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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ROJECTEA] 66. 좋은 차, 나쁜 차, 이상한 차
게시물ID : coffee_79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pelltrow
추천 : 7
조회수 : 510회
댓글수 : 11개
등록시간 : 2015/12/21 16:50:26
  얼마 전 한 선생님에게서 재미난 글 한 편 보라며 전해주셨습니다. 약초를 다룬다는 어느 한 블로거의 일장연설이었는데, 

도입부가 자극적인 까닭인지 사람들의 흥미를 끌었나 봅니다. 

‘녹차를 마시느니 차라리 걸레 짠 물을 마셔라’ 그는 녹차를 처음 마셨을 때 죽음의 냄새를 맡았다고 합니다. 

그 분은 극도로 녹차를 마시는 일을 경계하는 태도를 보이셨는데 저는 그 모습을 보며 문득 사람이란 예나 지금이나 

저 먼 땅의 반대쪽 끝에 사는 이나 내 근처에 사는 이나 생각하는 방식은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약초를 사랑하신다는 분의 이야기에 대해 제가 드릴 수 있는 답은 다음과 같습니다. 

“녹차는 몸에 좋기도 하고, 나쁘지도 하지만 인간은 그 이유 때문에 차를 마시고 사랑하고 즐기며 곁에 두는 것은 아닙니다.” 라구요.


  중국의 남방 부족민들이 찻잎을 따서 물에 타 마셨다는 사실에서 비롯하여 진시황대에 본격적으로 내륙으로 유입되고 

한족의 부흥과 함께 성장했던 이 음료로서의 차의 역사는 녹차에서 모든 이야기가 시작됩니다

찧어 즙으로 먹고, 덖어서 먹고, 가루를 내서 먹고, 쪄서도 먹던 녹차의 다양한 변신은 같은 것만 즐겨서는 성에 차지 않는 

인간의 지루함에 대한 반항, 그 본성과도 맥을 같이 하죠

  녹차는 기본적으로 독성을 다스리지 않은 차가 대부분이라 다량으로 복용했을 때 득보다 실이 많을 수 있다는 가능성에 대해서는 

왈가왈부하기 어려우나 그 이유 때문에 녹차를 멀리하는 것은 하나는 알되 둘은 모르는 태도가 아닐까요. 왜냐하면 인간은 

아이러니함과 함께 성장하고 이를 곁에 두고 평생을 살아가는 동물이기 때문이니까요. 녹차가 흥미로운 것은 비단 

그 영양학적인 이유 때문이 아니라 역사성과 미학의 층이 그 어느 음료의 세계보다 두텁기 때문입니다. 물론 그 미적 차원에까지 

관심을 두지 않는 사람들도 많을테지만 그렇다고 해서 없던 것이 되는 것은 아닙니다.

 
  녹차의 역사성이 우리나라와 직접적인 관계가 없다고 해서 이것이 우리가 즐길 문화가 될 수 없다고 말하는 것도 지나친 과장이지요

우리의 밥상과 식생활 중 대체 어느 정도가 우리 민족 오래전부터 대대로 계승하고 전승하여 즐긴 것에 속할까요

삼시세끼 돼지나 소, , 오리 같은 고기가 밥상 위에 오르고 쌀을 곱게 도정하여 먹고, 고춧가루를 써서 만든 음식은 

과연 얼마나 된 풍습인가요. 현대 우리의 식문화의 오 할 이상은 없던 것에서 출발합니다. 그렇다고 이것이 지금 우리의 문화가 아닌 것이 

되었을까요. 조상들의 지혜 중에 기발하고 무릎을 칠 만한 것들도 많지만, 현대적인 시각에서 아쉽고 부족한 것도 많지요

프레임을 유리한 쪽에 가져다 놓고 찍으면 그것만 보이는 법입니다. 총을 든 군인이 아이를 쳐다보는 유명한 사진이 있지요

사람들은 그 사진을 보며 전쟁의 비극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프레임을 벗어난 원본은 군인이 총을 옆으로 비껴놓고 

자신의 수통을 꺼내 아이에게 먹이려 하는 장면을 담고 있습니다. 또렷한 목적에 함몰된 지식인의 무서움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크기변환_66.jpg


  녹차는 동아시아 문화권의 매우 급박하고 아슬아슬했던 위기의 순간마다 기지를 발휘하는 힘으로 등장했습니다

당대에는 타락한 불교문화와 이를 정제하고 사람들을 구원하기 위한 자기 실천의 도구로 중국에서 이용되었죠

우리의 옛 방송에서 말한 적이 있습니다. 이전까지 차란 단순한 음료 혹은 음식의 차원에 그쳤으나 이 때부터 비로소 

차가 자기 개선을 위한 좋은 도구로 자리 잡았다는 사실을요. 

