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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술전공자가 아니라서 괜히 걱정되네요
게시물ID : gomin_1600409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매드캣!
추천 : 0
조회수 : 1319회
댓글수 : 10개
등록시간 : 2016/03/06 00:13:40
영어 전공에 영어 강의 영어교재 집필과 번역 등등을 학부시절때부터 해왔습니다. 그러니 한 15년 이상 경력이 되네요. 현재는 다 그만두고 미국인 교수가 집필한 책의 한국어 번역본, 삽화, 디자인, 편집을 하고 있습니다. 

그림 그리는 걸 좋아해서 대학생이 되면서부터는 자유가 있으니 캐릭터 만들고 만화 그리고 웹사이트 제작하고 운영하는 것을 했어요. 그게 벌써 10여년 전 일인데 아직도 제 전공 때문에 이러쿵 저러쿵 소리를 듣고 있어 일하다 문득 생각나 몇글자 적어봅니다.  

2002년 쯤 유명한 화가님이 제 보잘것 없는 그림을 재미있어해 주셔서 동료 화가분들 (당연히 모두 전공자분들) 에 소개를 해주셨었어요. 저는 들떠서 포트폴리오용도 아니고 그냥 사무용 A4용지 사이즈 파일에 모은 제 그림을 들고 갔죠. 화가분이 절 소개하자 모두 제 그림을 보며 "재밌다" "웃기다" 해주시다가 그 중 한 분이 "무슨 전공에 몇학번이야?" 라고 질문 하시더군요. 저는 "영어교육과 전공이고 9*학번인데요.." 이러니까 갑자기 표정이 바뀌더니 제 쌀 캐릭터 미남님을 보고 "나 이거 일본갔을 때 패키지에서 봤어" 라고 하시더군요..  다 동문인 분들이라 제가 당연히 같은 학교 미대에 다니고 서양화과나 시각디자인 전공일거라 생각하셨나봐요.  

이후 예술시장에서 초상화 드로잉 모임을 할 때도 전공이 뭐냐고 물으시며 제 전공을 듣고는 등을 돌려버리는 분들을 많이 뵈었습니다.  네, 저는 어디서 그림을 정식으로 배워본 적은 없어요. 
그 흔한 미술학원도 한 번 다녀본 적이 없고 학교 다니면서 학교 미술 시간에 한 활동이 전부입니다. 그럼 저는 그림을 그리면 안되는 건지 그림을 그린다는 게 "취미로 그려요" "그림으로 밥먹고 사는 그림쟁이에요" 이렇게 두 개로 반드시 분류 되어야만 하는 건지... 그 분류가 영 이상하단 생각이 드네요. 
당연히 전문적으로 스킬을 습득하고 모여서 프로젝트를 하고 많은 시간을 쏟으신 분들에는 제 실력이 미치지 못하겠죠. 시간을 얼마나 쏟느냐 그리고 얼마나 실제로 해보느냐가 중요한 것에 대해 2년 동안 직접 그림을 그리고 배워가며 뼈저리게 느꼈습니다.   

허나 과거의 그런 경험 때문에 또 저보고 "전문 디자이너에게 의뢰 하라"고 하던 출판사의 말에 이제 책을 곧 찍어내려는 입장에서 제 그림에 대해 디자인에 대해 걱정이 많이 되는 것이 사실입니다.
계속 일을 잡고 있다보니 부모맘 같아 제 그림이나 책 결과물이 제자식처럼 마냥 이뻐만 보여서 객관성도 떨어지는 거 같고, 게다가 혼자만 하는 거면 또 몰라도 저에게 책 제작을 맡긴 저자를 생각하면 그게 또 많이 부담이기도 하고요. 

이제 몇일이면 2년간 한 일이 그래도 얼추 다 끝나는데 결과물을 곧 본다니 기쁘기도 하지만 불안하고 초조한 마음에 주절거려봅니다. 두서 없이 쓴 글이라 죄송해요. 일하다가 힘들면 오유에 들어오는게 낙이라 왠지 친정집 같아 위로/직언 듣고 싶은 맘에 글 썼어요. 저희 작업한 책 샘플 사진 찍은 것 몇개 올리고 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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