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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질구질한 나의 일기를 바꾸기로 했다. (부제 : 행복한 삶) 약스압
게시물ID : panic_85303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거리에서..
추천 : 12
조회수 : 2290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5/12/27 13:18:3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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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희들 운명을 믿어?

그러니까 



" 너는 처음부터 이런 삶을 살게 될 운명이야!! "



할 때의
 운명 말이야.


누군가는 말하지


" 삶은 개척하는 것이다. "


나도 그 말을 믿어


그래 운명은 개척하는 거야.


1 : 이름없음 ◆CC7zx72WaM 2015/12/26 00:58:32 ID : RA8F4wCT29g

아직은 추운 11월이었던 것 같아,


고등학교를 자퇴하고 살아온 나는 지난 5년 동안,


부스스하게 눈을 뜨고 시계를 보면, 항상 점심을 먹을 시간이 한참이나 지난 뒤였고


일어나서 제일 먼저 나는 일은 먼지 쌓인 컴퓨터 본체를 켜서


소환사의 협곡으로 여행을 떠나는 게 삶의 낙이었지, 다들 알지?


그러다 배가 고파서 햄버거를 돌리거나 화장실을 가면,


그게 하루 중 몇 안 되는 컴퓨터에서 벗어난 시간이었던 것 같아.



아무튼 나는 나의 이러한 삶을 만족했고 더 바랄 것도 없었지.



2 : 이름 없음 2015/12/26 01:02:16 ID : RA8F4wCT29g

그러다가 액정이 다 깨진 스마트폰으로 전화가 왔어,

자퇴하기 전까지 친하게 지내던 녀석이었지

그놈의 이름은 김동현

녀석은 5년이 지나서야 나를 만나기를 원했고,

술을 사준다는 말에 근처 술집에서 만났어


3 : 이름없음 2015/12/26 01:04:01 ID : RA8F4wCT29g

고등학교 때, 

항상 이핑계 저 핑계 대며, 수업을 빼곤 했던 나와 녀석은 

근처 골목에서 담배를 피우며 정을 쌓았지

그 녀석은 정신을 차리고 공부를 했는지, 

얼마 전 국내의 굴 직한 기업인 H사에 취업을 했더라고.

이 자식.... 자랑하려고 만나자 했구나 )


4 : 이름없음 2015/12/26 01:06:07 ID : RA8F4wCT29g

녀석은 술 마시는 내내 자기가 산 자동차며, 옷이며, 자신의 여자친구며,

계속 자랑을 하면서 끝내는 나의 일상을 듣고 깔보기까지 했지.



" 야, 너는 언제까지 인마, 너네 부모등골 빼먹으


면서 살려고 하냐? "



그 말에 화가 난 나는 당장 그 자리에서 먹고 있던 3000cc 맥주를 뿌리고 집으로 돌아왔어.

그리고 결심했지,


나도 지금까지 와는 다른 삶을 살 거야


5 : 이름없음 2015/12/26 01:08:32 ID : RA8F4wCT29g

그날 밤 나는 처음으로 폰으로 알람이란 걸 맞췄어, 6시에 일어나

근처 공원에서 조깅을 할 생각이었지.

그리고 정확히 다음날 아침

알람 소리를 듣고는 있는 힘을 다해 폰 배터리를 뽑아버린 게 생각나는군



6 : 이름 없음 2015/12/26 01:10:22 ID : RA8F4wCT29g

일찍 일어나는 것에 실패한 나는, 옷을 주섬주섬 입고는 은행 통장에서 만 원짜리 몇 장을

뽑았어, (엄마 죄송해요)

그리고 서점에 가서 요즘 초등학생들도 본다는 " 시크릿 " 이란 자기 계발서를 샀어


7 : 이름 없음 2015/12/26 01:11:49 ID : RA8F4wCT29g

하지만 역시나 나는 

새로 산 자기 계발서를 집에 오자마자,나중에 읽을 생각으로 이불에 던져두고는

나의 취미생활인 E- 스포츠를 했지.



8 : 이름 없음 2015/12/26 01:13:28 ID : RA8F4wCT29g

다음날, 나는 전날의 나의 모습에 죄책감을 느끼며,

그때 하지 못한 조깅을 하러 나갔어

( 물론 이때도 평소와 다름없이 제시간에 일어났지만 )



달리기도 아니고 그냥 공원을 걷기만 했는데도 몸에 생생 찬바람이 들어오고 숨은 차고

하여간 힘들어 죽겠더라고



아, 담배 끊고 운동할걸....


그래서 잠시 공원 구석 벤치에 앉아서 등을 기대고 하늘을 보며 쉬었어

왜 그리 짜증이 났는지 혼자서 구시렁구시렁 불평을 했지


그렇게 앉아서 쉬고 있는데,  어여쁜 여자가 나에게 말을 걸더라고



" 저기,, "

" 예?? "


" ........ 혹시 삶을 바꾸고 싶지 않으신가요? "

" 예?? "


" .... "



9 : 이름 없음 2015/12/26 01:16:57 ID : RA8F4wCT29g

아 아 종교 군... 뭘 바란 거야

예쁘다 싶은 애가 나한테 먼저 말을 걸면 왜 항상 이런 걸까

난 스스로 좌절을 하고는 이내 말을 했다, 이런 건 단칼에 거절해야 한다.



" 저 종교 안 믿어요 "



그러자 그녀는 피식 미소를 얼굴에 머금었다.



" 종교 같은 거 아닌데요? "

그럼 뭔데? "



피곤하기도 하고 슬슬 귀찮아져서 짜증 난다는 걸 한껏 표출하는 목소리로 말했다.

하지만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담담히 말을 했다.




" 당신을 마음대로 바꿀 수 있는 사람이랄


까........ 요? "



10 : 이름 없음 2015/12/26 01:20:01 ID : RA8F4wCT29g

그 말을 듣는 순간 나는 어이가 너무 없어서 웃음이 나왔다.



" 뭘 어떻게 맘대로 바꿀 수 있는데? ㅋㅋ"

" 저를 따라오면 알려줄게요 "



그리고선 그녀는 당연히 따라올 것이라 생각하는지, 뒤도 안 돌아보고 걷기 시작했다.



11 : 이름 없음 2015/12/26 01:21:36 ID : RA8F4wCT29g

나는 다음날 아침 뉴스에 인신매매단의 범죄 피해자자로 뜰까 봐 내심 걱정을...

은 개뿔 뭔, 제법 귀엽게 생긴 여자가 따라오라는데 


당연히 가야지

이걸 기회로 나에게도 될 날이 올지 모은다는 생각에,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12 : 이름 없음 2015/12/26 01:22:44 ID : RA8F4wCT29g

정장을 입고 머리를 단정하게 묶은 그녀는, 오피스 걸을 연상케 하였는데

걷는 내내 따각따각 거리는 힐 소리를들으며 실룩실룩 거리는 골반을 보니

또 망상에 젖는 것을 자각한 나는, 스스로 오른쪽 뺨을 때렸다.

얼얼한 뺨을 만지며 정신을 차렸을 때쯤


그녀가 살고 있는 아파트 집문에 도착했다.


그녀는 열쇠로 문을 열고는 뒤돌아서 나에게 주의를 줬다.



들어가실 때, 소리 지르면 안 돼요,여기 방음 


돼서 이웃집에서 뭐라 한단 말이에요 "


" 뭐래....;; "



그녀는 나의 눈치를 살핀 뒤 다시 뒤돌아 문을 열었고

문을 열고 들어가니

도저히 아파트에 있을 거라고 생각지 못할 양의 무언가가 있었다.



13 : 이름 없음 2015/12/26 01:26:14 ID : RA8F4wCT29g

내 눈앞에 보인 것은 엄청나다고 표현하기에 부족할 만큼의 양의 책들이 꽂혀있는,

족히 2M는 넘어보니는 진열대들이 빼곡히 줄지어 온 집안을 채웠다.

