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스테리]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 에필로그 2
이아페투스에 의해 근접 파괴되는 행성 Z. 직후 충격파로
이아페투스는 토성 궤도까지 튕겨 나가게 된다…
열분들, 과연 오늘 최종회에서는 무슨 이야기가 나올지 궁금하셨을 거다. 우원 자신이 무엇을 상상하던 그 이상일 거라면서 바람을 넣기도 했다.
그래, 뭘 상상하셨는가.
우원과 외계인의 조우 경험담? 행성 Z 인의 이너뷰? 태양계 제국의 물증 전격 공개? 33도 프리메이슨의 증언…?
그럼 이제 진실을 밝히도록 하자. 그건 바로 아래의 것이다.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영화화
뻥이라고? 당연하다. 우원도 첨엔 반신반의했으니까. 게다가 의심을 받아도 싼 구라의 역사를 우원이 갖고 있는 것도 사실. 근데 이번만은 진짜다.
그럼 이제 이 상황이 만들어지게 된 과정을 설명해 보자.
본 시리즈가 한참 점입가경으로 치닫던 지난 4월, 야간분만 토론회를 마친 직후쯤이다. 아직은 이름을 밝힐 수 없는 국내 한 메이저 영화 프로덕션에서 연락이 왔다. 대표가 한번 만나고 싶다는 거. 그때만 해도 그저 가끔씩 우원을 보고 싶다는 유력한 분들 중 하나가 아닐까 했다. 평소 글 잘 읽고 있다, 술 한잔 하자… 머 이런 어른들 말이다(놀랍게도 그런 분들이 가끔 있다).
그래서 널널하게 나갔고, 대표를 만났다. 역시 그는 우원의 글, 특히 미스터리 계통과 본 외계문명 글의 애독자였다. 심지어 영화사 식구들에게도 일독을 ‘강요’하여 직원들이 모두 우원을 알고 있을 정도. 그래도 머 그러려니 하던 중, 설마 했던 이야기가 나온 거다.
영화.
정확한 내용인 즉슨 이렇다. 원래 대표는 수년간 국산 SF의 가능성에 대해 생각해왔었다고 한다. 그러나 열분들도 잘 알다시피 국산 SF 영화의 시장이라는 게 아예 존재하지 않는다. 과거 ‘성냥팔이 소녀의 재림’이니 ‘내추럴 시티’ 같은 영화들이 만들어지고 개봉된 바 있지만 그 작품성이나 흥행 결과는 비참했다. 그래서 SF 영화는 우리나라 영화계에서는 터부 비슷하게 여겨지고 있다.
그러나 그건 ‘국산’ SF 영화의 문제일 뿐이다. 헐리우드에서 SF 영화는 엄청난 흥행 쟝르고, 국내에서도 올해 흥행 외화 1,2위를 인셉션과 아이언맨이 차지할 정도로 SF는 인기가 있다.
실제로 미국 박스 오피스 역대 최고 흥행 순위 20위 안에 SF 영화들은 다음과 같은 위치를 차지하고 있다.
1위: 아바타
3위: 다크 나이트
4위: 스타워즈 에피소드 4
6위: E.T
7위: 스타워즈 에피소드 1
10위: 스파이더맨
11위: 트랜스포머: Revenge of the Fallen
12위: 스타워즈 에피소드 3
14위: 스파이더맨 2
16위: 쥐라기 공원
19위: 스파이더맨 3
이게 뭘 뜻하겠는가. 잘 만든 SF는 말 그대로 황금알을 낳는 거위라는 뜻이다. 근데 왜 국산 SF는 안 되는 걸까…?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다. 먼저 우리나라에는 SF소설의 토양이 없다. SF 문학이 발달하고 너른 팬 층을 형성하고 있는 구미와 달리 바탕이 만들어져 있지 않다는 뜻이다. 그러다 보니 토종 SF 작가의 배출이 거의 되지 않고, 해외의 유명 SF 소설들도 번역되어 나온다 한들 곧 절판되어 버린다. 이렇게 저변이 얇으니 훌륭한 SF 영화를 만들어 낼 수 있는 동기나 인력도 부족하다. 하여 억지로 영화를 만든다 한들 내용이나 흥행면에서 성과를 내지 못하는 거다.
