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 연재물은 진지한 과학이 아닌 추론과 비약을 통한 흥미위주의 읽을거리임. 오해 없으시길)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이란 게 있다.
프로이센의 비텐베르크 대학의 교수 티티우스(J.D Titius)가 1766년에 발견, 1772년에 베를린의 천문대장 보데에 의해 공표된 이 법칙의 내용은, 지구를 1행성으로 하고 거리를 1 AU(약 1억 5천만 킬로미터)로 잡으면 n번 행성의 거리 a는 아래와 같이 된다는 것이다.
a=2n×0.3+0.4
이 법칙은 만유인력의 법칙에서 도출된 것이 아니라 수금지화목토의 확인된 위치에 따라 경험적으로 산출된 것을 수학으로 정리한 거다. 그러나 이 6개의 행성에 적용되는 법칙이라면 단순히 우연은 아닐 것이고, 따라서 이를 근거로 새로운 행성을 찾아내려는 시도가 이후 계속되었다.
18세기 말 당시에는 망원경과 관측 기술의 한계로 수금지화목토, 즉 지구+5개의 행성 밖에는 확인되지 않은 상태였는데 이 식을 통하면 관측이 되지 않는 행성들의 위치도 대략 추정해 볼 수 있는 이점이 있었다.
목표하는 것이 어디쯤 있는지 예상할 수 있다면 관측이 훨씬 용이한 만큼, 이런 법칙의 존재는 분명한 도움이 된다. 그리하여 결국 1781년 천왕성을 발견했고, 이후 해왕성을 찾게 되었던 거다.
그런데 이러는 과정에서 한가지 의문이 생겼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따르면 n=3일 때 2.8AU 의 위치에 하나의 행성이 있어야 했다. 지구가 1이니 화성은 2, 그 다음 행성은 3이 되는 거니까 순서상으로는 목성인데, 실제 목성의 위치는 n=3이 아니라 4에 해당되는 곳에 있다. 즉, n=3 에 있어야 할 행성은 그 자리에 없는 거다.
이곳은 바로 목성과 화성 사이의 지점이다.
그러나 그곳이 텅 비어 있는 것은 아니다. 의당 4번째 행성이 있어야 할 이 위치에는 대신 무수한 작은 소행성들이 소행성대(asteroid belt)를 형성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곳에는 높이 1억 km, 두께 2억 km 에 걸쳐 수백만 개의 소행성이 모여 띠를 이루고 3.3~6년 간격으로 태양을 공전하고 있는데, 그 중 가장 큰 것은 2006년에 왜소행성(Dwarf Planet)의 지위를 부여 받은 세레즈(Ceres)이다.
티티우스-보데의 법칙에 의거, 천문학자들은 예전부터 이 세레즈를 행성과 비슷한 지위에 놓고 싶어했다. 그러나 지름이 950킬로미터에 불과해 한반도 수준인 이넘을 행성이라고 부르는 것은 무리이고, 2.8AU의 위치에 있어야 할 n=3 의 답이라고 하기에는 아무리 봐도 심히 부족하다. 세레스와 몇몇 외의 나머지 소행성들은 말 그대로 바위 덩어리 수준일 뿐이다.
그럼 이제 궁금해진다. 이 거대한 소행성대는 도대체 어떻게 만들어진 걸까? 왜 ‘행성 대신’ 이런 돌 부스러기들이 이곳에 있는 걸까?
이쯤 되면 열분들도 직관적으로 드는 생각이 있을 것이다.
그렇다. n=3에 있던 행성은 파괴된 것이다….
그리고 이는 우원이나 열분들만의 상상이 아니라, 심지어 주류학자들조차도 소행성대가 행성의 잔해일거라는 의견들을 내놓고 있다. 다만 그 시점을 태양계 생성기인 수십 억년 전으로 잡고 있을 뿐이다.
