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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 제가 3개월 밖에 못살 뻔 했어요. 축하해주세요.
게시물ID : freeboard_117679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다잊었다
추천 : 23
조회수 : 1721회
댓글수 : 61개
등록시간 : 2015/11/27 18:45:37
안녕하세요. 여기에 써도 되는진 모르겠지만 

항상 오늘을 마지막처럼 사는 젊은 항암러입니다.

제가 갖고 있는 암은 총 두종류로 배아세포종과 혈관육종입니다. 

배아세포종은 최초에 발견하여 항암치료 후 수술로 제거하여 아직까진 잠정완치된 상태입니다만,

혈관육종은 척추로 전이가 되었습니다.

이 혈관육종을 타게팅하여 치료를 시작한지 1년이 다 되어 갑니다.

그 사이 5사이클에 걸친 케모포트 항암 후 표적치료제를 구강투여하는 방식으로 지금까지 복용중입니다.

오늘은 CT를 찍는 날이었습니다. 

7시 비행기로 김포공항에 출발하는 ㅈ에어에 몸을 싣고 출발하는 시나리오였는데 30분 연착이 되서 7시 30분에 떠서 8시 30분에 공항에 도착했습니다.

일원동까지는 아무리 서둘러도 10시에나 도착하는데 제 CT예약시간은 9시.. 

교수님 진료시간은 11시.. 

정말 신기하게도 한시간만에 CT판독이 되었더라고요.. 

11시가 조금 지난 11시 20분 쯤 교수님 방 간호사분이 "다잊었다님 들어오세요!" 하는 소리에 번개같이 교수님 방 의자에 착석했습니다.

교수님이 의미심장한 표정으로 제 기록을 살피시더니 

"잘했어여"

..? 네..?

"잘했어여!!"

앙??

그 때 갑자기 플로우에 몸을 맡기시고는 제게 속사포처럼 설명해 주셨습니다.

"사실 위험했어요. 척추에 전이된 시점에서 보통 3개월이 고비거든요. 3개월을 넘기기가 힘들어요. 근데 잘 했어요. 지금 우리 최선책은 이 약으로 끝까지 가는거예요." 라고..

갑자기 주마등처럼 척추 전이되고 치료받으면서 지냈던 3개월이 스쳐지나갔습니다.

롤 한 기억밖에 없더군요. 
트페로 똥싸서 우리팀 쟤네팀 할 거 없이 부모님 안부를 물어보거나,
여기 오유를 통해 알게된 베인님과 듀오하다가 소라카를 우연히 하게 되었는데 지금까지도 못끊고 소라카질 하게된 계기, 승리의 시비르 받고 싶어서 밤낮으로 랭크를 돌려도 주말에 고사리같은 손으로 야스오를 선픽하는 초등학생들의 트롤링에 몸서리치던 나날들.

운이 좋지 않았다면 이 사소하고 무의미 했던 시간이 내 마지막 순간이 될 수도 있었다는 생각에

손발이 떨리고 눈꺼풀이 부르르 떨리더군요.

저 지금 살아있는거 맞나요? 
왜 남들에겐 일상인데
저는 그 일상을 항상 마지막이라 염두하고 일상인 척 해야 하는 걸까요? 

이런 저지만 축하 받고 싶어요. 
나도 모르게 지뢰밭을 걷고 있었어요. 
아무렇지 않게, 아무 준비도 각오도 없이.. 걸어왔어요. 그걸 알아챈지 하루도 되지 않았어요.

뭐 사실 알았다고 달라지는건 없어요.
앞으로도 재발이라는 크레모아는 제 인생 군데군데 깔려있을거고 전 요리조리 피해다니면서 살아야 할거예요. 혹은 밟아도 안밟은듯이..

이런데도 살고싶네요.. 미친듯이 살고싶네요 ㅎㅎㅎㅎ 
출처 나의 존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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