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어디를 가도 페미 이슈 뿐이고 정부가 무슨 말을 해도 비웃음의 대상이 되는 상황이다. 다른 이슈를 얘기하는 것도 의미가 없어보일 정도의 기세라 솔직히 상당히 피곤하고 재미없는 상황이다. 내가 가는 곳이 전부 남초 사이트니 20대 남성들의 목소리로 뒤덮이는 건 당연한 상황일테지.
어제 우석훈의 글을 공유한 일도 있었지만 나도 세대차이란 걸 처음 느낀 건 평창올림픽 단일화 논란 때였다. 좌우를 떠나 나와 내 언저리의 세대들에게 나랏일이란 아주 말도 안되는 헛짓이 아닌 이상 참고 지지해주는 대상이어왔다 하물며 그것이 남북평화와 같은 사안이라면 묻고 따질 영역 자체가 아니었고 그 과정에서 희생되는 개개인 몇몇에겐 미안하지만 별 수 없는 일이었을 뿐이다. 근데 20대들은 그게 말이 되냐고 묻고 더 나아가 북한이 왜 통일 대상이냐고 물었다. 솔직히 황당했다.
하지만 조금만 생각해보면 당연한 결과지 싶기도 하다. 20대들이 태어나면서 처음 본 풍경은 IMF와 그로인해 해체돼가는 그때까지의 믿음들이었다. 부모 세대보다 가난한 첫 세대란 말을 가볍게 여겨선 안된다. 그만큼 여유가 없는 세대란 뜻이기 때문이다. 금수저, 은수저 같은 말이 어느새 관용어가 됐을만큼 부모의 재력에 의해 이미 자신들의 평생 신분이 거의 정해져있음을 말해주지 않아도 알고 있을 정도로 꽉 짜여진 세상이라는 건 굳이 20대가 아니어도 알 수 있지 않나. 누구에게나 답답한 사회이지만 살만큼 살았거나, 이미 나잇살 꽤 먹은 이들과 이제 한창 젊은 사람들이 받아들이는 사회의 갑갑함은 앞으로 남은 살날만큼 다르다.
그래서 이들은 과정에 집중한다. 어떤 부모 밑에서 태어나는지는 운명이다. 계층이동이 거의 불가능한 사회에서 그 타고난 수저만큼의 결과를 내는 것도 마찬가지. 그렇다면 남는 건 과정뿐이다. 그것만은 공정해야한다. 그런 심정에서 보면 현정권의 여성할당정책이나 군생활개선 정책도 웃기는 일로 보이긴 할 것 같다. 여성이 진짜 차별받고 있는지도 모르겠고 그렇다하도 그게 우리 탓이냐 싶겠지. 독일 젊은 애들도 너무 나치나치 거리면 우리가 나치 지지했냐고 하더라. 군대 가는, 아니 끌려가는 거 자체가 패널티인데 그거 좀 좋게 해준다고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이기도 할테고. 일베는 쓰레기인데 메갈은 순기능이 있다는 말까지 나오면 그냥 싸우잔 소리로밖에 들리지 않을 것 같기도 하다.
그렇다고해도 지금의 온라인 여론 상황이 정상적으로 보이지않는 건 여전하다. 여기도 한두번 여성정책관련 글 쓰긴 했지만 난 여전히 여성에게 불공정한 사회이고 그걸 바로잡으려는 정부의 정책은 상당부분 옳다고 믿으며 개정하려고 한다는 그 유명한 악법 때문에 우리나라가 스페인처럼 될 거란 주장은 극우들의 한국, 복지과다로 아르헨티나화, 베네수엘라화 주장과 그리 달라보이지 않기 때문이다.
더 근본적인 개혁이 주춤하는 느낌이고 대통령 관심사인 거 같으니 갑자기 여성들이 승진하기 시작하고 온갖 위원회가 만들어지는 걸 보면 웃기긴 하지만(이때까진 없었던 일이란 말인가) 서로 마음을 열고 이야기를 듣는 노력이 필요할 것 같다. 오유 한정으로 얘기해본다면 예전 찢찢 거리던 애들이나 손가락 오렌지 타령하던 애들이 넘칠 때와 상황이 다르다. 멍청하네 단순하네 작세네 치부하고 넘겨도 될만큼 눈에 뻔히 보이는 이슈였고 누굴 지지하나 정도의 문제였지만 지금은 좀 다르지 않나. 작세라고 욕했던 누군가가 진짜 답답해서 하소연하는 20대면 어쩌나. 그냥 동의 못하면 무시하고 지나가면 될 일이지 매도까지 할 필요가 있을까. 대통령 하나 바뀌었단 말이 최근처럼 와닿는 적이 없었다. 관료도 언론도 자본도 다 그대로다. 저 사설 마지막처럼 시간이 많지 않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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