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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덕들을 위한 연애 가이드
게시물ID : love_1550짧은주소 복사하기
작성자 : 리리리리맇
추천 : 10
조회수 : 906회
댓글수 : 16개
등록시간 : 2016/04/20 10:07:15
이렇게 제목을 적으면 무슨 어그로 끄는 내용처럼 보일지도 모르겠지만, 사연을 적어보자면 이렇습니다.
 
결혼 전에 중증 덕후였고, 결혼 후에도 덕질과 중2병을 버리지 못하고 오히려 개성으로 승화하여 사는 지인이 있는데,
얼마전에 한번 만나서 술한잔을 나누면서 얘기를 나눴는데... 요새 미혼인 사람들의 연애 자포자기가 화두였습니다.
 
거기 모인 지인들은 남들이랑은 달리 자기 취미를 도무지 숨길 생각을 하지 않는 인생에 자신감이 괴상하게 넘치는
양반들인데... 그래서인지 몰라도 연애도 제법 순탄하게 잘해서 결혼을 한 듯 하더라구요. 그래서 예전에 그 지인들이
들려준 이야기를 게시판에서 유머로 좀 과장해서 올리기도 했었죠.
 
아무튼, 나름 능덕이라면 능덕이신 분들인데... 특정 취미와 장르에 집착하는 우리네 그룹... 소위 오덕들의 연애에
있어서는 담담하면서도 뼈가 있는, 그리고 상당히 실리적인 이야기를 들려주었습니다. 그래서 갑자기 차분해진 술자리에
어이없어하면서도 나름 벚꽃이 날리는 봄에 연애와 무관하다고 자포자기하는 분들에게 들려주고 싶다는 생각이 들더라구요.
 
그래서... 좀 두서없지만 한번 정리해서 올려봅니다. 오덕인 당신도 할 수 있는 연애 성공 공식! , 남성 한정으로...
 
 
1. 주선
 
누군가를 만나고 싶다면, 일단 그 의사를 적극적으로 어필해라. 당신에게도 틀림없이 가족, 친구, 학교나 직장 지인이
있을 것이다. 그리고 그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도움을 주거나 받을 일이 있을 것이다. 딱히 대가를 받기도 뭐한 선의의
도움들을 제공할 일이 심심치 않게 일어날텐데, 그럴때 항상 이렇게 덧붙여라. 고마우면 아무나 소개 좀!
 
농담처럼 지나가는 이야기일지 몰라도 말하고 하지 않고의 차이는 크다. 버릇처럼 그 말을 커피 한잔을 사거나 뭘
들어주거나 뭘 알아봐 주는 가벼운 일에 항상 덧붙여라. 그런 말 한다고 그렇게 심하게 불쾌해하는 사람 없다. 그리고
의외로 말의 여운은 오래 남아서, 자기 선에서 닿는 너무 가깝지 않은 인연이 있으면 당신을 떠올리게 될 것이다.
 
지인이 어렵다면 가족들만 해도 의외로 결과가 나쁘지 않다. 당신의 부모님은 당신이 생각하는 것 이상으로 사회적
관계가 넓고 그를 통해 알아봐줄 사람이 많으시다. 자식의 의사표시에 대해 어이없어하기 보다는 관심을 가지고 적극
알아봐주실 것이다.
 
일단은... 자기 의사를 사람들에게 알리는 것이 중요하다. 그것만으로도 놀라울 만큼 소개가 많이 들어온다.
 
 
2. 만남
 
많이 만나라. 무조건 많이 만나라. 그런 만남은 의외로 취업 준비와 비슷하다. 마음에 드는 회사가 있는데 자소서 내고
서류 탈락하면, 포기하거나 혹은 결과 나오고 나서야 다음 직장을 준비하던가? 아마도 자소서를 수십개 정도 회사에
마구 날리고 있을 꺼라 생각하는데?
 
연애도 마찬가지다. 많이 만나라. 위에 언급한 주선을 통해서 되도록 많은 사람을 만나라. 물론, 지뢰도 있고 폭탄도
있도 내상도 심해지고 PTSD도 올 것이다. 하지만... 그거 다 렙업이다. 보는 눈이 생기고 요령이 생기고 상대를 리드하는
방법을 그러면서 배우게 된다. 날때부터 카사노바가 어딨냐?
 
