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러 주장이 있긴 하지만 사우스포(southpaw)의 어원은 '좌완투수' 라는 것이 가장 유력한 설이다. 메이저리그 초창기 시절부터 햇빛에 선수들의 시야가 방해받지 않도록 타석을 동향으로 지었는데 이때 좌완투수는 손(paw)의 방향이 남향(south)을 가리켜서 사우스포라고 불렀다고 한다. 그 후로 복싱 같은 다른 스포츠 선수들 중에도 왼손잡이 선수들을 넓게 사우스포라고 부르곤 했다.

반대로 오른손 복서는 오소독스(orthodox)라 한다. 오소독스는 원래 종교에서 정파를 의미하는 단어로 쓰였는데 스포츠 쪽에서는 오른손을 사용하는 우완 정통파들을 넓게 가리키는 용어로 쓰이고 있다. 자잘한 기교 없이 힘으로 정면 승부하는 정통파 투수나 강타자들을 오소독스라고 하는 경우가 많다.  

제목의 의미를 고려해보면 오프닝부터 붕대를 감고 있는 빌리의 왼손에 시선이 쏠리는 것은 자연스러운 현상이다. 그런데 여기서 문제가 발생한다. 명탐정 코난처럼 눈썰미가 좋은 관객들은 이어지는 경기장면에서 빌리가 왼손이 아니라 오른손잡이 복서라는 점을 곧 눈치채기 때문이다. 이 무슨...? 관객을 우롱하는 것도 아니고 안톤 후쿠아 감독은 왜 이런 제목을 지었을까. 

좌완 기교파(southpaw)의 타이틀을 달고 있는 이 영화는 초장부터 클리셰가 덕지덕지 묻어있는 정통(orthodox) 드라마의 냄새를 풍긴다. 상대를 가리지 않고 거친 승부를 계속해왔던 빌리 호프는 오소독스다. 그는 몇번의 위기를 뚝심으로 극복하고 챔피언의 자리까지 힘으로 밀어부쳤다. 여기까지는 한마디로 진부한 이야기다.

그런 빌리에게 비극은 홀연히 찾아온다. 인생의 반쪽이었던 아내 모린이 갑작스런 사고로 세상을 떠나버린다. 빌리는 온 몸에 피가 모조리 빠져 나가 버리는 것 처럼 큰 충격을 받는다. 그 어떤 강타자 복서라도 오른손 한손으로 세상의 모든 무게를 떠받칠 수는 없다. 한쪽 기둥이 부러진 건축물처럼 빌리는 무너져 내린다. 그는 파산한데다 딸까지 아동보호기관에 빼앗기는 신세가 된다. 

설상가상으로 보호기관에 맡겨진 딸은 빌리에 대한 신뢰를 점점 잃어가고 있다. 그녀는 철자 맞추기를 하는 시간에 붕괴(d.i.s.m.a.n.t.l.e) , 절망(h.o.p.e.l.e.s.s.n.e.s.s) 같은 단어들을 빌리에게 건넨다. 그 단어를 읽어 주는 빌리의 눈동자에는 깊은 슬픔과 좌절의 그림자가 드리워져 있다. 엄마 대신에 아빠가 죽었어야 했다며 빌리를 때리는 작고 매운 손은 그 어떤 강타자의 주먹보다 더 버티기 힘들었을 것이다. 

그러나 그는 결코 절망(h.o.p.e.l.e.s.s.n.e.s.s) 하지 않는다. 그는 빌리 호프(h.o.p.e)니까. 사랑하는 딸을 위해 그는 변하려 한다. 재기의 길은 녹록치 않다. 실력있는 트레이너 윌의 체육관에서 바닥부터 다시 기어올라야 한다. 카메라는 윌의 체육관으로 올라가는 좁은 계단 아래에 완전히 어둠에 잠겨버린 빌리를 조용히 응시한다. 다시 희미하게 형광등이 켜진 2층을 앙각으로 보여주는 장면. 빌리는 암흑같은 바닥에서 빛을 향해 한계단 한계단 올라간다. 

트레이너 윌은 빌리에게 복서로서 무엇이 부족한지 깨닫게 해준다. 그것은 바로 왼손(southpaw)이다. 오른손(orthodox) 힘만으로 상대를 온전히 제압 하는 것은 어렵다. 왼손과 오른손을 균형있게 사용하여야 상대의 이길 수 있다. 빌리는 전혀 예상하지 못한 왼손 한방으로 상대를 넉다운 시켜버린다.

빌리는 모든 것을 걸고 싸우는 이 한판의 승부를 통해 인생에 있어서도 부족한 것이 무엇인지 깨달았을 것이다. 인생의 무게를 함께 지탱해줄 동반자가 필요하다는 것. 휘청거리는 빌리의 삶에 균형을 잡아주던 반쪽은 사랑하는 아내 모린이었다. 거친 오른손잡이(orthodox) 빌리에게 죽은 아내는 잃어버린 왼손(southpaw)이 아니었을까?

이제 모린은 빌리의 곁에 없다. 하지만 그녀를 대신해 딸아이가 빌리의 왼쪽이 되어 줄 수 있을 것이다. 링 위에서 최고의 무기는 왼손이고 링 밖에서 최고의 무기는 사랑하는 가족이 아니던가. 복서로서 그리고 아버지로서 재기하려 몸부림치는 그에게 잔잔한 위로의 노래를 들려주고 싶다. 

 

흑꼬 left lady

그녀는 나와 걸을 때 항상 왼쪽에 그래야 걷기 시작해
그녀는 영화 볼 때도 항상 왼쪽에 그래야 웃기 시작해 

두 팔을 벌리고 그녀를 안아줄 때도 그녀는 왼쪽가슴에
그래서 나의 왼쪽은 따뜻한 온기로 언제나 항상 포근해 

언제나 너의 왼쪽이고 싶고 너의 반쪽이고 싶고 전부가 되고 싶은 나
항상 너만 바라보고 있고 너의 작은 입술 위에 내 맘을 전해주려 해 

Left lady Left lady Left lady Left lady woo
Left lady Left lady Left lady Left lady wo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