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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계획 부산 여행기 2
게시물ID : travel_168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l가을l
추천 : 3
조회수 : 863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2/06 13:28: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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돼지국밥의 맛은 솔직하게 평가하자면 순댓국 같았다. 하지만 고명이 고기라는 점이 순대와는 다른 식감을 주었다. 하지만 다른 점이라면 애초에 나올 때 밥이 말아져 나온다는 것이다. 처음 받았을땐 아 밥은 따로 시켜야 하나 보네 이 집 참 야박하다.’ 란 생각이 들었지만 숟가락을 들고 휘휘 저으니 밥알이 둥둥 떠올랐다. 어떠한 국이든 건더기를 다 먹고 밥을 마는 나에겐 조금은 특별하고 어색했다.

 

오리지널을 좋아하기에 처음에는 아무런 양념 없이 먹고 반쯤 먹었을땐 다대기와 새우젓을 넣었다. 휘휘 저으니 붉은색 기운이 도는 게 아 이제 얼큰하겠구나란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한입 먹는 순간 아 다음부터는 양념을 하고 먹자라고 생각했다. 다시 부산을 올 일이 있을진 모르겠지만 말이다.

 

국밥을 먹고 이곳저곳 헤매다 다시 서면역으로 왔다. 나도 아직까지 어떻게 서면 역으로 돌아왔는지 모르겠다. 어디로 가야하는지도 모르고 그냥 미아마냥 감으로 움직였더니 서면역이 눈앞에 나타났다. 이렇게 우연처럼 나타나 줄 것이었으면 조금 더 일찍 나타나주지 싶었다.

 

개찰구와 한 번 더 씨름해 보기로 마음먹었다. 돈도 별로 없는데 교통비까지 계속 더 나간다면 진짜 집에 못 돌아 올 것 같았다. 돌아가는 기차표를 살 돈은 있어야 할 것 아닌가. 사람들이 없는 틈을 타 개찰구에 다시 체크카드를 비비적거렸다. 2초정도 비비고 있으니 인식이 됐다. 교통가드가 된다. 뭐지? 난 부산역에서 무엇을 한 것인가 허탈했다. 다만 지금이라도 알았으니 뭐 더 표를 뽑을 일은 없겠다.

 

어디로 갈까 고민하다. ‘부산하면 해운대지!’하며 해운대 역에 내렸다. 역시 바다의 대명소인 해운대답게 역에서부터 내 또래 사람들이 많았다. 대부분이 커플 그리고 역시 꽤 많은 사람들이 친구 혹은 가족과 왔다. 혼자 온 사람은 나뿐이었다. 바다가는 역시 누군가랑 같이 와야 하나 싶었다. 혼자오면 뭔가 청승맞아 보이고 그러진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들었지만 이내 다시 안볼 사람들인데 뭐하는 생각에 당당하게 걸으려 했다. 다만 커플은......부러웠다.

 

해운대 역에서 빠져나오면 바다가 펼쳐져 있을 줄 알았다. 고개를 오른쪽으로 돌리면 백사장이 있을 줄 알았다. 없었다. 그냥 역 주변이었다. 하지만 뭔가 모르는 본능이 앞으로 계속 걷다보면 바다가 나올 것이라고 말해주었다. 정말 아무런 근거 없는 판단이었지만 남는게 시간이었던 나는 그냥 앞으로 걸어보았다. 별일이야 있겠는가. 어딘가에 있겠지

 

5분쯤 지나자 여기가 해변입구다. 라는 조형물이 보였다. 그때부터 땅을 보고 걸었다. 3? 아니 4년만에 보는 바다를 멀리서부터 천천히 감질나게 보고 싶진 않았다. 내 눈에 백사장 모레가 보이고 갈매기 울음소리가 들리기 시작할 때 고개를 들었고 가장 먼저 눈에 들어온 것은 비둘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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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비둘기? 갈매기가 아니라 당황스러웠다. 이 새들은 어디까지 있는 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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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가 보였다. 파도가 치고 있었고 수평선이 보였다. 4년 만에 본 바다는 변함이 없었다. 뭔가 무언가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을 받을 것이라 예상했지만 그냥 바다였다. 담담하고 편안한 그런 바다였다. 하지만 이 장면을 이 바다를 파도가 부서지는 소리를 나 혼자 듣고 싶진 않아서 엄마에게 전화를 걸었다. “응 나 지금 해운대야 파도소리 들리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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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도를 바다를 바라보다 백사장으로 고개를 돌렸다. 갈매기가 사람들을 공격하고 있었다. 갈매기는 흉폭했다. 새우깡을 걸고 도발을 걸자 수많은 새때들이 몰려들었다. 순간 그 동영상이 생각났다. 과자에 설사약을 뿌리고 갈매기에게 주는 동영상. 섬뜩해져 갈매기들로부터 떨어져 바다 근처로갔다.

 

걷기 시작했다. 파도를 따라 걸었다. 백사장까지 올라온 파도의 잔물이 내 발을 적실 듯 말 듯 한 그 경계를 즐겼다. 가족 친구 그리고 커플들만 있던 해변엔 조금 더 걷다보니 나처럼 혼자 온 사람이 보였다. 갈색 아니 베이지색 코트를 입고 이어폰을 끼고 저벅저벅

 

발걸음을 보아하니 혼자 온 것 같았다. 외로워 보였다. 남자친구와 이별하고 무작정 바다를 찾은걸까? 혼자가 나만이 아니라는 사실이 반가웠다.

 

오른편에 등대처럼 보이는 무언가가 있기에 가볼까 했다. 할 것도 없었고 계획도 없었고 시간만 남았기에 그냥 가 보았다.

 

나중에 알았지만 그 길은 해파랑 길이라고 했다. 오른편에는 나무들이 심겨진 산? 아니 숲 그리고 왼편으론 바다와 파도가 있었다. 제주도 올레길을 걷는 기분이 들었다. 조금 걷다보니 창옥공주 동상이 있었다. 타지로 시집을 오고 고향을 그리워 한다는 진부한 이야기의 전설 대강 보고 길을 계속 걸었다.

 

그녀는 여전히 나보다 조금 앞서 걷고 있었다.

출처 나요 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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