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해 쉽게 음슴체로 갈께요
결혼 6년차 아이 없음 현재 임신 시도중
신혼 때 많이 싸우다가 이젠 많이 내려놔서 평소 거의 안 싸우고(1년에 한번 싸울까 말까) 잘 지내는 편임
어제가 신랑 양력 생일이었음
신랑은 음력 생일로 챙겨서 어젠 그냥 지나가는 날처럼 보냄
그러나 회사에선 양력으로 다들 챙겨서 어제 챙겨줬다고 함(백화점 상품권 5만원, 케이크, 작은 선물들 부서에서 돈 모아서 해줌)
어제 저녁을 같이 먹는데 신랑이 대뜸 팀 막내(20대 후반 미혼 여성직원)가 치킨 기프티콘을 보내줬다는거임
걔가 왜? 하니 신랑이 아무렇지도 않게 '내가 저번에 걔 생일 챙겨줘서'라고 하는데 순간 황당해짐
'당신이 걔 생일을 왜 챙겨줘?'하니 막내가 평소 선배들 사이에 껴서 고생도 많이 하고 일도 잘하고 싹싹해서 고마워서 챙겨줬다고 함
평소에도 그 막내 얘길 내 앞에서 자주 했고, 일 잘하고 성격 좋아 모두에게 인기가 좋다는 얘길 많이 들음
나도 그 막내에 대해 별다른 느낌은 없었는데, 얼마전 신랑이 회사 외근하고 이동하는 과정에서
막내가 마침 자기도 이동중인데 가는 길이라고 신랑을 자기 차로 태워 데려다줬다는 말을 듣고 약간 좀 떨떠름했지만 단순히 데려다준거라고 하니 넘어갔었음
그런데 따로 생일선물? 뭘 줬냐고 하니 명함지갑이라고 함
막내가 그걸 갖고 싶다고 말을 해서 자기가 사줬다는 것임
순간 너무 기분이 나빠져서 인상 확 쓰면서 돈 모아 사준게 아니라 개인적으로 사줬다고? 했는데
신랑은 아직도 분위기 파악 못하고 그렇다고 함
내가 비싼거라 그런줄 알고 계속 싼거라고 2만5천원짜리라고 함
근데 난 금액이 문제가 아니라 '어떻게 막내가 그걸 갖고싶어하는지 알게 됐는지, 왜 개인적으로 따로 선물을 하는지' 거기에서 화가 났던 것임
신랑은 내가 생각하는 그런거 절대 아니고 그냥 막내가 평소 팀내 분위기메이커도 잘하고 일도 잘해서 고마워서 선물한거라고 했지만
난 그때부터 기분이 나빠서 식사 중단하고 한마디도 하지 않았음
어제 신랑이 회사 발표자료 도와달라는게 있었는데 그것도 일체 말도 꺼내지 않았더니 신랑도 기분이 나빴던지 아무말 없이 혼자 그 일을 했음
난 먼저 자려고 누웠는데 아무리 생각해도 너무 기분이 나빠서 잠이 안 오는거임
생각이 있으면 아무리 직장상사래도 유부남인데 그런 개인적인 선물을 준다고 덥썩 받나? 생각이 없나?
그리고 보답이라고 치킨? 진짜 둘이 뭘하고 자빠지는건지 황당하기 이를데 없었음
발표자료 마치고 나중에 온 신랑이 옆에 누웠고 난 등 돌리고 누워있었음
한참 자는데 갑자기 신랑이 몸을 일으키면서 아직도 화났냐고 물어봄
난 건들지 말라고 기분 더럽다고 말했음
신랑은 날 자꾸 끌어안으려고 하면서 정말 오해다 생각하는 그런거 절대 아니고 정말로 단순하게 고마운 마음에 그런거다 담부턴 그런거 안 하겠다고 아양을 떰
그런데 난 그 아양 떠는게 더 꼴보기 싫어서 확 일어나면서 더 화를 냈음
대체 걘 생각이 있는애냐 없는애냐 그걸 왜 받냐고 그리고 걔가 그거 갖고싶다는거 어떻게 안거냐고 하니까
팀 사람들이랑 점심 먹으면서 얘기하다가 이거 갖고 싶다고 폰으로 보여주더라고
자기 취향 노땅같지 않냐고(명함지갑에 꽃무늬가 있어서) 하니까 같이 밥 먹던 여자 대리가 괜찮다 이쁘다 여자들끼리 그러더라 그때 알았다 그러길래
그 폰으로 잠깐 보여준걸 참 잘도 기억해내서 사줬네 그와중에 색깔도 기억했냐고(같은 디자인에 컬러가 다양했음) 참 세심하기도 하다고 하니까
왜 자꾸 이상하게 생각하냐고 은색이라 기억이 났을 뿐이라면서 정말 그런거 아니라고 계속 해명했음
난 당신들이 대놓고 바람이 난거라고까진 생각하지 않지만 이번엔 선 제대로 넘었다고 한번만 더 내 앞에서 그애 얘기 꺼내면
당신들 여부는 관계없이 회사 게시판에 저격글 올릴테니 알아서 처신하라고 했음
그랬더니 신랑도 그 말엔 화가 났던지 왜 아니라는데 안 믿어주냐면서 왜 걔를 질투하냐는거임... 질투?
질투라는 말에 더 화가 나서, 질투는 나보다 잘난 사람에게 하는거다, 걘 나보다 잘나지 않은데 내가 왜 질투를 하냐고
질투라는 단어가 이 상황에 어울린다고 생각하냐니까 자기가 말실수했다고 미안하다면서
절대절대 바람 같은거 아니니 걱정말라며 나 없음 자긴 못 산다고 자꾸 안아주려고 하는 걸
기분 나쁘니까 한동안 내 몸에 손대지 말라고 하고 바로 등 돌리고 잤음
오늘 아침에도 내가 무표정하게 말 한마디 없이 있으니 눈치 잔뜩 보면서 출근했다가
카톡으로 사랑한다는 이모티콘을 계속 쏘고 있는데 기분 나빠서 무시하고 있음
내가 예민한건지 뭔지 모르겠지만 그냥...
맞벌이임에도 살림 꼼꼼하게 다 챙기고 신랑 챙기는 것도 소홀하지 않았고 신랑도 몇번이고 말하면서 인정하는 부분임
그런데 생각해보니 신랑은 언제 나한테 뭐 먹고 싶냐고, 뭐 갖고 싶냐고 물어본 적이 없었음
저번달에 11번가에서 아웃백 할인쿠폰 뿌려서 두 장 사놓고 나 파스타 좋아하니까 같이 가자고 했는데
신랑이 양식을 별로 안 좋아하다보니 그래그래 하고 결국 11월 넘겨서 쿠폰 날렸을 때도 기분 좀 그랬지만 넘어갔고
이번 금요일이 내 생일인데 그날도 할인쿠폰 받은 갈비집 가자고 통보식으로 말했지
뭐 먹고 싶냐고 묻지 않았음... 그때도 좀 그랬지만 갈비도 좋아하니까 그러자고 했는데
먹을 것 같고 유치하지만 그런 사소한게 하나하나 쌓여서 그런지 난 지금도 너무너무 서운해짐
신랑은 내가 저런 얘길 하면 백퍼 뭐 그런거 갖고 그러냐면서 오늘이라도 당장 아웃백 가자고 할테지만
이미 상해버린 기분으로 거길 가서 뭘 먹는다고 맛있기나 할런지...
그보다 앞으로 남편과 그 회사 동료들을 곱게 보지 못할 것 같아 더 걱정임
내가 너무 예민한건가 싶기도 함
어떻게 생각하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