그렇게 수십명 넘게 만나다 보면... 믿어지지 않겠지만, 당신에게 관심을 보이고 호감을 드러내는 사람을 언젠가는 만난다.
미연시 엔딩 화면 모으는 기분으로 만나고 또 만나라. 당신의 진히로인을 만나는 그 날까지... 만남을 포기하면, 영원히
진히로인은 등장하지 않는다.
 
 
3. 의상
 
만남이 성사되었다. 오덕인 당신, 많은 매체에서 나오는 선배 덕후들이 그렇듯이 의상에 스트레스 받을 것이다. 거기에
아주 심플한 정답이 있다. 정장 입어라. 자신의 패션 센스나 지인 추천은 개나 줘버리고 무조건 정장입어라. 슈트가
남자를 만드는 법이다. 아무리 당신의 외모와 몸매가 스스로도 안습일지라도... 슈트빨은 일단 그걸 상쇄할 만큼 위력있다.
 
... 상대방이 항상 슈트만 입으면 좀 이상하게 볼수도 있을 것이다. 그럴때면 회사나 학교, 혹은 모임 핑계를 대라.
사실이든 아니든 정장을 입고 가야 하는 이유가 있는 남자를 싫어할 여자는 그리 많지 않다. 그리고 안믿어지겠지만 실제로
해봐라. 정장을 입고 만났을때와 캐쥬얼을 입었을때의 상대의 말투가 달라진다.
 
어차피 데이트에서 상대를 리드할 노하우가 없다면, 그런 식으로라도 기선 제압을 하고 가는 것이 상당히 먹고 들어간다.
 
 
4. 장소
 
데이트 장소에 대해서 고민하는 당신, 어렵게 생각하지 마라. 일단 첫만남은 무조건 카페다. 그리 오래 만날 필요는 없다.
짧고 간단하게 서로의 인상만 확인하면 그만이다. 여성분들은 대부분 그러면, 무슨 의미인지 알고 마음에 들면 컨택이 오고
안들면 정중하게 거절해서 더 고민할 필요를 없게 만들 것이다.
 
거절당했다면 뒤도 보지 말고 다음 사람을 만나라. 하지만, 세컨드가 들어온다면, 장소를 정해야 할 것이다. 여기서 우리
동지들은 항상 어디를 가야 할지 고민하는데... 의외로 심플한 팁이 있다. 점이 아니라 면을 노려라. 어디에 가야 할지가
아니라 어느 방향으로 가야 할지가 포인트인 것이다.
 
대학로, 가로수길, 홍대, 북촌... 아무리 당신이 최애캐 외에 속세에 일에 무관심해도 그 정도 이름은 들어봤을 것이다.
그냥... 거기를 가라. 거기서 어디에 갈지는 당일날 내키는 대로, 혹은 당신을 만나는 상대방이 마음에 들어하는 곳으로
들어가라. 전차남은 잊어라. 항상 실전에 가면 흐트러지는 것이 계획이다. 그래서 깨진 계획에 당황하느니, 그냥 가는
길 정도만 알아두고 랜덤하게 상황에 따라 움직여라.
 
의외로... 나쁘지 않을 것이다. 저 위에 말한 장소들, 그냥 걷기만 해도 재밌는 것들 많다. 그리고, 굳이 유명해서 사람이
바글바글한 핫스팟 가게보다는 골목 안쪽에 숨겨진 장소를 발견하는 것이 연애 성공율을 높인다. 여성분들은 의외로 그런
모험같은 시간을 좋아한다.
 
