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내는 어지럽히는 것을 싫어한다.
나는 잘 어지럽힌다. 복잡해진 집안을 봐도 크게 스트레스 받지 않는다.
아내는 아니다. 매일매일 정리를 한다.
어지럽히는 주범인 나와 아들은 언제나 잔소리를 듣는다.
어제도 아내는 아들에게 어지럽히지 말라고 훈계를 했다.
아들은 5살이었다.
설거지를 하던 나는 식탁에서 아내가 아침에 먹고 치우지 않은 티백이 담긴 머그컵을 발견했다.
콜럼버스가 아메리카 대륙을 발견했을 때 이런 기분 이었을까?
아내에게 물었다.
이건 왜 안 치웠어?
아내는 컵을 본 순간 얼굴이 굳었다
그러고는 대답했다
아 그건 너무 진해서 한번 더 우려 먹을려고 남겨뒀어.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혼자서 숨이 넘어가게 웃었다.
아내의 앞에서 조금전 뜨거운 물을 부은 머그컵이 놓여있었다.
다음날 아침...
나는 어제 저녁 아내가 치우지 않은 머그컵을 들고 설거지를 하러 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