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는 무척이나 눈이 부실 만큼 날이 좋았어요. 당신은 햇살을 한껏 받으며 그 햇살만큼이나 반짝이는 미소를 지었겠죠. 이제 대학생이 된 아이들은 시험따위는 잠시 잊어버리고 새로운 친구들과 봄맞이 소풍을 나서기도 했을테고 선생님들은 학생들에게 잠 좀 깨라며 격려하셨을테고 아버지는 선선한 저녁 바람을 느끼면서 손에는 훈훈한 먹거리 가득 들고 꽃같은 자식들이 있는 집으로 걸어갔을테죠. 아무 일 없이, 무사히 2년이 흘렀다면요. 그 아이들이 어른이 되고, 그 무한한 가능성을 박탈당하지 않았더라면요. 설레는 마음으로 며칠전 생애 첫 총선 투표에 두 손으로 직접 도장을 찍어보기도 했을테고, 아메리카노는 이런 맛이구나, 이 쓴 걸 왜 먹지, 하다가도 점차 익숙해지는 느낌에서 그 향을 찾아 나중에는 아메리카노만 즐겨 마시기도 했겠죠. 꼭, 2년 전 오늘, 그 일이 없었다면요. 그랬었더라면요. 하지만 지금, 여전히 당신들은 여기에 없네요. 우리들이 찌든 자들의 부패와 비리, 탐욕에 눈감은 대가로 박탈당해버린, 누구에게 빼앗겼는지도 모르고 공포에 휩쓸려 사라진 그 삶들. 그래서 당신들은 여기에 없어요. 대신 남은 삶은 너무도 무겁네요. 아무 일 없는 듯 살기에는요. 여전히 당신들을 추모하지 않고 없는 듯 눈 감는 자들을 두고는요.
2년이 지났어요. 오늘은 날이 조금 흐리네요. 하지만 당신에게는 상관이 없겠죠. 당신들은 알 수 없을 테니까요 날이 좋은지, 흐린지, 밝은지, 어두운지, 무엇이 그렇게 만들었는지. 여기에 없다는 건 그런 것이니까요. 포기하지 않겠습니다. 잊지 않을게요. 더는 놓치지 않을게요. 또 1년이 지나고, 10년이 지나고, 내가 죽더라도. 당신을 잊어버리는 이들이 없게. 기억할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