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곰과 여우. 그 둘만의 이야기 - part 3
게시물ID : humorstory_444782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현도디ㅠ
추천 : 0
조회수 : 1005회
댓글수 : 0개
등록시간 : 2016/04/01 15:19: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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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창작글
곰과 여우. 그 둘만의 이야기 - part 3



part 1 
 -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4734
part 2
 - http://todayhumor.com/?humorstory_444735


이건 우리 모두 흔하게 찾아볼 수 있는 주변의 병신같은 친구에 대한 이야기예요.
누가 그러던가요. 사람 일 모른다고.





17.
곰은 여우와 다시 연락을 주고받기 시작했어요.
누가 먼저 전화를 걸었는지는 중요하지 않아요. 그냥 끌림같은 거겠죠.
누군가 먼저 걸어도 이상하지 않았을거라 생각해요.

물론 자주 연락하지는 않았어요. 두세달에 한번정도?
그냥 서로가 서로에게 잊혀지지 않을 정도로만 끈을 놓지 않았다고 할까요?

서로가 서로를 잊지 않기 위해 노력하고 있었죠.





18.
한 해가 또 지나갔어요. 새로운 봄이 찾아왔고, 학교는 활기로 가득찼답니다.

곰은 갓 입학한 동아리 새내기들과 어울리느냐 정신이 없었어요.
선배들이 대부분 군대에 가거나 졸업을 해버리고 말았거든요.
졸지에 동아리 회장을 맡아버린 탓에 정신없는 새 학기가 시작되었지요.

동아리 신입생 중에는 귀여운 토끼와 앵무새도 있었고 착한 양과 염소도 있었어요.
복학해서 돌아온 선배들도 있었어요. 무서운 고릴라와 잘생긴 치타, 개코원숭이 선배도 돌아왔어요.
수많은 동물들이 동아리방에서 우글우글거렸어요. 

복학한 선배들 덕분에 동아리의 저변이 확대되었죠.
옆 동아리 사람들과 친해지고, 다른 과 사람들과도 친해졌어요.

그런 사람들과 함께 동물복지를 위한 투쟁에 나서기도 했어요.
학내에 동물권익당 학생위원회를 만들어내기도 했구요.
뭐 곰 입장에서야 선배 동물님들 하시는 일에 숟가락 하나 얹은거긴 하지만요.

무엇때문에 그렇게 열심히 했는지는 잘 모르겠어요. 그냥 열심히 하다보니 그렇게 됐어요.
딱히 마음을 둘 곳이 없었기 때문이었을까요?
아니면 다른 곳에라도 정신을 쏟아야 여우 생각이 나지 않기 때문이었을까요?

그건 곰도 별 코멘트를 하지 않는군요.
자기가 말 해놓고도 겸언쩍어하는걸 보니, 여우와는 별 상관이 없었나보군요.




19.
곰은 술을 좋아했어요. 혹자는 술보다는 술자리가 좋다던데, 이 곰은 달랐어요.
그냥 술 자체가 좋은거였죠. 지금도 분명 어디 조그마한 방에서 혼자 소주를 빨고 있을겁니다. ㅋㅋ
고등학교 다니면서도 숨어서 벌컥벌컥 마시더니 곰버릇 남 못준다고 대학교에 들어와서는 아주 대놓고 술독에 빠져 살았죠.
웃긴게 생일도 빨라서 새내기때는 그나마도 불법이었다구요!

흙수저 주제에 돈은 없으니 선배나 후배, 동기들에게 얻어먹고 다녔어요. 
눈치가 없는게 이럴때는 다행이라고 해야 할까요?

예전에 이 곰이 정신이 나갔는지 여우에게 술을 먹인적이 있었어요.
여우는 체질적으로 술을 마시지 못하는 동물이었더라구요..
곰은 그것도 모르고 여우에게 술을 두세잔 먹였었더랬죠.
아, 물론 강제로 먹인건 아니었어요.
여우 자신도 술을 먹어본적이 없어서 겁이 없었던거죠.