그녀가 만약에 주의를 주지 않았더라면, 

정말로 놀란 감탄사를 내뱉으며 고함을 쳤을 것이다.



나는 잠시 마음을 가다듬고 좀 더 살펴봤다.

오래된 목재로 된 진열대는 고급스러우면서도 신비한 느낌을 자아내어,



그걸 가만히 지켜보고 있으니, 몸이 하늘로 붕 뜨는듯한 느낌마저 들었다.



14 : 이름 없음 2015/12/26 01:32:34 ID : RA8F4wCT29g


그러한 나의 감정을 알아봤는지, 그녀는 잠시 둘러보라며 자신의 방으로 들어갔다.

나는 눈에 바로 보이는 책을 꺼내서 펼쳤다.



날짜와 써진 글로 보아 일기장이라는 것을 알았는데, 종이의 상태를 보니

제법 오래된 일기장이라는 것을 알았다.

' 일기를 쓰란 건가 '

페이지를 조금 뒤로 넘기니, 날짜가 과거만 있는 것이 아닌 

아직 오지 않은 날에도 일기가 쓰여 있었고

두꺼운 일기장 맨 뒤 페이지로 가니,

먼 미래의 날짜에



' 오늘 내 장례식에 자식들뿐만 아닌, 많은 사람들이 모두 오열하며 울어줘서 감동을 받았습니다, 제 

인생은 참 복했습니다 '



라고 적혀있었다.



15 : 이름 없음 2015/12/26 01:32:47 ID : RA8F4wCT29g

나는 잠시 혼자 생각을 하였는데, 그 사이에 그녀가 차를 타왔다.

그녀는 나에게 차가 담긴 잔을 나에게 주며 말했다.



박진수 씨 일기장도 있는데 읽어 보실래요? "



음... 내가 이름을 말했던 기억은 없었지만, 진열대와 집안의 신비로움에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 이게 다 무슨 일기장이야? "


16 : 이름 없음 2015/12/26 01:34:58 ID : RA8F4wCT29g

" 대충 눈치채신 것 같은데, 이동 내에사는 사람들


의 삶을 적어놓은 일기장이에요,이것을 저희는 


'생애 일기장' 이라고 하죠 "



' 하.... 이건 또 뭔 개소리를....' 라고 말할뻔했지만,

사뭇 진지해 보이는 그녀의 표정과 목소리를 통해 그냥 하는 소리는 아닌 것같아

일단은 도로 집어넣었다.



내가 아무 말도 하지 않고 있자, 그녀는 계속 말을 이었다.



17 : 이름 없음 2015/12/26 01:37:19 ID : RA8F4wCT29g

" 사람들은 태어나면 각자의 일기장이 생성되


고, 그 일기장에는 자신의 삶 속에서할 모든 행동


이 기록되어 있어요, 저는 이러한 일기를 관리하


는 일을 오래 해왔죠 "


그 말을 내가 어떻게 믿어? "

" 믿을 수밖에 없을 거예요 "



그러면서 그녀는 내 이름이 적혀있는 일기장을 펼쳐 읽기 시작했다.


18 : 이름 없음 2015/12/26 01:39:42 ID : RA8F4wCT29g

나의 일기장으로 추정되는 책은 무척이나 초라하고 낡아서, 책장을 넘기는 것조차

조심해야 할 것처럼 보였다.



그녀는 그런 일기장을 읽기 시작했고

일기장엔 어릴 적부터 지금까지, 내가기억 못 하는 일까지 다 적혀있었다,

그리고 자퇴를 하고 난 뒤로는 전부 복사 붙이기 마냥 같은 글만 적혀있었는데.



19 : 이름 없음 2015/12/26 01:41:58 ID : RA8F4wCT29g



11월 14일
" 오늘 하루는 롤과 채팅을 하며 보냈다. "

11월 15일
" 오늘 하루는 롤과 채팅을 하며 보냈다. "

11월 16일
" 오늘 하루는 롤과 채팅을 하며 보냈다. "

11월 17일
" 오늘 하루는 롤과 채팅을 하며 보냈다. "

11월 18일
" 오늘 하루는 롤과 채팅을 하며 보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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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 : 이름 없음 2015/12/26 01:43:50 ID : RA8F4wCT29g

역시..... 어제와 오늘을 제외하고는 지난 5년 동안 같은 말만 적혀있군....

어라? 왜 내일 기장은 저렇게 얕지?



박진수 씨는 평생 컴퓨터 게임만 하다가 빨리 죽


어요 "



나의 마음을 눈치챘는지, 그리 말하곤나를 본다.

하... 결국 그렇게 되는구나.... 평생 운동이라곤 아까 한 걷기 운동뿐이고

식사론 싸구려 햄버거뿐이니.....



어휴........ 참 인생 살맛 안 나네 "


"랄까......"

" ....? "

"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어요. "



그녀는 침울해하는 나에게 말했다.


21 : 이름 없음 2015/12/26 01:46:47 ID : RA8F4wCT29g

" 저는 생애 일기장을 관리하기에 고칠 수도 있어


요, 그러니 당신이 원한다면 당신이 원하는 삶


을 살 수 있게 도와줄 수도 있어요 "


" 너 말대로면, 사람의 삶이 다 미리 정해져서 


혀있는 건데, 그걸 막 고쳐도 되는 거야? "


" 당연히 안돼요 "

" 그러면 왜...... 나에게 그렇게까지하는 거야? "

" 음...... "

" ....? "


" 역시.... 그건 비밀이에요 "

" ... "

" 그래서 어떤 삶을 원하는지 말이나 해봐요 "



어차피 손해 볼 것도 없기에, 그냥 속아주는 척 말해보기로 했다.



22 : 이름 없음 2015/12/26 01:50:15 ID : RA8F4wCT29g

" 그냥 남들이 봤을 때 ' 와 대단하다 ' 싶을 정도


의 삶이면 뭐든 만족할듯싶은데.. "


더 바라는 것 없고요? "

" 그래 "

" 좋아요 "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대답한 그녀는 무언가를 골똘히 생각하더니, 이내 자신의 필통을 

꺼내어 나의 일기장에 쓰여있는 내용을 지우고 한동안 글을 쓰기 시작했다.



23 : 이름 없음 2015/12/26 01:52:30 ID : RA8F4wCT29g

나는 그 모습을 그저 호기심 반 인내심반으로 지켜봤다.



" 다 쓴 것 같아요 "



그리곤 그녀는 일기장을 덮었다, 그녀가 손을 된 나의 일기장은 왠지 전과 다르게 새워 책처럼 보였다.



" 나한테 안 보여줘? "


" .... 진수 씨는 바뀐 미래를 굳이 글로 먼저 읽어


서 알고 싶어요? "



그 말을 하곤 나를 향해 어이없다는 듯이봤다


24 : 이름 없음 2015/12/26 01:55:18 ID : RA8F4wCT29g

" 에효 됐다, 그러고 보니 난 아직 너 이름을 모르


는데...... "

" 연우에요, 이연우 "

" 연우...구나 "



이후 연우와 이런저런 잡다한 이야기만 하다 곧 인사를 하고 집으로 왔다.



25 : 이름 없음 2015/12/26 01:56:56 ID : RA8F4wCT29g

다음날 아침

나는 6시에 눈을 떴다, 아무런 알람도 없이 일찍 일어난 나는,

전날의 일로 잠이 안와 새벽이 되어서야 잤음에도 너무나도 개운하게 잘 잤다.



잠을 잘 자서 그런지 기분이 상쾌한 나는, 조깅을 하고 싶은 마음에

근처 공원으로 가서 조깅을 하였다.



