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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급실이야기 5.1 소주,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게시물ID : readers_22848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원칙과정의
추천 : 13
조회수 : 1176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5/11/25 07:5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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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동안 응급실 근무를 하면서 많은 사람들의 생사의 갈림길을 지켜보게 되었습니다. 그러다 보니 앞으로 살면서 정말 멀리해야겠다고 생각하는 두 가지가 생겼습니다. 그중 하나는 '오토바이'입니다. 오토바이 사고를 당해 병원에 오는 환자의 상태는 다른 교통사고 환자와 많이 다릅니다. 머리, 가슴, 배, 팔다리에 심각한 손상을 한꺼번에 입고 오기 때문에 그 생명을 담보하지 못하는 경우를 여럿 봅니다.


다른 하나는 '술' 특히 소주입니다. 사실 술은 우리나라 문화에서는 멀리하기 어렵죠. 사람이 만나는 곳이라면 어디서나 함께하고, 또 제사 등 문화적 요소와 관련이 많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일부 술의 긍정적인 효과를 인정한다 하더라도 많은 사람들이 술에 의해 고통을 받고 있는 것이 현실입니다. 가족 중에 크던 작던 술로 인해 고생한 분이 없는 집이 있을까 싶을 정도로, 술로 인한 피해가 우리 사회 전체의 문제가 된 지 오래입니다. 특히 맥주나 와인 같은 낮은 도수의 술은 비교적 문제가 덜합니다만, 우리나라의 특이한 음주문화를 가져온 값 싼 술의 대명사 소주는 그 문제가 심각해 부작용의 대부분을 만들어내고 있습니다.




2년 전 의협신문을 통해 '소주,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라는 주제로 칼럼을 쓴 적이 있습니다. 당시 썼던 내용을 인용하면, 소주는 예전부터 전해 내려온 한국의 전통적인 술이라고 알고 계신 분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지금 우리가 쉽게 접하는 소주는 일반적으로 생각하는 그런 전통주가 아닙니다.


선조들로부터 전해 내려온 진짜 전통 소주는 쌀을 밑술로 하여 소주고리를 이용해 천천히 증류하여 만들어집니다. 하지만 지금의 소주는 그렇지 않습니다. 주정회사에서 값 싼 원료를 이용해 여러 번의 증류 과정을 거쳐 95% 순도의 알코올인 주정을 만들어냅니다. 정부와 관련 업체에서는 주정을 만들어내는 과정을 제대로 설명하고 있지 않지요. 이 과정에 효모를 이용한 발효과정은 없습니다. 그 중 일부는 의료용 알코올로 분류하여 사용하고 나머지는 주류회사를 통해 매입됩니다. 그럼 이 주정에 성분이 다 알려지지 않은 첨가제와 감미료를 넣고 물과 희석하여 우리가 익히 아는 소주를 만들어내는 것입니다. 감미료를 넣지 않은 주정과 물의 희석액은 쓰고 비린 맛이 나 먹기 어렵다고 합니다.


다른 나라에서는 술로 인정받지 못하는 희석주. 어떻게 보면 음식보다는 화학약품에 가깝다고도 볼 수 있습니다. 게다가 우리나라만의 특이한 세금 부과 방식으로 인해, 대량 생산되는 소주에 비해 소량 생산되는 전통주의 가격 경쟁력이 약화되기도 합니다. 좋은 술 문화가 자리 잡을 수 있는 여지를 사회 시스템이 앞장서서 차단하고 있는 형국입니다. 이로 인해 지금 이 시간에도 빠르고 쉽게 취하는 게 목적인 잘못된 음주문화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 기사 '소주, 이대로 둬도 괜찮을까'

다시 보기 : http://www.doctorsnews.co.kr/news/articleView.html?idxno=92116


잘못된 음주문화가 우리 사회를 병들게 하고 있습니다



술에 의한 문제로 병원 응급실을 찾는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습니다. 취한 상태에서 넘어지거나 싸우다 발생한 외상으로 오거나, 대학교 신입생 환영회에서 처음 마시는 술에 의해 의식이 없는 상태로 오는, 다시 말해 생명과 직접적인 관련이 없는 경우면 그래도 다행입니다.


오랜 음주로 알코올성 간염을 지나 간경화로 진행되어 복수가 찬 상태로 오거나, 식도정맥류 출혈이 발생해 식은땀을 흘리며 걷잡을 수 없이 혈압이 떨어지는 상태로 온 경우, 계속되는 음주나 반대로 갑자기 음주를 끊은 뒤 발생한 간질과 같은 경련으로 온 경우, 오랜 시간 매일같이 음주를 지속하면서 소뇌 기능이 파괴되면서 제대로 서 있을 수 없어 주저앉아 지내게 되는 베르니케 뇌병증까지, 참 다양한 양상으로 술은 우리 몸을 파괴합니다.


간혹 식사를 하지 않고 음주만 지속하다 알코올성 케톤산증이 발생해 생명을 놓칠 위기에 놓이는 경우도 자주 보게 됩니다. 음주운전에 의한 피해나 주취 폭력에 의한 피해도 빼놓으면 섭섭할지 모르겠습니다. '술'이라는 이름으로 통칭하긴 했지만 역시 그 피해의 중심에는 '희석식 소주'가 자리하고 있습니다.




우리의 음주문화, 바뀌어야 합니다. 만취하는 것을 목표로 술을 마시는 것이 아니지 않습니까? 얼마나 더 많은 사람들의 가정이 파괴되어야, 얼마나 더 많은 사회적 비용이 들어가고 나서야 이 문제가 해결될까요? 음주로 인한 피해자를 구제하기 위해 음주문화연구센터에서 운영하는 카프병원이 주류협회의 지원 중단으로 문을 닫는 등, 지금의 현실은 음주문화 문제의 해결을 위한 방향에서 오히려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습니다. 이익의 카르텔 때문에 많은 개인의 중독을 방관하는 지금의 사회 모순은 바로잡아야 하지 않겠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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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https://brunch.co.kr/@csj38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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