증거가 마땅히 있는 것도 아니다. 그들의 생각에는 그게 가장 그럴싸하기 때문일 뿐이다. 붕과의 원인으로는 목성의 인력이라던가 접착물질의 부족 등이 이야기되고 있으나, 이것들 역시 추정일 뿐 과학적으로 검증된 것은 아니다
그리고 이 부분이, 우리한테 또다시 상상의 여지를 준다.
화성의 Hellas planitia 의 위용…
왼쪽 끝에서 오른 쪽 끝까지 2300km
상상이 되시는가.
그럼 이제 논리적으로 접근해 보자.
1) 화성 표면에는 거대한 충돌의 자국이 남아 있다
2) 그 충돌은 멀쩡한 행성 하나를 완전 괴멸시킬 정도로 강력한 것이었다
3) 그 화성의 바로 바깥쪽 궤도에는 수백만 개의 소행성들이 있다
4) 이 소행성들은 그 자리에 있던 행성의 잔해로 추측된다
이 속에서 화성의 괴멸과 n=3 행성의 파괴가 먼가 관련되어 있지 않다고 생각한다면 그게 오히려 이상한 일이다.
그럼 이걸 바탕으로 더 생각해 보자.
보수적인 시각에서 본다면 저 소행성대는 이미 수십 억년 전에 만들어진 것이고 그 중 하나가 어쩌다가 튀어 나와서 화성에 부딪힌 거라고 가정할 수 있다. 허나 과연 그런 일이 가능할까?
우원은 부정적이다. 이유는 현재 소행성 중 가장 큰 넘인 세레즈도 지름 950km 에 불과하기 때문이다. 그러나 학자들에 따르면 화성에 부딪힌 물체는 지름 1천 킬로가 훨씬 넘는, 명왕성에 육박하는 크기라고 한다.
그렇다면 수백만 개의 소행성 중에서도 가장 큰 것이 어느 날 궤도에서 빠져 나와 우연히도 화성과 정면 충돌했다는 건데, 이런 확률은 희박해도 너무 희박하다.
태양계의 행성들과 위성 일부의 지름 크기 비교.
당당히 행성의 지위를 가진 수성은 실은 가니메데나 타이탄 등 목성과 토성
의 위성들보다 작다. 한편 지구의 달은 모성인 지구의 크기를 고려했을 때
무지막지하게 크며, 얼마 전까지 행성의 지위를 가졌던 플루토(명왕성)는
비교적 초라한 크기이나 이런 것이 화성이나 지구에 부딪힌다면
그 위의 모든 생명체들에게는 아무런 생존의 희망도 없다.
두 번째로, 문제의 행성 (앞으로 Z라고 지칭한다. 그냥)이 파괴 and 폭발할 때 화성도 그 타격을 받았을 가능성을 생각해 볼 수 있다. 이때는 수백만 개의 잔해들이 사방으로 흩뿌려졌을 것이다. 그리고 그 중 거대한 파편 하나가 우연히 화성의 헬라스 지역에 충돌한다…
일견 그럴 듯 하다. 그러나 이 가정을 잠시 멈춰두고, 이 시점에서 충돌 사건의 발발 시기에 대해 함 생각해 보자.
이 충돌이 과연 수십억 년 전 태양계 생성기에 일어난 일일까? 그렇게 보기엔 앞뒤가 좀 맞지 않는다. 알다시피 충돌을 통해 화성은 하늘과 땅이 뒤집어지는 대파국을 맞았고, 그 과정에서 모든 물은 증발하거나 얼어붙었다.따라서 지금 화성의 강과 델타의 흔적들은 모두 충돌이 있기 오래 전에 만들어진 거다.
그렇다면, 다른 행성들은 이제 겨우 포메이션을 갖추어 가던 수십 억년 전에 화성에는 강과 평야와 퇴적지가 이미 다 있었다는 건가? 이건 말이 안 되는 만큼, 아마도 충돌은 그렇게 오래 전에 벌어진 일은 아닐 것이다.