그리고 세번째까지 컨택이 온다면... 돈 좀 써라. 공연 좋은거 하나 알아봐라. 너무 저렴하지 않은 고급으로. 그리고 그런
고급 공연을 하는 곳이면 근처에 고급 레스토랑도 하나 틀림없이 있을 것이다. 그 코스로 가라. 세번째는 그 정도 투자해도
된다. 왜냐하면, 대부분 세번째 만남에서 그 사람이 당신과 사귈지 말지를 결정할테니깐. 안하려고 하면 당신이 단도직입적으로
물어봐라. 물론, 당신이 마음에 들어야겠지만. 이 코스를 밟은 사람이라면 세번재 만남의 사귀자는 제안, 바로 거절하지 못한다.
거절할 꺼면 거기까지 오지도 않았을테니.
 
그 이후의 만남은... 여자분에게 맡겨라. 사귀기 시작한다면 그때부터는 여자들이 가고 싶은 곳을 어필할 것이다. 서코는
잠시 잊고 그냥 그거 따라다녀라. 그러면 된다. 연애는 원래 그런 것이다.
 
 
5. 대화       
 
오덕인 당신... 틀림없이 여자랑 무슨 대화를 해야 할지에 대해서 난감할 것이다. 일단 여자들이 뭘 좋아하는지 어떻게
대화해야 하는지도 잘 모르니 그건 당연한 고민이다. 방법은 의외로 간단하다. 적을 알고 나를 알면 백전백승이다.
 
SNS 털어라. 주선자를 통해서 어떻게든 만날 사람의 트위터, 페이스북, 인스타 탈탈 털어서 관심사 다 확인해라. 그리고
그것들을 보면서 자신이 언급할 만한 것들을 고민해봐라. 대화가 어려운 것은 그 방향을 모르기 때문이지, 어디로 가야
할지를 알면 가는 건 의외로 어렵지 않다. 당신은 오덕이지 바보가 아니다.
 
예를 들어보자. 상대방이 와인을 마신 사진을 많이 올렸다면? 취향이 아니더라도 신의 물방울 정도는 봐라. 그러면 뭔가
할말이 생긴다. 상대방이 여행을 좋아한다면? 언급해라. 당신도 의외로 여행의 숨겨진 핫스팟을 잘 알고 있다. 다른 곳은
몰라도 도쿄와 교토에 수려한 풍경은 실제 여행객보다 애니로 접한 댁들이 더 잘 묘사할 수 있다. 그러니, 대화에서 덕질의
향기를 덜어낸 담담한 이슈로 있는 그대로의 소감만 말해봐라. 그것만으로도 상당히 있어 보인다.
 
여기서 한발 더 나아가서, 전문적인 지식으로 가면 당신은 상대를 리드하는 것도 가능하다. 팬더 머스탱을 언급하면서
케이온 대신에 커트 코베인만 읊어라. 건슬링어걸에서 나온 베네치아의 풍경과 이탈리아 남북 갈등을 소회하며, 헨리에타의
얘기는 빼도록 하자. 상대방은 당신의 예상치 못한 깊이에 당황할 것이다.
 
오덕은 일상 생활에 격리된 존재가 아니다. 그것들은 다 현실을 기반으로 한다. 당신이 좋아했던 모든 것들은 다 지식이고,
그 지식은 당신을 스마트하고 강해보이게 만들 것이다. 당신이 좋아했던 것들을 좀더 스마트하게 응용하는 것만으로도
당신은 얕은 사람이 아니라는 이미지로 상대방에게 어필할 수 있다. 대화는, 자신의 좋은 점을 부각시키는 기술이다.
 
 
6. 매너
 
데이트에 여전히 익숙하지 못한 당신... 그래서 실수도 많이 저지를 것이다. 그리고, 어이없는 상대들도 많이 만날 것이다.
허영끼에 가득찬 지뢰도, 정말로 얼굴이 아닌 폭탄도 당신이 조우해야 할 상대다. 그런 사람들을 만나서 내상을 당하는 것에
대해 수도 없이 웹상에 올리는 사람들을 보며 지레 겁을 먹기도 하겠지만... 여기서 조언한다. 아무리 마음에 안들어도,
일단은 매너는 지켜라.
 
이미 취존과 일코에 대해서 노매너가 얼마나 최악인지 다들 공감하는 동지들일 것이다. 연애도 마찬가지다. 상대가 아무리
진상이라도... 노매너는 도리가 아니다. 그건, 단순히 눈앞에 상대 뿐만이 아니라 그 상대를 통해 연이 되는 당신의 인적
네트워크에 확산 파생되는 괴상한 소문을 만든다.
 
