도 물건 잊어버린적은 없는데
초반엔 진짜 지갑이랑 핸드폰을 주머니에 넣고 손을 주머니에 넣은채로 지갑이랑 폰을 쥐고 다녔다. 걷는동안 계속
가방에 넣으면 가져가고 손에 들고 있으면 채간다. 조심 또 조심
바르셀로나는 엄마랑 단둘이 다녔음에도 안전했고 영국은... 건장한 외국인 친구들이랑 다녔어서 잘 모르겠다. 하지만 위험한 나라는 아니라고 들었다.
다음엔 정착, 생활, 정리 순으로 쓸까 싶은데
계속 쓰면 대충 쓸 것 같아서
다른 날에 이어서 써야겠당.
안뇽
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