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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식에 흐름에 따라 끄적거리는 두서없고 정신없는 사랑이야기
게시물ID : humorstory_44324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로로
추천 : 18
조회수 : 1376회
댓글수 : 8개
등록시간 : 2016/01/06 04:52: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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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그 아이와 내가 연인이 된건 12년만의 일이었다.
 
우리가 처음 만났을때는 초3. 열살이었고
같은반에서 서로의 존재를 망각한채 각자 짝꿍에 집중하기 바빴었다.
 
그 아이는 바람끼가 다분했다.
 
오늘은 자기 짝꿍과
어제는 짝꿍 친구와
내일은 옆분단 세번째줄 여자아이와
모레는 끝에줄 맨 뒤에 앉은 황소처럼 성난 소녀와도 손뼉을 치며 실뜨기를 하는 난봉꾼이었다.
 
내눈에는 그리 보였다.
 
나 또한 그 아이에게 관심이 있었던 것은 아니다.
 
'쟤는 여기저기 돌아다니면서 왜 여자애들 손 온도를 측정하고 난리람?'
정도로 여기며 공기놀이 아리랑치기 기술 연마에 한창이었을 뿐.
 
급기야 그 아이는 각 반 담임 선생님의 얼평(얼굴평가)을 하기 시작했다.
 
"옆반 담임 정도면 예쁜거지. 야 솔직히 우리반만해도 봐라. 옆반 담임 얼굴따라가는 여자애 있냐?"
 
우연히 들은 그 말에 나는 책상을 걷어차며
"지랄마. 내가 있으니까." 라고 말하고 싶었지만
교실 맨 뒤에 걸린 거울에 비친 내 얼굴을 보며 부들부들 거리던 내 손을 조용히 내려놓기도 했다.
 
서로에 대한 존재감은 없었다.
 
그렇게 졸업을 했고,
고등학생이 되어서 동창들은 다 모인다는 다모임에 가입하게 됐다.
 
사실 별로 찾을 사람은 없었지만,
누군가 나를 찾을 수도 있을 거란 헛된 망상에 가입했다.
 
헛된 망상은 얼마 지나지않아  현실로 이뤄졌다.
 
초2때 전학왔음에도 불구하고
전학오기전 짝꿍이 날 찾는 쪽지가 도착했던 것이다.
'야 너 혹시 니 이름 흔한이름아닌데, 너 혹시 야 너 혹시 우리반이었던 그 혹시 걔 아니냐?'
 
'내 이름이 혹시는 아니지만 혹시 니가 찾는 걔가 혹시 내가 맞다면 그게 내가 맞을거얌'
 
두서없는 쪽지에 답장을 하고 창을 끄려던 순간 쪽지 하나가 날아왔다.
 
"야 너 혹시 홍대에 있는 초등학교 3학년때 7반이던 그 조용하고 못생긴애 아니냐?"
 
아무래도 잘못 도착한 쪽지같았다.
못생겼다니. 미친놈아.
 
하지만 다시 곱씹어보니 홍대에 있는 초등학교를 나온것도 맞고
3학년때 7반이었던 것도 맞았으며
조용한 성격이기도 했다.
 
거울을 보니 못생긴애라는 말이 그리 틀린말은 아닌것도 같아서 "나얌"이라고 답장을 보냈다.
 
"이야~~~너 맞구나. 반갑다. 내 번호 000000000이건데 여기로 연락해"
 
굉장히 불친절한 답장이었다.
내 의사는 물어보지도 않고 다짜고짜 번호를 까면서 연락하라니.
내가 그렇게 쉬운여자 같냐. 니가 거의 10년만에 나타나서 연락하라면 하는
그런여자는 바로 나다.
 
그렇게 그 아이와 나의 인연이 이어졌다.
 
술 취해 빈대떡을 부치는 구역이 같았던 그아이와 나는 몇번의 연락끝에 어렵지 않게 만나게 됐고.
그 이후 새벽마다 술에 취해 전화하는 그 아이의 음성을 듣다 우리의 인연은 연인이 되었다.
 
"나는 술이랑 친구가 좋다. 너한테 신경못쓸거 같아서 미리 미안하다고 말하는거야."
 
사귄지 얼마되지 않아 그 아이의 결심인듯 아닌듯한 선전포고를 들었다.
 
"응 나도 술이랑 친구가 좋다. 니가 나한테 신경안써도 괜찮아. 어차피 내가 아닌 친구들에게 미안하다고 하면서 나한테 올테니까"
 
무슨 자신감이었을까.
 
문자로 그 말을 내뱉고 나는 온종일 손톱을 물어뜯었다.
 
다리를 달다랃라달다라달 떨며 초조해하기를 몇십분.
전화기엔 그 아이의 이름이 선명하게 찍혔다.
 
"여보세요."
 
"응 나야. 지금 갈까? 나 친구들 만나고 집에 가는 길인데."
 
"너는 내가 다 놀다가 들어가는 길에 만나고 싶으면 만날 수 있는 사람인 줄 알았구나. 천잰데...어떻게 알았지? 빨리와."
 
우리의 사랑은 점점 더 깊어졌다.
 
그래봐야 풋사랑이었다.
지나고보니 우리는 사랑을 했다기보다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고 서로 듣기좋은 말과 두근리는 심장박동에 속아 설레는 어린 아이들일 뿐이었다.
 
 
사귄지 몇달되지 않아 그 아이는 군대를 갔고.
입소하는 날 울면 헤어진다는 속설에 나는 주먹으로 입을 틀어막으며 눈물을 참았다.
 
하지만 눈꼽자리에서 줄줄 새는 뜨끈한 물줄기는 어찌할 방법이 없었다.
 