가벼운 조깅이 끝이나고 집으로 돌아와선 샤워를 하고 서점으로 갈 준비를 하였다, 


서점으로 간 나는, 법과 관련된 서적을 샀고 독서실을 끊어, 공부를 하기 시작했다.

매일 식사는 직접 휴대폰으로 요리를 배워, 햄버거만 먹던 이전의 

식습관을 바꾸었고, 자기 전엔 꼭 전에 산 " 시크릿 " 을 읽고 잤다.

이 모든 것들을 나는 매일 해온 습관인 마냥, 아무런 불편함 없이 했다.



29 : 이름 없음 ◆CC7zx72WaM 2015/12/26 12:12:19 ID : RA8F4wCT29g

그렇게 하루하루가 지나갔고, 가끔 내 스스로

' 내가 무슨 짓을 하고 있는 거지? '

란 생각이 들면서도 어떠한 강제성도 없이 순전히 나의 의지대로

그냥 하고 싶어서 시작한 생활은 곧 나의 인생을 바꾸기 시작했다.

가끔 연우를 만나러 먹을거리를 들고 찾아가곤 했다.



30 : 이름 없음 2015/12/26 12:18:10 ID : RA8F4wCT29g

그녀는 나의 일기장을 매일 고쳐주고 있는지 책상 위엔 항상 필기구와

일기장이 펼쳐져 있었는데, 한번 읽어보려다가 연우가 처음 나에게

했던 말이 생각나서 포기했다.



" 요즘 법학 공부는 할만해요? "

공부하는 건 어떻게 알았냐? "

" 당신의 일기를 제가 썼다니까요 "



그리곤 나의 일기장을 들며 피식 웃었다.

문뜩 느낀 건데, 저 여자는 웃는 모습이 봐줄 만한 것 같다.


" 일단은 그냥 해보려고, 실패해도 뭐... 잃을 것


도 없고, 애초에 이전과 다른 삶을 살아보는 게 소


원이었으니까 "



31 : 이름 없음 2015/12/26 12:18:29 ID : RA8F4wCT29g

" 오~ 왠지 진수 씨 멋져요 "

" 내가 좀 한 멋짐 해 "



그 말을 들은 그녀는 한껏 크게 웃었다, 나는 그런 그녀에게 장난도 

칠 겸 기분 나쁜 듯이 뭐라 하니, 소심한 구석이 있는지 바로 미안해 하길래 장난이라며 웃어넘겼다.



가끔 그녀에게 공부하다 쌓인 스트레스를 참지 못해 진짜로 화낸 적도

몇 번 있었다.



" 아 좀... 적당히 까불어라 "



하지만 이내 내가 욱한 것을 느끼고는 사과를 했고 그녀는 웃으며

문제 삼지 않고 넘어갔다.



32 : 이름 없음 2015/12/26 12:22:16 ID : RA8F4wCT29g

그렇게 얼마나 오랜 시간이 지났을까, 

몇 번의 시험에서 떨어진 나는, 마지막이라고 생각한 시험의 결과가 

나온 날 바로 연우를 찾아갔다.



" 연우야... 결과 나왔어... 나... 합격이래 "

" 네!?? " 

"내가... 내가.. 검사래... 내가... 진짜... 하.... "



나는 다음 말을 못 이어 갔다.

말할 때도 떨렸던 내 목소리가 목 어딘가에서 " 턱 " 하고 막히면서

눈에 뜨거운 것이 나오는 것을 막느라 말이다.



33 : 이름 없음 2015/12/26 12:27:27 ID : RA8F4wCT29g

" 나.... 나.... 진짜... 무시만... 받았는데.... "



연우는 그런 나를 말없이 품에 안아주었다.

그녀가 품에서 마음이 안정되는 것을느끼긴 했지만, 이상하게

눈이며 코며 뭔가가 자꾸 흘러내리는 것을 도저히

막을 수가 없었다.



" 하...... 왜 이러지... 이럴려던게...아닌데.... 


아.... "


35 : 이름 없음 2015/12/26 12:28:07 ID : +LQFSBTBgS2

자꾸 눈물이 나왔다, 내가 진짜 해냈구나...

나도 이런 게 가능하구나..

나의 삶을 바꿔준 연우에게 고맙다고 말하고 싶었는데...

자꾸만, 나는 울고 있었다, 나는 어린아이처럼 엉엉 울었다, 

연우는 그런 나를 그저 안아주었다.



" 잘했어요, 진수 씨.... "



36 : 이름 없음 2015/12/26 12:29:50 ID : RA8F4wCT29g

그로부터 얼마나 지났을까

돈과 명예를 거머쥔 나는

제일 먼저 맥주를 뿌렸던 동현이한테 연락했다.



" 야.... 회사 잘 다니냐.... "



나는 친구와 술집에서 만나 말을 했다.

모든 직장인들이 그렇듯이, 그 녀석도사회의 압박에 제법

시달려 있었다.



" 그냥.... 요새 빡세게 살고 있다. "


그 말을 듣고 왠지 측은하기도 했지만,


지난날에 나에게 

무례하게 대한 그가 괘심하기도 해서 강하게 나가기


로 했다.



아이고, 뭐 한다고 그런 곳에 취업해서 막노가다


나 하냐? "

" 뭐라고? "


" 아 말이 심했나? 미안 미안, 근데 맞는 말이잖

 

아, 너 공장 가서 하는 일이라곤 하루 종일 나


사 조 주말에 야간에 일한 다치고 또 하는 


 나사으면서 돈 몇 푼에 너의 소중하신 시간


을 팔잖아 "



37 : 이름 없음 2015/12/26 12:34:24 ID : RA8F4wCT29g

친구는 내 말이 끝나자, 기다렸다 듯이 맥주를 내 얼굴


에 뿌리곤 일어났다.



" 쓰레기 같은 자식.... "



나는 이 상황이 왠지 기분 나쁘지 않고 오히려 좋았다, 


정말로 뭔가

잘 사는 기분이 느껴졌기 때문이다, 


이게 다 나를 시기했기 때문이리라



38 : 이름 없음 2015/12/26 12:36:07 ID : RA8F4wCT29g

돈도 벌리고 나는, 값비싼 차와 시계를 차고 다니면서 멋을 부렸다.

예전엔, 나를 거들떠도 보지 않던 여자들이

하나둘씩 나에게 먼저 다가와 은근슬쩍 가슴을 내밀며 대시를 한다.

그것에 나는 이제 제법 잘 어울릴 줄알았고

나의 이야기를 들은 옛 친구들이 나에게 연락이 와서 만나기를

원했지만, 그들의 사정을 잘 알기에 모두 거절했다.



' 또 돈이나 빌려달란 거겠지, 귀찮은연놈들... '



39 : 이름 없음 2015/12/26 12:38:37 ID : RA8F4wCT29g

하 참으로 만족스러운 인생이다, 이 모든 것들이 그녀가

나의 일기장을 고쳐준 덕분이니라.

나는 그러한 연우에게 감사를 표하고자 요즘 매일 선물을 들고

찾아갔고, 이제는 새로운 시도를 해보고자 한다.


" 연우야, 나왔어 "



갈 때마다 그녀는 나를 반기곤 했는데, 최근엔 어디 가 아픈지 말수가

부쩍 줄어든 것 같다.