물론... 호구가 되라는 말은 아니다. 하지만, 사람의 내면은 그렇게 간단하지 않아서, 첫인상이 퍼펙트라도 가면 갈수록
하향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초면에 인상 찌푸려지게 하는 사람도 가면 갈수록 좋아지는 경우도 있다. 그러니... 노매너는
당신의 인적 네트워크와 어떻게 될지 모를 연애 사업에 큰 리스크다.
 
유념하라. 세번까지는 만나라. 그리고, 그 세번에 매너를 가지고 대해라. 그래도 안된다면 거기서 정중히 종료해라. 하지만
노매너는 절대 안된다. 당신이 예의를 가지고 누군가를 대했다면, 눈앞에 당사자는 아닐지라도 언젠가 틀림없이 당신에게
예의를 가지고 대하는 사람이 나타날 것이다. 대부분, 그런 사람이 당신의 인연이다. 그러니, 박차고 일어서고 싶은 진상에게도
최소한의 도리는 다해라.
 
 
7. 공감
 
오덕에게 덕질을 포기하라는 건 생선에게 땅에서 살라는 것과 같다는 것을 안다. 그러니... 연애를 하게 되면 일코를 벗을지
말지에 대해서 고민하게 되는 순간이 종종 있을 것이다. 말해두겠는데... 일코 벗어라. 흡연자가 담배를 끊을 수는 있어도
오덕이 덕질을 끊을 수 있겠나? 평생 가야 할 것이라면 차라리 까고 가는 것이 좋다. 하지만... 당연히 방법은 신중하게 하자.
 
밑도 끝도 없이 감히 정상적인 게시판에 올리기도 뭐한 상업지들부터 까는 건 당연히 미친 짓이다. 그리고 너무 매니아
속성이 강한 것도 무리다. 하지만... 우리가 좋아하는 작품들이 그런 것만 있던가? 일반인의 시선에서 봐도 상당히 높이
쳐줄 수준높은 작품들을 우리는 충분히 알고 있다.
 
쉽게 말해서, 시간을 달리는 소녀가 만화라고 당신을 비웃는 사람이라면 그냥 연애 접어라. 그건, 인성과 지성의 문제다.
정상적인 사람이라면 그 정도 작품에 오덕이라고 혐오감 보이지 않는다. 재밌게 보는 것이 정상이지. 그런 사람을 만나고,
그 사람이 그런 경험이 없다면 그걸로 공감을 시작해라. 시간을 달리는 소녀나 신카이 마코토 작품들을 보여주고 반응을
물어봐라. 나쁘지 않다고 하면 그것부터 조금씩 매니악함을 높여가라.
 
상대를 같은 덕질할 사람으로 만드는 건 안된다. 하지만... 그런 것들을 자신이 보고, 좋아하고 무난한 것들은 같이
봐줬으면 하는 마음을 전하고 그것에 동의하는 상대와 과하지 않은 단계를 공감하는 것은 성공적인 오덕들의 연애의 필수조건이다
물론, 영원히 당신이 나의 여친인가를 이해시키는 날이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정도 공감을 받는 것만으로도
당신의 삶은 좋아하는 것과 좋아하는 사람을 다 가질 수 있는 행복한 것이 될 것이다.     
 
 
 
... 공감할만한 부분도 있고 이게 뭐냐고 황당해하며 분개하실 부분도 있을 듯 합니다.
 
그래도 일단은 술자리에서 하면서 뭐 이 정도는 그럴만도 하지라고 서로 공감하며 대화한 내역을 생각나는대로 정리한 겁니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일단은 우리들 취향이 좀 튀는 사람들의 입장에서 보면 생각해볼 여지는 좀 있을 듯 합니다.
 
날씨도 좋고, 벚꽃은 졌지만 주말을 앞둔 봄날이니... 여기 계신분들도 이 글을 보시고 조금이나마 좋은 인연을 만드는 데
도움이 되셨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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