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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기기 위한 중도
게시물ID : sisa_624971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oddLee
추천 : 0
조회수 : 340회
댓글수 : 1개
등록시간 : 2015/11/15 12:28:08
이번 시위의 목적이 무엇이었을까요?

'박근혜 정부의 잘못에 대한 성토'였다면, 이는 어느 정도 달성했다고 생각합니다.

그 과정에서 안타까우면서도 본의 아니게 과잉진압 현상이 발생하면서 더욱 가시화된 것이 사실이지요.

하지만 궁극적으로 이 방식으로 가시적이고 구체적인 '승리'를 가져올 수 있을까요?


현재 우리가 이겨야 할 대상은, 사실상 정부가 아니라 여론입니다.

(물론 여론은 정부나 매스미디어가 지배한다는 사고가 만연하다는 것은 알고 있습니다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진정 설득시켜야 할 대상은 보통 사람들입니다.)

여론을 돌리고 폭력시위라는 프레임 짜기 놀이에 대항하기 위해서는 어떤 방법을 취해야 할까요.

중도입니다.

하지만 이 중도는, 기득권 세력이 원하는 무기력하고 방관하는 중도가 아니라

보다 많은 이들을 설득하고 그들과 손잡기 위한 중도의 길이며, 이기기 위해 한 숨 고르는 형태의 중도입니다.


현재 뉴스에서는 자극적으로 어제의 민중총궐기를 폭력시위라고 규정하고 참가자들을 폭력시위꾼으로 매도하고 있습니다.

거기에 대응하는 참여자 혹은 인터넷 사이트들은, '시위는 원래 이런 것이다'라며 폭력(혹은 무력사용)이라는 워딩을 부정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것은 그 명제의 옳고 그름과 무관하게, 다수의 여론이 섣불리 동의하지 힘든 반감을 불러일으키게 만듭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워딩을 고치던가

혹은 어제 민중총궐기에서 부각되지 않았던 부분들을 부각시킬 필요가 있다고 봅니다.


이는, 금일 이순신동상 부근에서 이루어졌던 집회의 모습입니다.

IMG_2562.JPG
IMG_2564(2).JPG

여기에서는 세월호 유가족 임시 분향소와, 노란띠 만들기, 국정화 교과서에 대한 피켓 시위(위 1번 사진)가 이루어졌고

세월호 순직 교사, 잠수사, 인양, 국정화 교과서 문제에 대한 서명을 받고 있었습니다.

이 지역에서는 고성도 전혀 없었고, 특별한 집단 행동을 보여준 것이 아니기 때문에

경찰병력도 소수만이 배치되어 있었고 특별히 그들이 나서서 진압할 건덕지를 주지 않았습니다.

저녁 시간대에는 낮 대비 경찰병력 엄청나게 많은 인원이 동원되어 광화문 9번 출구를 봉쇄하는 것을 보았습니다만,

사실 이는 어째서 그런 것인지 납득하기 힘든 조치였습니다.

일견 이순신 동상 아래의 집회에 위협을 가하려는 조치로도 해석 가능했고

최소한 경찰의 통행 방해조치에 대한 성토가 될 것이고, 확대하면 경찰이 조용한 집회에 압력을 행사하려고 했다고도 주장할 수 있는데

적어도 제가 지닌 것에는 관련된 사진이 없는 것이 안타깝습니다.


또한 저녁 시간대에서도 물대포와 캡사이신을 맞은 최전방 뿐만이 아니라

그 후방에서 일어났던 다양한 행사들에 대해서도 알릴 필요성이 있다고, 주변에 널리 알릴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안타깝게도 친구와 함께 이동중이었거나, 친구를 찾기 위해 이동한 시간이 대부분이라 관련된 사진은 없지만

후방 대부분의 지역에서는 국정화 교과서 반대를 성토하며 외치는 이들도 있었고

매스게임과 유사한 노동조합 운동도 전개되었습니다.

이곳에는 전혀 정부에게 건덕지를 주지 않으면서도, 자유로운 의견을 논하는 공간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이런 부분들을 강조하는 이유는, 결코 최전방에서 캡사이신을 맞아가며 고생한 이들을 폄훼하고자 하는 데에 있는 것이 아닙니다.

그보다는 많은 이들이 참여한 것이 분명함에도 불구하고 비교적 조명되지 않는 부분을 부각함으로써

실제 시위가 정부가 주장하는 '폭력시위'가 아니었다는 점을 명확히 해서,

민중총궐기에 대해 부정적인 입장을 지닌 이들을 설득하는 무기로 활용하기 위한 것입니다.


현재 진행되고 있는 경찰의 과잉진압 문제에 곁들일, 일종의 two-track 전략이라 생각하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이 부분은 "그래도 폭력은 안되지"하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설득하기에 유용하며

전략적으로 활용도가 높다고 생각합니다.


이기지 않으면, 어제와 같이 피를 흘리고 고통받는 비극이 또다시 반복될 것입니다.

그리고 이기기 위해서는, 가능한 한 많은 이들과 손잡아야만 합니다.

그것이 비록 현재 '언론플레이에 속고 있다'고 생각되는 인물이라 할지언정,

그들조차 품어야만, 이길 수 있지 않을까요.


cf.

저는 평화-폭력시위의 프레임도 일단은 받아들이고 있고, 일정 부분 내재화하고 있다고 인정하겠습니다.

어제 광화문을 방문해서 남긴 글에 대해서는, 이미 수많은 반대를 받고 프락치라는 오명이나 더러운 놈이라는 비난까지 들었습니다.

격앙된 감정이 남아있는 지금은 그럴 수 있습니다. 충분히 감수하겠습니다.

평화라는 그늘 속에 숨어서 비겁하게 논하고 있는 자라는 말을 들어도 좋습니다.

하지만 제한된 조건이 있다면, 그것을 일단 받아들이고 변화하지 않으면 안됩니다.

매스미디어의 논리를 받아들인 이들이 있는 이상,

그들과 손을 잡으려면 부분적으로는 매스미디어의 논리를 수용하는 제스쳐를 전략적으로 보여야 한다는 것이 제 입장입니다.

저는 이런 의미에서 '현실적'이고, '정치적'입니다.

하지만 저 역시

박근혜 정부의 잘못이 많은 이들에게 받아들여지기를 바랍니다.

이기기를,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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