40 : 이름 없음 2015/12/26 12:43:15 ID : RA8F4wCT29g

" ........ 왔어요? "

" 응 오늘도 완전히 만족스러운 하루였어, 이것도 


다 네가 일기로 쓴 거지?그래서 말인데 이번엔 전


과 다른 시도를 해보려고 해 "


" 네??... "

" 아니 솔직히 검사는 하는 일도 많고 돈도 많이


벌긴 하지만, 상위층으로 갈 정도로 많이 버는 


 아니라고, 그래서 말인데 내가 이번에 대출을 


아서 사업을 좀 할 생각데, 네가 이거 어떻


게 되냐? "


" 아니.. 지금 그게 무슨 말이에요 "

" 왜?? 좋잖아 돈 많이 벌면, 내가 이 돈다 혼자 쓰


겠어? 너한테도 차곡차곡가져다줄게 "


" 하지만... "

" 됐고, 잠시만 기다려봐 "



41 : 이름 없음 2015/12/26 12:43:27 ID : RA8F4wCT29g


나는 가져온 짐을 풀고 잠시 부엌으로 가려고 했다.

헌데..........

머리가 왜 이리 어지럽지,



갑자기 흐릿해진 시야에 정신을 바로잡고 눈을 떠보니

나는 어디에 실려서 어디론가 실려가는 중이었다.



당장 내 눈 시야 안에는 흰옷을 입은 남녀가 나를 끌고 가고 있었고

그 사람들 너머로 무수히 많은 전등들이 스쳐 지나가고 있었다.



" 환자 상태가 위급합니다, 어찌 이런 일이.... "


" 일단 바로 수술실로 가자고 "



그들은 심각한 표정으로 말을 뭐라 뭐라 더 다 누는데,

나는 아무 말도 입에서 안 나왔다,

' 뭐라는 거야.. '



42 : 이름 없음 2015/12/26 12:48:14 ID : RA8F4wCT29g

그리고 수술실로 가서 마취를 당하고는 다시 눈을 떠보니

제법 넓은 병실에 나는 누워있었고, 분위기로 보아 단독 병실 같았다.

그 앞엔 흰색 가운을 입은 남자가 서있었다.



" 환자분, 깨어나셨군요. "

" 네.... 이게 뭐... 어찌 된 일입니까? "

" 환자분 혼란스러운 마음 충분히 이해가 됩니다 "



맞다 나는 지금 매우 혼란스럽다, 분명히 연우 집이었는데,

왜 내가 병실에 누워있는지 이해가 안 된다.



" 그전에, 한 가지만 물어볼까 하는데, 환자분 나


이가 얼마나 되시죠? "

23살입니다. "

" 세상에.... "



43 : 이름 없음 2015/12/26 12:52:22 ID : RA8F4wCT29g

의사는 보고서를 읽으며 품에서 손수건을 써내 자신의 이마를 닦았다.

그리고 입을 열었다.



"당신, 지금 급격한 세포노화가 진행되고 있습니


다 "

" 예?? "


" 그러니까, 당신의 신체 나이가 갑자기, 확 늘었


다 이 말입니다. "



이게 뭔......

의사는 뇌로 보이는 사진을 꺼내어 나에게 보여준다.



" 이것은 지금 현재 당신의 뇌 활동사진입니다. "



그러면서 일반 사람의 사진이라며, 같이 보여주는데



44 : 이름 없음 2015/12/26 12:55:06 ID : RA8F4wCT29g

두 사진을 비교해보시면 아시겠지만, 뇌의 사용 


영역이 20대 초반의 다른 사람에 비해 매우 더딘 


입니다, 그리고 이것은 뇌뿐만 아니라 환자분


의 든 신체에 동시다발적으 일어나고 있습니


다. "



그는 잠시 말을 멈췄다.



"3개월..... 3개월도 채 남지 않았습니다."



나는 약을 처방받고 나의 항의로 퇴원을 했다.


' 이제야.... 삶이 좀 만족스러워지기 시작했는데... '


생각을 하다가 문득 연우가 생각났다, 그래 그녀라면,

나의 일기장을 고쳐서 나의 이 병을 고칠 수 있을 것이야.

그렇게 그녀의 아파트에 도착한 나는 바로 문을 두들겼다,



" 집문이 열려있잖아? "



45 : 이름 없음 2015/12/26 12:58:25 ID : RA8F4wCT29g

나는 그녀의 이름을 부르며 집으로 들어갔는데, 어찌 집안 분위기가 

살벌한 것이 느껴지는 게 예감이 좋지 않았다.


" 연우야....? "



관리가 안 되었는지, 먼지가 수북이 쌓인 그녀의 일기 진열대와 집의

가구들을 집 나간 지 오래된 것 같았다.

그녀의 거실 책상에는 내 일기장이 있었는데, 전과는 다르게 처음처럼

낡아있었다.

반쯤 열려있는 그녀의 방문을 열고 들어가니, 연우가 있었다.



46 : 이름 없음 2015/12/26 13:01:01 ID : RA8F4wCT29g

" 연우야... 너 대체... "



연우는 며칠 굶은 사람처럼 온몸이 삐쩍 말라서

상의의 파자마가 어깨너머로 흘러내리고 있었고

얼굴엔 짙은 다크서클과 함께 창백해져 있었다.

주변엔 그녀의 머리카락으로 추정되는 것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그녀에게 다가갔다.



오지 마!!!!!!!!!!!!!!!!!!!!!! "



내가 다가가려 하니 그녀가 나를 경멸하는 눈빛으로 바라보며

나에게 고함쳤다.


47 : 이름 없음 2015/12/26 13:04:03 ID : RA8F4wCT29g

나는 잠깐 움찔했지만, 계속 다가갔다.



" 연우야... 자.... 나야 진수.... 무슨 일이 있었...... "



나의 말이 채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품속에 칼을 꺼내어 

나에게 달려들었다.



" 죽 어 죽 어 죽 어 죽 어 죽 어 죽 어 죽 어 "



나는 순간 소름이 돋았다.

하지만 바로 정신 차리고 그녀의 손을 붙잡아, 칼을 뺐었다.

그리고 그녀의 손목을 보니 칼로 자해한 자국이 여러 있었다.



48 : 이름 없음 2015/12/26 13:06:50 ID : RA8F4wCT29g

" 칼자국?.... 연우야 너 왜 이런 짓을... "



순간 그녀는 나에게 붙잡힌 채로 엄청난 고음으로 비명을 지르며, 

허공에다가 욕을 퍼붓더니, 그대로 기절을 했다.



49 : 이름 없음 2015/12/26 13:08:25 ID : RA8F4wCT29g

나는 그녀를 품에 안고 근처 정신병원으로 급하게 데리고 갔다.


"보호자분, 환자에게서 신변에 변화가 최근에 있


었습니까? "


" 글쎄... 요즘 감기라도 걸린 건지, 말수가 줄긴 


했지만 별문제 없었습니다 "


좀 더 검사해봐야겠지만, 그녀의 지금 외적인 모


습과 보호자분의 이야기를 들어보니, 불면증과 대


인공포증 및 각종 정신질환이 온 것 같습니다. "



 아니..... 



푹!!



나는 또 한 번 그 자리에 쓰러지고 말았다.

정신을 차리니 또 병원 병실 침대에서 일어났다.

그리곤 간호사가 나의 현재 각종 상황을 이야기하는데,

듣지 않고 혼자 곰곰이 상황 파악을 시작했다.



50 : 이름 없음 2015/12/26 13:12:58 ID : RA8F4wCT29g


분명..... 그녀에게도 나처럼 뭔가 문제가 생긴 것이다.

그렇다면 이 모든 상황이 일어난 원인은 무엇일까?

역시..... 그건 아무리 생각해봐도 일기장..

그것밖에 떠오르지 않는다.



나는 곧장 간호사를 뿌리치고 나왔다, 밖은 겨울의 눈과 비가 같이

내리고 있었다, 나는 옷을 다시 메우고 연우의 집으로 갔다.



51 : 이름 없음 2015/12/26 13:16:00 ID : RA8F4wCT29g

그녀의 집에 도착한 나는 한참을 집안을 뒤졌다,

그리고 얼마 뒤 그녀의 일기장을 방 안에서 발견했다.

그런데 그녀의 일기장은 마치 나의 일기장처럼 낡고 지저분해 보였다.

