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도가니'의 실제 배경인 광주 인화학교 사건의 피해자들이 수사상 과실, 관리감독 소홀 등을 이유로 국가를 상대로 손해배상 소송을 냈지만 최종 패소했다. 대법원 1부(주심 이인복 대법관)는 광주 인화학교 피해자 7명이 정부와 광주시청, 광주 광산구청 등 3곳을 상대로 낸 손해배상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확정했다고 8일 밝혔다. 피해자들은 국가와 지자체가 인화학교에 대한 관리·감독의무를 위반한 데 대한 손해를 배상하라며 2012년 3월 총 4억3500만원 상당의 소송을 냈다. 인화학교에 특수교육을 위탁하고 국가보조금을 지원했기 때문에 국가에 관리감독 의무가 있음에도 이를 소홀히 했다는 것이다. 초동수사가 미흡해 가해자들이 불기소된 점과 공무원들의 명예훼손 등에 대해서도 책임을 물었다. 하지만 법원은 피해자들의 청구를 모두 기각했다. 1심 재판부는 증거가 부족하거나 시효가 지났다며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범죄 발생일로부터 5년이 지난 뒤 손해배상소송을 제기했기 때문에 국가배상청구권의 소멸시효기간이 지났다"고 지적했다. 범죄발생 기간인 1985년 3월~2005년 6월 사이에 국가배상청구권이 생겼기 때문에 소멸시효인 5년이 지났다는 것이다. 소멸시효가 지나지 않았지만 가해자가 인화학교 학생인 성범죄에 대해선 국가나 지자체에 손해배상 책임이 없다고 판단했다. 피해자들은 우울증, 대인기피증, 외상후 스트레스장애 등 정신적 상해 진단을 받고 치료를 시작한 2011년을 불법행위가 일어난 날로 봐야한다며 항소했다. 하지만 2심 재판부는 이 같은 주장을 받아들이지 않고 1심과 같이 원고 패소 판결했다.
재판부는 초동수사가 미흡했다는 주장에 대해선 "통상 발생하는 수사상 판단착오의 범위를 넘어 수사규칙을 위반했다거나 사건을 부당하게 장기화시켜 가해자 처벌이 제대로 이뤄지지 못하도록 했다고 인정하기 어렵다"고 판단했다. 대법원은 "사건기록과 원심 판결을 대조한 결과 정당한 상고 이유가 없다"며 피해자들의 패소를 확정했다. 이 사건 변호를 맡았던 여성변호사협회 회장 이명숙 변호사는 "아쉬운 판결"이라면서도 "지적장애인인 부모들이 가해자와 합의하는 등 어려운 측면도 있었다"고 말했다.
'도가니 사건'은 광주 인화학교에서 수년간 장애학생들을 대상으로 자행된 성폭력·폭력 사건을 소설가 공지영씨가 2009년 '도가니'라는 소설로 발간하면서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2011년에는 같은 이름의 영화가 개봉돼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에 검경은 2005년 불기소 처분했던 행정실장 김모(66)씨를 재수사해 2012년 1월 재판에 넘겼다. 김씨는 이듬해 징역 8년과 정보공개 10년, 위치추적 전자장치 부착 10년 확정판결을 받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