반면 아바타나 인셉션 등등 헐리우드 SF 영화가 국내에서 성공하는 이유는 작품 자체가 훌륭하기도 하지만 미국에서의 성공과 평가에 힘입은 바 크고, 또 화려한 특수효과와 그래픽, 3D 등 볼거리가 많기 때문이다. 와중에 줄거리도 내용도 구성도 무게도 떨어지는 데다가 화면도 별볼일 없는 울나라 SF가 통할 리 없다.
거기에 다들 알다시피 울나라 영화 제작 환경은 예산 등의 측면에서 헐리우드에 비해 크게 부족한데, SF영화는 특히 돈이 많이 드는 쟝르이기도 하다는 점이다. 그래서 D-War 처럼 일종의 애국심에 호소하기도 하는데 우원도 기대를 좀 했었지만 영화를 보고 난 후에는 한숨밖에 나오지 않았다…
간혹 이런 행사도 열리지만, 아직 울나라의 SF 저변은
박하기 그지없는 실정이다
이럼에도 불구하고 그는 SF 쟝르가 가진 향후의 가능성을 크게 보고 있었고, 오랫동안 정면 돌파를 준비하고 있었다고 한다. 누군가는 해야 하는 일임에는 분명하기 때문이다. 그래서 그는 아직은 밝힐 수 없는 다양한 비젼과 전략들을 통해 그 실현을 꿈꿔 왔던 거다.
그러던 중 우원의 본 시리즈와 기타 유사한 글들을 접하게 되었고, 자신이 생각하던 이야기와 중심 배경이 일맥상통하는 부분들이 있다는 크게 고무되었던 거다. 이어 우원의 그간의 글쟁이로서의 경력과 상상력, 스토리텔링 능력을 높이 사게 되어 연락해 왔던 것.
하지만 내 입장에서 처음에는 좀 부담도 있었다. 본지와 관련되어 조만간 편집장을 맡게 될 상황이었고,비록 금방 그만뒀지만 그 당시에는 얼마나 하게 될지 알 수 없는 일. 그리고 노무현 전 대통령의 1주기가 눈 앞에 있었고 이어 6.2 지방선거가 기다리고 있던 시점. 그 당장에는 본지의 일에 집중할 수 밖에 없는 상황이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다행히도) 너부리 편집장의 조기 귀환으로 우원은 다시 홀가분한 입장이 되었고, 그때부터 이야기는 다시 본격적으로 진행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리하여 몇 달이 지난 지금, 우원은 이제 계획대로 된다면 우리나라 사상 최대의 영화 프로젝트가 될지도 모를 거대한 작업의 주춧돌을 놓기 시작한다. 평소에 쌓아 뒀던 SF 영화에 대한 철학과 관점을 총동원하여, 이야기의 배경이 되는 세계를 창조하고 이어 스토리와 캐릭터 등등 관련된 많은 것들을 만들어 나가는 작업을 시작하게 될 거다.
내가 생각해도 좀 멋진 거 같다. 흠…
아는 사람은 알겠지만, 우원은 오랜 SF 팬이자 스타트렉 오덕이다. 수십 년에 걸친 이런 삶 속에서 우원은 조금씩 꿈을 키워왔다. 언젠가 때가 되면 한국 땅에서 스타트렉 같은 SF 드라마를 만드는 꿈이다. 다큐긴 했지만 우원도 공중파 프로그램을 만든 경험이 있고, 당장은 무리더라도 10년 후라면 가능할 수도 있지 않나.. 그러면서 관련된 공부와 생각들을 해왔었다.
그러던 차에 갑자기 본 시리즈를 통해 만나게 된 영화 제의. 드라마와는 조금 다르지만 무척 비슷하기도 한 무엇… 마다할 이유가 없다.