일본은 차를 통해 혼란을 수습하고 의식의 사치와 문란함을 극복했습니다. 무라타 주코에서 타케노 조오, 센노 리큐로 이어지는 

백 년이었죠. 이 모든 순간에 다름 아닌 녹차가 있었습니다

고려말과 조선 초중기 사회 이전까지 우리의 선조들은 사회의 병폐와 지독한 위정자의 모순에 대항하는 도구로 녹차를 이야기했습니다

사실 동아시아 문화권에서 녹차는 정신문화의 상징이었습니다
 

  누가 마시느냐, 어떻게 마시느냐를 이야기하는 것이 하나가 아니라 둘, , 그리고 열을 이해하기 위한 선행요소가 아닐까 싶습니다

비판이 아닌 비난이 되어버린 약초애호가의 글을 보며 가장 씁쓸했던 것은 비난의 화살촉이 엉뚱한 방향으로 흘러가버린 점 

때문이었습니다. 돈이 돈을 불러들이는 녹차 시장의 잘못된 생산 구조와 마케팅과 유통의 지나친 편향성 같은 것들이 

우리가 경계해야 할 요소지요. 발효될 수 없는 환경에서 만들어 놓고 억지로 이를 얻기 위해 약품을 뿌리고, 생장요건의 과학적인 엄밀함은 

생각하지 않고 마구잡이로 한 해 한 해 수확을 위한 농사에만 매달리고, 노동이라는 가치에 소비자들이 날이 가면 갈수록 심드렁해지는 

와중에도 전혀 문제점을 의식하지 못하는 지점이 그가 화살촉을 돌려야 했을 부분이 아니었을까요

작년 이맘때 즈음이었나요. 조선일보의 큰 한 면에 아침에 마시는 차는 독이라며 대서특필했던 한 차 전문가의 말들이 생각나네요

그 분은 아직 한 번도 그래도 괜찮은차를 접해본 적이 없을 뿐이었겠지만 부족한 경험지식이 수많은 이들의 정직함에 

상처를 낼 수도 있다는 바를 생각할 줄 모른다면 그건 진정한 리더나 지식인 혹은 교양인이라 말할 수 없을 것입니다

만화가 한 명도 칠 년의 세월을 거쳐 한 권의 책을 쓰고, 작가 한 명도 오 년의 세월을 거쳐 한 권의 소설을 쓰는 세상입니다

우리는 영화 한 편을 보고 그 감독의 아름다움의 공식을 이야기하는 칼럼니스트의 글을 신뢰하거나 좋아하지 않습니다

건강에 악이 된다는 사실이 그렇게 중요하다면 당장에 마트에서 판매하는 육류나 가공식품부터 의심해 보아야겠지요

중금속이 걱정된다면 어류나 돼지고기와 닭고기, 소고기부터 다시 생각해 보셔야지요. 유제품도 마찬가지입니다.  

이에 대해 경고하는 책은 얼마든지 많습니다. 그건 불편하신가요? 살면서 우리의 건강을 위협하는 재료는 수도 없이 많습니다

무엇을 먹지 말아라, 무엇을 먹어라고 하는 것은 답이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여러분의 선택할 수 있는 권리, 그리고 

그 전에 한 번 생각할 수 있는 계기를 만들어드리려 노력합니다

녹차, 드십시오. 하지만 반대로 녹차만이 답이라 생각할 필요도 없습니다. 여러분의 건강함을 책임지는 것은 차가 아니라 

차를 찾으려는 당신의 분별력, 편협하지 않으려는 호기심이라는 것을 잊지 않으면 되는 것 아닐까요.

이번 주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 모두들 건강한 몸과 마음의 한 주 되시길 바랍니다!


"저는 비영리 팟캐스트를 만듭니다." 프로젝트티66.
좋은 차 나쁜 차 이상한 차: 녹차를 둘러싼 요망한 기운들
*방송듣기▶http://me2.do/x1iT4or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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