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릴때부터 책 읽는 것을 좋아했고
재수생 시절에도 수능공부대신 엄마한테 등짝을 맞을 정도로 책 읽는 것만 좋아했던 나는
결국 글 쓰는 학과에 진학하게 됐고
대학을 9년만에 졸업한 후에도 글 쓰는 일로 돈을 벌고 있다.
언제나 늘 하는 말은
할 줄 아는 것이 글 쓰는 것 밖에 없어서 이 일 말고는 할 게 없다 답하지만
칭찬이나 관심이 부끄러운 나의 가식적인 내숭일뿐
사실 나는 잘하는게 무척 많다.
벼는 익을 수록 고개를 숙인다지만
나는 나이가 익을 수록 점점 콧대가 하늘에 가까워져 갔다.
그 결과 30대가 된 나의 코는 작열하는 태양에 타들어가 콧구멍만 남게 됐다.
때문에 코(없애는)수술을 했냐는 의혹을 받기도 한다.
내가 가장 잘하는 것은 걸으면서' 간지러운 동구녕 손안대고 긁기'다.
누구나 이런 상황에 직면한 적이 있을 것이다.
겉으로는 아무렇지 않은 척 도도하게 걷고있지만
간질거리는 동구녕 덕에 등짝 언저리를 바늘로 찌른 듯
순간 움찔움찔하며 종아리 뒤를 따라 발가락까지 타고 내려오는 미세한 경련을 느껴본 적이.
나도 종종 그런 상황에 놓일 때가 있다.
그럴때면 나는 런웨이에 선 훌라댄서처럼
도도한 병신미를 뽐내며 엉덩이를 들썩거린다.
혹시나 하는 기대로 뒤를 돌아보면
평소때 주위에 없던 사람들이 피리부는 사나이를 만난듯 내 뒤를 따른다.
지금 생각해보니 동구녕으로 피리를 분 것 같기도 하다.
사람들의 시선을 최대한 속이며 자연스럽게 동구녕을 긁어야 한다.
그렇다면 당연히 동구녕에 직접적으로 손을 대서는 안된다.
갑자기 주저앉아 뒤꿈치로 동구녕 언저리를 비비적 대는 것도 자연스럽지 않다.
그것은 하수들이 하는 행동이다.
먼저 엉덩이에 최대한 힘을 준다.
그리고 다시 힘을 풀기를 수차례
바지는 남기고 팬티만 동구녕에 물린다.
그럼 반은 성공한 것이다.
이때 최대한 자연스럽게 팬티를 먹기 위해선
조금 빠른 걸음으로 걷는 것이 좋다.
실전을 위해 올림픽 경보 영상을 보는 것을 추천한다.
동구녕이 마침내 팬티를 먹었다면
걸음을 늦추고 등 허리춤으로 손을 넣어 재빠르게
손끝에 닿는 팬티끈을 검지에 걸고
엄지손가락을 옷 밖으로 꺼내 등을 긁는척 위아래로 크게 흔들어준다.
동작이 클수록 시선이 분산되어 내가 동구녕을 긁는 것이라고는 그 누구도 상상하지 못할 것이다.
이렇게 다년간 훈련을 거친 끝에 나는 비로소 진정한 동구녕 긁기 마스터로 자리매김할 수 있었다.
며칠전
밤에 엄마와 산책을 하던 중 갑자기 동구녕에 다시 그분이 오셨다.
나는 늘 그래왔듯 자연스레 허리춤에 검지를 넣어 팬티끈을 잡고 엄지손가락의 현란한 움직임으로
사람들을 속이며 시원하게 동구녕을 긁었다.
운동화 끈이 풀려 약간 뒤처져 있던 엄마가 등 뒤에서 속삭였다.
"치질있니?"
그리고 이어지는 날카로운 한마디
"유전인가....."
그날따라 붉게 달아오른 내 얼굴을 더욱 환히 비추던 달.
나의 동구녕과 오버랩되어 유난히 동그랗게 보이던 밤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