그럼 과연 언제일까. 다시 추론해 보자.
화성에는 초속 100미터의 엄청난 모래 폭풍이 불곤 한다. 이런 폭풍이 하는 장기적인 역할은? 당연히 풍화와 퇴적이다. 초속 100미터면 시속 360킬로미터니 지구상에서는 거의 경험할 수 없는 무시무시한 풍속.
이런 모래 바람이 상시로 불어 닥친다면 지표면은 어떤 영향을 받을까? 산이 깎이고 계곡이 사라지고 강의 흔적이 지워지는 게 당연한 거 아닌가?
그러나 지난 시간에 본 것처럼 화성 표면에는 아직 너무도 선명하게 강줄기의 흔적이 남아 있다. 따라서 화성에서 일어난 대 충돌은 어쩌면 주류 학계의 견해보다 훨씬 최근인, 몇만 년 전이나 몇 십만 년 전의 일일지도 모른다. 증거는 없지만 불가능한 가설은 아니다.
그렇다면, 한 몇만 년이나 몇 십만 년 전쯤에 모종의 이유로 행성 Z가 먼저 파괴되고, 이어 그 중 거대한 파편이 화성에까지 날아와 같이 죽어 버렸다고 생각할 수 있다. 이런 경우라면 화성 입장에서는 새우등 터진 거니 여간 억울한 일이 아니다.
그러나, 문제는 이것도 그리 일어날 성 싶지는 않다는 거다. 그렇게 생각하기에는 충돌한 물체가 너무 큰 탓이다.
이런 상황에서 예상되는 결과는 수많은 크고 작은 파편들의 융단 폭격이지, 명왕성 크기의 비정상적으로 거대한 덩어리 하나가 휙 날라가서 태양계에 몇 개 밖에 없는 행성에 우연히 부딪히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더욱이 Z의 크기가 얼마나 되었는지 알 길은 없지만, 소행성대의 돌덩어리 잔해들로 보아 목성이나 토성 같은 가스 행성이 아니었던 것만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크기 역시 그리 거대하지는 않고 지구나 화성, 금성 등의 내행성들과 유사했을 것으로 짐작해 볼 수 있다.
그렇다면 통째로 폭발한다 한들 지름 천여 킬로미터에 이르는 파편 덩어리가 많이 생성될 가능성도 크지 않고,더욱이 그 중 하나가 수천만 킬로미터를 날아가서 마침 지나가는 화성을 정면으로 때린다는 우주적 교통 사고의 발생 가능성은 아마 우원이 제시카와 사귀게 되는 것과 비슷한 수준일 거다(그러나 며칠 전 날라간 내 노트북을 복구하는 가운데 새 배경화면은 티아라 효민으로… 미안 시카. 니 사진은 진짜 오래 있었어).
물론 제시카도 여전히 좋지만, 며칠 전 상상더하기에 나왔던 효민이 엉터리 김혜자 춤을 추는 광경을 보는 순간 내 맘은 어쩔 수 없이…
아니, 암튼간에, 흠, 결국 Z가 폭발하는 상황에서도 화성이 이런 거대한 파편을 맞기는 결코 쉽지 않다는 소리다.
그럼 대체 머란 말이냐…?
이제, 우리는 사라진 행성 Z에 대해 좀 살펴볼 필요가 있다. 물론 이미 없어진 행성이니만큼 객관적인 자료는 거의 남아 있지 않다. 그러나 와중에도 실마리들은 있다.
아래 사진을 보자.
전형적인 달표면 비슷한 곳으로 눈에 익숙한 광경이다. 그런데, 잘 보면 우측 위쪽에 이상한 것이 하나 있는 걸 알 수 있다.
확대하면 이렇게 된다…
보다시피 직사각형의 모양에 아래쪽으로 관 같은 것이 하나 뻗어 있고, 판판한 지붕은 햇살을 받아 반작거린다.한편 우측의 그림자는 이 물체가 상당한 높이를 갖고 있다는 사실도 보여준다.
