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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삼촌이 돌아가셨다.
게시물ID : panic_87224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레간방구암살
추천 : 15
조회수 : 2117회
댓글수 : 4개
등록시간 : 2016/04/12 01:10:01
외삼촌이 돌아가셨다.

한밤중 외가댁 식구들이 모두 응급실에서 망연자실했다.

사인은 평소 앓던 고혈압이 원인이었다.
장례식장으로 장소를 옮기고 나 또한 멍하니 있었다.

내가 사람이 죽는걸 본건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오히려 일반인보다 많이 보았다.

난 대기업 현장 안전담당관이었으니까.

사람은 떨어져 죽던 장비에 끼여죽던 터져서 근처에 있다가 죽던..

죽을땐 꼭 남기는 징표가 있다.

상당히 멀리서도 들리는 엄청 커다란 한숨3번..

마치 세상의 공기를 모조리 빨아들일 듯한 폐가 터질것같아보이는 그 한숨.

그리고 항문 근육이 풀어지며 나오는 분비물..

많이 보았어도.. 여전히 사람이 죽으면 실감도 적응도 안된다.

그러고보니 아까 응급실에서 보았던 외삼촌의 바지는 깨끗하고 분비물도 없던것같았다.

외할머니와 이모들이 대체 어떻게 된거냐고 외숙모에게 자초지종을 묻는다.

내용을 들어보니 외숙모는 부엌에서 설거지를 하고 외삼촌은 술을 한잔하고 누워계셨는데 설거지하고보니 돌아가셨단다.

그럴수가 있나..? 싶으면서 내가 어찌 사람죽고사는걸 다알겠나 싶어서 그런갑다 했다.

가슴이 답답해서 담배한대피러 지상으로 올라오니 아버지가 담당했던 의사선생이랑 이야기 를 하고 계신다.

외삼촌이 2시간전에 사망하고 여기온게 30분전이란다.

응? 좀 이상한것같기도 하다?

그리고 이어지는 내용은 나를 충격으로 몰아넣었다.

119를 부른것도 사후 한시간 후에 불러서 도착하자마자 환자를 바로 병원으로 이송 했단 것이다.

 
내가 의사도 아니고  이쪽으로 어찌 알겠냐마는 내가 알고있는 모든 지식을 총동원해서 추리를 해보았다.

평소 외삼촌과 외숙모는 사이가 안좋았다.

이유는 둘다 방탕한 사생활이 있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외삼촌의 고혈압으로 쓰러진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전에도 심근경색으로 쓰러져 바로 병원으로 이송후 응급처치로 살아나셨다.

이런 상황을 한번 겪은 외숙모는 대체 왜 한시간이나 있다가 119를 부른것일까

잠시 다녀올대가 있다 말하고 난 외숙모 집으로 곧장 차를 몰았다.

익숙한 외삼촌댁 낡은빌라에 도착해서 현관에 서보니 아차 싶었다.

비밀번호를 몰랐던것이다.

급하게 사촌동생한테 전화로 비밀번호를 묻는데 핸드폰 너머로 외숙모의 목소리가 어렴풋이 들려온다.

삐빅 문을열고 거실로가니 분비물 냄새가 미약하게 났다.

사람이 죽을때 나오는 분비물.

치운다고 치웠을텐데 냄새는 아직 남아있는 모양이었다.

그리고 난 내가 원하는것을 찾기위해 외삼촌댁을 티나지 않게 파헤치기 시작했다.

있었다.

외삼촌이 죽을때 입고 있던 속옷이.

분비물이 가득 묻어있는 속옷이.

봉지에 쌓여져서 쓰레기통 안에..

있었다.

외숙모는 죽어가는 외삼촌을 그저 바라보고 있었을것이다.

핸드폰으로 애써 119를 누르려던 그 손에서 핸드폰을 뺏어가서 멀리서 콧노래를 부르며 설거지를 하고 있었을것이다.

큰 세번의 숨과 몸안의 모든진이 다나올때까지 느긋하게 기다렸다가 옷을 갈아입히고 여유롭게 119에 전화했을것이다.



 119죠? 제 남편이 죽어가요.



 나는 잠시 멍해졌다.

 정신을 차리고 생각을 정리해야한다.

장례를 미루고 부검을 해야한다고 생각하던 찰나에 현관에서 익숙한 목소리가 들려왔다.

"상조 두개 들어놓길 잘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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