그리고 곰은.. 개고생인지 곰고생인지 모를 고생을 흠뻑 하게 되었답니다.
소주 두세잔에 필름이 끊기고 미친듯이 웃으며 진상짓을 하는 동물이.. 존재하더라구요.

곰은 생각했어요. '아! 이 아이는 알콜을 분해하는 능력이 없는 동물이다!'
아, 물론 '신기하다!' 라는 생각도 조금 했다고 합니다. ㅉㅉ





20.
날은 점점 더워지기 시작하는 초여름입니다.
학교 곳곳이 녹음이 짙게 드리웠어요.

날이 너무 좋아서 오늘은 그냥 넘어갈 수 없겠네요.
이런 날은 달려야죠!
곰은 수업이 끝난 후배들을 모아 자취방으로 갔답니다.

자취방에서 후배들과 부어라~마셔라~ 하며 술을 마셨죠.
밤이 깊어갈때쯤 다들 거하게 취했어요.

지금은 살아남은 몇몇이 도란도란 이야기를 나누고 있어요.

토끼 후배가 곰에게 묻습니다.
"오빼, 오빠는 왜 그 여우랑 다시 안사귀는 거예요?"
토끼 후배는 곰의 사랑이야기를 들은 적이 있었거든요.
역시 동기놈들의 입방정이란..

곰은 답했어요.
"글쎄.. 용기가 없어서 그래."
그리고는 회상에 잠시 잠겼어요.
그리고는 다시 이야기하기 시작했죠.
"여우는 일단 성격이 더러워.. 말로 상처주기를 주저하지 않지. 기분 내키는대로 행동할때가 많아."

곰은 자신의 잔에 소주를 가득 따라 입 안으로 짧게 털어 넣었어요.

"솔직히 겁나. 그 성격을 다 받아주는게 어려운건 아닌데.. 아파. 진짜로 아파.
 왠만한 일들이야 나도 덤덤하게 받아넘길 수 있는데.. 
 습관적으로 헤어지자고 하는거. 다른 수컷 얘기하는거. 그게 너무 싫어."

곰은 토끼에게 소주를 한잔 따라줬어요.
토끼도 곰의 잔을 채워주었죠.

"오빠, 그거 그냥 관심 끌려고 하는 말이잖아요. 자기한테 관심 좀 가지라고. 안 그러면 언제라도 떠날 수 있다고."

곰과 토끼는 잔을 부딛혔고 각자의 입에 소주를 털어넣었어요.

"크--. 물론 그걸 모르지는 않지. 근데 아픈것도 사실이고 화가 나는것도 사실이야. 어떻게 보면 정 떨어지는거지. 왜 관심받고싶다는 표현을 그렇게 할까.."

역시 곰과 여우는 종이 다르기 때문일까요. 곰은 여우의 그런 행동을 잘 이해하지 못했어요. 이해는 못해도 보듬어 줄수는 있겠지만요.
"근데.. 다시 사귀자고 했는데.. 싫다고 하면.. 진짜 끝일까봐.. 그게 제일 무서워.."

곰은 갑자기 취기가 올라왔어요.

제가 어찌 곰의 생각을 읽을 수 있겠습니까만, 취기가 거하게 오른 곰은 아마 이렇게 생각하지 않았을까요?
'아오 그딴거 다 모르겠고 여우 보고싶다 여우야 으아아아 내 사랑 여우야 으아아아'


이건 정말 기가 막힌 타이밍이었을 거예요.
그 타이밍에 여우에게서 전화가 왔거든요.
곰이 조금만 더 취했다면, 조금만 덜 취했다면 어떤 결과가 나왔을지는 솔직히 저도 의문이네요.


곰은 그 전화통화를 잘 기억하지 못해요. 꽤 오랫동안 통화를 하긴 했지만 기억이 흐릿했죠.
다음날 아침이 되어서야 몇몇 토막난 대화들과, 후배들의 생생한 증언으로 상황을 추측할 뿐이었어요.


예. 술기운에 곰이 용기를 냈어요.

둘의 만남이 다시 시작되었고

전화를 끊은 뒤, 곰은 덩치에 걸맞지 않게 토끼와 앵무새를 부여잡고 꺼이꺼이 울었다고 전해집니다.









to be continue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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