그런 일기장을 펼쳐보니

뭔지 모를 섬뜩한 낙서만 불쾌하게 그려져 있었고

그건 그녀의 일기 페이지 전체에 걸쳐서 그려져 있었다.


나는 그녀가 했던 것처럼 그녀의 필통을 찾아 지우개를 꺼내 지우려 했으나 아무리 지워도 지워지지가 않았다.



52 : 이름 없음 2015/12/26 13:18:43 ID : RA8F4wCT29g

" 나는 역시 안되는 건가.... "



잠시 생각을 했다, 이대로 포기할 순 없다.

분명히 방법이 있을 것이다, 하지만 아무리 생각을 해봐도

내 썩어빠진 뇌로는 도저히 방법이 떠오르지 않았다.



" 젠장!!!!!!!!!!!!!!!!!! "



도대체 왜!!! 이런 일이 생긴 걸까..... 분명히 그녀의 도움으로 간신히 

검사가 되어 인간 다운 삶을 이제야..... 이제야!!! 살기 시작했는데

나에게 생긴 세포 노화와 그녀의 정신질환까지 시작해서 너무 나도

큰일이 너무 나도 갑자기 일어났다.



" ..... 도대체 왜!!!!!!!!!!! "



53 : 이름 없음 2015/12/26 13:22:14 ID : RA8F4wCT29g

그렇게 한동안 울기만 했다, 그러다 얼마나 지났는지

이대로 있어봤자 변하는 건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자.. 곰곰이 생각하자 다시, 현시점에서 아무리 생각해봐도

이 일기장이 원인이다, 이 일기장 때문에 그녀와 내가 망가진 것이

분명하다 왜냐면, 나는 나의 일기장이 고쳐진 뒤로 행복하긴 했지만

급격한 세포노화가 생겼고, 그녀도 지금 그녀의 일기장이 정상이

아니라서 정신병에 걸린 것 같다,

그렇다면, 일기를 고쳐야 한다, 하지만, 난 고칠 수가 없다.



54 : 이름 없음 2015/12/26 13:24:53 ID : RA8F4wCT29g


그렇다고 그녀도 고칠 수 있는 상황이 아니다, 그러면 누가 고친단 말인가

나는 연우와 했던 지난날의 대화들을 차근차근 생각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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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진수 씨 일기장도 있는데 읽어 보실래요? "

음... 내가 이름을 말했던 기억은 없었지만, 진열대와 집안의 신비로움에 일단 

무시하기로 했다.

" 이게 다 무슨 일기장이야? "

" 대충 눈치채신 것 같은데, 이동 내에사는 사람들


의 삶을 적어놓은 일기장이에요, 이것을 저희는 


'애 일기장' 이라고 하죠 "


' 하.... 이건 또 뭔 개소리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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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6 : 이름 없음 2015/12/26 13:27:34 ID : RA8F4wCT29g

맞아..... 그래..... 일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연우 한 명일 리 없어, 그녀의 말대로 사람은 누구나 자신만의 일기장을 가지고 있을 것이고 분명히

이동 내 사는 사람들의..... '라고 말을 했으니

다른 지역에 가면, 그 지역의 사람들의 일기를

관리하는 사람이 있을 거야.... 그럼 관리자는 어디 있는 걸까

그녀의 일기장의 규모는 어마어마하지만, 그건 어디까지

한 사람의 집에 있는 물건의 규모 수준에서 엄청난 거지 관리자의

측면에서는 그렇게 많지 않은 수이다.

그렇다면, 내가 갈 수 있고 가장 빨리 갈 수 있는 곳은 바로 옆 동내 

' 석동 '이다.

거기까지 생각이 정리된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방에서 나와

연우와 나의 일기장을 챙겨서 차에 올랐다.

58 : 이름 없음 ◆CC7zx72WaM 2015/12/26 13:32:29 ID : RA8F4wCT29g

옆 동내로 온 나는 무작정 집이란 집은 다 돌아다녔다, 

밖은 비와 눈이 내리고 있었지만 그런 건 중요하지 않았다.

분명히 이동 내 관리자도 그녀처럼

집에 엄청난 양의 일기장을 보관하고 있으리라...


하지만 온 동 내의 집을 뒤진다는 것은 너무나도 무리한 일이었고

무엇보다 나는 지금 몸과 머리가 정상이 아니었기 때문인지,



길거리에서 미끄러져 넘어지고 말았다.


" 으으..... "



몸 안으로 퍼지는 매서운 추위에 정신이 바짝 들었다.



59 : 이름 없음 2015/12/26 13:56:04 ID : RA8F4wCT29g


" 하... 이렇게 엎어져 있을 때가 아니지.... "



일어나려고 용을 써봤는데, 왼쪽 다리와 어깨에 살인 같은 통증이 

느껴져서 바들바들 힘겹게 떨리기만할 뿐
 그 이상으로 힘이 들어가지 

않았다, 



" 으악!!!!!!!!!!!!!!!!!!!!! "


어떻게는 일어나려고 더 힘을 쥐어짜냈다, 

나는 이러고 있을 때가 아니란 말이다!!!! 내 몸아, 제발

하지만 전혀 내 몸은 반응하지 않고 부러진 어깨와 다리가 그만하라는

듯이 몸 안에서 나뭇가지로 피부를 관통하는 듯한 찢어지는 통증이 

느껴졌다.


그렇게 또 바닥에 다시 들러붙어 긴 시간 동안 통증이 내려앉기 

만을 빌었다.



하지만 내 노화된 몸은 회복되는 시간이 너무나도 더뎠다.

그렇게 아무것도 못하고 길바닥에서 누워있었다.


60 : 이름 없음 2015/12/26 13:56:48 ID : RA8F4wCT29g


그리고 태양이 지고 밤이 되자 비는 여전히 내리고 있었고 내 몸은

이 추위에 오랫동안 노출되어 있어서인지 오히려 촉각과 함께

통증이 어느 정도 느껴지지 않게
되었다,


" 참나... 몸에 병이 걸리더니 넘어지는 것만으로


 어깨와 다리가 동시에 러지다니 "



나는 이 추위가 유일한 방안이라는 생각에 윗옷을 다 벗어던졌고

그대로 일어서서 몸을 겨우 일으켜 세워 길거리를 걸었다.



61 : 이름 없음 2015/12/26 13:57:02 ID : RA8F4wCT29g

터벅터벅,, 걸었다.

하... 참 춥구나 이렇게 추워 죽겠는데, 따뜻하게 있으면 몸이 아파서 

움직일 수조차 없고, 참........

순간, 억지로 걷는 내 다리에서 하얀색무언가가 튀어나왔다.

아나.. 내 뼈를 보게 될 줄이야,

그래도 추우니까 그냥 마취된 기분이네, 

정신이 나른한 게 왠지 기분이 썩 나쁘진 않구나.

꿈꾸는 기분이 들기도 하고........



순간 내 눈앞에 지난날의 일들이 스쳐 지나갔다.



부모님의 만류에도 학교를 뛰쳐나온 그때

게임을 하며 즐거워하던 그때

친구에게 맥주를 뿌린 그때

연우를 처음 공원에서 만난 그때

시험에 합격해서 연우와 부둥켜안고 울었던 그때

연우와 집에서 시시콜콜한 농담과 장난을 치며 놀았던 그때


나... 참..... 제법 재밌는 인생을 살고 있었네



63 : 이름 없음 2015/12/26 14:03:12 ID : RA8F4wCT29g

" 그래.... 더 살아서 뭐 하겠냐.... "



나는 사람들이 지나다니는 길거리에서 걸음을 멈추고 그냥 

그 자리에 누웠다.

쓰러진 나의 몸 위로 이제는 비가 아닌 눈이 쌓이기 시작했다.

