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전 일어났던 실화.
집으로 손님 가족이 놀러왔다.
어른들은 거실에서 얘기하고 있고 아이들은 방 안에서 놀고있는데,
손님의 아이가 무슨 조그만 카드 같은 것을 들고 자기 아빠에게 보여준다며 가져왔다.
애 아빠는 그것을 보더니 아이에게 대수롭지 않게 "응, 그래, 그거 제자리에 갖다가 놔~"
라고 웃으면서 부드럽게 딱 한마디를 하고는 다시 대화를 계속한다. 그래서 나는 그게 무슨
알록달록한 종이쪼가리인 줄 알았다.
그런데 잠시후 방에 들어가 보았더니 아이가 옷장위에 올려놓았던 내 지갑을 다
풀어헤쳐서 돈은 돈대로 카드는 카드대로 온 방안에 흩뿌려놓고 놀고 있었다.
화가 나기 이전에 어이가 없었다. 없어지지만 않았다면 괜찮겠지만 애들이 가지고
놀다가 신용카드가 침대 밑이나 화장실 옆 난방 배관 깊숙한 구석에라도 튕겨
밀려들어갔다면, 아니면 혹시라도 예쁘다고 주머니에 집어넣었다면, 그걸 어떤 말로
돌려달라 해야할까?
온 집구석을 이잡듯 훑어가며 뒤져야 하는가? 갑자기 스트레스가 몰려왔다.
방안에 흩뿌려진 잔해들을 주우며 혼잣말을 했다.
"아니 애들이 왜 지갑에 손을 대?"
그런데 이 소리를 마침 애를 부르며 방으로 따라 들어오던 그 애 엄마가 들었다.
아줌마의 눈에 불꽃이 튀고 쌍심지가 돋았다.
"뭐라구요? 지금 우리 애 도둑 취급하는 거에요?"
그 부분만 똑 끊어놓고 들으면 그 아줌마 말이 맞다. 백번 맞고 분노폭발 당연하다.
애들이 지갑이든 뭐든 손을 댔다고 해서 예닐곱살 그 어린 애들이 나쁜 의도를 가지고
손을 대는 것은 아니다. 맞다.
하지만 내 말은 말 그대로 애들이 "레고"도 아니고 "유기오 카드"도 아니고 "포케몬 카드"도
아니고 "바비인형"도 아니고 하필이면 "지갑에" 손을 댔냐는 것이었다. 게다가 그 "애들" 중에는
비록 주동자는 아닐지언정 옆에서 방조한 "우리 애"도 포함되어있지 않은가?
그 가족은 화가 난 채로 급히 돌아갔고 나에게 설명을 할 기회 따위는 주어지지 않았다.
신용카드 색깔이며 디자인이 당시 유행하던 애들 카드놀이(유기오 카드, 포케몬 카드 등등)와
유사하니 애들이 착각을 했을 것이다. 그렇지만 그 부모는 애가 남의 신용카드를 갖고 놀고
있으면 바로 빼앗아서 주인에게 돌려주어야 하는게 정상인 것 같은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