이건 지금껏 우원이 본 달, 화성, 포보스 등등 수백 장의 특이한 사진들을 통틀어 가장 인공물에 가까운 모양이다.
그럼 달표면에 놔두고 온 아폴로의 착륙선 받침대 같은 걸까? 아니면 화성 표면에 버려져 있는 무인 탐사선의 잔해인가. 절대 그럴 수는 없다. 이 사진은 화성도 달도 아닌, 제 3의 장소에서 찍힌 것이기 때문이다.
바로 소행성 에로스의 표면인 것이다.
지름이 32km 인 바위 에로스는 밀집된 소행성대에 있지는 않고 지구와 화성, 화성과 목성 사이의 궤도에 섞여 공전하고 있다. 그러나 만약 행성 Z에 대폭발이 일어났다면 그때 날라왔을 파편으로는 현실적인 크기일 거다.
2010년 1월 23일 토요일의 에로스 위치.
푸른색으로 표현된 궤도를 보면 화성 궤도의 외부와 내부를 넘나드는
에로스의 특이한 공전궤도를 알 수 있다.
이와 관련하여 특기할 점은, 이 소행성을 탐사하기 위해 미국이 무인 탐사선까지 보냈다는 사실이다.
니어 NEAR (Near Earth Asteroid Rendezvous, 2000년 슈메이커 Shoemaker 로 개명) 라고 이름 붙여진 이 탐사선은 98년 12월에 에로스에 접근하다가 로켓에 문제가 생겨 실패하고, 2000년 2월 14일 다시 에로스의 궤도에 진입하여 사진 촬영 등 탐사 활동을 벌인 후, 2001년 2월 12일에는 에로스의 표면에 착륙하기에 이른다(물론 위의 사진은 착륙 전에 찍은 거다, 다시 뜨지는 못했으니).
이 부분에서 황당한 것은, 원래 이 탐사선은 공식적으로는 착륙을 위해 만든 것도 아니라는 점이다. 프로젝트를 진행한 존스 홉킨스대 응용물리학 연구소의 로버트 파쿠하르 박사는 ‘슈메이커의 연료가 거의 바닥이 나서 계획에는 없던 착륙을 시도했다’ 며 ‘착륙장치가 없기 때문에 매우 부드러운 착륙은 아니었을 것’ 이라고 말했다.
지름 32km의 눈꼽만한 소행성 탐사를 위해 엄청난 돈이 드는 탐사선을 발사한 것도 조금 갸우뚱 하는데, 착륙장치도 없는 와중에 억지로 착륙시킨다?
그리고 착륙장치 없이 소행성 표면에 내린다는 게 과연 가능한 걸까? 그렇다면 실은 추락시킨다는 건데, 아무리 연료가 바닥이 난다 한들 이런 짓을 할 이유가 뭐냔 말이다. 더욱이 슈메이커는 4개의 태양전지에서 컴퓨터와 카메라 등의 주된 동력을 얻는데, 이미 에로스의 궤도에 안착된 상태에서 지구로 돌아올 것도 아니면서 무슨 연료가 또 필요하단 말인가.
…그들은 거기서 무엇을 보았고 또 알고 있는 건가?
에로스의 구조물을 3D로 형상화한 모습. 흐릿하고 엉성한 형태를 이런 작업으로 그럴듯하게 만드는 것에 회의적인 우원이나, 이 경우만은 상당히 신빙성이 있다고 생각한다.
만약 에로스의 표면에 있는 것이 실제로 인공 구조물이라면, 그리고 에로스가 행성 Z의 잔해던가 아님 어떤 식으로든 관련이 있다면, 우리는 또 한가지의 질문에 봉착하게 된다.
…파괴된 행성 Z에도 문명이 있었던 것인가?
To be continued
1차출처-딴지일보
2차출처-4Jeiz블로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