그간...... 너무 긴장을 하고 피곤하게 살아서 일까

잠도 살... 오는 게 기분이 썩 나쁘진 않네

하.... 그냥 잘까.... 그래 좀 자자... 자고 다시 눈 뜨면 알아서 되겠지






나도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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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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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 더 이상 삶에 미련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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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련이 없다?

순간 흐릿해진 정신이 똑바로 잡히기 시작했다.

난 한가지 간과하고 있었다.


65 : 이름 없음 2015/12/26 14:07:32 ID : RA8F4wCT29g

" 연우야.... "



돌이켜 보면 내가 검사가 되어 삶을 만족하기 전이나 후로는 항상

연우와 함께였을 때였다.

내 인생은 그녀와 나의 일기장을 만나면서부터 바뀌기 시작했다.

그리고 짧지만 인생을 즐겼던 시기, 내 곁엔 항상 연우가 있었다.


내가 이대로 죽으면, 연우는 평생 저 정신병에서 괴로워하며

비참하게 생을 마감할 것이다.

절대 그럴 수 없다.

그녀를 살리고 나도 살아서 평생 동안이나

나에게 인간다운 삶을 살게 해준 그녀에게 보답하며 살 것이다.



66 : 이름 없음 2015/12/26 14:10:58 ID : RA8F4wCT29g

" 살자... "



나는 끊어진 나의 신경들을 다시 깨워 몸을 힘겹게 일으켰다,

품에 있는 나와 그녀의 일기장을 꼭 끌어안은 채 다시 걷기 시작했다.

그리고 소리쳤다.


" 연우야!!!!!!!!!!!! 내가 꼭 구해줄께!!!!!!!!!!!!!!!!! "


내가 소리치자, 사람들은 나를 모두 이상한 눈으로 쳐다봤지만

그딴것에 신경 쓸것 없다.


" 연우야!!!!!!!!!!!!!!!!!!!!!!!!!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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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이고 시끄러브라!!!!!!!!!!!!!!, 뭔 놈의 아새끼가 이리 추운날에 옷을 홀딱 벗어가 고래고래 소리를 질렀싸!!!!!!! "


소리가나는 곳으로 눈동자를 돌리니, 왠 폐지를 줍다만 할아버지가

뭐라욕을 해댔다.


" 니 분명히 아까 연우라했제? "

" ... "


설마... 이사람이...

난 마지막 힘을 다해 입을 열었다.


" 할아버지... 도와주세요.... "


68 : 이름없음 2015/12/26 14:16:35 ID : RA8F4wCT29g

따뜻한 기운에 잠에서 깨어 주위를 둘러 보니, 주택으로 추정되는

집안에 있다는것을 알았고, 나에게 덮어진 이불을 걷어내고 

일어날려 했지만, 

답답함에 고개를 돌리니 어깨와 다리에 간이 깁스 착용되어있어서

함부로 움직이는것을 자제했다.


" 정신 차맀나 "


창문에서 담배를 태우던 할아버지는 내가 일어난것을 보고 말을 했다. 


69 : 이름없음 2015/12/26 14:24:24 ID : RA8F4wCT29g

" 몸상태가 반병신이 되어가, 깁스좀 하고 진통제 제일 쎈걸로 놨으니
내가 할 수 있는 응급처치는 다한기다. "


아.... 그래 나 엄청 다쳤었지


" 여긴 어디입니까? "

" 내집이다, 생각이란걸 좀 해봐라 "

"아........생각......... "


왠지 멍해졌다... 그리고 피로와 함께 잠이 몰려왔다, 이전에 얼어붙은

길바닥에서 잠올때와는 근본적으로 다른것이니라..... 일단 나를 위해 

더 자두기로 했다.


70 : 이름없음 2015/12/26 14:24:36 ID : RA8F4wCT29g

부시시 눈을 뜨고 일어났다, 확실히 몸이 개운한것이 기분좋은 아침이다,

기분좋게 하루를 시작하려 했으나 뒷통수에 데미지가 느껴져

실패했다.


" 야이 샹놈으스키야, 잠을 몇일밤낮을 쳐자노 "


머리가 어질어질 했으나, 일단 저말은 무시하고 상황파악을 좀 하기 시작했다.


" 저기.........누구 신지.......... "

" 이집주인이다 이녀석아 "

" 아........제가 여기 왜있는거죠? "

" 니가 몇일전에 나를 찾아 해맸다이가 가시나 이름 고래고래 지르면서 "

" 가시나..... 아!! 연우!! "


생각이 드디어 났다, 순간 나는 연우 생각이 나면서도 머리가 노화되어간다는것이 느껴져, 씁쓸했다,

나는 할아버지에게 그간 있었던 일을 자초지종 설명하고 도움을 요청했다



71 : 이름없음 2015/12/26 14:32:44 ID : RA8F4wCT29g

" 그러니까, 저의 일기장을 고쳐주셔서 제병을 좀 고쳐주시고, 연우의 일기장을 고쳐주셔서 정상으로 만들어 주시겠습니까? "

" 안된다. "


왜...왜.............안돼


" 무슨 말씀 입니까?, 그냥 일기장만좀 고쳐달라는데 "

" 니는 정말로 일기장만 고치면 된다고 생각하는기가? "

"생애일기장엔 사람각자의 삶이 기록되어 있고 거기에 어떻게
쓰냐에 따라 운명이 달라지는거 아닙니까? "

" 그래, 맞는데 말인데, 니 잘생각해봐라, 니말대로 일기를 고치는것은 운명을 바꾸는건데 그게 쉬울거라 생각하나? "

" 하지만, 연우는 그냥 지우개로 쓱 지우고 연필로 쓰기만하던데 "


" 임마!!!!!!!!! 모든일에는 다 대가가 있는기라!!!!!!! "


72 : 이름없음 2015/12/26 14:32:56 ID : RA8F4wCT29g

할아버지는 나에게 호통쳤다.


" 그 연우라는 아가씨는 니때문에, 자신의 남은 행복을 팔아서 고쳐준거란 말이다!! "

" 할아버지, 그게 무슨...... "


73 : 이름없음 2015/12/26 14:38:42 ID : RA8F4wCT29g

" 뭘 무슨이야, 니일가장 처음봤을때 어땟노,낡았지? 아가씨가 일기장 고쳐줬을때 어땟노? 새책인 마냥 깨끗해 지지 않더나? "

" 예... "

" 잘들어라, 모든 삶은 가치란것이 있다,그리고 그가치에 따라 일기의 상태가 결정된다, 니 인생의 가치는 바닥을 치기 때문에 일기장이 그렇게 으스러질것 마냥 낡은거고 "

" ...!? "

" 니가 스스로 인생의 가치를 높이지 못해가 니 아가씨가 자신의 인생 가치를 낮춰서 니인생의 가치를 높인거다, 알겠나?! "


왜..... 왜그걸 몰랐을까..... 왜 일기를 고쳐쓰는것이 쉬운일이란걸 당연시했을까....


하.... 그런거였군........그런줄도 모르고 난........쓰레기구나

연우의 행복으로 행복해진걸 마치 당연히 여기고 기생충마냥

연우에게 들러 붙어서 산것이구나, 그걸 연우는 참아줬구나..

얼마나 화가났을까..