운듯안운듯 그 아이를 보내고 집에 도착한 후부터 그야말로 정신병자처럼 편지를 쓰기 시작했다.
훈련소 주소가 나오는날 폭탄 편지를 보내리란 계획과
평소 소소하게 챙겨주는 것에 크나큰 감동을 받는 그 아이의 성격을 알기에
이것저것 엄마처럼 살뜰하게 챙겨주고픈 마음때문이었다.
 
사격 만점을 받고 포상으로 얻은 첫 전화에
그 아이는 내 예상처럼 뛸듯이 기뻐했고 보고싶어 울었고 사랑한다 말했고
그렇게 우리의 사랑은 영원할줄로만 알았다
 
하지만 우리는 너무 어렸고 어리석었고 어려웠고 어지러웠다
그 후 그 아이가 상병을 달면서 우리는 헤어졌다
 
그 아이는 나와 헤어진 이후 포상으로 얻은 2박3일 휴가에
보란듯이 첫사랑을 만났고
나는 그 시각 나를 좋아한다고 몇년째 말하던 한 남자아이와 연애를 시작했다
 
그렇게 나의 풋사랑은 끝났다
 
누구의 잘못도 아니었다
그저 어렸을 뿐.
그저 순간의 감정에 충실했기에 미운 마음 가득한 그 순간 하고싶은 것을 했을 뿐이었다.
 
그 아이는 나를 여전히 또라이로 기억할거라 확신한다.
헤어진 후, 나는 많은 연인을 만났고,
이래저래 입을 타고 떠돈 소문이 부풀려졌으며,
행동하지 않은 일도 와전되어 그 아이의 달팽이관을 때렸을테니까.
 
변명하고 싶은 마음도 없었다. 그때는.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나고 너는 너고 우리는 헤어졌고 이미 끝난 사이고 참견할 사이도 아니며 참견하다한들 우리 사이가 예전처럼 회복될 것도 아닌데다 내가 너를 어떻게 기억하든 니가 나를 어떻게 생각하든 그건 이미 각자의 몫이지 그런걸 신경쓸만큼 너와 내가 서로 중요한 존재가 아니라는 것.
이라는 복잡하면서도 간단한 논리를 일찍 깨달았기 때문이다.
 
사람은 이기적이어서
자기 좋은대로 해석한다.
 
내가 나쁜년이라도 어떻게든 합리화 시키며 상대방을 더 나쁜놈으로 만들고
누가봐도 내가 확실히 좋은사람이었더라도 더 좋은년인척하며 상대방을 개나쁜놈으로 만들기도 한다.
 
그 사람은 정말 좋은사람이었어라고 말하면서도
이렇게 말하는 내가 더 좋은사람이라 생각해주면 참말로 좋겠네?하는 마음을 갖기도 하며
그 사람은 천하의 쌍놈이었어라고 말하면서도
그런 쌍놈이랑 사귄 나는 정말 보살이지?라는 보상심리도 있는 것 같다.
 
어찌됐든 서로 합의하에 연인이 된거라면 헤어짐에는 그 누가 잘한사람도 그 누구 잘못한 사람도 없다
물론 상대방이 바람을 폈네, 때렸네, 사기를 쳤네, 알고보니 고영욱이네, 하는 경우도 있을테지만
생각해보면 그 순간 사랑이라 착각하긴 했었다
 
잘못한 사람이 명백해도 우리는 그때 그 시절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나를 사랑할것이라는 믿음을 가졌고
그렇긴 하지만 나라는 존재를 알아봤으니 그리 멍청한 사람은 아닐꺼야라는 착각에 빠진다
 
칼같이 그 사람을 끊어내면서도
그래도 내 너를 사랑했는데 라는 감정을 곱씹으며 눈물 한방울 떨구기도 했을테고 말이다.
 
감정이라는 것에는 정답이 없다
여야가 잘 합의해서 서로 정진하다보면은 이런 좋은 마음이 생겨 우주가 도와줄거라는 생각이다라는 말처럼
연애할때는 앞뒤 안맞는 말에도, 두서없는 감정에도 뭔지모를 확신을 가질때가 종종 있다.
 
나쁜놈은 징벌하고 좋은사람은 표창하고 하는 단순한 논리가 먹히지 않을 때다.
 
그 시절 나도 그랬다
내가 좋은사람이었는지, 나쁜년이었는지는 모른다.
내 생각엔 좋은사람인것 같지만 그 사람에겐 나쁜년이었을수도 있고
난 천하의 쌍시옷들어가는 계란쌍란같은년이었는데 그 사람에겐 더없이 좋은여자였을수도 있다.
 
어떻고 저떻고 시간은 흘렀고
이미 과거가 된 마당에
내가 할 수 있는건 다음사람과는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지 않겠다는 마음을 갖는 것,
그리고 그러기 위해 끝없이 노력해야한다는 것뿐이다.
 
사랑하다보면 이성을 잃는다
이성을 잃으면 판단이 안된다
판단을 못하면 나락으로 빠질때가 있다
무시무시한 범죄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행동이 아닌, 감정에 대한 얘기다
 
너무 고민하지 말길
 
사랑은 사랑으로 이어진다
 
 
 
 
그게 사랑이라 생각하면서
나를 괴롭게 하는 상대방이 찢어죽일듯이 밉다면,
그리고 그에 대한 복수심으로 나쁜 망상이 상상만으로 그치지 않는 사람이라면
 
 
 
 
 
쇠고랑차고 콩밥 많이 배불리 먹어서 좋겠다 우왕
심신미약으로 집행유예받을 생각하지말고
굵은 소금 한곱뿌 쏟은 코렁탕이나 원샷했으면 좋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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