아 물론 알고 있다. 영화라는 게 얼마나 불안정한 일이냐는 거… 우원 자신도 영화 음악을 할 기회가 두 번 있었는데 두 번 다 영화 자체가 엎어졌다. 한번은 사무실 차리고 스탭까지 다 꾸린 상태에서 엎어졌다.결국 크랭크인 들어가야 아는 게 영화고 극장에 걸려야 아는 게 영화라는 사실… 누구보다도 잘 안다.
그래도 구더기 무서워 장 못 담글 소냐. 게다가 펀딩부터 시작해서 이 프로젝트의 성사 자체가 내가 만드는 배경과 세계와 스토리에 크게 좌우될 텐데.
자, 그래서 우원은 일단 뭘 하기로 했느냐.
책상머리에 처박혀 담배 뻑뻑 피면서 시나리오부터 쓰고 있는 건 이 프로젝트의 규모나 특성과 맞지 않는다. 그렇다고 ‘외계문명과 인류의 비밀’ 이야기를 그냥 똑같이 영화로 만들고 싶은 생각은 전혀 없다. 약간 비슷한 부분들도 있겠지만 더 참신하고 멋있고 영화다운, 국내는 물론 국외도 공략할 수 있는 뭔가를 만들어야 하기 때문이다.
그렇다. 지금은 새로운 인풋(input)이 필요한 시점인 거다.
그리하여 본 우원, 영화사의 도움으로 이번 주부터 몇 달 간 세계 곳곳으로 외유(外遊)의 길을 떠나게 되었다. 그렇게 새로운 것들을 흡수하여 그간 우원이 가지고 있던 것들과 어떻게 결합되는지, 길 위에서 지켜보려 한다. 크고 작은 경험과 요소들이 결합되면서 씨줄과 날줄로 엮이고, 그러는 과정에서 내 머리 속에 무엇이 떠오르고 또 쌓일지.
그래서 배경과 스토리 등에 대해서는 일부러 생각 자체를 하지 않고 있다. 성급하게, 작위적인 스토리를 만드는 일에 집착해서는 성공할 수 없는 프로젝트기 때문이다. 본 시리즈와 연관은 되겠지만, 한편 그간의 우원의 생각이나 머리에서 나올 수 있는 차원을 넘어서야 한다. 내가 생각해도 진짜 멋있는 뭔가가 나와야 한다. 그럴려면 머리를 비운 상태에서 다시 시작하는 길 밖에 없다.
암튼, 이런 이유로 해서 우원은 향후 몇 달간 열분들을 자주 뵙지 못할 것 같다. 어쩌다 기사를 쓸 수 있을지도 모르지만 쉽지 않을 거다. 아니, 어쩌면 그 모두에서 당분간 의도적으로 떠나 있는 게 맞는지도 모르겠다. 우원 입장에서도 섭섭함이 없는 간 아니지만 지금은 그럴 때다.
다만 열분들께 두 가지 약속을 드리겠다.
일단 우원은 반드시 돌아온다. 돌아와서는 다시 본지에 이런저런 글을 쓸 거고, 영화가 구체적으로 진행되는 시점부터는 본지 지면을 통해 구체적인 소식도 전할 거다. 그 점은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또 하나의 약속은, 이 영화는 무조건 재미있을 거라는 점. 인디펜던스 데이 같은 유치한 재미가 아니라 스타트렉, 매트릭스, 아바타, 인셉션 같은 멋진 재미 말이다. 이런 규모의 영화는 재미없으면 망하는 거고,한편 영화는 재밌어야 한다는 건 우원의 지론이기도 하다.
앞으로 길 위에서 우원 앞에 무엇이 펼쳐질지, 언제 돌아올지, 그 결과 어떤 이야기가 어떻게 만들어질지 우원도 모른다. 설레기도 하고 두렵기도 하다. 그러나 간다. 가서 죽이 되던 밥이 되던 뭔가를 갖고 돌아올 거다. 머리와 가슴으로.
그러니 여러분, 당분간…
Live long and prosp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