" 제가 연우를 도울 방법이 없는겁니까? "

" 니가 니 행복을 나눠주면 된다. "

" 어떻게요? "

"뭘 어떻게야, 아가씨가 한것 처럼 니도 아가씨 일기장을 고쳐줘라 "



74 : 이름없음 2015/12/26 14:38:54 ID : RA8F4wCT29g

" 하지만 저는 아무리 지워도 안되던데요 "

"그건 지금 니 인생의 가치가 낮아서 그런거지, 낮다면 올리면 되는기라 "

" 낮은 제 인생가치를 높이면 된단말입니까? 그러면 일기를 고칠수 있다는 말입니까? "

" 그래, 니사정을 보아 내가 써줄수도 있지만, 전에 봤듯이 폐지줍는
인생이다, 나도 남이 부러울 만큼의 행복은 없다. "



75 : 이름없음 2015/12/26 14:41:16 ID : RA8F4wCT29g

" 시간이 얼마없다, 니 일기장 남은 페이지수 보니까 오늘까지 쳐서 20일 살 수 있겠네 "

" 하............ 20일 "



20일 안에 남들이 부러워할만한 행복한 삶을 만들어야 한다,

내가 뭘 할 수 있을까



76 : 이름 없음 2015/12/26 14:43:51 ID : RA8F4wCT29g

병원을 가 제대로 된 깁스를 하고 진통제를 다시 맞은 나는, 연우가

있는 병원으로 향했다.



단독 병실에 입원해 있는 연우의 모습은 참으로 안타까운 모습이었다.

병실 입구에 서서 있는 나를 본 연우는 고함을 치며 나에게서 마치

벗어나려는 듯이 몸부림을 쳤지만


그녀를 단단히 묶은 환자 지압용 벤드 때문에 침대 위에서 발버둥만 

칠 뿐이
었다.



77 : 이름 없음 2015/12/26 14:46:04 ID : RA8F4wCT29g

나는 그런 연우를 보며 말했다.


" 연우야, 너에게서 받은 행복... 꼭 내가... 되갚


아 줄게, 그러니까 조금만 더 버티고 참아줘 "


그리 말하고 뒤돌자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기다릴게 "



그 소리에 놀라 뒤돌아 연우를 봤을 땐그전처럼 여전히, 

몸부림을 치고 있었지만, 눈에선 투명한 액체가 흐르고 있었다.



78 : 이름 없음 2015/12/26 14:48:23 ID : RA8F4wCT29g

나는 얼마 전까지도 사이가 안 좋았지만, 유일한 친구인 동현이를

불러서 술집에서 만났다.



" 왜.... 또 내 골릴려고?? "

" 그땐, 미안했다 동현아 "



녀석은 의외의 반응이라는 표정을 지었다.


" 내가 생각을 해봤는데, 아 그래도 힘든 너에게 


너무 했던 것 같다. "


그 녀석은 잠시 고개를 숙이더니, 이내 술잔에 맥주를 부으며 말을 했다.



" 짜식아... 네가 그러니까, 내가 더 미안해지잖


 "



녀석은 내 술잔을 채워주면서 말을 이었다.



" 내가 더 미안하다, 너 녀석 촌지 그렇게 내버려 


두는 게 아니었는데,


나는 그냥 네가 좀 변하길 바라는 마음에 심하


게 말한 거야 "


" 동현아.... "



나는 힘든 시기에 친구로부터 위로를 받게 되니 좀 울먹해졌다.



그냥 술이나 먹어 임마 "


나는 그와 밤새 이야기했다, 술기운 때문인가 

그간의 연우와 일기장에 대해서도 모두 이야기를 했다,

그는 나의 진심 어린 이야기를 이해하진 못하는듯했으나

진지하게 끝까지 내 이야기를 들어주었다.



80 : 이름 없음 2015/12/26 15:00:11 ID : RA8F4wCT29g


" 하.. 이제 3주도 안 남았다, 지금도내 몸이 굳어


는 게 느껴져... "


"흠... 그럼 죽기 전에 하고 싶은 건 뭔데? "

다 필요 없고,,, 좀 행복해졌으면 좋겠다, 그래


서 그 행복을 다시 연우에게 줘서 그녀의 삶을 찾


아주고 싶어 "


그럼 쉽네 "

" 그게 뭐가 쉬워, 말로만 들어서 그렇지 그게 얼


마나 어려운 건데, 행복해진다는 거.... "



81 : 이름 없음 2015/12/26 15:00:40 ID : RA8F4wCT29g


동현이는 잠시 맥주를 길게 들이키더니 입을 열었다.


" 야, 너 말이야, 우리 어릴 때 가게에서 담배 뚫었


을 때 기억나냐? "

" 기억나지 "

" 그때는 우리 얼굴도 나이도 어려서,안 뚫리는 


 대부분이었잖아


그러다 어쩌다 뚫었을 땐 기분이 어땠어? "

기분 좋았지...... 담배를 필수 있어서 "

" 하지만 지금은 어때? 그냥 가게 가서담배 이


 말하고 돈 주면 바로 살수 있잖아, 그래서 지금


도 담배 피울 때 행복하냐? "


" 아니 그건 아니지.... "

"왜?? "

" 그야... 당연히... 담배를 필 수 있..... 아!!!!! "



82 : 이름 없음 2015/12/26 15:00:52 ID : RA8F4wCT29g


아... 그래..... 왜 지금까지 이걸 고민한 거지? 녀석이 나한테

무슨 말을 하려는지, 왜이게 별거 아닌고민이란 건지 이제 알겠다.



" 짜식아.... 살아있을 때 술 한 사라 "

동현아... 너.... "

죽어가는 친구야, 이럴 시간이 없어 연우가 기다


리잖아? "



나는 그 말을 듣고 당장 술집을 박차고 나왔다.



83 : 이름 없음 2015/12/26 15:03:58 ID : RA8F4wCT29g

" 그래..... 남이 부러워하는 행복이란 전제부터 


못된 거야, 내가 그냥 내 인생을 즐겁게 살면 그


게 행복한 인생인거야 "



그렇게 생각하고 집에 돌아와보니 나의 일기장이 그전보다는 깨끗해진 것을 알 수 있었다.

나는 그날부터 항상 웃고 다녔다, 정확히 애를썼다.


나는 마치 병이라도 걸린듯이 계속 웃었다.



길 걷다 마주치는 가로수를 보고 웃고,

지나가는 사람들을 보고 웃고, 

그냥 그것들을 보면 웃음이 나왔다, 

이제는 길바닥의 껌딱지를 봐도 웃을 것같다.


84 : 이름 없음 2015/12/26 15:07:00 ID : RA8F4wCT29g 

그러다 보니 깨달은 것이 있다.

옛날에는 그것들의 가치를 몰랐었다,

하지만 삶의 마지막 문턱까지 올라온 지금은 그 모든 것들을

볼 수 있음에 감사하였고, 지금 내가 숨 쉬고 살아있음에 감사했다.

그러면서 매일매일 나는 오늘 하루 겼었던 감사하는 일들을 적는

감사일기라는 것을 쓰기 시작했다.



85 : 이름 없음 2015/12/26 15:10:58 ID : RA8F4wCT29g



" 오늘 아침에 산책을 하러 나갔는데, 눈길에 미끄러져 울고 있는

아이를 보았습니다, 저는 아이를 달래주기 위해 주머니에서 막대사탕을 꺼내어 아이의 손에 쥐여주

었습니다, 아이는 곧 울음을 멈추더니 웃었습니다,그걸 본 아이 엄마는 고맙다며 저에게 웃으며 인사

를 주었고엄마 품에 안겨 있는 아이는 멀어지는 와중에도 뒤돌아서 저에게 손을 흔들었습니다, 별것 아닌 것에도 고마움과 정을 느끼게 해준 아이와 아이 엄마에게 감사합니다. "


86 : 이름 없음 2015/12/26 15:14:31 ID : RA8F4wCT29g

그렇게 생활한지 2주가 좀 넘으니 나의 일기장은 어느샌가

빳빳하게 어디 찢어진 곳도 없이 새 책이 되었고

나는 바로 항상 품에 간직했던 연우의 일기장을 꺼내 폈다.

그리고 지난날의 섬뜩했던 낙서를 지우개로 지우자



" 지워졌다..... 지워졌다!!!!!!!!!!!! 내가 드디어 해


냈어!! "



87 : 이름 없음 2015/12/26 15:16:33 ID : RA8F4wCT29g


그리고 나는 바로 그녀의 앞날에 있는모든 페이지의 낙서를 지우고

같은 말만 반복해서 썼다.


' 오늘 하루는 기적과도 같이 행복했다. '


88 : 이름 없음 2015/12/26 15:17:47 ID : RA8F4wCT29g

나는 곧 멀끔한 정장으로 갈아입고 두 일기장을 들고 그녀가 있는 

병원 근처의 꼭 가게로 갔다.

나는 그녀에게 줄 퇴원 선물로 하얗고 빛나는 라일락 꽃을 사서 

일기장과 함께 가방에 넣었다.

나는 떨리는 마음으로 병원에 갔고, 그녀가 있는 병실로 들어섰다.

89 : 이름 없음 2015/12/26 15:21:02 ID : RA8F4wCT29g



연우야.... "



내가 그토록 구하고자 한 그녀는 나의 이름을 부르며 나에게 달려와

깊숙이 품속에 안겼다.



" 한참 기다렸잖아요!!!! "



그녀는 나의 품에 안겨서 강하게 나를 품었다.



" 보고 싶었어요 "

" 나도... 연우야, 이제 괜찮은 거지? "



90 : 이름 없음 2015/12/26 15:23:18 ID : RA8F4wCT29g


" 아니요.... 너무 아파요 "

"뭐!?!?, 괜찮아진 거 아니었어? "

" 아니.... 낫기는 다 나았는데... "



그녀는 고개들 들어 턱밑에서 나를 올려다보았다.



진수 씨가 이렇게 멋지게 등장하니까, 너무 감동


받아서 행복해 죽을 것아요 "


91 : 이름 없음 2015/12/26 15:25:09 ID : RA8F4wCT29g

그 말을 하고는 다시 머리를 파묻더니, 한참을 내 품에 안겨서 훌쩍거렸다.



나도 참.... 행복해 죽겠다. "



나는 병원에서 그녀의 퇴원 수속을 밝은 뒤 나와 그녀와 근처 공원을 걸었다.



92 : 이름 없음 2015/12/26 15:26:37 ID : RA8F4wCT29g


진수 씨, 우리가 걷고 있는 이곳, 어딘지 알아요? "


나는 그 말을 듣고 주위를 둘러보았다.



" 여기는.... 분명..... 


너를 처음 만난곧인 것 같은데 "


딩동댕동~ 맞췄습니다!! "



연우는 잘했다면 내 머리를 쓰다듬어주었다.



" 우리 아기 참 잘했어요~ "

" 야.. 그만해.. " 



내 말이 끝나기도 전에 그녀는 검지로 나의 입술을 막았다.



" 쉿!!! 우리 아기 잘했으니까, 엄마가 상줄게요~ "

" 이게 보자 보자 하니까, "



순간 그녀는 나의 입술에 자신의 입술을 맞췄다

그 느낌이 너무나도 황홀해서 짜릿하기까지 했다.


" 헤헤.... 해버렸다... "

" 웃기는... "



나는 그녀의 손을 잡고 공원을 걸었다.



아 맞다, 나 너에게 줄 선물 있었는데 "

에에? 무슨 선물인지 기대되네, 나 완전 눈 높


 된장녀라구요. "



나는 가방에서 그녀에게 주기로 산 라일락 꽃다발을 꺼내주었다.



" 자, 퇴원 기념 선물이다. "

" 우와~ 이거 라일락 아니에요? 저 정말 좋아하


는 꽃인데 "


오늘 길에 샀어 "

진수 씨~ 라일락의 꽃말이 뭔지 알아요? "

" 뭔데? "


" 첫사랑의 감동이에요, 이거 고백으로 생각해도 


되죠 히히 "

" 마음대로 생각해라... "

" 에이... 그러지 말고요~~ "



그녀는 나에게 팔짱을 끼며 나를 쳐다봤다.



96 : 이름 없음 2015/12/26 15:35:20 ID : RA8F4wCT29g


" 근데 말이야, 너 그때 나를 처음 본 날 왜 나


를 도와준 거야? "

" 음... 이제는 말해도 되려나? "


" ...? "


"좋아요, 말해 줄게요, 저는 생애 일기관리자로써 


사람들을 보면 그 사람의속 마음이 느껴져요, 그


날 의자에 쳐진  앉아있는 진수 씨를 본 순간 당


의 마음을 저는 알았어요 "


" 무슨 마음? "

" 강하게 변화를 바라는데, 어찌할 줄모르는 자신


을 원망하는 마음? "


확실히 그 시절의 난 게으른 나에게 엄청난 죄의식을 느끼고 있었다.



97 : 이름 없음 2015/12/26 15:38:13 ID : RA8F4wCT29g



진수 씨는 그대로 둔다면, 자살이라도 할 것 같


아서 처음엔 동정심에 수 씨를 도와주었어요, 


하지만 여기까지 해낼 줄 몰랐어요, 그래서 내


심 감동을 좀 받았답니다 "



" 그렇군... "

" 그리고 지금!!! 당신의 속마음도 난 알고 있지


요, 흐흐 "



그녀는 눈을 깔고 나를 변태같이 쳐다봤다.



98 : 이름 없음 2015/12/26 15:40:15 ID : RA8F4wCT29g



" 야... 너 왠지 무서운데.. "

흐흐흐.... 무서우면 제 일기장 줘봐요 "

" 일기장? 일기장은 왜 "

" 에이~~ 원래 제거잖아요, 빨리 달라면 줘요 "



그녀는 그 말을 하곤 잔뜩 삐진 표정을 지었다, 나는 할 수 없이 그녀에게 일기장을 주었다.



진수 씨, 앞으로 살날이 얼마나 남았어요? "


" 오늘까지 치면 6일 남았을 거야 "

6일.... 흐흐 "



연우는 자신의 일기장 맨 뒤 페이지에서 몇 장 세더니 남은 부분을 모두 

찢어 버렸다.



99 : 이름 없음 2015/12/26 15:43:57 ID : RA8F4wCT29g

" 야 너 미쳤어? "

"미치긴 뭘 미쳐요, 


여기 피아노 없다고요 진수 씨? "

" 아니, 장난이 아니라... "



그녀는 내 말을 끊었다.



진수 씨, ' 


이대로 연우와 평생 함께 하고 싶다 '라고 


생각했죠? "



나는 정확히 들켰다.


그러자 그녀는 나에게 총총 걸어와서 안겼다.



" 저도 그래요.... 저도 이제는 진수 씨와 평생 함


께 하고 싶어요, 진수 없는생은 싫어요 "


" 참나... "



그리 말하고는 왠지 웃음이 계속 나왔다.



" 야.. 내가 널 어떻게 살렸는데 ㅋㅋㅋ "

" 헤헤... 우리 그러지 말고 빨리 정해요 "



100 : 이름 없음 2015/12/26 15:47:58 ID : RA8F4wCT29g


" 뭘 말이야? "

" 뭐긴 뭐예요, 6일 동안 어디 놀러 갈 지지, 우리


에겐 화끈하게 놀아야 할 의무가 생겼다고요 "


어이구.. 이걸 "



나는 미소를 지으며 그녀의 손을 잡았다, 그녀도 나의 미소에

화답하며 내가 준 라일락에 얼굴을 묻었다,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생각했다.



101 : 이름 없음 2015/12/26 15:49:45 ID : RA8F4wCT29g



' 연우야, 나는 지금 무지 행복해, 세상에서 제일 


행복해, 인생의 끝에서


정한 삶의 행복을 준 너를 절대 잊지않을게 "



아직 겨울 날씨고 상당히 추웠지만, 가로수엔
























꽃이 피고 있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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